[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이종석: 사실 굉장히 불안했다. 익숙하지 않은 톤으로 연기를 해서 겁이 많이 났다. 영화 ‘관상’ 때 선배들이 대사를 하는 중간에 제가 등장하면 흐름이 깨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 이번에도 그럴까 겁이 났다. 하지만 보고 나서는 속이 시원했다. 모처럼 만족스러웠다.
10. 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이종석: 영화의 소재 자체가 할리우드에서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데 그 안에서 한국과 북한, 미국이 얽혀있는 이야기가 재밌었다. 선배 배우들이 웃으면서 영화가 시나리오보다 열 배는 재밌다고 하셨는데 저도 공감한다. 영화 나온 걸 보니까 캐릭터가 살아 움직여서 이야기가 쉽게 다가왔다.
10. 데뷔 후 첫 악역이다. 후유증은 안 남았나?
이종석: 잔인한 장면들을 찍을 때는 힘들었다. 피를 많이 봐서 그런지 머리가 아프고 속이 안 좋았다. 하지만 그런 신이 있었기에 캐릭터가 힘을 받아서 뒷 내용을 끌고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브이아이피’의 잔상이 9월 방송될 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로 넘어갈까 우려된다.
10. 첫 악역, 의외의 선택이었는데?
이종석: 소년 같은 이미지를 깨고 싶어서 악역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이미지가 ‘브이아이피’에서는 장점이자 무기로 작용했다. 사실 제 이미지를 깨고 싶은 것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에 대한 동경이 있다. 그래서 계속 누아르를 하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뜬다.
10. 영화 ‘코리아’와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 이어 이번에도 북한 사투리를 썼는데.
이종석: 북한에서 오신 선생님한테 사투리를 배웠기 때문에 ‘브이아이피’ 하기 전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브이아이피’ 속 김광일은 좀 달랐다.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해외에서 지낸 시간이 더 길기 때문에 박훈정 감독이 북한과 남한의 중간 정도로 해달라고 했다. 또 실제 북한의 브이아이피들이 세련됐다고 해서 감을 잡는데 힘이 들었다. 함께 출연한 박희순 선배의 톤을 많이 참고했다.
10. 군 입대를 연기한 이유는?
이종석: 실제로 입대를 계획했다. 차기작도 생각했는데 일단 입대 하게 되면 영화에 피해가 될까 걱정이 돼서 감독에게 다른 캐스팅을 알아보시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군대를 연기하게 됐지만 ‘브이아이피’는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몇 년 만에 한 영화이기도 하고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드라마 방영도 얼마 남지 않아서 이 일정을 잘 소화하고 싶었다.
10. ‘브이아이피’에 함께 출연한 장동건과 김명민이 칭찬을 많이 하던데.
이종석: 저는 원래 괴롭게 작품을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브이아이피’ 만큼은 계산이나 생각을 안 하고 임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박훈정 감독과 선배들한테 몸을 맡겼다. 편하게는 촬영했지만 사실 불안감은 컸다. ‘내가 준비를 더 했어야 했는데 이상하게 나오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 말이다. 하지만 선배들이 잘 도와준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10. 결과를 보니 내려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던가?
이종석: 내려놓길 잘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연기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브이아이피’에서 그럴 수 있었던 건 박훈정 감독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었다. 정말 연기를 처음 하는 사람처럼 ‘여기서 손을 들어요? 말아요?’ ‘어느 정도로 웃어요?’라며 일일이 다 물어봤다.
10. 드라마 ‘W(더블유)’ 전까지 1년 간의 공백이 있었는데?
이종석: 그 시기, 슬럼프가 심하게 왔다. ‘닥터 이방인’을 찍을 당시 캐릭터 연구를 정말 많이 해서 전력 투구했다. 5부까지 방송이 나가고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 그 후에 멘탈 붕괴가 왔다. 자아와 캐릭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심하게 부딪혔다. 너무 힘들었다. 촬영 중간에 송강호 선배가 ‘연기 아주 좋다’고 응원 문자를 보내주셔서 그 힘으로 버텼다. 그리고 ‘피노키오’를 찍고 1년 간 쉬었다. ‘피노키오’를 안 찍었으면 공백은 더 길었을 수도 있다.
10. 지금은 슬럼프를 극복 했나?
이종석: 아직 완벽하게 극복하진 못했다. 여전히 그 지점들이 많이 대립하고 있다. 그래서 ‘브이아이피’를 선택했다. 어찌 보면 모험이고 시기상조였다. 저에게는 돌파구의 의미였다. 나하고 완전히 다르고 공감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해소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 덜 괴로운 작품이었다.
10.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이종석: 배우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들이 있다. 나도 내가 갖고 있는 것이 뭔지 알고 사람들이 내게서 원하는 걸 안다. 내가 가진 것들을 최대한 빨리 많이 소진시키고 싶다. 그렇게 되면 들어오던 시나리오 대본도 줄어들 것이고 관객도 나에 대한 기대가 줄 것이다. 끝까지 밀어붙이면 나한테서도 새로운 게 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들도 마감 시간 정해놓으면 글이 나오듯이 저도 밀어붙이면 새로운 걸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찾지 못하면 사라지겠지만… 이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이종석은 영리한 배우다. 자신이 배우로서 지닌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다. 시청자가 자기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도 안다. 자신이 맡으면 어울릴 역할들도 무엇인지 안다. 흥행을 이끄는 톱스타 배우인 만큼 작은 것 하나라도 허투루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부담감이 슬럼프에 빠지게 만들었다.10. 감독을 찾아가 출연하게 된 영화, 보고 나니 어떤가?
이종석은 슬럼프의 돌파구로 영화 ‘브이아이피’(감독 박훈정)를 선택했다.박훈정 감독을 직접 찾아가 출연하고 싶다고 먼저 말했을 만큼 간절했다. 그리고 자신이 약점으로 꼽던 소년미를 역이용해 북한 귀순자 연쇄살인범 김광일을 연기했다. 데뷔 이래 가장 큰 연기변신이었다. 로맨틱코미디에 최적화된 배우로 꼽히던 그가 생애 첫 악역인 살인마 역을 맡은 것이다. 그의 선택은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종석은 후회하지 않았다. ‘브이아이피’를 통해 갈증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이종석: 사실 굉장히 불안했다. 익숙하지 않은 톤으로 연기를 해서 겁이 많이 났다. 영화 ‘관상’ 때 선배들이 대사를 하는 중간에 제가 등장하면 흐름이 깨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 이번에도 그럴까 겁이 났다. 하지만 보고 나서는 속이 시원했다. 모처럼 만족스러웠다.
10. 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이종석: 영화의 소재 자체가 할리우드에서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데 그 안에서 한국과 북한, 미국이 얽혀있는 이야기가 재밌었다. 선배 배우들이 웃으면서 영화가 시나리오보다 열 배는 재밌다고 하셨는데 저도 공감한다. 영화 나온 걸 보니까 캐릭터가 살아 움직여서 이야기가 쉽게 다가왔다.
10. 데뷔 후 첫 악역이다. 후유증은 안 남았나?
이종석: 잔인한 장면들을 찍을 때는 힘들었다. 피를 많이 봐서 그런지 머리가 아프고 속이 안 좋았다. 하지만 그런 신이 있었기에 캐릭터가 힘을 받아서 뒷 내용을 끌고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브이아이피’의 잔상이 9월 방송될 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로 넘어갈까 우려된다.
10. 첫 악역, 의외의 선택이었는데?
이종석: 소년 같은 이미지를 깨고 싶어서 악역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이미지가 ‘브이아이피’에서는 장점이자 무기로 작용했다. 사실 제 이미지를 깨고 싶은 것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에 대한 동경이 있다. 그래서 계속 누아르를 하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뜬다.
10. 영화 ‘코리아’와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 이어 이번에도 북한 사투리를 썼는데.
이종석: 북한에서 오신 선생님한테 사투리를 배웠기 때문에 ‘브이아이피’ 하기 전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브이아이피’ 속 김광일은 좀 달랐다.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해외에서 지낸 시간이 더 길기 때문에 박훈정 감독이 북한과 남한의 중간 정도로 해달라고 했다. 또 실제 북한의 브이아이피들이 세련됐다고 해서 감을 잡는데 힘이 들었다. 함께 출연한 박희순 선배의 톤을 많이 참고했다.
10. 군 입대를 연기한 이유는?
이종석: 실제로 입대를 계획했다. 차기작도 생각했는데 일단 입대 하게 되면 영화에 피해가 될까 걱정이 돼서 감독에게 다른 캐스팅을 알아보시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군대를 연기하게 됐지만 ‘브이아이피’는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몇 년 만에 한 영화이기도 하고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드라마 방영도 얼마 남지 않아서 이 일정을 잘 소화하고 싶었다.
이종석: 저는 원래 괴롭게 작품을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브이아이피’ 만큼은 계산이나 생각을 안 하고 임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박훈정 감독과 선배들한테 몸을 맡겼다. 편하게는 촬영했지만 사실 불안감은 컸다. ‘내가 준비를 더 했어야 했는데 이상하게 나오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 말이다. 하지만 선배들이 잘 도와준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10. 결과를 보니 내려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던가?
이종석: 내려놓길 잘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연기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브이아이피’에서 그럴 수 있었던 건 박훈정 감독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었다. 정말 연기를 처음 하는 사람처럼 ‘여기서 손을 들어요? 말아요?’ ‘어느 정도로 웃어요?’라며 일일이 다 물어봤다.
10. 드라마 ‘W(더블유)’ 전까지 1년 간의 공백이 있었는데?
이종석: 그 시기, 슬럼프가 심하게 왔다. ‘닥터 이방인’을 찍을 당시 캐릭터 연구를 정말 많이 해서 전력 투구했다. 5부까지 방송이 나가고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 그 후에 멘탈 붕괴가 왔다. 자아와 캐릭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심하게 부딪혔다. 너무 힘들었다. 촬영 중간에 송강호 선배가 ‘연기 아주 좋다’고 응원 문자를 보내주셔서 그 힘으로 버텼다. 그리고 ‘피노키오’를 찍고 1년 간 쉬었다. ‘피노키오’를 안 찍었으면 공백은 더 길었을 수도 있다.
10. 지금은 슬럼프를 극복 했나?
이종석: 아직 완벽하게 극복하진 못했다. 여전히 그 지점들이 많이 대립하고 있다. 그래서 ‘브이아이피’를 선택했다. 어찌 보면 모험이고 시기상조였다. 저에게는 돌파구의 의미였다. 나하고 완전히 다르고 공감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해소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 덜 괴로운 작품이었다.
10.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이종석: 배우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들이 있다. 나도 내가 갖고 있는 것이 뭔지 알고 사람들이 내게서 원하는 걸 안다. 내가 가진 것들을 최대한 빨리 많이 소진시키고 싶다. 그렇게 되면 들어오던 시나리오 대본도 줄어들 것이고 관객도 나에 대한 기대가 줄 것이다. 끝까지 밀어붙이면 나한테서도 새로운 게 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들도 마감 시간 정해놓으면 글이 나오듯이 저도 밀어붙이면 새로운 걸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찾지 못하면 사라지겠지만… 이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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