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 / 사진=방송 화면 캡처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 / 사진=방송 화면 캡처
배우 박보검의 시대가 도래했다. 박보검이 왕세자 이영을 만났다. 회를 거듭할수록 승승장구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 연출 김성윤 백상훈)의 중심에는 그가 있었다.

사극도 문제없다장르불문 환상 비주얼

박보검과 사극의 만남은 옳았다. 데뷔 이후 줄곧 현대극과 복고 시대극에서 활약하던 박보검이 상투를 틀고 곤룡포를 입었다.

전작 tvN ‘응답하라 1988’의 성공에 대한, 첫 사극에 대한, 심지어 메인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을 터. 하지만 박보검은 가능성을 확신으로 만들었다. 그는 곤룡포를 제 옷인 양 입고 연기에 날개를 달았다. 순박하게 생겼지만 깊은 눈빛을 지닌 박보검의 외모는 외유내강의 왕세자 이영(박보검)을 표현하기에 적절했다.

사극 말투도 문제없었다. 마냥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속은 깊은 이영의 성격을 드러내는 반전 말투가 여심을 사로잡은 것. 박보검은 명령조의 정통 사극말투와 “뭘 뺏겨본 적이 없어 내가” 등의 묘한 세미 사극말투를 섞으며 이영의 매력을 배가했다.

특히 극 최종회에서는 조선의 왕이 된 이영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왕좌 대신 계단에 쪼그려 앉았다. 백성과의 높낮이, 신하들과의 거리로부터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좋은 왕’이 된 이영의 모습은 훈훈함을 자아냈다.

잔망부터 카리스마까지폭넓은 연기 스펙트럼

‘구르미 그린 달빛’ 이영은 감정의 변화를 많이 겪은 인물. 박보검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깊은 눈빛 연기로 이영의 심리를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극중 이영은 첫 등장에서 홍라온(김유정)과 악연으로 만나 티격태격했다. 그의 눈 안에 개구쟁이 소년의 모습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홍라온을 재미있게 괴롭힐 수 있을지 궁리하던 이영은 억울하게 죽은 어머니를 생각하는 순간 눈빛이 바뀌었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보는 이들마저 먹먹하게 만드는 애잔한 연기가 빛을 발한 것.

왕권을 기만하는 신하들 앞에서는 분노를 토하다가도 사랑하는 홍라온 앞에서는 따뜻한 남자로 변하는 이영은 박보검이기에 가능했다.

남녀불문 케미 요정

극 초반에는 홍라온과 약과 같은 로맨스를 그리더니, 후반부에는 죽마고우 김병연(곽동연)과 특급 ‘브로맨스(브라더와 로맨스의 합성어)’를 선보였다.

박보검은 전작 ‘응답하라 1988’에서도 걸스데이 혜리와의 호흡이 화제였고, 그에 앞서 KBS2 ‘뮤직뱅크’에서는 함께 MC를 맡았던 레드벨벳 아이린과 절친 ‘케미’를 발산했다.

박보검의 ‘케미 요정’ 타이틀은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도 이어졌다. 홍라온과 다투던 첫 만남부터 애잔한 사랑을 나누는 순간까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호평을 받은 데 이어 김병연과 믿음을 담보로 한 우정을 나누는 모습에는 둘의 다소 짧은 분량을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이 생겼을 정도.

‘국민 연하남’에서 ‘믿고 보는 박보검’으로 성장한 그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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