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윤준필 기자, 한혜리 기자]
시청자들을 1988년 쌍문동의 추억으로 젖어들게 했던 tvN ‘응답하라 1988’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쌍문동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사랑과 우정, 추억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누군가의 친구로, 누군가의 가슴 아픈 첫사랑으로, 누군가의 가족으로, 누군가의 이웃으로 남은 ‘응답하라 1988′ 속 쌍문동 사람들. 그들은 떠났지만, 아직 우리는 그들은 보내지 못했다.

'응답하라 1988' 선택 커플
'응답하라 1988' 선택 커플
#성덕선(혜리)♡최택(박보검)

아무도 모르게 스며든 사랑. 덕선과 택의 사랑을 정의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심지어 본인들도 이 사랑은 뒤늦게 알아챘다. 소꿉친구였던 두 사람, 늘 함께했던 쌍문동 5인방이었지만, 덕선과 택은 좀 달랐다. 덕선은 유난히 택을 챙겼고 택은 유난히 덕선을 따랐다. 이게 사랑인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 중 먼저 각성한 것은 택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덕선이가 예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택의 눈에는 친구들이 좋아하는 왕조현, 이미연보다도 덕선이가 더 예뻤다. 택이 덕선을 좋아하기 시작한 게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른다. 정말 물기가 스며들 듯이 자연스러운 감정이었다. 그러나 택은 덕선이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생기고 나서부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마음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승부사답게 직진으로 돌진했다.

그에 비해 덕선은 참 더뎠다. “쟤가 너 좋아하는 것 같아”라는 친구들의 말에 흔들려 선우를 좋아하기도 했고, 정환을 좋아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덕선은 제 마음의 갈피를 못 잡고 있었던 것이다. “네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야?” ‘동룡도사’의 한 마디로 덕선은 드디어 각성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택은 동룡에게 절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동룡이가 없었다면 덕선은 지금까지도 제 마음을 몰랐을 테니까. 그렇게 돌고 돌아 두 사람이 드디어 이뤄졌다. 우여곡절을 겪고 시작한 두 사람의 연애는 생각보단 평범했다. 남들처럼 똑같이 질투하고, 치열하게 싸우고, 또 치열하게 사랑한 두 사람은 ‘평범’하게 사랑을 지켜내고 ‘평범’하게 결혼에 성공했다.
응팔 정환 덕선
응팔 정환 덕선
#성덕선(혜리)♡김정환(류준열)

참고 기다리는 사랑의 결말은 너무도 가혹했다. 정환은 자신의 사랑을 덕선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표현하는 것이 쑥스러워 그저 사랑만 했을 뿐, 늘 정환의 마음은 덕선을 향해 있었다. 어릴 때부터 ‘내 것’을 가지는 것을 모르는 아이였던 정환은 늘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속으로 삭히는 방법만 배웠다.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시간 덕선을 차곡차곡 쌓아온 정환의 마음 속 성은 견고했다. 덕선은 정환이 마음 속에 지어둔 성에 사는 아름다운 공주님이었다. 덕선이 다치지 않도록, 아프지 않도록, 정환은 기꺼이 성을 지키는 문지기가, 병사가, 그리고 왕자님이 되었다. 덕선의 사랑은 어쩌면 친구들의 부추김으로 시작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환이 덕선 곁에 오래 쌓아둔 사랑, 그리고 시간이 있었기에 덕선은 정환에게로 직진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의 곁으로 조금씩 다가갈 무렵, 정환은 덕선만큼이나 아끼는 친구 택이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덕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만 참으면 돼, 나만 아프면 모두가 괜찮을 거야.’ 늘 배려하는 것에 익숙했던 정환은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랜 시간 고민한 정환은 어렵게 자신에게 다가온 ‘사랑’ 덕선을 밀어내기로 한다. 분홍 셔츠로 정환과 오해가 생긴 덕선의 마음의 상처가 깊어지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정환은 괴롭지만 애써 자신을 달래며 덕선에게서 멀어진다. 그러나 몸이 멀어졌다고 마음까지 멀어진 것은 아니었다. 멀어진 만큼 마음은 더 커졌다. 결국 마지막 순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달려간 그 곳에서 덕선을 만난 것은 자신이 아닌 택이었다. 그러나 정환은 자신보다 빨리 달려간 택을 원망하거나,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신호등을 원망하는 대신 “내가 덜 절실했다”고 자책한다. 덕선과의 진짜 마지막임을 직감한 정환은 두 사람만이 아는 이야기들로 친구들 앞에서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라고 고백한다.
응팔 선우 보라
응팔 선우 보라
#성보라(류혜영)♡성선우(고경표)

선우는 보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열 번의 도끼질을 했다. 보라가 “남자친구 있다”, “까불지 마라”, “선을 넘지 말자”며 아무리 거절해도 선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해서 돌직구를 던지니 보라도 ‘동생 친구’였던 선우가 이성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보라는 선우에게 마음을 열었다. 두 사람은 골목 사람들의 눈을 피해 알콩달콩 연애를 시작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연애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보라가 사법고시 준비를 시작하면서, 이별을 택한 것이다. 두 사람의 이별 또한 오래가지 않았다. 5년이 지난 1994년, ‘1%의 가능성’을 믿었던 보라의 바람대로 선우가 소개팅 자리에 등장했다.

보라는 선우에게 말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결코 미워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어렵게 다시 만나, ‘동성동본’이란 허들마저 넘고 결혼을 한 두 사람. 그런데 선우는 결혼을 하고 난 이후에도 스토커처럼 보라를 귀찮게 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라는 그런 선우가 꽤나 귀찮긴 해도 밉지는 않은 눈치다. 그렇게 선우와 보라는 2016년에도 사랑을 하고 있다.
응팔 정봉 만옥
응팔 정봉 만옥
#김정봉♡장미옥(이민지)

비가 내리던 날, 정봉은 운명처럼 미옥의 마음에 들어왔다. 강동원 못지않은 치명적인 미소와 함께 시작된 두 사람의 로맨스. 이들의 사랑에는 쌍팔년도 낭만의 순간들이 있었다. 정봉은 큰 교통사고로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미옥에게 마음을 담은 러브레터를 보냈다. 그것은 바로 부루마블 게임에서 사용되는 황금열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우주여행 초청장이었다. 황금열쇠를 손에 쥔 미옥은 그대로 정봉의 품에 들어왔다. 정봉은 미옥과 첫 데이트에서 서인국처럼 ‘확인’했고, 다음 번 만남에선 현빈처럼 미옥의 입술에 묻은 ‘거품’을 훔쳤다. 로맨스 드라마에 나오는 키스의 정석이었다.

거침없는 스킨십을 보여주며 사랑을 키워나가던 두 사람은 예정에 없던 생이별을 겪었다. 미옥이 연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미옥의 아버지가 미옥을 유학 보낸 것. “절 잊어주세요”란 편지와 함께 이들의 로맨스는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뒤, 만날 사람은 언젠가 만난다고 하지 않던가. 정봉은 PC통신 ‘영화퀴즈방’에서 미옥으로 추측되는 사람을 발견했고, 두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암호 같은 퀴즈로 약속을 정했다. 그리고 이들은 처음 키스를 나눴던 종로 ‘반줄’ 커피숍 1층에서 운명처럼 다시 만나 서로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장진리 기자 mari@ 윤준필 기자 yoon@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tvN ‘응답하라 1988′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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