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신성민 : 전작을 하고 있었는데 김태형 연출에게 직접 전화가 왔다. 지이선 작가 등과 이야기를 나눴고 선택했다. 사실 초연 팀의 윤나무와 친분이 있어서 지난해 작품을 보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행운이 찾아왔다.
10. 공연을 본 뒤라,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더 의미 있었겠다.
신성민 : 기분 좋았다. 배우로서 어떤 작품을 같이 하자고 하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니까. 더욱이 김태형 연출과는 꼭 한 번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초연 팀의 배우부터 작가까지, 같이 하는 사람들이 힘을 주는 분들이라 좋았다.
10. 출연 결정은 쉬웠겠다.
신성민 : 당시에는 어떤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작품 속 이야기가 세개인데다, 연습 기간에 대한 압박감도 있었다. 만족하는 공연이 있겠냐만은, 스스로 어느 정도 만족스럽지 못하면 불안해하는 편이다. 당당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을 하고 무대에 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첫 번째로 두려웠고, 두 번째는 관객과의 거리였다.(웃음) 직접 가서 본 만큼 배우의 눈 떨림까지 다 보이는데, 그것에 대한 압박을 견딜 수 있을까 싶었다.
10. 그럼에도 선택하게 만든 특별한 매력이 있었겠지.
신성민 : 연습을 하면서 두려웠던 부분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관객들과의 거리가 좁아서 연기를 방해하는 압박이 아니라, 함께하는 공기를 만들더라. 다른 공연도 그렇지만 특히 ‘카포네 트릴로지’는 더욱 진한 에너지를 받는다. 배우로서 신기한 경험이고, 굉장히 긍정적인 기운을 얻는 거다.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 같다. 7주 동안 연습할 때는 연출을 비롯한 스태프들과 만들었지만, 관객을 만나고 나서 달라지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다.
10. 공연에 대한 압박과 부담은 모두 떨쳐버린 것처럼 보인다.
신성민 : 사랑받은 공연이기에 나만 잘하면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초연 팀 배우들이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관객과의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울 거다. 상상 그 이상’이라고 해서 이미 마음을 굳게 먹었다.(웃음) 그런 압박은 다 지나갔고, 배우로서 작품을 통해 찾고 싶고, 찾아야 하는 것이 있는데 탐험하는 정신으로 하고 있다.
10. 3인 극인만큼 배수빈, 임강희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신성민 : 임강희와는 ‘글루미 데이’를 통해서 작품을 한 적 있고, 배수빈은 처음이다. 셋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도움받을 것도 많았고, 공연을 올렸을 때 ‘세명이 얼마나 합을 맞출 수 있을까’가 이 작품의 퀄리티를 좌우할 것 같았다. 모두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에 열심히 했고, 배수빈이 많이 이끌어줬다.
10. 맡은 캐릭터는 어떻게 풀고자 했나.
신성민 : 만들고, 잡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워낙 대본이 탄탄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상황에 맞게 잘 읽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초연 팀과 다르게 해야지, 캐릭터를 잘 만들어야지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론 같은 텍스트라도 배우와 이미지,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까 다르게 읽힐 수밖에 없다. 초연 팀은 그전에 몇십 회를 했으니까 어떤 것이 베스트인지 알고 있다. 가장 편한 방법을 귀띔해줘서 큰 도움을 받았다.
10. 반환점을 돈만큼, 이제 어느 정도 긴장감은 떨쳐버렸나.
신성민 : 다른 공연의 경우에는 5주차가 되면, 긴장보다는 다른 것들이 생기고 또 살짝 느슨해지기도 하는데, ‘카포네 트릴로지’는 다르다. 매회 공연이 바뀌니까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갖게 된다. 근데 기분 좋은 긴장감이다.
10.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아찔했던 상황이 있었나.(웃음)
신성맨 : 힘 조절에 실패해서 호텔문이 부서진 거다.(웃음) 감정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발로 차면서 들어가는 장면이었는데 부서져 당황했다. 다음 공연에 올라갈 팀 걱정이 가장 먼저 들었다. 다행히 문을 빨리 교체해주셔서.(웃음)
10. 매회 다른 것이 공연의 묘미이지만, 또 처음 보는 관객을 위해 최고의 공연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분명 있을 것 같다.
신성민 : 무대에 오르면서는 연습했던 걸 다 믿고 가야 한다. 나를 믿는 만큼 상대 배우에게 기댄다. 지금도 배수빈, 임강희를 믿고 있다. 상황에 충실하게 최고의 공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귀한 시간을 내서 온 관객들에게 실수를 보여주면 안 되겠지. 대사를 잊어버려 얼음이 된다든지 하는 실수 말고, 감정이 넘어 버린다든지, 인물이 갖고 있는 걸 표현하면서 달라질 때가 있다. 배우로서는 그런 순간에 짜릿함이 있다.
10. 쉽지 않지만 도전하면 얻게 되는 것들이 있겠지.
신성민 : 매 작품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체돼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내 입으로 ‘이만큼 성장한 것 같다’고 평가하는 건 웃긴 것 같고, 한 작품을 해나가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스스로 변하는 걸 느낀다. ‘카포네 트릴로지’ 뿐만 아니라 모든 작품이 그랬고 하나씩 얻으면서 해왔구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10. 가장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신성민 : 생각이 조금씩 변하는 지점은 좀 더 넓게, 주위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전에는 ‘나’만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작품을 하면서, 또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를 사랑하는 만큼 다른 이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다른 사람도 사랑하게 됐다. 세상 사는 이야기, 인생을 담아낸 작품을 하면서 배우는 것 같다. 개인주의적으로 살았는데, 작품을 하나둘씩 하면서 주위 모든 사람들이 소중해지더라. 동료, 스태프, 관객들 모두. 점점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10. 연기가 할수록 재미있겠다.
신성민 :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 하지란 생각을 많이 했다면, 지금도 물론 그런 생각을 하지만 나아가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즐겁게 작업할 수 있을까, 행복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 더 고민한다. 그것만큼 중요한 건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나무만 봤다면, 이제는 숲을 보게 됐다.
10.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다고 들었다. 때로운 버거울 때도 있을 텐데.
신성민 : 버거움이 찾아와서 잠깐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지금도 잘 쉬면서 하고 있다. 항상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말이다. 공연 연습을 한창하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이토록 열심히 찾고 있는데 정작 ‘내 인생은?’이라는 생각이 스친 순간이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 연기자이기 이전에는 어떻게 살았지라는 고민인데, 조금은 허세 같은 말이라 쉽게 할 수는 없었다. 불현듯 ‘내가 언제 울었지?’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쉬는 걸 택했다. 다시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 싶을 때 다시 시작했고, 그게 지난해 ‘나무 위의 군대’이다.
10. 다시 시작할 때, ‘아! 이거였지’ 싶었겠다.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겠지.
신성민 : 공연을 하는 모든 순간에 기쁨, 즐거움, 희열, 또 카타르시스가 있다. 다만 매번 그 지점이 다르다. 어떤 날은 연습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걸 연출이 칭찬할 때, 또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을 때 등등 상황마다 다르다.
10. 기분 좋은 긴장감이라 할지라도, 매일 긴장을 안고 산다는 건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은데 특별히 푸는 방법은 있나.
신성민 : 예전에는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요즘은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정말 즐기면서 한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운이 좋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운동을 좋아해서, 취미로는 운동을 하는 정도다.
10. 빈디치 에피소드에서 상반신을 탈의한다. 그 장면 때문에라도 운동을 게을리할 수 없겠더라.
신성민 : 관객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연습 때 열심히 했다. 운동이 취미였는데, 일이 된 거지.(웃음) 단순히 몸이 좋게 보여야 한다기 보다 첫 장면인 만큼 거기서 신뢰를 주지 못하면 공연을 전체적으로 이끌어가는데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걸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신경을 많이 썼는데, 힘들다.(웃음)
10.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기에 특별히 더 신경 쓰고, 자리 관리도 철저히 해야겠다.
신성민 : 공연을 하는 두 시간 동안 최상의 컨디션이었으면 좋겠다. 어렵게 발걸음 한 관객들에게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은 늘 갖고 있다. 배우라서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보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지 않나.(웃음) 모두 자기관리를 해야 하고, 배우라고 해서 특별하고 다른 건 아니다. 모든 일이 쉽지 않고, 관리도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나 역시도 딱 그정도로 관리한다.
10. 그렇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늘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하니까.
신성민 : 평가를 받는 직업이고,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봤는데 다른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회의 어느 곳이나 평가가 있다. 비단 배우뿐만 아니라, 물론 보여지는 직업이라 조금 더 많고, 과장돼 보일 뿐이지 우리 모두는 평가를 받으면서 산다. 그리고 게을러서 나에 대한 평가를 부지런히 찾아보는 편이 아니다.(웃음)
10. 연기자로서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무대 연기만 고집하는 건가.
신성민 : 그런 건 아니다. 기회가 공연 쪽에서 먼저 온 것이다. 자연스럽게 좋은 분들을 만나서 작품을 하고 있다.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계속 기회를 주셔서 하고 있는 것 자체로도 감사한 일이다. 장르를 나누는 건 아니고,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10. 배우 신성민에게 작품, 연기란 어떤 의미인가.
신성민 : 작품을 하면서 생각의 변화가 조금씩 있고, 겪은 만큼 경험치가 쌓이는 거다. 누구나 조금씩 성장하듯, 나 역시 그렇다. 재미있게 인생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될 거야’라는 기대보다, 지금처럼 즐겁게 좋은 작품을 하며 관객들에게 사랑받으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기대는 있다.
10.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신성민 : 우선 ‘카포네 트릴로지’를 마지막까지 열심히 할 것이고, 한 작품을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하면 다음 것이 생기니까 기다리려고 한다. 조금 더 깊게 세상을 바라보며,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있지만 배우가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말이 조심스럽고, 쑥스럽다. 전형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믿고 보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궁금한 배우. 지금은 그렇다.(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시종 쑥스러운 표정으로 대답을 이어갔다.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이렇게 말하면…’이라며, 이내 거두고 만다. 당최 무대 위 ‘배우 신성민’은 없다. 무대 아래의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게 어색하고 낯선 무뚝뚝한 청년이었다.10. ‘카포네 트릴로지’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2010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한 신성민은 공연계의 눈에 띄어 운 좋게 쉼 없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쉼 없이 달리다 템포를 살짝 늦추고 숨을 고른 작품이 ‘나무 위의 군대'(2015)이다. 이어 올해,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를 만나 한층 탄탄해졌다. ‘영맨’에 이름을 올린 그는 광기의 하드보일드 ‘빈디치’ 에피소드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작품을 하나둘 끝내며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여유를 찾고, ‘행복한 작업’을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한다.
언젠가는 ‘믿고 보는’, ‘다음이 궁금한 배우’로 성장하고 싶은 것이 신성민의 꿈이다.
신성민 : 전작을 하고 있었는데 김태형 연출에게 직접 전화가 왔다. 지이선 작가 등과 이야기를 나눴고 선택했다. 사실 초연 팀의 윤나무와 친분이 있어서 지난해 작품을 보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행운이 찾아왔다.
10. 공연을 본 뒤라,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더 의미 있었겠다.
신성민 : 기분 좋았다. 배우로서 어떤 작품을 같이 하자고 하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니까. 더욱이 김태형 연출과는 꼭 한 번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초연 팀의 배우부터 작가까지, 같이 하는 사람들이 힘을 주는 분들이라 좋았다.
10. 출연 결정은 쉬웠겠다.
신성민 : 당시에는 어떤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작품 속 이야기가 세개인데다, 연습 기간에 대한 압박감도 있었다. 만족하는 공연이 있겠냐만은, 스스로 어느 정도 만족스럽지 못하면 불안해하는 편이다. 당당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을 하고 무대에 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첫 번째로 두려웠고, 두 번째는 관객과의 거리였다.(웃음) 직접 가서 본 만큼 배우의 눈 떨림까지 다 보이는데, 그것에 대한 압박을 견딜 수 있을까 싶었다.
10. 그럼에도 선택하게 만든 특별한 매력이 있었겠지.
신성민 : 연습을 하면서 두려웠던 부분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관객들과의 거리가 좁아서 연기를 방해하는 압박이 아니라, 함께하는 공기를 만들더라. 다른 공연도 그렇지만 특히 ‘카포네 트릴로지’는 더욱 진한 에너지를 받는다. 배우로서 신기한 경험이고, 굉장히 긍정적인 기운을 얻는 거다.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 같다. 7주 동안 연습할 때는 연출을 비롯한 스태프들과 만들었지만, 관객을 만나고 나서 달라지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다.
10. 공연에 대한 압박과 부담은 모두 떨쳐버린 것처럼 보인다.
신성민 : 사랑받은 공연이기에 나만 잘하면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초연 팀 배우들이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관객과의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울 거다. 상상 그 이상’이라고 해서 이미 마음을 굳게 먹었다.(웃음) 그런 압박은 다 지나갔고, 배우로서 작품을 통해 찾고 싶고, 찾아야 하는 것이 있는데 탐험하는 정신으로 하고 있다.
10. 3인 극인만큼 배수빈, 임강희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신성민 : 임강희와는 ‘글루미 데이’를 통해서 작품을 한 적 있고, 배수빈은 처음이다. 셋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도움받을 것도 많았고, 공연을 올렸을 때 ‘세명이 얼마나 합을 맞출 수 있을까’가 이 작품의 퀄리티를 좌우할 것 같았다. 모두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에 열심히 했고, 배수빈이 많이 이끌어줬다.
10. 맡은 캐릭터는 어떻게 풀고자 했나.
신성민 : 만들고, 잡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워낙 대본이 탄탄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상황에 맞게 잘 읽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초연 팀과 다르게 해야지, 캐릭터를 잘 만들어야지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론 같은 텍스트라도 배우와 이미지,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까 다르게 읽힐 수밖에 없다. 초연 팀은 그전에 몇십 회를 했으니까 어떤 것이 베스트인지 알고 있다. 가장 편한 방법을 귀띔해줘서 큰 도움을 받았다.
10. 반환점을 돈만큼, 이제 어느 정도 긴장감은 떨쳐버렸나.
신성민 : 다른 공연의 경우에는 5주차가 되면, 긴장보다는 다른 것들이 생기고 또 살짝 느슨해지기도 하는데, ‘카포네 트릴로지’는 다르다. 매회 공연이 바뀌니까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갖게 된다. 근데 기분 좋은 긴장감이다.
10.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아찔했던 상황이 있었나.(웃음)
신성맨 : 힘 조절에 실패해서 호텔문이 부서진 거다.(웃음) 감정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발로 차면서 들어가는 장면이었는데 부서져 당황했다. 다음 공연에 올라갈 팀 걱정이 가장 먼저 들었다. 다행히 문을 빨리 교체해주셔서.(웃음)
10. 매회 다른 것이 공연의 묘미이지만, 또 처음 보는 관객을 위해 최고의 공연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분명 있을 것 같다.
신성민 : 무대에 오르면서는 연습했던 걸 다 믿고 가야 한다. 나를 믿는 만큼 상대 배우에게 기댄다. 지금도 배수빈, 임강희를 믿고 있다. 상황에 충실하게 최고의 공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귀한 시간을 내서 온 관객들에게 실수를 보여주면 안 되겠지. 대사를 잊어버려 얼음이 된다든지 하는 실수 말고, 감정이 넘어 버린다든지, 인물이 갖고 있는 걸 표현하면서 달라질 때가 있다. 배우로서는 그런 순간에 짜릿함이 있다.
10. 쉽지 않지만 도전하면 얻게 되는 것들이 있겠지.
신성민 : 매 작품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체돼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내 입으로 ‘이만큼 성장한 것 같다’고 평가하는 건 웃긴 것 같고, 한 작품을 해나가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스스로 변하는 걸 느낀다. ‘카포네 트릴로지’ 뿐만 아니라 모든 작품이 그랬고 하나씩 얻으면서 해왔구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10. 가장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신성민 : 생각이 조금씩 변하는 지점은 좀 더 넓게, 주위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전에는 ‘나’만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작품을 하면서, 또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를 사랑하는 만큼 다른 이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다른 사람도 사랑하게 됐다. 세상 사는 이야기, 인생을 담아낸 작품을 하면서 배우는 것 같다. 개인주의적으로 살았는데, 작품을 하나둘씩 하면서 주위 모든 사람들이 소중해지더라. 동료, 스태프, 관객들 모두. 점점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10. 연기가 할수록 재미있겠다.
신성민 :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 하지란 생각을 많이 했다면, 지금도 물론 그런 생각을 하지만 나아가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즐겁게 작업할 수 있을까, 행복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 더 고민한다. 그것만큼 중요한 건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나무만 봤다면, 이제는 숲을 보게 됐다.
10.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다고 들었다. 때로운 버거울 때도 있을 텐데.
신성민 : 버거움이 찾아와서 잠깐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지금도 잘 쉬면서 하고 있다. 항상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말이다. 공연 연습을 한창하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이토록 열심히 찾고 있는데 정작 ‘내 인생은?’이라는 생각이 스친 순간이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 연기자이기 이전에는 어떻게 살았지라는 고민인데, 조금은 허세 같은 말이라 쉽게 할 수는 없었다. 불현듯 ‘내가 언제 울었지?’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쉬는 걸 택했다. 다시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 싶을 때 다시 시작했고, 그게 지난해 ‘나무 위의 군대’이다.
10. 다시 시작할 때, ‘아! 이거였지’ 싶었겠다.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겠지.
신성민 : 공연을 하는 모든 순간에 기쁨, 즐거움, 희열, 또 카타르시스가 있다. 다만 매번 그 지점이 다르다. 어떤 날은 연습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걸 연출이 칭찬할 때, 또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을 때 등등 상황마다 다르다.
10. 기분 좋은 긴장감이라 할지라도, 매일 긴장을 안고 산다는 건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은데 특별히 푸는 방법은 있나.
신성민 : 예전에는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요즘은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정말 즐기면서 한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운이 좋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운동을 좋아해서, 취미로는 운동을 하는 정도다.
10. 빈디치 에피소드에서 상반신을 탈의한다. 그 장면 때문에라도 운동을 게을리할 수 없겠더라.
신성민 : 관객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연습 때 열심히 했다. 운동이 취미였는데, 일이 된 거지.(웃음) 단순히 몸이 좋게 보여야 한다기 보다 첫 장면인 만큼 거기서 신뢰를 주지 못하면 공연을 전체적으로 이끌어가는데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걸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신경을 많이 썼는데, 힘들다.(웃음)
10.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기에 특별히 더 신경 쓰고, 자리 관리도 철저히 해야겠다.
신성민 : 공연을 하는 두 시간 동안 최상의 컨디션이었으면 좋겠다. 어렵게 발걸음 한 관객들에게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은 늘 갖고 있다. 배우라서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보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지 않나.(웃음) 모두 자기관리를 해야 하고, 배우라고 해서 특별하고 다른 건 아니다. 모든 일이 쉽지 않고, 관리도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나 역시도 딱 그정도로 관리한다.
10. 그렇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늘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하니까.
신성민 : 평가를 받는 직업이고,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봤는데 다른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회의 어느 곳이나 평가가 있다. 비단 배우뿐만 아니라, 물론 보여지는 직업이라 조금 더 많고, 과장돼 보일 뿐이지 우리 모두는 평가를 받으면서 산다. 그리고 게을러서 나에 대한 평가를 부지런히 찾아보는 편이 아니다.(웃음)
10. 연기자로서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무대 연기만 고집하는 건가.
신성민 : 그런 건 아니다. 기회가 공연 쪽에서 먼저 온 것이다. 자연스럽게 좋은 분들을 만나서 작품을 하고 있다.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계속 기회를 주셔서 하고 있는 것 자체로도 감사한 일이다. 장르를 나누는 건 아니고,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10. 배우 신성민에게 작품, 연기란 어떤 의미인가.
신성민 : 작품을 하면서 생각의 변화가 조금씩 있고, 겪은 만큼 경험치가 쌓이는 거다. 누구나 조금씩 성장하듯, 나 역시 그렇다. 재미있게 인생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될 거야’라는 기대보다, 지금처럼 즐겁게 좋은 작품을 하며 관객들에게 사랑받으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기대는 있다.
10.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신성민 : 우선 ‘카포네 트릴로지’를 마지막까지 열심히 할 것이고, 한 작품을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하면 다음 것이 생기니까 기다리려고 한다. 조금 더 깊게 세상을 바라보며,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있지만 배우가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말이 조심스럽고, 쑥스럽다. 전형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믿고 보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궁금한 배우. 지금은 그렇다.(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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