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강동원은 올해 두 편의 영화를 찍었고, 한 편을 촬영 중이다. 현재 관객과 만나고 있는 ‘검은 사제들’은 2월에 시작해 5월에 촬영 종료한 작품. 이후 강동원은 2주 정도의 휴식을 가진 후 6월부터 바로 ‘검사외전’ 촬영에 들어갔다. ‘검사외전’ 촬영이 끝난 후에도 그는 현장을 오래 떠나 있지 않았다. ‘가려진 시간’으로 빠르게 현장에 복귀한 강동원은 아마도 이 작품과 함께 2015년을 마무리 할 것이다.
‘검은 사제들-검사외전-가려진 시간’ 사이에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존재한다.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 ‘검사외전’ 이일형 감독, ‘가려진 시간’ 엄태화 감독 모두 강동원과 같은 81년생.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세 감독 모두 강동원을 통해 상업영화에 데뷔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 눈길이 가는 것은 장르다. 세 작품은 각각 ‘오컬트-범죄-판타지’로, 특히 ‘검은 사제들’과 ‘가려진 시간’의 경우 한국 상업영화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장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러니까 강동원은 올 한 해 동안, 장르도 소재도 전혀 다른, 동갑 신인 감독들의 입봉작품을 세 번 연달아 촬영하는 셈이다.
그것이 특별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희귀하다. 티켓 파워를 지닌 톱스타가 아직 증명한 것 보다 증명할 것들이 더 많은 신인감독/새로운 장르와 연이어 마주한다는 것은 분명 독특하다. 잠시 생각해보자. 강동원에게 1년 동안 쏟아지는 시나리오는 얼마나 될까. 배급사-제작사들의 캐스팅 테이블에 1순위로 등장하는 배우가 강동원이라는 업계의 소문에 기대어 보면, 웬만한 작품들은 그의 손을 거친다고 보면 된다. 이름을 들으면 바로 알만한 스타감독들의 시나리오부터 패기 넘치는 신인감독의 작품까지, 많은 수의 시나리오가 강동원에게 향한다는 의미다.
세상사가 그렇듯, 감독과 배우의 관계에서도 권력을 쥐는 쪽은 조금 더 이름이 알려진 자다. 배우들이 유명감독에게 선택되어지길 기다리듯, 감독들 역시 스타배우와 작업하길 희망해 바라지 않는다. 그랬을 때 강동원은 스스로 작품 선택을 할 수 있는 여러 ‘패’를 쥐고 있는 배우라 할 수 있다. 선택권을 쥔 사람 입장에서는 시스템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길에 끌리기 쉽다. 특히나 거대 자본이 흐르는 주류 영화 시장에서 모험을 즐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그러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강동원의 선택은 그러한 선입견에서 많은 부분 벗어나 있다.
‘검은 사제들’에서 ‘검사외전’ ‘가려진 시간’으로 이어지는 행보를 보며 이 배우가 새삼 모험을 즐기며 작품 선택에 있어 편견이 없는, 한국영화계에서는 드문 태도의 소유자라는 걸 감지하게 된다. 보다 독창적인 이야기, 조금 더 신선한 이야기 구조, 믿는 영화인들과의 즐거운 작업(‘검은 사제들’의 경우 제작사 영화사집이, ‘검사외전’의 겨우 제작사 사나이픽처스와 월광에 대한 믿음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에 더 끌리는 듯한 이 배우에게서 또 하나 발견되는 것은 어떤 동류의식이다. 근 1년간 인터뷰를 통해 몇 차례 만난 강동원은 대화 도중 ‘내 또래’라는 단어를 종종 꺼내들곤 했다. 그에게는 “선배들 세대가 만들어 놓은 것과 다른, 새롭고 다양한 것들을 하고 싶은” 배우로서의 욕심과 책임감이 공존한다.
그것이 그가 스타 혹은 배우로 생존하는 데 어떤 결정적인 작용을 끼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겠으나, ‘검은 사제들’을 통해 확실히 확인한 것은 그의 이러한 선택이 한국영화의 저변을 한층 두텁게 보이게 하는 마술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오컬트라는 장르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그리고 그것이 대중의 큰 관심 속에서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강동원이라는 스타의 도전이 없었으면 쉽지 않았을 테니까.
영화 투자의 반은 배우에게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스타가 흥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문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스타는 여전히 투자에서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한해에도 스타의 선택 하나에 작품 하나가 엎어지거나 되살아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많은 스타들이 규모가 큰 영화, 스타성이 담보되는 영화, 유명 감독이 지휘하는 영화에 치우치고 있는 현 시장에서 시나리오 자체가 지닌 잠재력과 신인 감독의 재능을 믿고 과감하게 도전해 나가는 강동원의 행보는 그의 외모를 향한 찬양만큼이나 높이 평가돼야 한다고 믿는다.
흔히들 충무로 장르가 너무 빤하다고 한다. 스릴러가 흥행하면 스릴러로 우르르, 액션이 흥행하면 액션으로 우르르. 이젠 색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강동원은 장르 그 자체’라고 말하는 일각의 목소리는 스타성을 CF가 아닌, 다양한 작품에서 넓게 활용하고 있는 강동원의 행보에서 기인할 것이다.
정시우 siwoorai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쇼박스, CJ엔테테언민트
‘검은 사제들-검사외전-가려진 시간’ 사이에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존재한다.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 ‘검사외전’ 이일형 감독, ‘가려진 시간’ 엄태화 감독 모두 강동원과 같은 81년생.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세 감독 모두 강동원을 통해 상업영화에 데뷔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 눈길이 가는 것은 장르다. 세 작품은 각각 ‘오컬트-범죄-판타지’로, 특히 ‘검은 사제들’과 ‘가려진 시간’의 경우 한국 상업영화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장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러니까 강동원은 올 한 해 동안, 장르도 소재도 전혀 다른, 동갑 신인 감독들의 입봉작품을 세 번 연달아 촬영하는 셈이다.
세상사가 그렇듯, 감독과 배우의 관계에서도 권력을 쥐는 쪽은 조금 더 이름이 알려진 자다. 배우들이 유명감독에게 선택되어지길 기다리듯, 감독들 역시 스타배우와 작업하길 희망해 바라지 않는다. 그랬을 때 강동원은 스스로 작품 선택을 할 수 있는 여러 ‘패’를 쥐고 있는 배우라 할 수 있다. 선택권을 쥔 사람 입장에서는 시스템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길에 끌리기 쉽다. 특히나 거대 자본이 흐르는 주류 영화 시장에서 모험을 즐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그러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강동원의 선택은 그러한 선입견에서 많은 부분 벗어나 있다.
그것이 그가 스타 혹은 배우로 생존하는 데 어떤 결정적인 작용을 끼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겠으나, ‘검은 사제들’을 통해 확실히 확인한 것은 그의 이러한 선택이 한국영화의 저변을 한층 두텁게 보이게 하는 마술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오컬트라는 장르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그리고 그것이 대중의 큰 관심 속에서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강동원이라는 스타의 도전이 없었으면 쉽지 않았을 테니까.
흔히들 충무로 장르가 너무 빤하다고 한다. 스릴러가 흥행하면 스릴러로 우르르, 액션이 흥행하면 액션으로 우르르. 이젠 색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강동원은 장르 그 자체’라고 말하는 일각의 목소리는 스타성을 CF가 아닌, 다양한 작품에서 넓게 활용하고 있는 강동원의 행보에서 기인할 것이다.
정시우 siwoorai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쇼박스, CJ엔테테언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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