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여자의 비밀’ 제작발표회 / 사진=조슬기 기자
KBS2 ‘여자의 비밀’ 제작발표회 / 사진=조슬기 기자
‘막장’ 대신 인물의 이야기와 공감을 내세웠다.

KBS2 ‘여자의 비밀'(극본 송정림, 연출 이강현)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극은 아버지의 복수와 빼앗긴 아이를 되찾기 위해, 백조처럼 순수했던 여자가 흑조처럼 강인하게 변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23일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세레나 홀에서는 ‘여자의 비밀’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이강현 PD를 포함, 소이현, 오민석, 김윤서, 정헌, 송기윤, 최란, 이영범, 문희경, 이선구, 권시현 등이 참석했다.

그간 일일극은 ‘막장’이라는 오해를 받아왔다.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로 100회 남짓의 긴 호흡을 이어가야 하기에, 밑도 끝도 없는 출생의 비밀이나 지독한 복수와 배신 등이 핵심 스토리로 설정되는 탓이다. 여기에 이해하기 힘든 인물들의 행동이나 사건이 더해지면 ‘완벽한 막장’이 완성된다.

‘여자의 비밀’은 다른 노선을 선택했다. 자칫 여자의 복수극이라는 뻔한 소재로 보일 수 있지만, 이강현 PD는 “‘여자의 비밀’은 기존 일일극과 다른 색이 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 역시 복수라는 서사 기획 의도에 있긴 하지만, 복수 자체가 부각이 되거나 드라마 전체를 끌고 가는 메인 스토리는 아니다”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 PD는 “상대방을 괴롭히고 해치면서 무언가를 빼앗으려는 복수는 나오지 않는다. 이런 부분이 타 작품들과의 차이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극적인 ‘막장 스토리’가 시청률의 보증수표가 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여자의 비밀’의 선택에 선뜻 박수를 보낼 수만은 없다. 명불허전 SBS ‘아내의 유혹’을 시작으로 MBC ‘압구정 백야’는 등장인물들의 비명 횡사와 이해하기 힘든 상황, 대사들을 늘어놨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회 시청률을 20%이상 기록했다. 지난 2월 종영한 MBC ‘내딸 금사월’ 역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즐비했지만 시청률은 34.9%에 달했다. 포털사이트에 ‘막장 드라마’가 드라마의 한 장르로 규정돼 있는 것 역시 이런 드라마가 화제성을 불러 일으키고 시청률까지 책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의 비밀’은 새로운 무기가 필요할 듯 보인다. 이 PD의 선택은 ‘공감’이다. 그는 “극성이 강하지만, 공감대의 여지가 높아 시청자들이 색다른 가능성과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복수를 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 모두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중요해졌다. 자신이 맡은 역할이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성과 열을 다해야 할 터. 강지유를 연기하는 소이현은 “주인공이 백조에서 흑조로 변하는 과정, 뻔하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놉시스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며 오해에 대해 설명하며, “내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는 입장이다보니, 엄마로서 캐릭터에 공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악역의 포지셔닝 역시 독특하다. 일일극에서 악역은 어떤 의미로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에게 시련을 주는 존재이자, 타락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끝내 통쾌함을 느끼는 부분 중 악역의 몰락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김윤서는 자신이 연기하는 악역 채서린 캐릭터에 대해 “뻔한 악역이 아니다. 현재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이해할 수 없던 부분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드라마는 끊임없는 욕망으로 파멸에 이르는 모습을 그린다. 단지 그것을 표현해내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 PD는 “인물들이 상처받고 후에 치유받는 과정, 그 과정이 기존 드라마와는 다른 느낌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자신 있게 선포했다. ‘여자의 비밀’이 막장을 넘어서는 신선한 공감력으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을까.

‘여자의 비밀’은 ‘천상의 약속’ 후속으로, 오는 27일 오후 7시 50분에 첫 방송된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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