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제가 범인을 알고 있습니다. 그 자의 이름 바로 잭”

공연 중인 뮤지컬 ‘잭더리퍼’는 미해결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려는 형사와 희대의 살인마의 이야기를 치밀한 구성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류정한, 엄기준, 카이가 다니엘 역에 트리플 캐스팅돼 각자의 장점을 내세우며 3인 3색 다니엘을 보여주고 있다.

류정한/사진제공=쇼홀릭
류정한/사진제공=쇼홀릭
◆ 독보적인 존재감, 류정한

무대를 장악하는 연기력과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풍부한 성량, 관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막이 내릴 때까지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뿐만 아니라 글로리아와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에서는 기존 류정한에게서 볼 수 없었던 애교 섞인 풋풋한 모습이 관객들을 미소 짓게 하며 분위기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스토리의 흐름을 이끌어가며 공연이 끝난 뒤 ‘역시 류정한’을 외치게 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엄기준/사진제공=쇼홀릭
엄기준/사진제공=쇼홀릭
◆ 다니엘 그 자체, 엄기준

‘무대 위의 로맨스’하면 이 배우, 바로 엄기준이다. 살인마를 소재로 했지만 그 시대 영국 런던의 낭만이 더해진 이 작품에서 진심으로 글로리아를 사랑하는 다니엘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여준다. 초연부터 무대를 지켜온 만큼 이번 시즌에서도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글로리아를 품에 안고 오열하는 장면과 다니엘과 글로리아가 들려주는 환상의 듀엣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한편의 로맨스물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카이/사진제공=쇼홀릭
카이/사진제공=쇼홀릭
◆ 정직하고 빈틈없는 다니엘, 카이

첫눈에 사랑에 빠진 글로리아와 함께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는 순수한 역할이 가장 잘 어울리는 카이. 극중 다니엘은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불법 장기매매까지 서슴지 않게 되는데, 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카이의 순진한 얼굴 덕에 반전의 재미는 배가된다. 사랑에 미친 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흡인력 강한 연기로 극이 진행될수록 진지하고 차가운 모습의 다니엘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다.

극중 다니엘은 사랑하는 글로리아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신을 집요하게 추궁하는 수사관과 탐욕스러운 기자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며 극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로 배우의 섬세한 연기력을 필요로 한다. 명불허전, 말이 필요 없는 실력의 세 배우가 보여주는 다채로운 매력으로 인해 공연을 예매하는 관객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될 전망이다.

미궁에 빠진 연쇄 살인 사건에 실마리를 제공하는 다니엘 류정한, 엄기준, 카이와 더불어 수사관 앤더슨 역의 김준현, 박성환, 조성윤(조강현), 살인마 잭 역의 이창희, 테이, 기자 먼로 역의 정의욱, 김대종, 다니엘과 사랑에 빠지는 글로리아 역의 김보경, 김예원, 앤더슨의 옛 연인 폴리 역의 정단영이 열연 중이다.

‘잭더리퍼’는 오는 10월 9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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