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안투라지’ 포스터 / 사진=tvN 제공
‘안투라지’ 포스터 / 사진=tvN 제공
‘안투라지’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아쉽게도 좋은 의미는 아니다. ‘안투라지’는 미국 HBO에서 방영된 동명 드라마의 세계 최초 리메이크작으로 화제성은 물론 출연진과 초호화 카메오 라인업 등 방영 전부터 ‘역대급’ 드라마를 예고했다. 그러나 시청률은 2회 만에 반토막났고,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극과 극이다. ‘안투라지’,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 2.264%→1.162%, 시청률 반토막

지난 4일과 5일 방송된 tvN ‘안투라지’(극본 서재원 권소라, 연출 장영우)는 높은 화제성으로 출발했다. 조진웅·서강준·이광수·이동휘·박정민 등 ‘대세’ 배우들이 출연했고, 하정우·김태리·강하늘·아이오아이·박찬욱 감독 등 스타 카메오 출연을 예고했다. 앞서 국내 최초로 미드를 리메이크한 tvN ‘굿와이프’의 좋은 선례 역시 ‘안투라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였다.

그러나 ‘안투라지’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4일 2.264%(닐슨코리아 케이블플랫폼)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2회 1.162%를 기록했다. 시청률이 반토막났다. 심야 시간에 방송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안투라지’ 이름값에 비하면 다소 심심한 시청률이다. 전작인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는 평균 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안투라지’는 차세대 스타로 떠오른 차영빈(서강준)과 그를 톱스타로 만드는데 올인한 매니지먼트 대표 김은갑(조진웅), 그리고 차영빈의 친구들인 차준(이광수)·이호진(박정민)·거북(이동휘)의 연예계 일상을 담은 특별한 케미스토리를 그린다. 미국 HBO에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총 여덟 시즌을 방송하며 인기를 모았던 동명 드라마의 세계 최초 리메이크 버전이다.

원작은 전 세계 스타들이 모이는 할리우드의 현실을 거침없이 그려냈다. 블랙 코미디와 남자판 ‘섹스 앤 더 시티’로 불릴 만큼 직설적인 발언과 마약, 폭력, 성생활 같은 높은 수위를 특징으로 한다.

‘안투라지’ 포스터 / 사진제공=tvN
‘안투라지’ 포스터 / 사진제공=tvN
◆ 자극적 전개·카메오에 기댄 안일한 전개

베일을 벗은 ‘안투라지’는 화려했다. 또 자극적이었다. 1회 초반부부터 서강준·이광수·박정민·이동휘가 중요 부위만 가린 채 목욕탕에서 목욕을 했다. 눈 돌릴 곳 없는 살색 천하였다. 서강준과 이태임의 농도 짙은 키스신과 비키니를 입고 서강준을 유혹하려는 듯했던 클라라의 모습도 등장했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수위였다. 주요 인물들은 ‘오른손과 연애한다’ ‘남자가 진짜 힘들고 지쳤을 때 여자의 찌X에 기대면 바로 잠이 든다’ ‘이 대본 보고 내 불X에 소름이 쫙 돋았다’ 등 다소 저급한 19금 멘트를 남발했다.

물론 카메오는 화려 그 자체였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에서 보는 하정우는 반가웠다. 박찬욱 감독은 어색했지만 그의 드라마 출연은 신선했다. 김태리·이태임·마마무·아이오아이·클라라·봉만대 감독·야구선수 김광현 등 빛나는 카메오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그 뿐이었다. 수많은 카메오들의 출연은 오히려 산만했다. 연예계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스타 카메오를 동원했지만, 시청자들이 ‘안투라지’를 현실 그대로 인식할 일은 만무하다. 탄탄한 스토리보다 화려한 카메오에 중점을 맞춘 패착이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시청자들의 원성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안투라지’ 1, 2회에서 보여준 것은 연예계의 이면보다는 주인공인 차영빈·차준·이호진·거북의 화려한 삶과 ‘브로맨스’였다. 시도 때도 없이 모여 다니는 네 사람의 관계가 쉽게 공감이 되지 않을 뿐더라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쿨’해 보이는 차영빈과 두 사람 옆에서 끊임없이 장난을 쳐대기 바쁜 차준과 거북의 모습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클럽에 온 듯 끊임없이 이어졌던 BGM은 극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로 지적됐다.

‘안투라지’ 화면 캡처 / 사진=tvN 제공
‘안투라지’ 화면 캡처 / 사진=tvN 제공
◆ 화제작→문제작, 반등할 수 있을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서는 다르다. 미국에서는 드라마를 볼 때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따진다면 우리나라는 ‘왜 이 드라마를 봐야 되는지’라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아직 1, 2회 밖에 공개가 되지 않았지만 ‘안투라지’는 그 이유가 부족했다. 주된 스토리 없이 자극적인 전개로만 극을 이끌어가려고 하다보니까 혹평이 나오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적인 정서가 잘 드러나면 반등의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한다. 1, 2회에서 끈끈한 우정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타개하는 과정들이 조금 나왔는데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정서적으로 맞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갑과 이호진의 대립은 ‘안투라지’가 보여줄 방향성이었다. 차영빈의 차기작을 두고 소속사 대표인 김은갑과 매니저인 이호진이 대립하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김은갑은 차영빈을 어떻게든 ‘잘 될 것 같은’ 드라마에 출연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호진은 소신껏 차영빈에게 어울리는 작품을 추천했다. 이 과정서 소속사 대표와 스타를 관리하는 매니저의 고충이 짧게나마 드러나며 궁금증을 자극했다.

제작진 역시 “1, 2화를 통해 김은갑·차영빈·차준·이호진·거북 캐릭터가 가진 개성을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3화부터는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되며 새로운 재미를 전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전했다. 공개와 동시에 화제작에서 문제작으로 전락한 ‘안투라지’. 과연 반등할 수 있을까? 3화는 11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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