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아버지가 이상해’ 이유리 / 사진=방송 화면 캡처
KBS2 ‘아버지가 이상해’ 이유리 / 사진=방송 화면 캡처
‘왔다! 장보리’ 연민정은 온갖 악행을 다 저지르며 ‘국민악녀’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하지만 그는 왠지 대중들의 관심 속에 있었다. 캐릭터에 완벽 몰입한 이유리의 연기력 덕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한 집안의 악동으로 변신했다. 이 역시 미워할 수가 없다.

이유리는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극본 이정선, 연출 이재상)에서 변씨 집안의 둘째 변혜영 역으로 열연 중이다. 잘 나가는 대형로펌의 변호사로, 자기중심적이고 독설도 서슴지 않는 ‘센 언니’다.

변혜영은 첫 등장부터 눈길을 끌었다. 화기애애한 집안에서 유일하게 표정을 구기고 제 할말을 톡톡 해냈다. 막내 변라영(류화영)과는 사사건건 으르렁거렸고, 고시생인 오빠 변준영(민진웅)이 여자친구를 사귄다는 사실을 안 이후엔 자존심을 긁는 독설까지 내뱉으며 긴장감을 유발했다.

대학시절 연인 차정환(류수영)과 다시 재회를 하면서 캐릭터에 입체감이 더욱 살아났다. “왜 나를 찼냐”며 끈질기게 연락하는 차정환을 쿨하고 도도하게 무시하는 듯하면서도 순간의 감정으로 그와 키스했고, 결국 재결합에 이어 동거까지 하게 됐다. 차정환에게 들이대는 후배 임연지(김다예)의 여우짓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걸크러시를 뽐냈다.

변혜영의 매력은 마냥 저돌적인 인물만은 아니라는 점에 있다.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쏟는 아빠 변한수(김영철)의 등을 보며 울컥했고, 차정환의 존재를 숨기고 친구와 동거를 한다고 거짓말 하면서 죄책감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 9일 방송된 12회에서는 변혜영의 과거사와 함께 가족을 향한 끓는 사랑이 공개됐다. 그는 8년 전 최정환의 엄마 오복녀(송옥숙)로부터 아들과 헤어져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힘든 가정 형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혜영은 그 길로 최정환에게 이별을 고했고, 두 사람의 악연인 듯한 인연은 8년 동안 지속된 것.

변혜영은 그런 오복녀와 다시 만났다. 이날 오복녀가 자신의 엄마 나영실(김해숙)을 도둑으로 몰며 괴롭힌다는 것을 확인했다. 단번에 차정환의 엄마라는 사실을 안 변혜영은 오복녀를 향해 법적인 조항을 읊으며 고소를 할 거라고 소리쳤다. 직접 고소장을 들고 오복녀의 가게로 찾아가 “사과를 하지 않으면 고소를 하겠다”며 오복녀를 당혹케 하기도.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변혜영은 자신의 엄마를 감싸는 차정환에게 다시 이별을 통보했다. 차정환은 “이번은 우리 엄마 때문이라고 치자, 8년 전에는 날 왜 찼냐”고 물었다. 변혜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냥 차가워 보였던 변혜영이 나영실 앞에서 분노를 터뜨리며 “나 욕하는 건 참아도 우리 가족 욕하는 건 못 참는다”고 소리치는 모습은 놀라우면서도 왠지 짠했다.

이유리는 걸크러시를 유발하는 태도 안에 감춰진 진한 속내를 살짝 내보이며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여기에 간혹 드러나는 허당기는 극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유리의 통쾌한 활개가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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