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도리화가
도리화가

공개날짜: 11월 18일(수) 오후 2시
공개장소: CGV 왕십리
감독: 이종필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 11월 25일

줄거리: 어릴 적 부모를 잃은 진채선(배수지)은 우연히 듣게 된 신재효(류승룡)의 아름다운 소리에 이끌려 소리꾼의 꿈을 품는다. 하지만 채선이 살았던 조선 말기는 여자가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판소리학당 동리정사의 수장인 신재효는 여자라는 이유로 채선을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침 흥선대원군(김남길)이 개최하는 전국의 소리꾼을 위한 경연 ‘낙성연’의 소식이 들려오고 신재효는 춘향가의 진정한 소리를 낼 수 있는 단 한 사람, 채선을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리뷰: “귀로는 좋은데 마음은 움직이지 않아요” “자기만의 소울을 보여주는데 까지도 못 간 것 같아요” 수많은 어록을 남긴 박진영의 ‘K팝스타’ 심사평을 ‘도리화가’에 대입해 보자면, 위의 두 평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어쩔 수 있나. 수지가 캐스팅 되는 순간 ‘도리화가’는 수지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릴 운명으로 거듭났다. ‘건축학개론’을 통해 국민 첫사랑으로 거듭난 수지가 조선 최초의 여류 소리꾼을 어떻게 소화해 낼까. 특히나, 세련된 이미지로 전국 남성들의 든든한 지지를 얻고 있는 걸그룹 멤버가, ‘여자는 소리를 낼 수 없었던’ 시대의 금기를 넘어서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이 부분은 ‘도리화가’를 신선하게 혹은 이질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지점이다.

신선하거나 이질적이거나. 두 갈림길 사이에서 수지가 보여주는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1년 가까이 매진했다는 창법과 호흡 연습의 결과로 빚어진 소리엔 울림이 있다. 무엇보다 감정 표현이 ‘건축학개론’에서보다 한층 무르익었다. 심청가를 부르며 비애에 잠긴 듯 먹먹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수지의 배우로서의 재능을 다소 과소평가 해 왔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도리화가’의 흥행과 별개로 배우 수지에겐 앞으로 더 많은 기회들이 열릴 것이 자명하다.

수지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난 배우들의 연기 또한 지적할 게 없다.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류승룡의 호흡과 연기력은 이번에도 발군이며 묵직하다. 여기에 도리정사의 소리 선생 김세종으로 분한 송새벽이 그 특유의 개성 있는 연기로 극에 감칠맛을 더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주목받고 있는 이동휘와 안재홍의 경우, 다소 계산에 맞춰 배치된 느낌이라는 인상도 있지만, 그럼에도 두 배우의 천연덕스러운 연기 덕분에 극에 활력이 생긴다.

하지만 ‘도리화가’는 개별 인물이나 시퀀스들은 좋지만, 그 시퀀스들의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하다. 디테일은 만족스럽지만 그것이 한데모인 결과는 아쉬운 뒷맛을 남긴 달까. 조립된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작은 느낌이다. 그것은 배우의 문제라기보다는 연출의 문제일 수도 있고, 편집 과정에서 리듬을 타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혹은 채선의 성장 드라마로 달리던 드라마가 극 후반 급작스럽게 멜로로 전향하면서 벌어진 틈새 탓일 수도 있다. 스승과 제자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흥선대원군의 관계에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채선의 성장과정과 그녀의 내면을 보여주는 데 보다 집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관람지수: 10점 만점에 5점

TEN COMMENTS, 꽃은 있는데 향기가 나지 않는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