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멋졌고, 또 애틋했다. 김우빈이 제 매력을 오롯이 드러냈다. 까칠했다가도 달달했고 또 먹먹했다.
KBS2 ‘함부로 애틋하게’(극본 이경희, 연출 박현석 차영훈)가 8일 종영했다. 기적 같은 해피엔딩은 없었다. 신준영(김우빈)은 노을(수지)의 어깨에 기댄 채 잠들 듯이 죽음을 맞이했다. 이후 신준영의 영상이 발견됐다. 담담하게 “나의 연인 을이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나?”고 묻는 신준영과 속물 PD가 아닌 어렸을 때처럼 정의로운 노을의 모습이 이어졌다. 신준영은 죽었지만, 죄를 지은 사람은 죗값을 달게 받고, 노을은 자신이 믿고 있는 세상을 살아가며 여운을 남겼다.
이날 방송에서 “살려주세요”라며 “나 죽기 싫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다 여기 있는데, 이제 겨우 을이랑 행복해지려고 하는데 왜 나만 가라고 그러냐. 나 무섭다”며 절규하는 신준영의 모습은 극의 먹먹함을 더했다. 결국 신준영의 죽음으로 새드엔딩으로 극은 마무리됐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남기고 떠난 신준영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안겼다.
김우빈은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최고 한류 배우이자 가수인 신준영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신준영은 자타공인 최상급 연예인의 위치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사랑하는 여자가 겪고 있는 운명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남은 인생을 내던진 인물이다. 김우빈은 다소 복잡다단했던 캐릭터를 무결점 연기력으로 선보이며 재발견을 이뤄냈다.
‘함부로 애틋하게’ 스틸컷 / 사진=KBS 제공
톱스타는 그저 번지르르한 허울뿐이었다. 신준영은 출생의 비밀, 시한부 판정 그리고 노을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를 밀어낼 수밖에 없는 사연을 지녔다. 매회 시련이 닥쳤고 이를 견뎌내는 신준영의 모습은 말 그대로 ‘짠내’가 폴폴 풍겼다. 그간의 작품에서 밝고 트렌디한 매력을 뽐냈던 김우빈은 쓸쓸하고 공허한 내면의 신준영으로 깊은 감성을 선보였다. “저 아인 절대로 나의 을이 아니다” “저 아이를 계속 보고 살아야겠다” “저를 죽이고 을이를 살려주십시오” 등 중저음의 목소리로 차분하게 담아낸 신준영표 독백 역시 매회 화제를 모았다.
장난기 넘치는 남학생, 안하무인 톱스타, 엄마에 대한 미안함을 잔뜩 품은 아들, 사랑하는 연인 노을을 위해 모든 걸 걸줄 아는 연인 등 김우빈은 멜로드라마 남자주인공으로서 다채로운 매력을 드러냈다. 그저 호기심과 장난, 걱정으로 시작됐던 노을에 대한 마음은 어느덧 자신의 인생을 모두 걸 정도로 커졌고, 김우빈은 넘치는 박력과 깊은 두 눈빛으로 자신의 절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묵직한 정통멜로의 중심에 서서 감수성을 자극했다.
수지와의 ‘케미’ 역시 옳았다. ‘함부로 애틋하게’라는 제목처럼 애절했고, 절절한 로맨스로 두 사람은 ‘맴찢’(마음이 찢어지다) 커플로 불리기도 했다. 그간 나쁜 남자, 철부지 등 다양한 사랑방식을 그려낸 김우빈은 안방극장에서 오랜만에 선보인 정통멜로를 통해 가슴 먹먹한 사랑까지 선보이며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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