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박성웅 :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리멤버’ 촬영이 끝나자마자 이틀 만에 영화 촬영에 바로 들어갔다. 실감이 날 겨를이 없었다.
10. 마지막회에서 “고구마에는 사이다”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박성웅 : 진짜 넣을 줄이야(웃음). 어디서 많이 보던 말이다 했다.
10. 드라마 ‘리멤버’는 영화 ‘변호인’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윤현호 작가가 극본을 맡아 화제가 됐다. 영화 작가가 쓴 드라마 대본은 다르던가.
박성웅 : 신선했다. 2부까지만 대본을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처음에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입체적인 캐릭터라 좋았다. 웃기기만 한 놈도 아니고, 그렇다고 허풍만 떠는 놈도 아니고. 자기 일만 하려고 하는데 주변 여건이 그렇게 못하게 만드는 상황들, 매력적이었다. 촬영할 때는 극 중에서 4년 전의 상황을 연기하는 게 제일 신났던 것 같다. 허풍도 있으면서 찾아가서 자신이 원하는 걸 거래하려고 할 때는 화장실까지도 따라가고 그런 면이 매력 있었다.
10.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박성웅 : 첫 촬영이 화이트 슈트에 핑크셔츠를 입고 백구두를 신고 찍는 장면이었다. 이창민 PD가 처음에 날 보더니 약하다고 해서 어떻게 더 하라는 거지 싶었다. 부모님이 몸을 이렇게 주셔서 그런 옷조차 어울리는 거다(일동 폭소). 그래서 바짓단을 걷었다. 살인현장인 만큼 흰 바지를 걷자고 아이디어를 내서 바짓단을 걷고 촬영을 하게 됐다. 그런데 PD가 그 옷도 약하다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어떤 날은 완전히 새파란색 슈트를 입고 갔는데 100미터 밖에서 현장 스태프들이 막 터지길래 이거다 했다. 그 이후부터 우리 스타일리스트가 미쳤구나 했다. 어디서 이런 옷을 구했는지(웃음). 그 다음부터는 옷을 직접 구입하기까지 했다. 박동호가 입은 오렌지색 코트도 직접 구입한 옷이다. 예전에는 아니었지만 최근 내 패션 철학은 ‘심플 이즈 더 베스트(Simple is the Best)’다.
10. 박성웅도 악역이라면 손에 꼽히는 배우인데, ‘리멤버’에는 남규만이라는 역대급 악역을 연기한 남궁민이 있었다.
박성웅 : 미친 것 같더라(일동 폭소). ‘신세계’를 찍을 때 6개월 전에 이미 대본을 받고, 캐스팅은 안 됐지만 이 영화는 무조건 캐스팅 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철저하게 준비했다. ‘7급 공무원’이었나, 한 영화 시사회를 갔는데 사진에 박성웅이 아닌 이중구가 서 있더라.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눈을 게슴츠레 뜨고 찍은 게 아닌가. 악역에 심취를 하면 그렇게 된다. 나도 힘든 걸 잘 알고 있고, 남궁민도 힘들어 하더라. 힘들다고는 하는데 왜 이렇게 잘 하냐고 했다(웃음). 진우(유승호)랑 인아(박민영) 만나는 신 있으면 남규만 만나고 왔는데 진짜 ‘돌+아이’ 같다고 했다(웃음). 10. ‘검사외전’과 ‘리멤버’ 모두 문제를 해결하는 위치에 있다.
박성웅 : 모처럼의 엘리트 역할이기도 하고(웃음). 다음 역할 역시 영화 ‘이와 손톱’의 검사 역이다. 법정이 너무 좋다. 예전에는 수갑 차고 들어갔는데(일동 폭소).
10. 실제로 한국외대 법학과 출신이다. 실제 전공이 ‘리멤버’에서 도움이 됐나
박성웅 : 전혀(웃음). 전혀 안 됐다. 내가 법을 공부했지만 법정에 서 봤겠나(웃음). 2학년 때부터 이쪽 바닥에 왔기 때문에 당시에는 졸업하기에만 급급했다. 학력위조 파문 났을 때 진짜 졸업한 거 맞느냐고 다들 물어봤다. 다들 이상한 차림의 내 졸업사진 보시지 않았나(웃음).
10. ‘리멤버’에서도 화려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박성웅 : 액션 연기에 대한 애착이 많다. 대역 쓰기를 안 좋아해서 이렇게 종합병원이 됐다. 액션 스쿨에 오래 있을 때에도 꿈은 배우였다. 액션스쿨 1기였는데 성룡, 이연걸 같은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 때 배운 게 아직까지 도움이 된다. 대신 다른 점이 있다. 예전에는 생동감 있게 정말 멋있게 해야지, 했다면 ‘리멤버’에서는 무조건 다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안실장(이시언) 구하러 가는 장면을 찍을 때는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전날까지 계속 포근했다가 비와서 갑자기 추워졌기 때문이다.
사실 액션을 찍을 때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걸로 다친다. 점프해서 착지했는데 무릎 십자인대가 돌아갔다든지, 너무 추우니까 장비 세팅하는 걸 10분 정도 기다리다 몸이 차가워진 상태에서 액션 연기를 하다면 다칠 수도 있다. 그래서 조심했다. 액션 스쿨에서도 때리는 것보다 맞는 걸 먼저 배운다. 임팩트 있게 안 받아주면 액션 연기가 이상해지기 때문이지. 이번에 제일 안타까웠던 건 남규만(남궁민)을 한 대도 못 때려보고 남규만이 자살했다는 거. 촬영하다가 ‘나 얘 안 때려? 한 대만 때리자’고 조르기도 했다(웃음).
10. 유승호와 호흡을 맞췄다. ‘브로맨스’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박성웅 : 백허그를 부르는 승호다. 유승호는 제가 만난 남자 배우가 아니라 남자 사람 중에 가장 착하다. 나이도 어린데 생각도 깊고, 연기 욕심도 많은데 내세우지 않고 자기 혼자 간직하고 있다. 한참 어린데 배울 점도 많더라. 나는 저 나이에 어떻게 살았는지 뒤돌아본다. 군대를 왜 이렇게 일찍 다녀왔냐고 했더니, 연기자는 자신이 원해서 선택한 직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하더라.
10. 유승호가 정말 착하다고 느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
박성웅 : 얼굴 보면 안 나오나, 얼굴에 쓰여 있다(웃음). 그냥 착하고 예의 바른 청년이다. 그 정도 연기하고 그 정도 위치에 있으면 바람이 들어갈 수 있는데 승호는 그렇지 않다. 제가 썰렁한 농담을 할 때 안 웃겨도 웃고, 안 웃긴데 웃지 하면 또 웃는다. 승호가 배우로서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드라마 하면서 승호를 얻었다는 게 좋다. 10. 또 하나의 착한 얼굴, ‘검사외전’의 강동원과도 함께 했다(웃음).
박성웅 : 강동원은 애늙은이다. 애는 아니고 약간 우리보다 젊은데. 애가 생각이, 애늙은이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촬영장에서도 코믹 연기를 할 때에도 한없이 진지하고, 똑똑한 것 같다. 제가 빚진 게 하나 있는데 소원을 아직까지도 말하지 않고 있다. 제가 촬영하다가 몸이 안 좋아서 폭탄주 한 잔을 뺀 적이 있는데, 자기가 마시겠다고 해서 마셨다. 이후에 내가 ‘검은 사제들’ 내 돈 내고서 2번이나 봤다. 근데 아직도 아니라고(웃음) 얼마 전에는 박성웅 형이 나한테 진 빚이 있다고 인터뷰까지 했더라(일동 폭소). 강동원과는 연기 호흡이 잘 맞았다. 화제가 된 ‘휘문고’ 대사도 다 애드리브였다. 자연스러운 애드리브였는데, 그렇게 ‘빵’ 터질 줄은 몰랐지.
10. 유승호와의 애드리브는 뭐가 있었나.
박성웅 : 진우야, 대사다. 없어도 됐는데 자꾸 부르게 되더라. 요즘 교복 입은 애들이 나를 보면 자꾸 진우야, 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한 번만 해달라고 막 졸라서 애들이 나를 안 무서워 하는 구나 싶어 기분이 좋다.
10. 사투리 대사를 소화하는 게 힘들었을 것 같다.
박성웅 : 끝까지 힘들었다. 매회 대사를 사투리로 읽어서 모바일 메신저로 보내주는 친구가 있었다. 채널 CGV에서 했던 ‘나도 영화감독이다2’ 출연진 중에 부산 출신이 있었는데, 모든 대사를 부산 사투리로 읽어서 모바일 메신저 음성메시지로 보내주면, 그 톤을 그대로 연습했다. 내 대본은 악보 수준이다. 높낮이 같은 것들이 악보처럼 표시돼 있다.
실제 고향은 충청도다. 충청도에서 이십 몇 년, 서울에서 이십 몇 년을 살았다. 부산은 촬영하러 내려간 적 밖에 없다. 부산 분들에게 욕 많이 먹었지(웃음). 처음부터 부산 분들의 인정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경상도 이외의 분들만 속이자는 생각이었다(웃음). 사투리 공부 도와준 친구는 ‘리멤버’ 종방연에도 초대했다. 너는 종방연에 올 자격이 있다고 했지(일동 폭소). 종방연에 초대해서 다 소개도 시켰다.
10. 그동안 악역을 주로 연기했는데, 연기 변신에 대한 목마름도 있었겠다.
박성웅 : 관객분들이나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얼마나 관객분들이 ‘신세계2’를 갈망하고 있겠나. 갑자기 제가 좋은 사람으로 나올 수는 없었다. 이중구 이후로 2년 넘게 센 역할만 들어왔다. ‘검사외전’ 캐스팅 당시에도 제작사 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고 하더라.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오니까 좋은 것 같다. 이번에 찍는 영화도 유호정 선배와의 멜로 되시겠다(웃음). 일단 관객 분들뿐만 아니라 관계자 분들도 저에 대해 더 알게 되는 판이 깔린 거니까 좋은 것 같다. 10. 최근에 어깨에 힘을 빼고 연기했다. 본인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게 있다면.
박성웅 : 글쎄. 나 원래 이런 놈이다(웃음). 답답했다.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귀엽다는데(일동 폭소) 위로 형님이 한 분 있다. 어렸을 때 내가 애교가 많았다고 하더라. 맞벌이라 할머니가 키워주셨는데, 중학생 때까지 할머니랑 같이 잤다. 할머니랑 형이랑 밥 먹고 있다가 제가 오면 반찬이 두 세 개 더 나오고 그랬다(웃음). 형은 무뚝뚝한 타입이거든. 아들이 생기니까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부모님의 사랑을 더 느낀다.
10. 팬미팅을 준비 중이다.
박성웅 : 일단 노래는 안 한다(웃음). 연기나 잘 하고 싶다. 노래는 가수들이 해야지. 팬 중에 고등학생들도 있다. 여자 친구들 중에서는 초등학생도 있더라. 아이고 참(웃음). 이럴 때일수록 정신이 바짝 차려지는 느낌이다. 내 팬들은 연령대가 다양하다. 어머님도 좋아해 주신다. 생긴 게 부담 없이 생겨서 그런가, 쌍꺼풀이 있는 것도 아니고(웃음). 최근에 가벼운 역할을 많이 해서 더 나를 편안하게 느껴주시는 것 같다. 좋은 일이지.
10. 배우로서 지향점이 있다면.
박성웅 : 연기에 대한 소망이라기 보다는 이렇게 연기할 수 있게 내게 판을 깔아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나도 열심히 일해서 희노애락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돼야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한지 만으로 20년째인데 앞으로 계속 나태해지지 않고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 연기를 엑스트라부터 꾸준히 해왔다. 어릴 때부터 잘 된 게 아니라 40대가 돼서야 잘 됐기 때문에 이런 사랑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잘 알고 있다.
10.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하고 있다. 휴식이 필요하진 않나.
박성웅 : 일 없는게 힘들지(웃음). 그래도 이번에는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다는 생각은 들었다.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영화 ‘이와 손톱’ 계약을 했었다. 거기 촬영하러 내려가면 저희 할머니를 보고 온다. 친할머니 돌아가신 지는 꽤 됐는데, 영화 촬영 하느라 포마드를 발라서 가운데 가르마를 곱게 타면 우리 할머니가 보인다. (촬영 사진을 보여주며) 법정에서밖에 안 나오는데, 이거봐, 우리 할머니랑 비슷해(웃음).
‘이와 손톱’은 마지막 촬영이 남았다. ‘리멤버’ 찍으면서 전라도 광주에 내려가서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영화 촬영을 하고, 다시 서울 와서 ‘리멤버’ 2회차를 찍었다. 정말 체력 방전이었다. 그래도 하게 된다. 연기가 좋으니까.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박성웅의 진가를 알린 것은 묵직한 존재감의 악역 캐릭터였다. ‘살려는 드릴게’, ‘거 참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박성웅의 이미지를 완성하고 그의 필모그래피를 빛나게 한 것 역시 악인(惡人)의 발자취였다. 그랬던 박성웅이 변했다. 어깨에 힘을 빼고, 가벼운 연기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가득 채웠다. 어린이들만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리라. 이미 다 커버린듯한 박성웅도 연기를 통해 한 뼘 자라 더욱 가깝게 다가왔다. ‘살려는 드리겠다’는 서늘한 미소의 박성웅이 진짜인지, 소녀같은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박성웅이 진짜인지, 궁금해할 필요는 없다. 힘을 빼고 오롯이 박성웅을 연기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옮기는 이 순간, 박성웅의 진가는 또다시 빛나고 있다.10. ‘리멤버’ 종영이 실감나는지.
박성웅 :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리멤버’ 촬영이 끝나자마자 이틀 만에 영화 촬영에 바로 들어갔다. 실감이 날 겨를이 없었다.
10. 마지막회에서 “고구마에는 사이다”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박성웅 : 진짜 넣을 줄이야(웃음). 어디서 많이 보던 말이다 했다.
10. 드라마 ‘리멤버’는 영화 ‘변호인’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윤현호 작가가 극본을 맡아 화제가 됐다. 영화 작가가 쓴 드라마 대본은 다르던가.
박성웅 : 신선했다. 2부까지만 대본을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처음에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입체적인 캐릭터라 좋았다. 웃기기만 한 놈도 아니고, 그렇다고 허풍만 떠는 놈도 아니고. 자기 일만 하려고 하는데 주변 여건이 그렇게 못하게 만드는 상황들, 매력적이었다. 촬영할 때는 극 중에서 4년 전의 상황을 연기하는 게 제일 신났던 것 같다. 허풍도 있으면서 찾아가서 자신이 원하는 걸 거래하려고 할 때는 화장실까지도 따라가고 그런 면이 매력 있었다.
10.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박성웅 : 첫 촬영이 화이트 슈트에 핑크셔츠를 입고 백구두를 신고 찍는 장면이었다. 이창민 PD가 처음에 날 보더니 약하다고 해서 어떻게 더 하라는 거지 싶었다. 부모님이 몸을 이렇게 주셔서 그런 옷조차 어울리는 거다(일동 폭소). 그래서 바짓단을 걷었다. 살인현장인 만큼 흰 바지를 걷자고 아이디어를 내서 바짓단을 걷고 촬영을 하게 됐다. 그런데 PD가 그 옷도 약하다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어떤 날은 완전히 새파란색 슈트를 입고 갔는데 100미터 밖에서 현장 스태프들이 막 터지길래 이거다 했다. 그 이후부터 우리 스타일리스트가 미쳤구나 했다. 어디서 이런 옷을 구했는지(웃음). 그 다음부터는 옷을 직접 구입하기까지 했다. 박동호가 입은 오렌지색 코트도 직접 구입한 옷이다. 예전에는 아니었지만 최근 내 패션 철학은 ‘심플 이즈 더 베스트(Simple is the Best)’다.
10. 박성웅도 악역이라면 손에 꼽히는 배우인데, ‘리멤버’에는 남규만이라는 역대급 악역을 연기한 남궁민이 있었다.
박성웅 : 미친 것 같더라(일동 폭소). ‘신세계’를 찍을 때 6개월 전에 이미 대본을 받고, 캐스팅은 안 됐지만 이 영화는 무조건 캐스팅 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철저하게 준비했다. ‘7급 공무원’이었나, 한 영화 시사회를 갔는데 사진에 박성웅이 아닌 이중구가 서 있더라.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눈을 게슴츠레 뜨고 찍은 게 아닌가. 악역에 심취를 하면 그렇게 된다. 나도 힘든 걸 잘 알고 있고, 남궁민도 힘들어 하더라. 힘들다고는 하는데 왜 이렇게 잘 하냐고 했다(웃음). 진우(유승호)랑 인아(박민영) 만나는 신 있으면 남규만 만나고 왔는데 진짜 ‘돌+아이’ 같다고 했다(웃음). 10. ‘검사외전’과 ‘리멤버’ 모두 문제를 해결하는 위치에 있다.
박성웅 : 모처럼의 엘리트 역할이기도 하고(웃음). 다음 역할 역시 영화 ‘이와 손톱’의 검사 역이다. 법정이 너무 좋다. 예전에는 수갑 차고 들어갔는데(일동 폭소).
10. 실제로 한국외대 법학과 출신이다. 실제 전공이 ‘리멤버’에서 도움이 됐나
박성웅 : 전혀(웃음). 전혀 안 됐다. 내가 법을 공부했지만 법정에 서 봤겠나(웃음). 2학년 때부터 이쪽 바닥에 왔기 때문에 당시에는 졸업하기에만 급급했다. 학력위조 파문 났을 때 진짜 졸업한 거 맞느냐고 다들 물어봤다. 다들 이상한 차림의 내 졸업사진 보시지 않았나(웃음).
10. ‘리멤버’에서도 화려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박성웅 : 액션 연기에 대한 애착이 많다. 대역 쓰기를 안 좋아해서 이렇게 종합병원이 됐다. 액션 스쿨에 오래 있을 때에도 꿈은 배우였다. 액션스쿨 1기였는데 성룡, 이연걸 같은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 때 배운 게 아직까지 도움이 된다. 대신 다른 점이 있다. 예전에는 생동감 있게 정말 멋있게 해야지, 했다면 ‘리멤버’에서는 무조건 다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안실장(이시언) 구하러 가는 장면을 찍을 때는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전날까지 계속 포근했다가 비와서 갑자기 추워졌기 때문이다.
사실 액션을 찍을 때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걸로 다친다. 점프해서 착지했는데 무릎 십자인대가 돌아갔다든지, 너무 추우니까 장비 세팅하는 걸 10분 정도 기다리다 몸이 차가워진 상태에서 액션 연기를 하다면 다칠 수도 있다. 그래서 조심했다. 액션 스쿨에서도 때리는 것보다 맞는 걸 먼저 배운다. 임팩트 있게 안 받아주면 액션 연기가 이상해지기 때문이지. 이번에 제일 안타까웠던 건 남규만(남궁민)을 한 대도 못 때려보고 남규만이 자살했다는 거. 촬영하다가 ‘나 얘 안 때려? 한 대만 때리자’고 조르기도 했다(웃음).
10. 유승호와 호흡을 맞췄다. ‘브로맨스’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박성웅 : 백허그를 부르는 승호다. 유승호는 제가 만난 남자 배우가 아니라 남자 사람 중에 가장 착하다. 나이도 어린데 생각도 깊고, 연기 욕심도 많은데 내세우지 않고 자기 혼자 간직하고 있다. 한참 어린데 배울 점도 많더라. 나는 저 나이에 어떻게 살았는지 뒤돌아본다. 군대를 왜 이렇게 일찍 다녀왔냐고 했더니, 연기자는 자신이 원해서 선택한 직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하더라.
10. 유승호가 정말 착하다고 느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
박성웅 : 얼굴 보면 안 나오나, 얼굴에 쓰여 있다(웃음). 그냥 착하고 예의 바른 청년이다. 그 정도 연기하고 그 정도 위치에 있으면 바람이 들어갈 수 있는데 승호는 그렇지 않다. 제가 썰렁한 농담을 할 때 안 웃겨도 웃고, 안 웃긴데 웃지 하면 또 웃는다. 승호가 배우로서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드라마 하면서 승호를 얻었다는 게 좋다. 10. 또 하나의 착한 얼굴, ‘검사외전’의 강동원과도 함께 했다(웃음).
박성웅 : 강동원은 애늙은이다. 애는 아니고 약간 우리보다 젊은데. 애가 생각이, 애늙은이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촬영장에서도 코믹 연기를 할 때에도 한없이 진지하고, 똑똑한 것 같다. 제가 빚진 게 하나 있는데 소원을 아직까지도 말하지 않고 있다. 제가 촬영하다가 몸이 안 좋아서 폭탄주 한 잔을 뺀 적이 있는데, 자기가 마시겠다고 해서 마셨다. 이후에 내가 ‘검은 사제들’ 내 돈 내고서 2번이나 봤다. 근데 아직도 아니라고(웃음) 얼마 전에는 박성웅 형이 나한테 진 빚이 있다고 인터뷰까지 했더라(일동 폭소). 강동원과는 연기 호흡이 잘 맞았다. 화제가 된 ‘휘문고’ 대사도 다 애드리브였다. 자연스러운 애드리브였는데, 그렇게 ‘빵’ 터질 줄은 몰랐지.
10. 유승호와의 애드리브는 뭐가 있었나.
박성웅 : 진우야, 대사다. 없어도 됐는데 자꾸 부르게 되더라. 요즘 교복 입은 애들이 나를 보면 자꾸 진우야, 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한 번만 해달라고 막 졸라서 애들이 나를 안 무서워 하는 구나 싶어 기분이 좋다.
10. 사투리 대사를 소화하는 게 힘들었을 것 같다.
박성웅 : 끝까지 힘들었다. 매회 대사를 사투리로 읽어서 모바일 메신저로 보내주는 친구가 있었다. 채널 CGV에서 했던 ‘나도 영화감독이다2’ 출연진 중에 부산 출신이 있었는데, 모든 대사를 부산 사투리로 읽어서 모바일 메신저 음성메시지로 보내주면, 그 톤을 그대로 연습했다. 내 대본은 악보 수준이다. 높낮이 같은 것들이 악보처럼 표시돼 있다.
실제 고향은 충청도다. 충청도에서 이십 몇 년, 서울에서 이십 몇 년을 살았다. 부산은 촬영하러 내려간 적 밖에 없다. 부산 분들에게 욕 많이 먹었지(웃음). 처음부터 부산 분들의 인정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경상도 이외의 분들만 속이자는 생각이었다(웃음). 사투리 공부 도와준 친구는 ‘리멤버’ 종방연에도 초대했다. 너는 종방연에 올 자격이 있다고 했지(일동 폭소). 종방연에 초대해서 다 소개도 시켰다.
10. 그동안 악역을 주로 연기했는데, 연기 변신에 대한 목마름도 있었겠다.
박성웅 : 관객분들이나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얼마나 관객분들이 ‘신세계2’를 갈망하고 있겠나. 갑자기 제가 좋은 사람으로 나올 수는 없었다. 이중구 이후로 2년 넘게 센 역할만 들어왔다. ‘검사외전’ 캐스팅 당시에도 제작사 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고 하더라.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오니까 좋은 것 같다. 이번에 찍는 영화도 유호정 선배와의 멜로 되시겠다(웃음). 일단 관객 분들뿐만 아니라 관계자 분들도 저에 대해 더 알게 되는 판이 깔린 거니까 좋은 것 같다. 10. 최근에 어깨에 힘을 빼고 연기했다. 본인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게 있다면.
박성웅 : 글쎄. 나 원래 이런 놈이다(웃음). 답답했다.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귀엽다는데(일동 폭소) 위로 형님이 한 분 있다. 어렸을 때 내가 애교가 많았다고 하더라. 맞벌이라 할머니가 키워주셨는데, 중학생 때까지 할머니랑 같이 잤다. 할머니랑 형이랑 밥 먹고 있다가 제가 오면 반찬이 두 세 개 더 나오고 그랬다(웃음). 형은 무뚝뚝한 타입이거든. 아들이 생기니까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부모님의 사랑을 더 느낀다.
10. 팬미팅을 준비 중이다.
박성웅 : 일단 노래는 안 한다(웃음). 연기나 잘 하고 싶다. 노래는 가수들이 해야지. 팬 중에 고등학생들도 있다. 여자 친구들 중에서는 초등학생도 있더라. 아이고 참(웃음). 이럴 때일수록 정신이 바짝 차려지는 느낌이다. 내 팬들은 연령대가 다양하다. 어머님도 좋아해 주신다. 생긴 게 부담 없이 생겨서 그런가, 쌍꺼풀이 있는 것도 아니고(웃음). 최근에 가벼운 역할을 많이 해서 더 나를 편안하게 느껴주시는 것 같다. 좋은 일이지.
10. 배우로서 지향점이 있다면.
박성웅 : 연기에 대한 소망이라기 보다는 이렇게 연기할 수 있게 내게 판을 깔아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나도 열심히 일해서 희노애락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돼야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한지 만으로 20년째인데 앞으로 계속 나태해지지 않고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 연기를 엑스트라부터 꾸준히 해왔다. 어릴 때부터 잘 된 게 아니라 40대가 돼서야 잘 됐기 때문에 이런 사랑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잘 알고 있다.
10.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하고 있다. 휴식이 필요하진 않나.
박성웅 : 일 없는게 힘들지(웃음). 그래도 이번에는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다는 생각은 들었다.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영화 ‘이와 손톱’ 계약을 했었다. 거기 촬영하러 내려가면 저희 할머니를 보고 온다. 친할머니 돌아가신 지는 꽤 됐는데, 영화 촬영 하느라 포마드를 발라서 가운데 가르마를 곱게 타면 우리 할머니가 보인다. (촬영 사진을 보여주며) 법정에서밖에 안 나오는데, 이거봐, 우리 할머니랑 비슷해(웃음).
‘이와 손톱’은 마지막 촬영이 남았다. ‘리멤버’ 찍으면서 전라도 광주에 내려가서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영화 촬영을 하고, 다시 서울 와서 ‘리멤버’ 2회차를 찍었다. 정말 체력 방전이었다. 그래도 하게 된다. 연기가 좋으니까.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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