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10. 20년 지기 친구로 출연한 평구 역의 마동석과는 호흡이 어땠나?
김혜수: 마동석의 큰 강점은 인간미다. 거친 역할을 하든, 덩치는 산만하지만 어수룩한 면이 있는 역할을 하든 마동석이란 배우는 인간미를 놓치지 않는다. 그건 연기를 잘 해서기도 하지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인간미가 넘치기 때문이다. 배려가 일상에 배어있다.
10. 마동석이 ‘김혜수는 촬영장을 포근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칭찬했다.
김혜수: 오히려 마동석이 그런 게 있는데? (웃음) 촬영 전에 회의할 때 보면, 재치가 있다. 재밌고, 유쾌하게 만들어야지 그런 게 아니라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게 있어. 나·서현진·감독 여러 스태프가 있는데 천연 방향제 같은 걸 가져와서 모두에게 나눠준다. 마동석이 방향제라니. (웃음)
마동석만큼 현장을 편안하고 유쾌하게 만들어주셨던 분이 김용건 선생님이다. 대선배이고, 굉장히 어른이신데도 아주 젊은 감각이 있는 분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있으면 현장이 굉장히 유쾌해진다. 코미디 영화를 한다고 까불면서 촬영하는 건 아닌데, 우리는 두 분 덕분에 유쾌함을 유지하고, 끝까지 웃으면서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작업하면서 좋은 배우를 만나고, 발견하는 건 정말 좋은 경험이다. 이런 게 없으면 일할 때 힘들다.
10. 작품 속에 평구 같은 남자친구가 실제로 있는가?
김혜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말 친한 친구가 다섯이 있다. 그런데 이성이란 걸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나의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남사친’이 없다. 성별이 다른 친구라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약간의 긴장감도 존재하고. 그런 소통이 가능한 이성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고 좋은 건데, 난 아직 그런 친구가 없다. 최근 몇 년간 그런 사람들이 부러웠다.
10. 김혜수의 ‘남사친’을 노리는 남자들이 많을 것 같은데?
김혜수: 그럴 것 같죠? 정말 없다. 누가 탐내줬으면 좋겠다. (웃음)
10. 고주연이 유별난 캐릭터이긴 하지만,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익숙한 느낌이 있다.
김혜수: 맞다. 우리 영화가 새롭지 않은 어떤 것들의 조합인데 그 안에서 참신함을 드러내야 했고, 진심이 담겨야 했다. 그래서 더 고주연이란 캐릭터에 매달린 것도 있다. 연기자가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지만, 새롭지 않은 캐릭터를 만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그럴 때일수록 전형성과 유사성 사이에서 어떻게 캐릭터의 매력을 드러낼 것인지를 배우는 더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캐릭터는 당연히 잘해야 하고, 새롭지 않은 데서 더 새로운 걸 만드는 작업은 정말 많은 디테일을 다지고, 찾아가는 과정이다. 더 잘해야 한다. 그래야 관객들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주지 않겠느냐.
10. 30년 동안 항상 대중들의 곁에 있었다. 그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김혜수: 이미 완벽하게 갖춰진 작품을 만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배우로서 매혹을 느끼고, 용기를 낼만 한 콘텐츠들을 어렵지만 계속해서 만났던 것은 더 많은 가능성을 함께 찾아 나갈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의 것을 해내야 다음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다. 내가 가진 것 이상의 것을 계속 찾으려고 했던 것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내가 뭘 하고 싶어도 좋은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 혼자만의 힘으론 절대 안 됐다. 너무 비장한가. (웃음)
10. 사실 경력이 오래된 배우일수록 새로움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김혜수: 물론 이전에 없었던 걸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익숙한 것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게 ‘굿바이 싱글’이었다. 뻔하다고만 생각하면 아무도 이런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여배우란 캐릭터가 뭐가 새로운가. 여배우란 직업군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선 작품의 흥행이나 관객들의 평가에 상관없이 ‘굿바이 싱글’ 같은 영화가 존재해야 한다. 익숙함을 살린 새로운 작품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나처럼 오래 연기 활동을 한 배우에게 관객들은 새로움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10. ‘굿바이 싱글’은 어떤 사람들에게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하나?
김혜수: 모두다. (웃음) ‘굿바이 싱글’이 영화배우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 모두 부지불식간에 느끼는 외로움이란 감정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모두에게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외로움은 가족이 있어도 느끼고 없어도 느끼는 인간의 본질인 것 같다. 나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나를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보면 항상 누군가가 있었다. 손만 살짝 내밀어도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사람이 있었다.
‘굿바이 싱글’이 하고자 하는 얘기는 ‘내 편’ ‘내 사람’이다. 가족처럼 절대적으로 믿어주는 내 편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를 통해 내 진심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들을 소중하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10. 20년 지기 친구로 출연한 평구 역의 마동석과는 호흡이 어땠나?
김혜수: 마동석의 큰 강점은 인간미다. 거친 역할을 하든, 덩치는 산만하지만 어수룩한 면이 있는 역할을 하든 마동석이란 배우는 인간미를 놓치지 않는다. 그건 연기를 잘 해서기도 하지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인간미가 넘치기 때문이다. 배려가 일상에 배어있다.
10. 마동석이 ‘김혜수는 촬영장을 포근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칭찬했다.
김혜수: 오히려 마동석이 그런 게 있는데? (웃음) 촬영 전에 회의할 때 보면, 재치가 있다. 재밌고, 유쾌하게 만들어야지 그런 게 아니라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게 있어. 나·서현진·감독 여러 스태프가 있는데 천연 방향제 같은 걸 가져와서 모두에게 나눠준다. 마동석이 방향제라니. (웃음)
마동석만큼 현장을 편안하고 유쾌하게 만들어주셨던 분이 김용건 선생님이다. 대선배이고, 굉장히 어른이신데도 아주 젊은 감각이 있는 분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있으면 현장이 굉장히 유쾌해진다. 코미디 영화를 한다고 까불면서 촬영하는 건 아닌데, 우리는 두 분 덕분에 유쾌함을 유지하고, 끝까지 웃으면서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작업하면서 좋은 배우를 만나고, 발견하는 건 정말 좋은 경험이다. 이런 게 없으면 일할 때 힘들다.
10. 작품 속에 평구 같은 남자친구가 실제로 있는가?
김혜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말 친한 친구가 다섯이 있다. 그런데 이성이란 걸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나의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남사친’이 없다. 성별이 다른 친구라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약간의 긴장감도 존재하고. 그런 소통이 가능한 이성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고 좋은 건데, 난 아직 그런 친구가 없다. 최근 몇 년간 그런 사람들이 부러웠다.
10. 김혜수의 ‘남사친’을 노리는 남자들이 많을 것 같은데?
김혜수: 그럴 것 같죠? 정말 없다. 누가 탐내줬으면 좋겠다. (웃음)
김혜수: 맞다. 우리 영화가 새롭지 않은 어떤 것들의 조합인데 그 안에서 참신함을 드러내야 했고, 진심이 담겨야 했다. 그래서 더 고주연이란 캐릭터에 매달린 것도 있다. 연기자가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지만, 새롭지 않은 캐릭터를 만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그럴 때일수록 전형성과 유사성 사이에서 어떻게 캐릭터의 매력을 드러낼 것인지를 배우는 더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캐릭터는 당연히 잘해야 하고, 새롭지 않은 데서 더 새로운 걸 만드는 작업은 정말 많은 디테일을 다지고, 찾아가는 과정이다. 더 잘해야 한다. 그래야 관객들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주지 않겠느냐.
10. 30년 동안 항상 대중들의 곁에 있었다. 그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김혜수: 이미 완벽하게 갖춰진 작품을 만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배우로서 매혹을 느끼고, 용기를 낼만 한 콘텐츠들을 어렵지만 계속해서 만났던 것은 더 많은 가능성을 함께 찾아 나갈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의 것을 해내야 다음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다. 내가 가진 것 이상의 것을 계속 찾으려고 했던 것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내가 뭘 하고 싶어도 좋은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 혼자만의 힘으론 절대 안 됐다. 너무 비장한가. (웃음)
김혜수: 물론 이전에 없었던 걸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익숙한 것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게 ‘굿바이 싱글’이었다. 뻔하다고만 생각하면 아무도 이런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여배우란 캐릭터가 뭐가 새로운가. 여배우란 직업군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선 작품의 흥행이나 관객들의 평가에 상관없이 ‘굿바이 싱글’ 같은 영화가 존재해야 한다. 익숙함을 살린 새로운 작품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나처럼 오래 연기 활동을 한 배우에게 관객들은 새로움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10. ‘굿바이 싱글’은 어떤 사람들에게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하나?
김혜수: 모두다. (웃음) ‘굿바이 싱글’이 영화배우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 모두 부지불식간에 느끼는 외로움이란 감정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모두에게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외로움은 가족이 있어도 느끼고 없어도 느끼는 인간의 본질인 것 같다. 나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나를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보면 항상 누군가가 있었다. 손만 살짝 내밀어도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사람이 있었다.
‘굿바이 싱글’이 하고자 하는 얘기는 ‘내 편’ ‘내 사람’이다. 가족처럼 절대적으로 믿어주는 내 편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를 통해 내 진심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들을 소중하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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