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줄요약
KTOP 이준석(전노민)의 횡포에도 휘둘리지 않는 방송국 국장(권해효) 덕분에 데뷔 무대에 오르게 된 딴따라밴드. 준석은 더 격분해 신석호(지성)와 딴따라밴드를 무너뜨리고자 과거 석호의 음원 사재기 사건을 터트리고자 한다. 한편 카일(공명)이 줄리어드 음대 시절 동창 이상원(서강준)을 한 번도 실력으로 이기지 못했던 사실이 밝혀진다.
리뷰
드라마가 참 착하다.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갈등이 있는 극 장르이기에 주인공과 대적하는 악인 준석과 김주한(허준석)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다른 주·조연 인물들은 모두 참 착하다. 착한 사람들이 딴따라 밴드를 성공시키기 위해 달려 나가는 과정은 어떠한 편법·술수도 없이 정직하다. 석호는 딴따라밴드를 방송에 출연시키고자 온갖 굴욕을 참아내고, 딴따라밴드 는 번번이 방송 기회가 막혀도 석호에게 분노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석호와 밴드 멤버들은 카일의 열등감 상처도 품어주고 무리하게 이상원 공연 내 게스트 섭외를 강요하지 않는다. 심지어 하늘(강민혁)은 성추행범 누명을 씌운 범인을 찾고서도 석호의 마음까지 헤아려주는 어른스러움을 지녔다. 무기력하게 있다가도 밴드 합주·노래를 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딴따라 밴드, 석호·그린(혜리)과 밴드 멤버들이 서로를 응원해주는 눈빛과 행동이 살짝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과도한 MSG 드라마가 범람하는 시대에 오랜만에 착한 성장 드라마를 다시 만난 듯하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올곧고 착한 사람으로 빛났던 캐릭터는 방송국장이었다. 방송국장은 요즘 보기 드문 ‘바른 갑’이었다. 준석이 방송에 딴따라밴드가 나오면 KTOP 소속 가수들을 출연시키지 않겠다고 하자, 방송국장은 그럼 KTOP 연기자까지 드라마에서 빼버리겠다며 통쾌한 사이다 한방을 날렸다. 방송국장은 원래 청담동은 잘 안 가는 곳이라며 준석이 마련한 자리를 마다했고, 석호가 준비한 작은 선물조차 받지 않았다. 부와 명예를 좇기보다 양심을 지키는 방송국장. 그는 기성세대에 몇 안 되는 ‘진짜 어른’이었다.
양심적인 방송국장과 변사장(안내상)이 있어 준석이 시원하게 물 먹는 꼴을 볼 수 있었지만 아직 딴따라밴드의 갈 길은 멀었다. 기껏 방송에 데뷔했건만, 인터넷 기사에 딴따라밴드 이름 한 줄 안 올라오고, 밴드의 라디오 방송 출연은 무산됐다. 여기에 준석이 석호를 ‘음원 사재기’ 사건으로 엮을 음모까지 꾸몄다.
딴따라밴드의 앞길은 여전히 첩첩산중이지만 그 속에서도 그린·석호는 달달한 로맨스의 기류로 심쿵한 장면을 연출했다. 사연 없는 사람 없다고 마냥 철없어 보였던 카일은 ‘열등감’이란 마음의 상처가 있음이 밝혀졌다. 그린은 이런 카일에게 이상원 공연 게스트 섭외를 요청했다가, 석호의 화를 부르며 해고 위기에 처한다. 석호 또한 과거 잭슨의 지누(안효섭)가 어떤 심리 상태인지 몰랐다가 현재 지누의 성추행 사건을 키웠기에, 석호는 카일을 배려하지 못한 그린에게 화가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석호·그린이 핑크빛 기류를 보여주자마자 둘 사이 위기가 찾아왔다. 아직 딴따라밴드 매니저라기보다 하늘이 보호자 마음이 더 큰 그린. 따지고 보면 그린이 하늘을 지키려는 ‘착한 누나의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카일의 입장을 생각했다면 그런 말을 섣불리 못했을 터. 앞으로 그린이 석호에게 배우고 세상과 부딪치면서 진정한 매니저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수다포인트
– KTOP 전노민에게 한방 날린 권해효·안내상, 사이다 아재들 멋져요!
– 세상의 갑들이 다 권해효만 같았다면 인생 좀 살만 할 텐데…
– 카일 옷 취향이 빨간 레자바지였어
– 서강준, 박소현, 박지윤, 오정세… 딴따라 카메오들 장난 아니네
– 화장실 옆 칸서 휴지 달라 할 때 모른 척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드라마.
이윤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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