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강기영 : 본명이다. 터 기(基)의 영화로울 영(榮), 영화로운 자리라는 뜻이다. 잘 되고 싶어서 개명했었는데, 다시 내 이름을 찾았다. 행복추구권으로 재개명을 요구할 수 있더라. 골치 아팠다. 은행 이름을 다 바꿨어야 하니까. 하하.
Q. 1983년생, 늦깍이 신인이다. 드라마 데뷔는 고작 작년이었고.
강기영 : 방송에 나오기 시작한지가 얼마 안 돼, 많은 분들이 데뷔가 늦었다고 생각하신다. 그 전엔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그러다 2009년부터 연극 공연을 시작했고. 그때도 이른 데뷔는 아니었다. 늦었다고 해서 조바심이 나진 않았다. 연기 분야에선 나이가 차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내공이 쌓이니까.
Q. 그러고보니 ‘광고 스타’였다. 자양강장제 광고와 유재석 동생으로 나왔던 광고가 유명하지 않느냐.
강기영 : 대외적으로 연극배우로 많이 알려졌다. ‘연극배우’라는 호칭이 감사하고 너무 좋지만 나는 주로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연기가 갈증날 때 쯤, 1년에 1편 씩 연극을 했고. 그때 나는 광고계의 블루칩인 줄 알았다. ‘여자는 신민아, 남자는 강기영’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당시 신민아 씨가 광고 블루칩이었으니까. 하하. 혼자 활동한 것 치곤 일을 많이 했다. 연예계 분야의 길도 몰랐으면서. 생활비 벌자고 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Q. ‘고교처세왕’에선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프로같은 연기를 보여줬다. ‘연극이나 뮤지컬, 다른 분야에서 연기를 했겠구나’라고 느꼈다.
강기영 : 원래는 나도 학생 역할이 무리수라고 생각했다. 서른 두 살이었으니까. 유제원 감독님께서 다른 데 신경쓰지 말고 강기영스럽게 연기하라고 하셨다. 고등학생이니까 눈치 안보고, 내 마음대로 해도 괜찮다고 하셨다. 당시 같이 호흡한 서인국, 이태환 친구들이 드라마 환경이 낯선 나에게 잘 맞춰줬다. 금새 친해져서 나중엔 진짜 고등학생처럼 놀기도 했다. 감독님이 먼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덕분에 진짜 ‘강기영스러운’ 연기가 나왔다. Q. 신인답지 않은 ‘능글거림’, ‘능청스러움’이 돋보였다. 깨알 같은 애드리브가 한 몫 한 것 같고. 애드리브는 순간적으로 만들어 내는 건가, 아님 철저히 계산하고 진행하는가.
강기영 : 작품 들어가기 전엔 고민 많이 했다. ‘이걸 애드리브로 칠까? 저걸 칠까?’ 막상 현장에선 다양한 변수가 생겨서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교처세왕’이나 ‘오나귀’ 같은 경우는 현장에서 많이 맡긴 편이었다. 상대방 생각도 중요하니까. 나만 웃기려고 욕심 부릴 순 없었다. 생각했던 것들 중에 베스트를 선택해서 재밌게 살리려 노력했다. 처음엔 작가님께 죄송했다. 애드리브란 게 어떻게 보면 작가님의 글을 바꾸는 거니까.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작가님이 먼저 날 믿어주셨다. 내가 자신이 있으면 바꿔도 상관없다고. 얼마든지 내 호흡으로 재밌게 하라고 하셨다.
Q.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 출연작 모두가 애드리브의 향연이었다. 본인이 꼽은 최고의 애드리브는 무엇인가.
강기영 : 유제원 감독님은 특이하게 ‘컷’을 외치지 않으셨다. 마지막 대사가 끝나도 ‘컷’을 안해서 배우들이 뒤에 살을 조금씩 붙였다. 어색하니까. 그렇게 연기하다보니 뜻하지 않게 재밌는 애드리브가 많이 나왔다. 가장 웃긴 거는 ‘학’ 연기할 때였다. 내가 ‘학’이란 새를 흉내내면 옆에서 오의식 배우가 독특한 말투로 “학이 왔어? 어, 학이 왔어”라고 받아준다. 너무 웃겼다. 그렇게 살린 장면이 내 생일파티였던 노래방, 치킨집 신이었다. 조정석 형이 의식이와 내가 ‘핑퐁’같은 관계라 하더라. 어떤 말도 안 되는 마구를 던져도 의식이 다 받아줬다. 연기하면서 굉장히 고마웠다.
Q. 노래방 신이 단연 화제였다. 빅뱅의 ‘뱅뱅뱅’을 선곡하고 안무를 맞춘 건 철저한 계획 아래 선보인건가.
강기영 : 배우들 사이에서도 점점 재밌어야 하는 의무감이 생겼다.(웃음) ‘뱅뱅뱅’은 의식이가 먼저 제안했다. 비교적 군무도 쉬워서 금방 따라할 수 있었다. 또, 인기 절정의 빅뱅 노래니까, 약간의 득을 볼 수 있겠다 싶었다. 하하. 노래방 신 연기하면서 몸은 정말 힘들었다. 술 취한 연기가 쉽지 않았다. 노래를 부를 땐 카메라를 양 쪽에 하나씩 두고 네 곡을 한 번에 촬영했다. 감독님은 우리가 알아서 미친놈처럼 잘 놀 거란 걸 아셨다. 원 테이크치고 그 정도면 재밌게 나오지 않았나 싶었다.
Q. 16회에서 격한 환영을 하며 윗도리를 벗을 때, 바지까지 벗었다. 그 장면에서 정말 ‘빵’ 터졌다.
강기영 : 앞에서도 말했지만 웃겨야된다는 중압감에 시달렸다. (웃음) 감독님이 도를 넘어섰을 때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처음엔 ‘바지까지?’ 오버인가 싶기도 했다. 모텔 신에서도 벗고 있었다. 그땐 내 의지가 아니었다. 촬영 감독님이 “뭐 해?, 안 벗어?”라고 하시더라. 내가 “봉선이(박보영)도 있는데 왜 벗어”라고 했더니 “벗어야 재밌지”라고 하셨다. 외압이 있었다. (웃음) 사실 나중엔 나도 익숙해져서 자발적으로 벗었다.
Q. ‘오나귀’ 팀과 격 없이 친한 사이라는 게 시청자들도 느껴졌다. 주방 식구들 오의식, 최민철, 곽시양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게 아닌가.
강기영 : 내가 원래 장난끼가 많다. ‘오나귀’의 허민수(강기영) 정도는 아니지만, ‘고교처세왕’의 조덕환(강기영) 정도? ‘오나귀’ 팀 모두가 장난끼가 넘쳤다. 개그본능도 넘쳤고. 누가 한 마디 시작하면 끊이질 않았다. ‘오나귀’를 통해서 주방 식구들을 처음 만났는데, 이름들은 알고 있었지만 인연은 없었다. 캐스팅되고 난 뒤에 의식이 공연을 찾아가서 봤다. 잘하더라. 민철이 형도 뮤지컬계에선 유명한 사람이었다. 잘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살짝 불안했었다. 나를 나름 감초라고 캐스팅해주셨는데, 기대에 못 미칠까봐 걱정 많이 했었다.
Q. 연이은 작품에서 모두 ‘남남케미’ 이끌어냈다. 서인국, 이태환도 그렇고, 조정석 주방F4도 그랬다. 남자배우들이랑 호흡을 맞췄다. 멜로가 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
강기영 : 이제는 ‘남녀케미’를 보여줄 때도 됐지 않나 싶다. 멜로 너무 하고 싶다. 하하. 로맨틱 코미디 같은 발랄한 거 해보고 싶다. 가슴 찢어지는 멜로는 아직 나에게 이른 거 같다. 가능하다면 재밌고 유쾌한 사랑이야기로. ‘오나귀’에서 강선우(조정석) 같은? 강선우는 로맨스도 있었고, 브로맨스도 있었다. 이런 재밌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Q. 두 작품을 연달아 함께한 유제원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강기영 : ‘고교처세왕’ 때 처음에는 조감독님인 줄 알았다. 젊으시고 장난도 많이 치셔서 감독님이라고 생각 못했다. 항상 조감독님이 나오시니까 ‘감독님은 도대체 어디계시지?’ 했다. 그래서 좀 더 편하게 다가간 것도 있었고. 2차 미팅까지 끝나고 나서야 저분이 감독님이란 걸 알겠더라. 두 번째 작품까지 함께하니까 서로 믿음이 생겼다. 감독님은 재밌고 유쾌한 내 호흡들을 아시는 분이셨다. 촬영 때, 감독님이 우릴 모니터링 하시면 뒤에서 매니저가 감독님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감독님은 날 모니터링하고, 나는 감독님을 모니터링 했던 거였다. 감독님 반응을 보면서 웃음이 터지나, 안 터지나 유심히 봤다. 웃음이 터지면 성공한 연기이자 애드리브인거지. 대부분 재밌게 웃어주시긴 했다. Q. 드라마가 굉장한 사랑을 받으며 끝났다. 허민수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고. 강기영에게 허민수는 남다른 의미를 지닐 것 같다.
강기영 : 개인적으로 수셰프 민수에게는 참 고마웠다. 원래 나는 눈치도 많이 보고, 소심하고 예민한 편이었다. 오랜 시간 혼자 일하다보니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심했었다. 장난을 많이 치니까 사람들이 이런 점을 잘 몰랐다. 조금만 걱정이 생겨도 데미지가 크게 왔다. 연기할 때도 이게 문제였다. ‘오나귀’에서는 선우 셰프 다음인 2인자였다. 선우 셰프만 없으면 독재를 펼쳤지. 그런 귀여운 독재 연기로 일상에서 눈치보고 소심한 면들을 잊을 수 있었다. 민수는 눈치가 없으니까. 물론 사람들이 싫어했으면 상처받았겠지만, 그들도 민수를 좋아했다. 나에겐 힐링 그 자체였다. 누구의 눈치도 안보고 편하게 연기했다.
Q. 작품을 했을 때, 몰입해서 빠져나오기 힘든 타입인가?
강기영 : 나도 사실 ‘빠져나오기 힘들다’라는 걸 몰랐다. 몰입한다고 해서 현실에 지장이 있을까 했는데, ‘드레싱’이란 공연을 하면서 느꼈다. 여자친구 없는 사람이 인형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인형이 없어지는 내용이었다. 비록 인형이었지만 사랑하는 대상이 없어지니까 굉장히 우울해지더라. 그 우울함을 3개월 간 지속했다. 현실의 강기영조차도 축축 처지더라. 옛날에 최민식 선배님이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촬영하면서 정신과를 다니셨다고 들었다. 아직 그 정도까지 강한 역할은 안 해봤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의식인 것 같았다. 지금은 워낙 밝은 역할이라 빠져나올 것도 없다. 하하.
Q. 시청자들에게 코믹한 이미지로 각인됐다. 연기를 잘한 결과이지만, 배우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는 게 있지 않는가. 자신의 코믹한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강기영 : 정석이 형도 그렇고, 임주환 형까지 걱정 하시더라. 너무 ‘수셰프’의 캐릭터로만 보일까봐. 사람들의 편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얼해도 수셰프 같은 모습일 수 있다. 나는 괜찮다. 앞으로도 감초 역할이 들어오면 무조건 할 거다.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긴 하다. 기회가 된다면. 준수한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Q. 이미지를 변신한다면,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은가?
강기영 : ‘츤데레(차갑게 굴지만 내심 챙겨주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오나귀’에서 ‘츤데레’ 캐릭터가 많았다. 꼬르동(곽시양)도 그렇고, 경모(이학주)도 그랬다. 강선우 셰프가 대표적이었지. 옆에서 보면서 참 부러웠다. 나는 봉선이한테 아부 떨고 있었는데. 하하. 나도 한 번 ‘츤데레’같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봉선이 귀신에 씌였다는 걸 선우 셰프한테 고백하고 선우 셰프가 기분이 안 좋았을 때 였다. 그때 수셰프가 “저 눈빛이 밝은 척 연기하는 거야. 셰프가 그런 버릇이 있어, 눈빛이 슬퍼”라고 말했다. 선우 셰프를 싫어하는 줄 알았던 수셰프의 진짜 마음이 드러난 거였다.
Q. 2014년도를 기점으로 많은 게 달라졌다. 소속사도 만나고, ‘고교처세왕’도 만났다. 많은 일이 생겼다.
강기영 : 2014년은 나에게 터닝 포인트 같은 해였다. 혼자서 일만 하다가 회사와 만나고, 소속감을 느꼈다. 혼자 할 때는 잘 보이려는 모습이 몸에 배어있었다. 굽신거리는 모습이였지. 소속사를 만나고, 유제원 감독님을 만났는데 다들 너무 편하게 대해주셨다. 내가 일부러 아부를 떨면서 잘 보이지 않아도 됐었다. 작년에도 이런 질문에 답한 적이 있었다. 그땐 “그 동안 잘 보이려고만 했다면, 2014년도를 기점으로 ‘나를 보여주자’라는 마인드로 바꿔었다”고 답했다. 그만큼 2014년도는 의미가 컸다. 앞으로를 기대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할까.
Q. 하키선수였다고 들었다. 운동을 그만두고 연기를 시작한건가?
강기영 : 운동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하고 그만뒀다. 지금은 동호회에서 취미로 아이스하키를 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면서 하키 소재의 드라마나 영화가 생길 것 같았다. (웃음) 마침 ‘고교처세왕’이 있었던 거지. 미팅 첫 날 하키복을 차려입고 갔다. 처음 들어가자마자 감독님 표정을 보고 ‘이건 내 역할이겠구나, 됐다’라고 느꼈다. 광고 미팅을 하도 하다 보니 감이 생긴 거지. 하하.
Q.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놀랐겠다. 특히 감독님.(웃음)
강기영 : 처음에는 미친놈이라고 하시더라. 지금도 그 소리 잘 하시는데.(웃음) 감독님 입장에선 성의있게 보이지 않았을까? ‘하키 장비를 입고 가서 캐스팅 됐다.’ 이런 얘길 다른 데에서도 많이 했었다. 나중에 감독님이 그러시더라. 내가 장비를 차려입고 와서 된 건만은 아니라고. 그 때 나의 호흡이 재밌었다고 말씀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Q.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인가?
강기영 : 어떤 계기보다는, 대학 진학을 위해 택했던 것 같다. 하키를 했었으니까 체육을 할까, 연기를 할까 고민했었다. 솔직히 연기 쪽은 막연했었다. 내가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였고, 길거리 캐스팅을 받을 정도로 준수한 외모도 아니였고. 그러다가 연극영화 입시 학원을 소개받았다. 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하고 남들보다 학교를 2년 늦게 들어갔다. 그땐 마냥 재미있었다. 뭐든 열정적으로 임했지.
Q. 연극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무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것 같은데.
강기영 : 오의식 공연을 보러 갈 때마다 부러움을 느낀다. 무대만의 열기가 있다. 누구도 끊을 수 없는 열기. ‘그 황홀함을 나도 아는데, 나도 느끼고 싶은데’라며 항상 부러워했다. 이건 뜬 구름 잡는 얘기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오나귀’ 스태프들과 함께 무대극을 만들어보고 싶다. 새로운 콘텐츠가 될 수도 있지 않는가. 이 팀이랑은 정말 좋은 극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Q. 무대 연기와 드라마 연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강기영 : 공연은 중간이 없다. ‘컷’이 없으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가는 호흡이 중요한 것 같다. 내가 호흡을 놓친다면 관객들도 같이 흐름을 놓친다. 그런 연극을 하다 매체로 넘어오니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드라마 촬영 같은 경우 몰입하려고 하면 끊기고, 뭐만 하려고 하면 끊겼다. 짧은 시간 감정에 대한 집중력이 더 요구되는 것 같았다. 촬영은 빨리, 빨리 진행돼야 하니까. 촬영에 대한 기술적인 면도 알아야 했다. 어떻게 보면 매체 쪽이 생각해야 될 게 참 많았다. 이전 신과의 감정 연결이라든지, 카메라 위치 같은.
Q. 뻔한 질문이겠지만, 연기의 매력은 무엇인가?
강기영 : 그럼 나도 뻔한 대답을 해야겠다. 하하. 일단 최고의 장점은 대리만족 아닐까. 연기만 해온 나로서는 다른 분야에 대한 경험이 많이 없다. 간접적으로 내가 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해 본다는 게 가장 매력적인 장점이다. 당장 내가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순 없는 거니까. 사극을 통해 과거로 갈 수도 있지 않는가. 이 매력 때문에 배우를 그만두지 못할 것 같다.
Q. 연기자들이 굉장히 많다. 그 속에서 어떤 존재감을 뽐내는 배우가 되고 싶은가?
강기영 : 예전에 그런 얘길 했던 적이 있다. 차태현 선배님 같은 경우도 그 만의 독보적인 캐릭터가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과속스캔들’만 봐도, 독특한 캐릭터의 그 캐릭터만의 감정을 표현해내신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강기영 아니면 저 역할을 누가하지?’이런 말이 나오게 끔 만드는 배우. 정석이 형이 그랬다. “수셰프(강기영)를 강기영 아니었으면 누가 했을까? ‘미친놈 같은 수셰프’는 너밖에 안 떠올라”라고 하시더라. 너무 감사했다. 앞으로도 그런 얘기를 듣고 싶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유쾌함’을 사람의 모습으로 형상화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배우 강기영에게선 유쾌함이 흘러넘쳤다. 연이어 보여준 코믹한 연기 때문에 하나의 이미지로 정체되는 게 아닐까라는 우려도 있었다. 실제로 만난 강기영에게선 다수의 연극무대와 광고 활동을 통해 다져진 내공이 느껴졌다. 그간의 경력으로 내면에는 깊게 자리 잡은 굳은 심지가 생긴 듯 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있던 그는 작은 우려에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Q. 강기영. 쉽게 잊혀지지 않는 독특한 이름이다.
지난 2014년 케이블채널 tvN ‘고교처세왕’으로 얼굴을 알린 강기영은, 올해 ‘오 나의 귀신님(이하 오나귀)’에서 코믹연기의 정점을 보여줬다. 강기영은 2014년에 대해서 “자신을 보여주는 시간”이라고 표했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고교처세왕’ 고등학생 조덕환 역을 맡았던 강기영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처음엔 ‘무리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기영은 ‘무리수’였던 고교생 조덕환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켰다. 단순한 코믹 연기를 보여준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내공을 드러낸 것. 호랑이가 발톱을 서서히 드러내듯, 강기영도 자신의 무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강기영 : 본명이다. 터 기(基)의 영화로울 영(榮), 영화로운 자리라는 뜻이다. 잘 되고 싶어서 개명했었는데, 다시 내 이름을 찾았다. 행복추구권으로 재개명을 요구할 수 있더라. 골치 아팠다. 은행 이름을 다 바꿨어야 하니까. 하하.
Q. 1983년생, 늦깍이 신인이다. 드라마 데뷔는 고작 작년이었고.
강기영 : 방송에 나오기 시작한지가 얼마 안 돼, 많은 분들이 데뷔가 늦었다고 생각하신다. 그 전엔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그러다 2009년부터 연극 공연을 시작했고. 그때도 이른 데뷔는 아니었다. 늦었다고 해서 조바심이 나진 않았다. 연기 분야에선 나이가 차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내공이 쌓이니까.
Q. 그러고보니 ‘광고 스타’였다. 자양강장제 광고와 유재석 동생으로 나왔던 광고가 유명하지 않느냐.
강기영 : 대외적으로 연극배우로 많이 알려졌다. ‘연극배우’라는 호칭이 감사하고 너무 좋지만 나는 주로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연기가 갈증날 때 쯤, 1년에 1편 씩 연극을 했고. 그때 나는 광고계의 블루칩인 줄 알았다. ‘여자는 신민아, 남자는 강기영’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당시 신민아 씨가 광고 블루칩이었으니까. 하하. 혼자 활동한 것 치곤 일을 많이 했다. 연예계 분야의 길도 몰랐으면서. 생활비 벌자고 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Q. ‘고교처세왕’에선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프로같은 연기를 보여줬다. ‘연극이나 뮤지컬, 다른 분야에서 연기를 했겠구나’라고 느꼈다.
강기영 : 원래는 나도 학생 역할이 무리수라고 생각했다. 서른 두 살이었으니까. 유제원 감독님께서 다른 데 신경쓰지 말고 강기영스럽게 연기하라고 하셨다. 고등학생이니까 눈치 안보고, 내 마음대로 해도 괜찮다고 하셨다. 당시 같이 호흡한 서인국, 이태환 친구들이 드라마 환경이 낯선 나에게 잘 맞춰줬다. 금새 친해져서 나중엔 진짜 고등학생처럼 놀기도 했다. 감독님이 먼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덕분에 진짜 ‘강기영스러운’ 연기가 나왔다. Q. 신인답지 않은 ‘능글거림’, ‘능청스러움’이 돋보였다. 깨알 같은 애드리브가 한 몫 한 것 같고. 애드리브는 순간적으로 만들어 내는 건가, 아님 철저히 계산하고 진행하는가.
강기영 : 작품 들어가기 전엔 고민 많이 했다. ‘이걸 애드리브로 칠까? 저걸 칠까?’ 막상 현장에선 다양한 변수가 생겨서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교처세왕’이나 ‘오나귀’ 같은 경우는 현장에서 많이 맡긴 편이었다. 상대방 생각도 중요하니까. 나만 웃기려고 욕심 부릴 순 없었다. 생각했던 것들 중에 베스트를 선택해서 재밌게 살리려 노력했다. 처음엔 작가님께 죄송했다. 애드리브란 게 어떻게 보면 작가님의 글을 바꾸는 거니까.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작가님이 먼저 날 믿어주셨다. 내가 자신이 있으면 바꿔도 상관없다고. 얼마든지 내 호흡으로 재밌게 하라고 하셨다.
Q.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 출연작 모두가 애드리브의 향연이었다. 본인이 꼽은 최고의 애드리브는 무엇인가.
강기영 : 유제원 감독님은 특이하게 ‘컷’을 외치지 않으셨다. 마지막 대사가 끝나도 ‘컷’을 안해서 배우들이 뒤에 살을 조금씩 붙였다. 어색하니까. 그렇게 연기하다보니 뜻하지 않게 재밌는 애드리브가 많이 나왔다. 가장 웃긴 거는 ‘학’ 연기할 때였다. 내가 ‘학’이란 새를 흉내내면 옆에서 오의식 배우가 독특한 말투로 “학이 왔어? 어, 학이 왔어”라고 받아준다. 너무 웃겼다. 그렇게 살린 장면이 내 생일파티였던 노래방, 치킨집 신이었다. 조정석 형이 의식이와 내가 ‘핑퐁’같은 관계라 하더라. 어떤 말도 안 되는 마구를 던져도 의식이 다 받아줬다. 연기하면서 굉장히 고마웠다.
Q. 노래방 신이 단연 화제였다. 빅뱅의 ‘뱅뱅뱅’을 선곡하고 안무를 맞춘 건 철저한 계획 아래 선보인건가.
강기영 : 배우들 사이에서도 점점 재밌어야 하는 의무감이 생겼다.(웃음) ‘뱅뱅뱅’은 의식이가 먼저 제안했다. 비교적 군무도 쉬워서 금방 따라할 수 있었다. 또, 인기 절정의 빅뱅 노래니까, 약간의 득을 볼 수 있겠다 싶었다. 하하. 노래방 신 연기하면서 몸은 정말 힘들었다. 술 취한 연기가 쉽지 않았다. 노래를 부를 땐 카메라를 양 쪽에 하나씩 두고 네 곡을 한 번에 촬영했다. 감독님은 우리가 알아서 미친놈처럼 잘 놀 거란 걸 아셨다. 원 테이크치고 그 정도면 재밌게 나오지 않았나 싶었다.
Q. 16회에서 격한 환영을 하며 윗도리를 벗을 때, 바지까지 벗었다. 그 장면에서 정말 ‘빵’ 터졌다.
강기영 : 앞에서도 말했지만 웃겨야된다는 중압감에 시달렸다. (웃음) 감독님이 도를 넘어섰을 때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처음엔 ‘바지까지?’ 오버인가 싶기도 했다. 모텔 신에서도 벗고 있었다. 그땐 내 의지가 아니었다. 촬영 감독님이 “뭐 해?, 안 벗어?”라고 하시더라. 내가 “봉선이(박보영)도 있는데 왜 벗어”라고 했더니 “벗어야 재밌지”라고 하셨다. 외압이 있었다. (웃음) 사실 나중엔 나도 익숙해져서 자발적으로 벗었다.
Q. ‘오나귀’ 팀과 격 없이 친한 사이라는 게 시청자들도 느껴졌다. 주방 식구들 오의식, 최민철, 곽시양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게 아닌가.
강기영 : 내가 원래 장난끼가 많다. ‘오나귀’의 허민수(강기영) 정도는 아니지만, ‘고교처세왕’의 조덕환(강기영) 정도? ‘오나귀’ 팀 모두가 장난끼가 넘쳤다. 개그본능도 넘쳤고. 누가 한 마디 시작하면 끊이질 않았다. ‘오나귀’를 통해서 주방 식구들을 처음 만났는데, 이름들은 알고 있었지만 인연은 없었다. 캐스팅되고 난 뒤에 의식이 공연을 찾아가서 봤다. 잘하더라. 민철이 형도 뮤지컬계에선 유명한 사람이었다. 잘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살짝 불안했었다. 나를 나름 감초라고 캐스팅해주셨는데, 기대에 못 미칠까봐 걱정 많이 했었다.
Q. 연이은 작품에서 모두 ‘남남케미’ 이끌어냈다. 서인국, 이태환도 그렇고, 조정석 주방F4도 그랬다. 남자배우들이랑 호흡을 맞췄다. 멜로가 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
강기영 : 이제는 ‘남녀케미’를 보여줄 때도 됐지 않나 싶다. 멜로 너무 하고 싶다. 하하. 로맨틱 코미디 같은 발랄한 거 해보고 싶다. 가슴 찢어지는 멜로는 아직 나에게 이른 거 같다. 가능하다면 재밌고 유쾌한 사랑이야기로. ‘오나귀’에서 강선우(조정석) 같은? 강선우는 로맨스도 있었고, 브로맨스도 있었다. 이런 재밌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Q. 두 작품을 연달아 함께한 유제원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강기영 : ‘고교처세왕’ 때 처음에는 조감독님인 줄 알았다. 젊으시고 장난도 많이 치셔서 감독님이라고 생각 못했다. 항상 조감독님이 나오시니까 ‘감독님은 도대체 어디계시지?’ 했다. 그래서 좀 더 편하게 다가간 것도 있었고. 2차 미팅까지 끝나고 나서야 저분이 감독님이란 걸 알겠더라. 두 번째 작품까지 함께하니까 서로 믿음이 생겼다. 감독님은 재밌고 유쾌한 내 호흡들을 아시는 분이셨다. 촬영 때, 감독님이 우릴 모니터링 하시면 뒤에서 매니저가 감독님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감독님은 날 모니터링하고, 나는 감독님을 모니터링 했던 거였다. 감독님 반응을 보면서 웃음이 터지나, 안 터지나 유심히 봤다. 웃음이 터지면 성공한 연기이자 애드리브인거지. 대부분 재밌게 웃어주시긴 했다. Q. 드라마가 굉장한 사랑을 받으며 끝났다. 허민수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고. 강기영에게 허민수는 남다른 의미를 지닐 것 같다.
강기영 : 개인적으로 수셰프 민수에게는 참 고마웠다. 원래 나는 눈치도 많이 보고, 소심하고 예민한 편이었다. 오랜 시간 혼자 일하다보니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심했었다. 장난을 많이 치니까 사람들이 이런 점을 잘 몰랐다. 조금만 걱정이 생겨도 데미지가 크게 왔다. 연기할 때도 이게 문제였다. ‘오나귀’에서는 선우 셰프 다음인 2인자였다. 선우 셰프만 없으면 독재를 펼쳤지. 그런 귀여운 독재 연기로 일상에서 눈치보고 소심한 면들을 잊을 수 있었다. 민수는 눈치가 없으니까. 물론 사람들이 싫어했으면 상처받았겠지만, 그들도 민수를 좋아했다. 나에겐 힐링 그 자체였다. 누구의 눈치도 안보고 편하게 연기했다.
Q. 작품을 했을 때, 몰입해서 빠져나오기 힘든 타입인가?
강기영 : 나도 사실 ‘빠져나오기 힘들다’라는 걸 몰랐다. 몰입한다고 해서 현실에 지장이 있을까 했는데, ‘드레싱’이란 공연을 하면서 느꼈다. 여자친구 없는 사람이 인형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인형이 없어지는 내용이었다. 비록 인형이었지만 사랑하는 대상이 없어지니까 굉장히 우울해지더라. 그 우울함을 3개월 간 지속했다. 현실의 강기영조차도 축축 처지더라. 옛날에 최민식 선배님이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촬영하면서 정신과를 다니셨다고 들었다. 아직 그 정도까지 강한 역할은 안 해봤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의식인 것 같았다. 지금은 워낙 밝은 역할이라 빠져나올 것도 없다. 하하.
Q. 시청자들에게 코믹한 이미지로 각인됐다. 연기를 잘한 결과이지만, 배우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는 게 있지 않는가. 자신의 코믹한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강기영 : 정석이 형도 그렇고, 임주환 형까지 걱정 하시더라. 너무 ‘수셰프’의 캐릭터로만 보일까봐. 사람들의 편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얼해도 수셰프 같은 모습일 수 있다. 나는 괜찮다. 앞으로도 감초 역할이 들어오면 무조건 할 거다.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긴 하다. 기회가 된다면. 준수한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Q. 이미지를 변신한다면,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은가?
강기영 : ‘츤데레(차갑게 굴지만 내심 챙겨주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오나귀’에서 ‘츤데레’ 캐릭터가 많았다. 꼬르동(곽시양)도 그렇고, 경모(이학주)도 그랬다. 강선우 셰프가 대표적이었지. 옆에서 보면서 참 부러웠다. 나는 봉선이한테 아부 떨고 있었는데. 하하. 나도 한 번 ‘츤데레’같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봉선이 귀신에 씌였다는 걸 선우 셰프한테 고백하고 선우 셰프가 기분이 안 좋았을 때 였다. 그때 수셰프가 “저 눈빛이 밝은 척 연기하는 거야. 셰프가 그런 버릇이 있어, 눈빛이 슬퍼”라고 말했다. 선우 셰프를 싫어하는 줄 알았던 수셰프의 진짜 마음이 드러난 거였다.
Q. 2014년도를 기점으로 많은 게 달라졌다. 소속사도 만나고, ‘고교처세왕’도 만났다. 많은 일이 생겼다.
강기영 : 2014년은 나에게 터닝 포인트 같은 해였다. 혼자서 일만 하다가 회사와 만나고, 소속감을 느꼈다. 혼자 할 때는 잘 보이려는 모습이 몸에 배어있었다. 굽신거리는 모습이였지. 소속사를 만나고, 유제원 감독님을 만났는데 다들 너무 편하게 대해주셨다. 내가 일부러 아부를 떨면서 잘 보이지 않아도 됐었다. 작년에도 이런 질문에 답한 적이 있었다. 그땐 “그 동안 잘 보이려고만 했다면, 2014년도를 기점으로 ‘나를 보여주자’라는 마인드로 바꿔었다”고 답했다. 그만큼 2014년도는 의미가 컸다. 앞으로를 기대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할까.
Q. 하키선수였다고 들었다. 운동을 그만두고 연기를 시작한건가?
강기영 : 운동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하고 그만뒀다. 지금은 동호회에서 취미로 아이스하키를 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면서 하키 소재의 드라마나 영화가 생길 것 같았다. (웃음) 마침 ‘고교처세왕’이 있었던 거지. 미팅 첫 날 하키복을 차려입고 갔다. 처음 들어가자마자 감독님 표정을 보고 ‘이건 내 역할이겠구나, 됐다’라고 느꼈다. 광고 미팅을 하도 하다 보니 감이 생긴 거지. 하하.
Q.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놀랐겠다. 특히 감독님.(웃음)
강기영 : 처음에는 미친놈이라고 하시더라. 지금도 그 소리 잘 하시는데.(웃음) 감독님 입장에선 성의있게 보이지 않았을까? ‘하키 장비를 입고 가서 캐스팅 됐다.’ 이런 얘길 다른 데에서도 많이 했었다. 나중에 감독님이 그러시더라. 내가 장비를 차려입고 와서 된 건만은 아니라고. 그 때 나의 호흡이 재밌었다고 말씀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Q.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인가?
강기영 : 어떤 계기보다는, 대학 진학을 위해 택했던 것 같다. 하키를 했었으니까 체육을 할까, 연기를 할까 고민했었다. 솔직히 연기 쪽은 막연했었다. 내가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였고, 길거리 캐스팅을 받을 정도로 준수한 외모도 아니였고. 그러다가 연극영화 입시 학원을 소개받았다. 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하고 남들보다 학교를 2년 늦게 들어갔다. 그땐 마냥 재미있었다. 뭐든 열정적으로 임했지.
Q. 연극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무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것 같은데.
강기영 : 오의식 공연을 보러 갈 때마다 부러움을 느낀다. 무대만의 열기가 있다. 누구도 끊을 수 없는 열기. ‘그 황홀함을 나도 아는데, 나도 느끼고 싶은데’라며 항상 부러워했다. 이건 뜬 구름 잡는 얘기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오나귀’ 스태프들과 함께 무대극을 만들어보고 싶다. 새로운 콘텐츠가 될 수도 있지 않는가. 이 팀이랑은 정말 좋은 극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Q. 무대 연기와 드라마 연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강기영 : 공연은 중간이 없다. ‘컷’이 없으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가는 호흡이 중요한 것 같다. 내가 호흡을 놓친다면 관객들도 같이 흐름을 놓친다. 그런 연극을 하다 매체로 넘어오니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드라마 촬영 같은 경우 몰입하려고 하면 끊기고, 뭐만 하려고 하면 끊겼다. 짧은 시간 감정에 대한 집중력이 더 요구되는 것 같았다. 촬영은 빨리, 빨리 진행돼야 하니까. 촬영에 대한 기술적인 면도 알아야 했다. 어떻게 보면 매체 쪽이 생각해야 될 게 참 많았다. 이전 신과의 감정 연결이라든지, 카메라 위치 같은.
Q. 뻔한 질문이겠지만, 연기의 매력은 무엇인가?
강기영 : 그럼 나도 뻔한 대답을 해야겠다. 하하. 일단 최고의 장점은 대리만족 아닐까. 연기만 해온 나로서는 다른 분야에 대한 경험이 많이 없다. 간접적으로 내가 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해 본다는 게 가장 매력적인 장점이다. 당장 내가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순 없는 거니까. 사극을 통해 과거로 갈 수도 있지 않는가. 이 매력 때문에 배우를 그만두지 못할 것 같다.
Q. 연기자들이 굉장히 많다. 그 속에서 어떤 존재감을 뽐내는 배우가 되고 싶은가?
강기영 : 예전에 그런 얘길 했던 적이 있다. 차태현 선배님 같은 경우도 그 만의 독보적인 캐릭터가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과속스캔들’만 봐도, 독특한 캐릭터의 그 캐릭터만의 감정을 표현해내신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강기영 아니면 저 역할을 누가하지?’이런 말이 나오게 끔 만드는 배우. 정석이 형이 그랬다. “수셰프(강기영)를 강기영 아니었으면 누가 했을까? ‘미친놈 같은 수셰프’는 너밖에 안 떠올라”라고 하시더라. 너무 감사했다. 앞으로도 그런 얘기를 듣고 싶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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