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이승환
이승환
“가수 이승환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혼에 자식도 없고. 그렇다고 가수로서 뚜렷하게 남긴 것도 없이 퇴물이 됐다는 자괴감이 들 때 (후략)” – 2015년 한 누리꾼의 말-

일부 누리꾼(을 가장한 악플러)들의 감정 이입(을 가장한 오지랖)은 때론 지나칠 정도로 그 실력이 뛰어나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혼이 뭘 그리 흠이라고. 출산율 1.3%(2015년 기준)의 국가에서 자식이 없는 게, 또 뭘 그리 ‘불쌍’할 일인가. 방점은 마지막 문장이자, 아마도 가장 힘주어 말하고 싶었을 문장에서 찍힌다. “가수로서 뚜렷하게 남긴 것도 없이 퇴물이 됐을 때.” 악플의 효력이 바닥을 치는 순간이다.

‘가수’ 이승환의 업적을 되짚기 위해 굳이 90년대로 날아갈 필요도 없다. 가까운 2015년을 살펴보자. 이승환은 단독공연 30회를 포함해 50회의 공연을 치렀고 총 5회의 대형 음악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섰다. ‘빠데이’ 공연을 통해 6시간 21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으며, ‘공연의 기원 : 오리진(Origin)’ 투어를 전국 10개 도시에서 진행한 이력도 있다. 자선 콘서트 ‘차카게 살자’는 누적 금액 6억 원을 돌파했고, 이에 힘입어 동명의 기부단체가 출범하기도 했다.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이승환은 종합분야인 올해의 음악인 상을 수상,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삶과 음악이 맞닿아 있는 나이길 바란다. 정의롭게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 모든 게, 한 해 동안 일어난 일이다.

올해도 이승환은 바쁘다. 지난해 시작된 ‘공연의 기원 : 오리진’은 올해 투어 도시를 늘려 15개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미 안산, 천안, 구리 등의 지역에서 해당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2월 후배 밴드들과 함께 하는 ‘이승환과 아우들’ 공연 역시 일찌감치 매진됐다. 상반기에 열리는 국내 대형 음악 페스티벌 두 곳에서 현재 헤드라이너 요청을 받은 상태. 이밖에도 3월 일본 단독공연과 다양한 기획공연들이 준비를 마쳤다.
이승환
이승환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그를 ‘퇴물’이라 부른다. 하여 이승환은 응답했다. “내 공연에 영감을 주는 그대들이여. 2016년 2월에 ‘퇴물’ 공연 개최 확정입니다.”(2015.11.09. 이승환 페이스북) 그리고 그의 일갈은 곧 현실이 됐다. 오는 2월 14일 서울 합정동 롯데카드아트홀을 시작으로 이승환의 전국 클럽투어 콘서트 ‘퇴물’이 이어지는 것. 이번 전국 클럽투어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 5개 이상의 도시에서 5월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소속사 드림팩토리는 ‘퇴물’ 콘서트에 대해 “방송을 통해 유명세를 얻기 보다는 더 많은, 더 다양하고 새로운 공연으로 뮤지션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이승환의 오랜 신념과 의지를 역설적이고 유머러스하게 담은 제목이다”고 설명했다. “‘퇴물’이라는 악플 뒤에 악플러가 숨어있다면, ‘퇴물’이라는 타이틀의 공연에는 진짜 가수와 제대로 된 팬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다”는 것이 이번 공연의 목표다.

이승환이 정말 ‘퇴물’인지 궁금하다면, 공연장에서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승환의 클럽투어 ‘퇴물’ 서울 공연은 오는 26일 오후 8시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가 시작된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드림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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