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현 시국 꼬집는 사이다 재난영화 될까(종합)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김남길, 정진영, 문정희, 김대명, 강신일, 김주현, 유승목, 박정우 감독이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판도라’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판도라’가 ‘터널’ ‘부산행’을 이어 2016년 하반기 최고의 재난영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는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자리에는 박정우 감독과 김남길·문정희·정진영·강신일·김대명·유승목·김주현이 참석했다.

영화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원전 사고까지 터진 한반도에서 더 큰 재난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린다. 박정우 감독은 “영화 ‘연가시’를 준비할 때, 다양한 재난을 접하게 됐다. 그러다 원전 사고에 대한 자료를 봤고 창작인의 입장에서는 괜찮은 소재라고 생각을 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이후에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 내 상식으로는, 일본과 가까운 우리나라도 조치를 취하고 점검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개선 없이 오히려 원전이 더 많이 생겼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영화를 연출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재난영화 속에서 배우들의 깊은 감성 연기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김남길은 “극의 소재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어릴 때의 연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전의 소장을 연기하는 정진영은 “진실성을 전달하기 위해 공부가 필요했다”라고 고백했다. 배우들과 함께 원전의 실태 등에 대해 공부를 하며 연기적으로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다는 것.

강신일은 김대명의 아버지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 “사실 누구의 아버지를 연기하는 게 낯설고 어색하다”라며 “우리 형제 같지 않나?”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김대명은 “연기를 잘 해서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재미보다는 더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며 ‘판도라’에 대해 얘기했다.

문정희는 “김남길과 함께 영화를 한다고 하니 ‘그의 여자’냐고 묻더라. 아쉽게도 나는 김남길의 형수로 등장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며 “분위기를 위해 공기에도 약을 뿌려 숨을 편하게 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촬영했다”라고 말했다. 김주현은 선배 배우들과 연기한 것에 대해 “처음에는 많이 어려워 걱정을 했는데, 이후엔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라며 화기애애했던 현장을 회상했다.

영화 ‘판도라’ 스틸컷

극에는 시민들의 안전보다 자신들의 이익이 더 중요한 정부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길 예정이다. 그만큼 박 감독과 배우들은 강한 책임 의식을 보였다. “4년 전에 쓴 시나리오가 현 시국과 맞닿아 있어서 깜짝 놀랐다”라고 말하며 “이번 영화는 단순히 상업적인 것을 추구한 것이 아니다. 사명감을 갖고 맞들었다. 진지하고 전투적으로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판도라’에서 원전의 소장을 연기하는 정진영은 “시나리오를 보고, 원전에 대한 심각성과 우리나라 관계자들의 안일한 태도가 떠올랐다”라며 “사회의 많은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외압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 감독은 “나도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감독으로서, 영화를 제작할 때 스스로 자체검열을 하는 상황이 화가 나고 우울하다. 민감한 소재로 만든 영화라 각양각색의 반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동을 하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관심이다. 지금도 목격하고 있는 일이지만, 대중의 관심이 사회를 건전하게 바꾼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정진영 역시 ”창작자가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 불이익 당할 것을 걱정하는 사회는 못된 사회”라고 꼬집으며 “표현의 자유가 있어야지 민주주의 국가 아닌가”라고 사이다 발언을 했다.

2016년에는 재난영화 ‘터널’과 ‘부산행’이 각각 700만, 1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떤 터. ‘판도라’가 그 뒤를 이어 2016년 하반기 흥행작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졌다. 영화 ‘터널’에 이어 두 번째로 재난영화에 참여한 유승목은 “더 안전하게 살기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진영은 “판도라 안에는 온갖 불행과 불안이 가득했다. 그 안에는 희망도 있었다. 우리 영화가 끔찍하고 무서운 세상을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살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오는 12월 개봉.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