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화랑’ / 사진=방송 화면 캡처
KBS2 ‘화랑’ / 사진=방송 화면 캡처
‘유종의 미’, 어떤 일 따위의 끝을 잘 마무리하는 성과를 의미한다. ‘화랑’이 그랬다.

지난 21일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화랑’(극본 박은영, 연출 윤성식 김영조) 최종회에서는 온전히 왕좌를 되찾는 삼맥종(박형식)과 결혼을 약속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선우(박서준)·아로(고아라)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선우와 삼맥종은 서로 왕좌를 노리며 날선 대립을 보였다. 박영실(김창완)은 선우를 왕좌에 앉힌 후 자신이 신국을 차지하려는 속셈을 드러냈다. 왕 자리를 앞에 두고 삼맥종은 변했다. 사랑하는 여인 아로(고아라)를 가두며 인질로 삼았고 화랑들 앞에 냉정한 왕의 모습으로 섰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선우와 삼맥종의 계략이었다. 선우는 삼맥종이 제대로 된 신국을 세우기 위해 박영실이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이를 위해 왕좌를 노리는 척 연기했던 것. 왕위에 앉는 삼맥종을 막으며 막말을 하는 박영실과 그의 기대에 부흥하듯 나타난 화랑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던 찰나, 선우를 포함한 화랑들은 삼맥종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박영실은 쫓겨났다.

진전 없던 로맨스도 정리됐다. 삼맥종은 아로를 향한 마음을 접었고 아로는 선우에게 달려가 키스했다. 6개월이 흐른 뒤, 성골 신분이 혼란을 야기할까 왕경 밖에서 생활하던 선우가 돌아와 아로에게 청혼했다. 선우와 삼맥종 역시 왕과 신하 사이를 넘어 진한 우정을 나눴다.

이상한 욕심으로 삼맥종은 물론 극 전체를 흔들었던 지소(김지수)는 비로소 안지공(최원영)에게 그간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며 죽음을 맞았다.

‘화랑’은 100% 사전제작 드라마였다. 비교적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소위 쪽대본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 극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화랑’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화랑들의 이야기가 아닌 신국을 향한 권력자들의 다툼이 극의 주축을 이뤘고 답답한 로맨스까지 곁들여졌다. 배우들의 연기에 비해 힘이 약한 스토리는 매 회 방송 때마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화랑’은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간 볼 수 없었던 빠르고 통쾌한 전개가 극의 몰입을 높였다. 예상이 가능한 전개였음에도 몰락하는 박영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속을 시원하게 했고, 밀당을 버리고 결혼을 약속하는 선우와 아로의 모습은 설렘을 유발했다.

삼맥종과 선우를 포함한 화랑들은 신국의 땅을 넘보는 남부여 태자를 저지하기 위해 말을 타고 달렸다. 어리숙한 모습을 지우고 화랑으로서 늠름하게 성장한 이들의 모습은 드라마의 성패를 넘어 울림을 선사했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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