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10. 본인의 곡이 O.S.T 앨범에 실리지 않으면 아쉽지 않나?
서우영: 가끔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음악감독과 앨범 수록곡 담당을 따로 두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딴따라’의 경우에도 수록곡은 이단옆차기 및 다른 작곡가들이 맡았고 나는 그 외 작품에 등장한 모든 곡을 담당했다. 요즘은 음악감독이 수록곡 작업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감독들이 하나의 팀을 꾸려서 자체적으로 O.S.T를 책임지는데 ‘태양의 후예’가 대표적이다. 이번에 엄청나게 성공적이지 않았나. 수록곡 작업은 BGM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입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아마 곡을 쓸 줄 아는 감독이나 작곡가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한다.
10. 여러 가수 프로듀싱 경험이 있지 않나. 앨범 수록곡까지 맡을 생각은 없었나?
서우영: 아직까지 나는 BGM에 대한 애착이 더 크다. 공들여 만든 곡이 작품 속에서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을 때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게 바로 BGM의 역할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재미를 느낀다. 언젠가 앨범 수록곡 작업에 참여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10. 눈에 띄지 않는 BGM을 통해서도 보람을 느낄 때가 있나?
서우영: 기대하지 않은 부분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았을 때 기분이 좋다. 이 일을 하고 알게 됐는데, 드라마가 시작되면 제작국에서 디시인사이드갤러리의 ‘기드갤(기타 국내 드라마 갤러리)’ 반응을 엄청 신경 쓰더라. ‘기드갤’ 유저 분들이 작품 전개에 대한 내용부터 연출, 음악에 대한 것까지 꼼꼼히 지적해주신다. 여기서 간혹 내가 만든 BGM에 대해 ‘이 테마 O.S.T 앨범에 넣어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 잠깐 스친 곡을 다시 들어보고 싶다고 하는 건데 얼마나 고맙냐. 마음 같아서는 무료로 배포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계약상 적어도 2~3년 동안은 내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유출할 수 없다. 그럴 때 보람을 느끼면서도 아쉬운 것 같다.
10. BGM의 역할은 무엇인가?
서우영: 대본을 토대로 자연스러운 전개나 배우들의 감정 표현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배우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혹은 전달력이 부족해도 어떤 연기를 하고 있는지 시청자가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거다. 또 상황을 암시하고 복선을 까는 장치로도 구성된다. 요즘 드라마 60분이면 음악이 35~40분을 차지한다.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만큼 작품 속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하고 연출 감독의 취향에 따라 더 많아지기도, 적어지기도 한다.
10. ‘딴따라’에서 BGM이 그런 장치로 활용된 장면이 있나?
서우영: 물론이다. 극 중 신석호와 이준석이 대치하는 장면에 쓰인 긴장감 넘치는 곡이 있는데 이 곡을 여민주와 변사장의 코믹한 말씨름 장면에 그대로 썼다. 촬영 구도도 똑같이 잡아서 마치 패러디 장면처럼 보이도록 했다. 또 너바나(Nirvana) 앨범과 함께 대표곡 ‘Smells Like Teen Spirit’이 흘러나오는 장면이 있다. 신석호가 과거 조성현과 즐겨 들은 앨범이라, 이 앨범을 내민 조하늘의 정체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 장치였다.
그래서 아쉬워던 것은 극 초반 신석호가 악한 인물로 그려질 때 아바(ABBA) 노래를 듣는 장면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거기에 너바나 노래가 들어갔어야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 악한 인물이지만 과거의 순수함이나 조성현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다는 게 초반 BGM을 통해 그려지고, 이후에 앨범이 등장하면 복선이 되면서 또 다른 재미가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어쩔 수 없었던 게 해당 장면을 촬영 중에 지성 씨가 애드리브로 아바의 ’The Winner Takes It All’을 불렀다고 하더라. 입모양 때문에 다른 BGM을 깔 수 없게 됐다. 나도, 연출 감독도 아쉬워했던 부분이다.
10. 현장 일이 아니라서 작업도 순조로울 것 같았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고충이 많을 것 같다.
서우영: 맞다. 전작 ‘달콤살벌 패밀리’ 때는 1, 2회 내용과 이후의 내용들이 너무 달라져서 애를 먹었다. 대부분 사전제작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연출 감독과 작가와 의논한 뒤 1, 2회차 대본을 토대로 음악 방향을 결정짓는다. ‘달콤살벌’의 경우 코믹으로 가기로 했던 작품이 갈수록 감정신 위주가 되더라. 먼저 만들어놨던 음악은 대부분 못쓰게 되고 새로 음악을 만들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말 힘들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은 작품이다.
‘딴따라’에서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호흡이 달라지는 시점과 배우들의 감정이 여러 가지로 나타날 때 음악을 넣기가 참 애매했다. 또 15회부터는 극이 감정신 위주로 흘러가서 굉장히 루즈했다. 그런데 16회 대본도 절반이 감정신이더라.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선 음악도 세게 가야한다. 예를 들어 이준석과 김주한이 나쁜 계획을 짤 때 평소 같으면 음산한 노래를 깔고 나머지는 시청자들에게 맡기는 식이다. 그런데 이럴 땐 팀파니처럼 울리는 소리로 임팩트를 줘야한다. 상황에 따라 원치 않는 음악을 넣어야 할 때가 있다.
10. 작업 중 가장 고민스러웠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서우영: 7회때 정말 안 풀리는 구간이 있었다. 오퍼레이터와 끙끙대다가 평소 좋아하는 김현종 음악감독에게 조언을 구했다. 3가지 명쾌한 답변을 주셨는데, 첫 번째는 음악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땐 그냥 빼버리는 게 맞다고 하셨다. 여백을 주는 게 맞을 수도 있다면서. 보통 다른 감독들은 그렇게 간다고 말해줬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고 하니까 괜히 나는 넣고 싶더라. 나중에 본방송을 통해 모니터링을 하는데 빼는 게 맞았다. (웃음)
또 하나는 말을 줄이라고 하셨다. 음악이 너무 많아졌다면서 조금 줄여보라더라. 이 말은 지켰다. 냉정하게 판단을 내린 뒤 홍성창 감독과 의논해서 음악을 줄였다. 그랬더니 작품이 훨씬 좋아지더라. 마지막으로 말씀해주신 건 내가 하고 있는 것에 불안해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이었다. 정답은 없다면서 조심스럽게 답변해주셨지만 큰 도움이 됐다.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선배가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고마웠다.
10. 작업이 어려웠던 곡은?
서우영: ‘2200원송’이 힘들었다. 극 중 만식이가 ‘2200원송’을 만들었다면서 들려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 쓰일 노래를 요청하시면서 작가분이 가사를 써오셨더라. 그런데 가사가 아니라 그냥 글이었다. 그 글을 최대한 살려서 발라드 음악을 만들어달라더라. 가사와 멜로디가 운율이 맞아야 하는데 그냥 글을 노래 가사로 넣는 게 정말 어려웠다. 또 하나는 ‘영도학원’ 로고송으로 나오는 음악. 그 곡을 들은 신석호가 조하늘의 목소리에 반하는 장면이라 연출 쪽에서 드라마틱한 곡을 원하셨다. 마지막에 ‘영도학원’이라고 이름까지 나오는 곡인데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기가 참 어렵더라.
10. ‘딴따라’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서우영: 원래 그린과 하늘의 테마곡으로 쓰려고 만들었다가 지누 테마로 쓰인 허밍 곡이 있는데 그 곡이 가장 좋다. 여자 보컬이 허밍을 하는 잔잔한 곡인데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기타 주법으로 연주하고 만든 곡이라 애착이 간다. 당시 보컬을 맡은 친구는 감정적으로 작업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나는 머릿속에 있는 곡을 꼭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힘들었던 만큼 이 곡이 더 진하게 와닿는 게 있다. 또 하나는 ‘울어도 돼’. 내가 조성현 버전으로 편곡한 어쿠스틱 버전이 참 마음에 든다. (웃음)
10. 음악감독으로서 훌륭하다고 느낀 O.S.T에는 어떤 게 있었나?
서우영: 처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고 음악에 충격 받았다. 히사이시 조라는 분이 담당했는데 음악에 대한 표현력, 한 음악을 바리에이션 시켜나가는 방식, 같은 테마의 음악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들이 정말 멋지더라. 그의 음악은 동양적이면서도 세련되고 편곡은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의 수준인 것 같다.
국내에서는 최근 ‘마스터-국수의 신’ 1, 2회 음악을 듣고 박수를 쳤다. 정말 훌륭하더라. 많은 회의를 거쳐서 완성된 음악 같았다. 영상 CG와 믹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초반 음악과 후반부 음악을 비교해서 들어보시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실 거다. 또 ‘선덕여왕’의 미실 테마도 손꼽히는 곡이고, 개인적으로 미국 유학 중에 ‘아랑사또전’ 음악을 감명 깊게 들었다.
10. ‘센과 치히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한국과 일본 드라마의 음악 차이를 비교하고 지적하는 말도 있더라.
서우영: 사실 방식의 차이는 없다. 드라마 성향에 따라 믹싱 방법이 달라질 뿐이다. 음악을 선명하게 할지 뺄지 결정하는 것과 기술적인 부분에서 음악 감독의 역량 차이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일본 드라마는 사전제작으로 진행된다. 그 차이도 클 거라고 본다. 영상을 보면서 믹싱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다. 국내 음악감독들도 사전제작 드라마에 참여한다면 장면과 훨씬 더 잘 어우러지는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보통 국내에서는 16부, 20부작 드라마는 생방송 수준으로 진행된다. 거기에 얼마나 멋진 음악을 넣을 수 있을까 싶다. 장면에 맞는 음악을 올리는 것 자체로도 감사한 상황이다. 같은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는 불가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한국 음악감독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노하우 같다.
10.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은?
서우영: 사극과 액션 음악을 해보고 싶다. 특히 액션을 벼르고 있었는데 양윤호 감독의 제안으로 현재 준비 중에 있다. 액션 장르에서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은 장면 속 효과음들을 리듬처럼 만들어서 악기 소리와 어우러지도록 하는 거다. 마치 하나의 음악처럼 들리면서 장면이 더 극대화 될 수 있도록. 실제로 한 액션 장면을 가지고 시도해봤는데 정말 멋지더라.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 사극도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음악이 있다. 염두에 둔 악기와 연주인들이 있어서 사극을 시작한다면 그것들을 끌어와 만들어보고 싶은 게 있다.
10. 일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짜릿함과 비견할만한 음악감독의 매력은 무엇인가?
서우영: 에너지, 작업 효율, 시간, 돈 모든 게 음반 작업과는 비교도 안 된다. 돈을 생각한다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직업이다. 하지만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재미가 있다. 이 일을 통해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는 것 자체가 신이 난달까. 영화 음악감독과도 차이가 있다. 영화는 시놉을 보고 미리 음악 색깔을 정한다. 어떤 악기를 강조하고 주인공 테마는 어떤 걸로 할지 정해놓고 영상을 보면서 조정 가능하다. 그런데 드라마는 대본만 가지고 작가와 의견을 나누면서 곡을 써야한다. 영상 없이 미리 곡을 만든다는 점에서 묘한 재미가 있다. 곡이 쓰이는 호흡도 영화에 비해 짧은 편이라 순발력도 요한다.
사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외롭다. 그 외로움 때문에 친구가 많길 원하고, 자신이 하는 얘기를 많은 이들이 공감해주길 바란다. 그걸 음악을 통해 찾는 거다. 나 역시 음악을 하면서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 내가 음악이고 음악이 나인 느낌이다. 음악과 함께 내 시간이 흘러가는 느낌이라 음 하나하나를 소중히 생각한다.
10. 음악감독 직업을 한마디로 표현해달라.
서우영: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웃음) ‘해결사’라고 하면 모든 음악감독들이 공감할 것 같다. 음악감독이 잘났다는 게 아니라 같이 해오는 것들에 있어서 어느 정도 해결감을 주는 부분들에 대한 의미다. 멋있고 매력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01 SBS 수목드라마 ‘딴따라’ 서우영 음악감독
드라마를 보면서 일명 ‘브금(BGM:Background Music)’에 귀 기울여 본 적 있는가? 와닿지 않는다면 O.S.T(Original Sound Track)는 어떤가. 우리가 무심코 흘려들은 작품 속 O.S.T에는 우리가 몰랐던 세상이 있다.
“가창이 들어간 곡은 O.S.T, 가창 없이 반주만 흘러나오면 ‘브금’으로 인식하세요. 사실 O.S,T에는 작품에서 흘러나온 모든 곡이 포함되는 게 맞아요. O.S.T 앨범 수록곡이 전부가 아닌 거죠.”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딴따라’ 음악을 담당했던 서우영 음악감독이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흔히 말하는 O.S.T, 그러니까 앨범 수록곡 작업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수록곡을 제외한 ‘뒤에 깔리는’ BGM을 전부 책임졌다. 보통 O.S.T와 음악감독을 연결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생각했던 것과 다른 얘기였다.
“40인조의 현에다 풀밴드의 음악을 섞어 만든 음악이 막상 드라마에서는 들리는 듯 마는 듯 하게 깔리는 경우도 많죠.”
그는 작품 속 BGM을 책임지는 일이 ‘돈 안 되는 일’이라면서도 멋진 직업이라며 웃어 보였다. 막 데뷔한 신인 가수처럼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한 얘기를 열정적으로 쏟아내기도 했다. 과거 故김광석과 더불어 이은미, 강산에 등과 신촌 공연장을 누비던 그가, 그다지 조명 받지 못하는 일에 푹 빠진 모습을 보자 관심 밖이던 ‘브금’ 세계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10. 본인의 곡이 O.S.T 앨범에 실리지 않으면 아쉽지 않나?
서우영: 가끔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음악감독과 앨범 수록곡 담당을 따로 두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딴따라’의 경우에도 수록곡은 이단옆차기 및 다른 작곡가들이 맡았고 나는 그 외 작품에 등장한 모든 곡을 담당했다. 요즘은 음악감독이 수록곡 작업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감독들이 하나의 팀을 꾸려서 자체적으로 O.S.T를 책임지는데 ‘태양의 후예’가 대표적이다. 이번에 엄청나게 성공적이지 않았나. 수록곡 작업은 BGM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입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아마 곡을 쓸 줄 아는 감독이나 작곡가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한다.
10. 여러 가수 프로듀싱 경험이 있지 않나. 앨범 수록곡까지 맡을 생각은 없었나?
서우영: 아직까지 나는 BGM에 대한 애착이 더 크다. 공들여 만든 곡이 작품 속에서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을 때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게 바로 BGM의 역할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재미를 느낀다. 언젠가 앨범 수록곡 작업에 참여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10. 눈에 띄지 않는 BGM을 통해서도 보람을 느낄 때가 있나?
서우영: 기대하지 않은 부분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았을 때 기분이 좋다. 이 일을 하고 알게 됐는데, 드라마가 시작되면 제작국에서 디시인사이드갤러리의 ‘기드갤(기타 국내 드라마 갤러리)’ 반응을 엄청 신경 쓰더라. ‘기드갤’ 유저 분들이 작품 전개에 대한 내용부터 연출, 음악에 대한 것까지 꼼꼼히 지적해주신다. 여기서 간혹 내가 만든 BGM에 대해 ‘이 테마 O.S.T 앨범에 넣어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 잠깐 스친 곡을 다시 들어보고 싶다고 하는 건데 얼마나 고맙냐. 마음 같아서는 무료로 배포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계약상 적어도 2~3년 동안은 내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유출할 수 없다. 그럴 때 보람을 느끼면서도 아쉬운 것 같다.
10. BGM의 역할은 무엇인가?
서우영: 대본을 토대로 자연스러운 전개나 배우들의 감정 표현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배우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혹은 전달력이 부족해도 어떤 연기를 하고 있는지 시청자가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거다. 또 상황을 암시하고 복선을 까는 장치로도 구성된다. 요즘 드라마 60분이면 음악이 35~40분을 차지한다.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만큼 작품 속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하고 연출 감독의 취향에 따라 더 많아지기도, 적어지기도 한다.
10. ‘딴따라’에서 BGM이 그런 장치로 활용된 장면이 있나?
서우영: 물론이다. 극 중 신석호와 이준석이 대치하는 장면에 쓰인 긴장감 넘치는 곡이 있는데 이 곡을 여민주와 변사장의 코믹한 말씨름 장면에 그대로 썼다. 촬영 구도도 똑같이 잡아서 마치 패러디 장면처럼 보이도록 했다. 또 너바나(Nirvana) 앨범과 함께 대표곡 ‘Smells Like Teen Spirit’이 흘러나오는 장면이 있다. 신석호가 과거 조성현과 즐겨 들은 앨범이라, 이 앨범을 내민 조하늘의 정체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 장치였다.
그래서 아쉬워던 것은 극 초반 신석호가 악한 인물로 그려질 때 아바(ABBA) 노래를 듣는 장면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거기에 너바나 노래가 들어갔어야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 악한 인물이지만 과거의 순수함이나 조성현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다는 게 초반 BGM을 통해 그려지고, 이후에 앨범이 등장하면 복선이 되면서 또 다른 재미가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어쩔 수 없었던 게 해당 장면을 촬영 중에 지성 씨가 애드리브로 아바의 ’The Winner Takes It All’을 불렀다고 하더라. 입모양 때문에 다른 BGM을 깔 수 없게 됐다. 나도, 연출 감독도 아쉬워했던 부분이다.
10. 현장 일이 아니라서 작업도 순조로울 것 같았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고충이 많을 것 같다.
서우영: 맞다. 전작 ‘달콤살벌 패밀리’ 때는 1, 2회 내용과 이후의 내용들이 너무 달라져서 애를 먹었다. 대부분 사전제작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연출 감독과 작가와 의논한 뒤 1, 2회차 대본을 토대로 음악 방향을 결정짓는다. ‘달콤살벌’의 경우 코믹으로 가기로 했던 작품이 갈수록 감정신 위주가 되더라. 먼저 만들어놨던 음악은 대부분 못쓰게 되고 새로 음악을 만들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말 힘들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은 작품이다.
‘딴따라’에서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호흡이 달라지는 시점과 배우들의 감정이 여러 가지로 나타날 때 음악을 넣기가 참 애매했다. 또 15회부터는 극이 감정신 위주로 흘러가서 굉장히 루즈했다. 그런데 16회 대본도 절반이 감정신이더라.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선 음악도 세게 가야한다. 예를 들어 이준석과 김주한이 나쁜 계획을 짤 때 평소 같으면 음산한 노래를 깔고 나머지는 시청자들에게 맡기는 식이다. 그런데 이럴 땐 팀파니처럼 울리는 소리로 임팩트를 줘야한다. 상황에 따라 원치 않는 음악을 넣어야 할 때가 있다.
10. 작업 중 가장 고민스러웠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서우영: 7회때 정말 안 풀리는 구간이 있었다. 오퍼레이터와 끙끙대다가 평소 좋아하는 김현종 음악감독에게 조언을 구했다. 3가지 명쾌한 답변을 주셨는데, 첫 번째는 음악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땐 그냥 빼버리는 게 맞다고 하셨다. 여백을 주는 게 맞을 수도 있다면서. 보통 다른 감독들은 그렇게 간다고 말해줬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고 하니까 괜히 나는 넣고 싶더라. 나중에 본방송을 통해 모니터링을 하는데 빼는 게 맞았다. (웃음)
또 하나는 말을 줄이라고 하셨다. 음악이 너무 많아졌다면서 조금 줄여보라더라. 이 말은 지켰다. 냉정하게 판단을 내린 뒤 홍성창 감독과 의논해서 음악을 줄였다. 그랬더니 작품이 훨씬 좋아지더라. 마지막으로 말씀해주신 건 내가 하고 있는 것에 불안해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이었다. 정답은 없다면서 조심스럽게 답변해주셨지만 큰 도움이 됐다.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선배가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고마웠다.
10. 작업이 어려웠던 곡은?
서우영: ‘2200원송’이 힘들었다. 극 중 만식이가 ‘2200원송’을 만들었다면서 들려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 쓰일 노래를 요청하시면서 작가분이 가사를 써오셨더라. 그런데 가사가 아니라 그냥 글이었다. 그 글을 최대한 살려서 발라드 음악을 만들어달라더라. 가사와 멜로디가 운율이 맞아야 하는데 그냥 글을 노래 가사로 넣는 게 정말 어려웠다. 또 하나는 ‘영도학원’ 로고송으로 나오는 음악. 그 곡을 들은 신석호가 조하늘의 목소리에 반하는 장면이라 연출 쪽에서 드라마틱한 곡을 원하셨다. 마지막에 ‘영도학원’이라고 이름까지 나오는 곡인데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기가 참 어렵더라.
10. ‘딴따라’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서우영: 원래 그린과 하늘의 테마곡으로 쓰려고 만들었다가 지누 테마로 쓰인 허밍 곡이 있는데 그 곡이 가장 좋다. 여자 보컬이 허밍을 하는 잔잔한 곡인데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기타 주법으로 연주하고 만든 곡이라 애착이 간다. 당시 보컬을 맡은 친구는 감정적으로 작업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나는 머릿속에 있는 곡을 꼭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힘들었던 만큼 이 곡이 더 진하게 와닿는 게 있다. 또 하나는 ‘울어도 돼’. 내가 조성현 버전으로 편곡한 어쿠스틱 버전이 참 마음에 든다. (웃음)
10. 음악감독으로서 훌륭하다고 느낀 O.S.T에는 어떤 게 있었나?
서우영: 처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고 음악에 충격 받았다. 히사이시 조라는 분이 담당했는데 음악에 대한 표현력, 한 음악을 바리에이션 시켜나가는 방식, 같은 테마의 음악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들이 정말 멋지더라. 그의 음악은 동양적이면서도 세련되고 편곡은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의 수준인 것 같다.
국내에서는 최근 ‘마스터-국수의 신’ 1, 2회 음악을 듣고 박수를 쳤다. 정말 훌륭하더라. 많은 회의를 거쳐서 완성된 음악 같았다. 영상 CG와 믹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초반 음악과 후반부 음악을 비교해서 들어보시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실 거다. 또 ‘선덕여왕’의 미실 테마도 손꼽히는 곡이고, 개인적으로 미국 유학 중에 ‘아랑사또전’ 음악을 감명 깊게 들었다.
10. ‘센과 치히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한국과 일본 드라마의 음악 차이를 비교하고 지적하는 말도 있더라.
서우영: 사실 방식의 차이는 없다. 드라마 성향에 따라 믹싱 방법이 달라질 뿐이다. 음악을 선명하게 할지 뺄지 결정하는 것과 기술적인 부분에서 음악 감독의 역량 차이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일본 드라마는 사전제작으로 진행된다. 그 차이도 클 거라고 본다. 영상을 보면서 믹싱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다. 국내 음악감독들도 사전제작 드라마에 참여한다면 장면과 훨씬 더 잘 어우러지는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보통 국내에서는 16부, 20부작 드라마는 생방송 수준으로 진행된다. 거기에 얼마나 멋진 음악을 넣을 수 있을까 싶다. 장면에 맞는 음악을 올리는 것 자체로도 감사한 상황이다. 같은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는 불가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한국 음악감독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노하우 같다.
10.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은?
서우영: 사극과 액션 음악을 해보고 싶다. 특히 액션을 벼르고 있었는데 양윤호 감독의 제안으로 현재 준비 중에 있다. 액션 장르에서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은 장면 속 효과음들을 리듬처럼 만들어서 악기 소리와 어우러지도록 하는 거다. 마치 하나의 음악처럼 들리면서 장면이 더 극대화 될 수 있도록. 실제로 한 액션 장면을 가지고 시도해봤는데 정말 멋지더라.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 사극도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음악이 있다. 염두에 둔 악기와 연주인들이 있어서 사극을 시작한다면 그것들을 끌어와 만들어보고 싶은 게 있다.
10. 일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짜릿함과 비견할만한 음악감독의 매력은 무엇인가?
서우영: 에너지, 작업 효율, 시간, 돈 모든 게 음반 작업과는 비교도 안 된다. 돈을 생각한다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직업이다. 하지만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재미가 있다. 이 일을 통해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는 것 자체가 신이 난달까. 영화 음악감독과도 차이가 있다. 영화는 시놉을 보고 미리 음악 색깔을 정한다. 어떤 악기를 강조하고 주인공 테마는 어떤 걸로 할지 정해놓고 영상을 보면서 조정 가능하다. 그런데 드라마는 대본만 가지고 작가와 의견을 나누면서 곡을 써야한다. 영상 없이 미리 곡을 만든다는 점에서 묘한 재미가 있다. 곡이 쓰이는 호흡도 영화에 비해 짧은 편이라 순발력도 요한다.
사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외롭다. 그 외로움 때문에 친구가 많길 원하고, 자신이 하는 얘기를 많은 이들이 공감해주길 바란다. 그걸 음악을 통해 찾는 거다. 나 역시 음악을 하면서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 내가 음악이고 음악이 나인 느낌이다. 음악과 함께 내 시간이 흘러가는 느낌이라 음 하나하나를 소중히 생각한다.
10. 음악감독 직업을 한마디로 표현해달라.
서우영: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웃음) ‘해결사’라고 하면 모든 음악감독들이 공감할 것 같다. 음악감독이 잘났다는 게 아니라 같이 해오는 것들에 있어서 어느 정도 해결감을 주는 부분들에 대한 의미다. 멋있고 매력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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