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역적’과 ‘김과장’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현실의 고충을 드러내고 ‘갑질’하는 이들에게 통쾌한 한방을 날리며 환호를 받고 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입소문을 제대로 탔다.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 연출 김진만, 이하 역적)은 방송과 동시에 시청률 10%(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2위로 안착했다. KBS2 ‘김과장’(극본 박재범, 연출 이은진)은 SBS ‘사임당, 빛의 일기’를 꺾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 현실 담았다
‘역적’은 홍길동의 이야기를 그린다.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이 아니다. 조선 연산군 시절 실존했던 인물을 바탕으로 한다. 본격 홍길동의 활약에 앞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건 홍길동의 아버지이자 노비의 운명을 타고난 씨종(대대로 내려가며 종노릇을 하는 사람) 아모개(김상중)였다. ‘역적’은 홍길동에게 ‘씨종의 아들’, ‘역사’라는 설정을 부여한 팩션사극이지만 역사에 기반을 뒀다. 아모개는 씨종의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다 ‘아기장수’로 태어난 아들 홍길동을 온전히 키우기 위해 운명을 거스른다. 운명을 거부한 그로인해 아내 금옥(신은정)이 주인댁인 조참봉(손종학)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지만, 그 죄의 대가는 컸다. 양반들의 부당한 ‘갑질’은 현 시대와도 맞닿는다.
‘김과장’은 ‘삥땅 전문 경리과장’ 김성룡(남궁민)이 더 큰 한탕을 위해 TQ그룹에 필사적으로 입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정과 불합리와 싸우며 무너져가는 회사를 살리는 이야기다. 극은 부조리가 가득한 대기업을 배경으로 고군분투하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TQ그룹은 중국 기업과의 계약을 위해 TQ택배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노조를 결성한 택배직원들은 하루 16시간까지 일하고,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어 방광염에 걸리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부장의 모습도 담았다. “인생이나 마찬가지”였던 회사에서 대기실 발령을 받은 총무부 22년차 오부장(홍성덕)의 모습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하에 진행되는 회사의 폭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오부장은 대기 발령을 회사 탓이 아닌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작품 모두 현시대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 우리의 모습과 잘 맞아 떨어지는 현실적인 이야기다. ‘역적’은 사극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가 금수저, 흙수저 등 계급론으로 나뉘고 있는 상황에서 공감을 자아내는 면이 많다. 이런 것들이 작품의 완성도가 결합되며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했다.
◆ 통쾌하다
현실을 담은 두 작품은 짜릿한 통쾌함까지 전한다. ‘역적’에서 아모개는 조참봉을 살해한다. 아모개는 당연히 죽을 상황이었지만 지혜로 이 상황을 타개한다. 아모개는 조참봉이 폐비 윤시와 내통한 사실을 알고 ‘강상죄’의 칼날을 참봉 부인(서이숙)에게 돌렸다. 결국 그는 무죄로 풀려났고, 참봉 부인은 아모개에게 사과를 했다. 이 모습은 쾌감을 불어넣기 충분했다. 족쇄와도 같던 노비의 굴레를 벗어던진 아모개는 익화리의 큰 어르신이자 장사꾼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했다. 물론 이 통쾌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모개와 참봉부인의 대립이 끝나지 않은 것. 아모개는 기득권의 악랄함에 무릎을 꿇었다. 이제 그의 아들인 홍길동(윤균상)이 나설 차례다. 향후 드라마는 씨종의 자식임에도 민심을 사로잡은 홍길동과 임금임에도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 연산(김지석)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줄 예정이다. 진정한 리더십의 부재로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역적’은 대중의 마음을 얻기 위한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짚어낼 전망이다.
김성룡의 꿈은 10억을 모아 덴마크로 가는 것이다. TQ그룹에서 한탕 제대로 챙기려 경력직 직원으로 입사하지만 얼떨결에 전 경리과장의 부인을 구함으로서 의인이 된다. 의인의 행보는 계속됐다. 회사 돈을 흥청망청 쓰는 TQ그룹 회장 아들을 혼쭐내기도 했다. 물론 여기까지는 모두 실수(?)에 가까운 거였다. 하지만 김성룡은 택배 노조원들의 불합리한 노동환경과 처우에 가슴아파했고, 자살하려는 오부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대한민국 어디 한 군데 안 썩은 데가 없고, 안 허술한 데가 없잖아.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이야”, “일찍 일어난 똥개가 따뜻한 똥을 먹는 거야” 등 풍자와 해학이 담긴 박재범 작가의 ‘사이다’같은 톡 쏘는 대사들도 연일 화제다.
◆ 열연한다
배우들의 열연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을 더한다. 왕, 양반 역할을 자주 맡아왔던 김상중은 노비마저도 자신만의 색깔로 그려내며 명불허전 연기력을 입증 받았다. 비루한 옷차림과 아무렇게나 틀어 올린 머리에도 그만의 위엄과 근엄함은 큰 어르신으로 거듭나는 아모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양반에게 모든 재물을 빼앗기고 죽은 아내를 지켜봐야 할 때 김상중은 처절했다. 콧물까지 흘리며 절규하는 그의 모습은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로운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통통한 볼살의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가족이 부당한 일을 당하면 참지 못해 씩씩거리며 힘을 발휘한다. 당차고 똘똘한 연기부터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변했다는 죄책감 등 다채로운 표현력으로 주목할 만한 아역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5회부터 본격 등장한 성인 홍길동의 윤균상의 존재감도 빛났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했던 그는 여동생이 납치를 당하자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역사’ 홍길동으로 변모했다. 담대하고 먹먹했던 윤균상의 활약은 이제부터다.
남궁민은 코미디부터 진정성 가득한, 변화무쌍한 김성룡을 연기 중이다. 남궁민은 제대로 ‘삥땅’을 치려는 양아치 같은 모습에서 의인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이질감 없이 표현하고 있다. 코믹할 땐 마음껏 망가진다. 그러나 진지할 때는 한없이 진지하다.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하다. 그가 자살하려는 오부장에게 건넨 위로와 일침은 회사를 자신의 전부로 알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다. 2PM 준호 역시 발군의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그는 TQ그룹 재무이사로 그룹의 악행을 돕는 악역 서율 역을 맡았다. 서율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다. 윤하경(남상미)을 짝사랑하지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순수한을 간직한 인물로 이준호의 ‘반전미’가 빛난다. 이준호는 ‘베테랑’ 남궁민과 팽팽하게 대립할 때도 밀린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며 ‘배우 이준호’의 재발견을 이뤄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 현실 담았다
‘역적’은 홍길동의 이야기를 그린다.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이 아니다. 조선 연산군 시절 실존했던 인물을 바탕으로 한다. 본격 홍길동의 활약에 앞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건 홍길동의 아버지이자 노비의 운명을 타고난 씨종(대대로 내려가며 종노릇을 하는 사람) 아모개(김상중)였다. ‘역적’은 홍길동에게 ‘씨종의 아들’, ‘역사’라는 설정을 부여한 팩션사극이지만 역사에 기반을 뒀다. 아모개는 씨종의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다 ‘아기장수’로 태어난 아들 홍길동을 온전히 키우기 위해 운명을 거스른다. 운명을 거부한 그로인해 아내 금옥(신은정)이 주인댁인 조참봉(손종학)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지만, 그 죄의 대가는 컸다. 양반들의 부당한 ‘갑질’은 현 시대와도 맞닿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작품 모두 현시대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 우리의 모습과 잘 맞아 떨어지는 현실적인 이야기다. ‘역적’은 사극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가 금수저, 흙수저 등 계급론으로 나뉘고 있는 상황에서 공감을 자아내는 면이 많다. 이런 것들이 작품의 완성도가 결합되며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했다.
◆ 통쾌하다
현실을 담은 두 작품은 짜릿한 통쾌함까지 전한다. ‘역적’에서 아모개는 조참봉을 살해한다. 아모개는 당연히 죽을 상황이었지만 지혜로 이 상황을 타개한다. 아모개는 조참봉이 폐비 윤시와 내통한 사실을 알고 ‘강상죄’의 칼날을 참봉 부인(서이숙)에게 돌렸다. 결국 그는 무죄로 풀려났고, 참봉 부인은 아모개에게 사과를 했다. 이 모습은 쾌감을 불어넣기 충분했다. 족쇄와도 같던 노비의 굴레를 벗어던진 아모개는 익화리의 큰 어르신이자 장사꾼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했다. 물론 이 통쾌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모개와 참봉부인의 대립이 끝나지 않은 것. 아모개는 기득권의 악랄함에 무릎을 꿇었다. 이제 그의 아들인 홍길동(윤균상)이 나설 차례다. 향후 드라마는 씨종의 자식임에도 민심을 사로잡은 홍길동과 임금임에도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 연산(김지석)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줄 예정이다. 진정한 리더십의 부재로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역적’은 대중의 마음을 얻기 위한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짚어낼 전망이다.
◆ 열연한다
배우들의 열연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을 더한다. 왕, 양반 역할을 자주 맡아왔던 김상중은 노비마저도 자신만의 색깔로 그려내며 명불허전 연기력을 입증 받았다. 비루한 옷차림과 아무렇게나 틀어 올린 머리에도 그만의 위엄과 근엄함은 큰 어르신으로 거듭나는 아모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양반에게 모든 재물을 빼앗기고 죽은 아내를 지켜봐야 할 때 김상중은 처절했다. 콧물까지 흘리며 절규하는 그의 모습은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로운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통통한 볼살의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가족이 부당한 일을 당하면 참지 못해 씩씩거리며 힘을 발휘한다. 당차고 똘똘한 연기부터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변했다는 죄책감 등 다채로운 표현력으로 주목할 만한 아역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5회부터 본격 등장한 성인 홍길동의 윤균상의 존재감도 빛났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했던 그는 여동생이 납치를 당하자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역사’ 홍길동으로 변모했다. 담대하고 먹먹했던 윤균상의 활약은 이제부터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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