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래퍼 딘딘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래퍼 딘딘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출발은 Mnet ‘쇼미더머니2′(2013)였다. 귀염성 있는 외모에 당혹스러울 정도의 솔직함을 갖춘 예비 래퍼, 그것이 딘딘의 처음이었다. 그리고 JTBC ‘마녀사냥’에서 신동엽마저 당황하게 만든 거침없는 입담으로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예능형 래퍼’의 길을 걷게 된 것도 그 즈음부터다. 지난 2016년, 딘은 생애 최고로 바쁘게 살았다.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만 여섯, 그러면서 OST, 컬래버레이션, 싱글 음반 등 음악적인 발전도 보여줬다. 이따금씩 음악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에서 래퍼로 당당히 무대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딘딘은 2017년 역시 음악과 예능을 오가며 더욱 활발히, 그리고 더 즐겁게 활동할 계획이다. 워낙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딘다는 그는 피곤해도 일터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나’를 보여주는 게 마냥 행복하다. 올 한 해, 이룰 수 있을 정도의 목표를 세우고 꽃다운 걸 해보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10. ‘대세’답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딘딘 : 즐겁게 하고 있다.(웃음) 일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러지 않았다면 못 했다. 얼굴에 모든 게 드러나서, 아무리 피곤해서 일하러 갈 때 재미있더라.

10. 지난해의 목표가 광고 하나, 고정 예능프로그램 하나였는데 성과가 굉장하다.
딘딘 : 고정 예능프로그램이 6개이고, 광고도 좀 찍었다.(웃음)

10. 그렇다면, 2017년의 목표는 어떤가.
딘딘 : 이루지 못하면 실망스럽지 않나. 이번에는 광고 두 개, 고정 예능프로그램 두 개가 목표다.

10. 목표가 현재보다 낮은 것 아닌가.(웃음)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늘 바라고 있는데, 음악이 저평가 될 것이란 우려는 없나 보다.
딘딘 : 좋은 음악은 변함없이 좋은 음악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내가 조금이라도 더 알려지면,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음악이란 건 변질되지 않으니까 괜찮다.

10. 음악 하는 모습을 빨리 보여주고 싶다는 조급함은 없나. 지금이라면, 누구라도 딘딘의 음악을 들을 시기니까.
딘딘 : 요즘 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나에게 기대를 하시는지(웃음) 전에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기대치가 높아져서 부담스럽다. 하던 대로 해야지.(웃음)

10. 곡은 일기장 같은 것이라고 했던데, 그 시기의 감정을 담아낸다고. 앞으로 나올 곡은 어떤 느낌일까.
딘딘 :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행복 전도사가 되는 거다.(웃음)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는 부정적인 가사만 나왔다. 주위에서 “왜 이렇게 공격적이냐”고 할 정도였다. 어느새 내가 듣는 이들을 타이르고 있더라. ‘그런 말하지 마, 조금씩 알아 가면 되지 않니’.(웃음)

10. 바쁜 중에도 음악 작업은 꾸준히 하고 있나.
딘딘 : 그건…실생활, 습관 같은 거다. 요즘은 대부분 자동차로 이동할 때, 또 술을 마시다가 영감이 떠오르는데 휴대전화에 저장해두고 곡 작업을 같이 하는 스태프들에게 전달한다. 그럼, 형들이 구성을 하고 작업이 시작되는 식이다.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걸 늘 하고, 좋아한다.

10. 최근에 그림을 그린 것이 있다면?
딘딘 : 딘과 만나는 거다. 딘과 딘딘, 그리고 쌈디가 뭉쳐서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건데, 우리는 ‘쓰리디(D)’이다.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쌈디까지는 하겠다고 했는데, 딘을 만나지 못 했다.(웃음)

10. 딘은 친분이 있는 사이였나.
딘딘 : 한 번쯤 마주칠 법도 한데, 한 번도 못 봤다. 이름의 연관성이 있으니까 가는 곳마다 듣곤 했다. 요즘 나도 열심히 살고 있으니, 아마 딘도 그럴 것 같다.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딘에게는 위험이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10. 눈빛이 반짝인다. 뭔가를 구상하는 그 시작이 즐거운가 보다.
딘딘 : 뭔가 떠오르면 바로 적어놓는다. 딘과 딘딘 그리고 쌈디의 ‘쓰리디’, 뮤직비디오 느낌이나 곡의 콘셉트를 거침없이 쭉쭉 썼다. 사실 작업 중에 구상할 때가 가장 즐겁다. 우선 떠올라야 작업이 되는 거니까, 과정이 가장 해복하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게 말이다. 막힘없이 착착 나올 때가 있다. 잘 풀어지는 때가.

10. 올해는 딘딘의 음반을 기대해도 될까.
딘딘 : 사실 미니음반 발표가 목표이긴 한데, 딘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좋은 스타트를 열고 싶다.(웃음)

10. 예능에는 고정이든, 게스트든 맹활약을 펼친다. 올해의 시작인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부터 ‘라디오 스타’에서도.
딘딘 : 사실 즉흥적으로 나오는 거다. ‘라디오 스타’의 경우에는 출연 전 작가와 전화 통화를 3시간 정도 했다. 자연스럽게 잊고 있었던 일화도 나오고, 생각하지 못했던 걸 꺼내주시는 거다.

10.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다. 생활이 단조롭다면 절대 나올 수 없지 않나.
딘딘 :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바쁘게 지내는 것 같다. 피곤하면 쉬긴 하는데, 사람을 자주 만난다. 일이 끝나고 난 다음에도 같이 방송한 분들과 술을 한잔한다든지, 지인들을 만나는 식이다.

10.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딘딘 : 맞다. 많이 만난다. 지금 목소리가 평소처럼 나오지 않는데, 병원에서 말을 많이 해서 그렇단다. 방송이 끝나고 집에서 쉬면서 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일이 끝나고 사람들 만나서도 계속 떠드니까.(웃음) 오히려 즐겁다. 대기실에서도 계속 떠들고 있다. 내가 말할 때 누군가 웃는 게 좋다.

딘딘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딘딘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사실 딘딘이 ‘예능형 래퍼’라는 가능성을 보여준 건 ‘마녀사냥’이었다. 당시 충격적일 정도로 거침이 없어서, 여전히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다.(웃음)

딘딘 : 잃을 것도 없었고(웃음)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의 색깔이 있지 않나. 거기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솔직한 방송이고 어른들이 보는 거니까. 일식집 가서 한식을 먹을 수는 없지 않나. 알고 보니, 유세윤이 추천을 해줘서 나갈 수 있었다. 그전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잠깐, 그것도 짧은 코너를 통해서 본 것뿐인데 제작진에게 나를 추천했다고 해서, 감동이었다. 형에게 물었더니, 담담하게 “그냥”이라며 “재미있을 거야”라고 하시더라. 그때 반응이 좋았고, 사실 그 덕분에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10. 예능인이 아닌데, 쉽게 적응했다.
딘딘 : 예능에 대한 거부감을 가져본 적이 없다. 래퍼가 방송을 하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생긴 것 같은데, 어디서 온 지도 모르겠고 이유도 모르겠다. 정작 힙합의 본고장인 미국의 래퍼들은 예능에 나가서 광대 분장을 하고, 웃음을 주려고 수염을 미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비판을 해야 하고, 센 모습으로만 비춰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나는 유쾌한 사람이고, 음악에도 그게 잘 묻어나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혹자들은 ‘래퍼가 예능을 왜 하느냐’고 하시기도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10. 그럼에도 음악과 예능은 구분을 짓나.
딘딘 : 음악과 예능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주위에서의 걱정이 뭔지도 안다. 방송에서는 밝고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진지한 음악을 했을 때 그걸 대중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스스로는 그런 걱정은 없다. 음악은 음악이고, 음악이 좋으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10. 그걸 몸소 증명한 것이 지난해 말 보여준 MBC ‘무한도전’의 역사 특집 무대였다.
딘딘 : ‘무한도전’으로 편견을 깬 거다. 래퍼라는 걸 보여드렸고,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덕분에 다이내믹했다.

10. 사실 물 흐르듯, 거침없이 잘 되고 있다. 최고 바쁜 래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딘딘 : 지난해 들어오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 연습 기간이라고 생각했다. 주위에서 ‘너무 많이 한다. 지나치게 소비되고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주위의 걱정을 들으니 마음이 조금 흔들렸는데, 양세형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그런 생각하지 말아라.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인데, 얼마나 좋으냐”고 ‘즐겁게 연습하다 보면 달라지는 걸 느낄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네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다 보지는 않는다. 그러니 걱정 말라”고 해줬다. 나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 자꾸 그러니까 혼란스러웠는데, 양세형 덕분에 말끔히 해소됐다. 마치 아빠에게 인정받은 것처럼 좋았다.(웃음)

10. 실제 아빠에게도 인정받았을 것 같은데.
딘딘 : 우리 집에서 내가 왕이다.(웃음)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일이 새벽에 끝나도 엄마는 기다리고 계신다. 장난으로 “엄마, 아빠는 이런 아들 있어서 행복하겠어. 나도 이런 아들 낳고 싶다”고 한다.(웃음) 아빠는 고맙다며 우신다.

10. 부모님과 같이 사나보다.
딘딘 : ‘마녀사냥’에 나갔을 때는 혼자 살았는데, 너무 무너지더라. 생활 리듬도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흔들리고 불규칙하게 사는 거다. 헛돈이 나간다는 생각도 들고. 아직은 혼자 살 때가 아닌 것 같다. 하긴..혼자 살아야 ‘나 혼자 산다’에 나갈 수 있는데.(웃음)

10. 화려하게 막을 올린 2017년, 딘딘의 계획이 궁금하다. 아, 담배는 끊었나.
딘딘 : 끊을까…고민 중인데,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영향이 너무 커서, 사람들이 자꾸 웃는다.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저 아니에요, 아무 문제 없어요”라고 말할 정도다.(웃음) 금연…노력해 볼 것이다. 약속은 못한다.(웃음) 딘과의 컬래버레이션을 꼭 이루고 싶다. 가능한 빨리. 미니음반을 준비하고 있으니 올해는 발표하고 싶고, 해외여행도 한 번 다녀오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슬리피와 계회을 세우고 날짜도 정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서 취소했다. 아, 그리고 여자친구도 만나고 싶다. 꽃다운 걸 하고 싶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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