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김지운 감독: 허진호 감독이 1998년에 ‘봄날은 간다’로 ‘디렉터스 컷 어워즈’ 감독상을 수상했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는 수상 언저리에도 못 가고 있네요.(허진호 감독 박장대소)
정윤철 감독: 1회 때 심은하 씨가 올해의 영화인상에 선정됐는데 아마, (영화제에) 오지 않았죠? 저희가 그런 영화제입니다.(일동 폭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기간인 지난 8월 14일, 14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Directors CUT Awards)가 열린 충북 제천시 청풍리조트 레이크호텔. 시상식 축하인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김지운 감독이 (JIMFF집행위원장이기도 한) 허진호 감독을 대뜸 놀려먹는다. 정윤철 감독은 괜히 또 시상식을 ‘셀프 디스’한다. 여느 시상식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농담이 자유자재로 오가고, 그 농담에 모두가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것은 ‘디렉터스 컷 어워즈’이기에 가능하다.
‘디렉터스 컷 어워즈’는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감독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감독상, 연기자상(남/여), 신인감독상, 신인연기자상(남/여), 제작자상, 독립영화감독상 등 8개 부문을 시상하는 행사다. “딱딱한 시상식이 아니라 즐거운 영화인들의 자리를 만들자”는 이현승 감독의 제안으로 1998년 시작된 ‘디렉터스 컷 어워즈’는 여타의 시상식에서 볼법한 권위 의식이 없다. 딱딱한 수상소감, 공동수상 남발, 흥행작 몰아주기도 사절이다. (사)한국영화감독조합과 네이버의 후원으로 열린 올해 ‘디렉터스 컷 어워즈’ 역시 이러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시상식의 문을 연 한재권 음악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 OST 연주가 귀를 즐겁게 했고, 이무영 감독의 재치 넘치는 사회가 편안함을 조성했다.
시상식의 화룡정점은 류승완 감독이었다. ‘베테랑’ 홍보를 마치고 제천까지 날아 온 류승완 감독은 갑작스럽게 시상자로 나서게 되자 잠시 당황한 듯하다. 이유는 복장 때문. 쪼리에 런닝티 차림으로 시상에 나서는 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류승완 감독이 떠올린 묘수는 맨.발.로.무.대.오.르.기. 류승완 감독은 “차마 슬러퍼를 신고 상을 줄 수 없어서 맨발로 무대에 올랐다”며 “자켓도 내 것이 아니다. 의상은 즉석 협찬 해 준 정윤철 감독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상황대처의 ‘베테랑’이 아닐 수 없었다. 영화만큼이나 유쾌한 시상 순간이었다.
류승완 감독이 트로피를 건넨 이는 ‘올해의 연기자상’으로 선정된 황정민. 류승완과 황정민은 최근 영화 ‘베테랑’을 통해 함께 승승장구 중인데, 이날 황정민에게 수상의 기쁨은 안긴 영화는 ‘베테랑’이 아닌 ‘국제시장’이었다. 이에 류승완 감독은 “제가 시상하는 것이 주최측의 농간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밥상수상으로 유명한 황정민은 이날 “10년 전 ‘로드무비’로 신인상을 받았는데, ‘국제시장’으로 다시 영광을 누리게 됐다. 감독과 배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늘 많은 감독님들을 보니까 너무 기분이 좋고, ‘그래도 내가 재수 없게 살지는 않았구나’ 싶어 기쁘다.(웃음) 무엇보다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님께 감사하다. 한 번도 화를 내지 않고 웃음으로 현장을 이끌어 주셨다. 윤제균 감독님께 이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황정민과 함께 ‘올해의 영화자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는 ‘무뢰한’의 전도연이었다. 이명세 감독이 “나의 오랜 술친구이자, 가끔은 선배 같기도 한 배우”라고 소개한 전도연이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르자 자리에 있던 감독과 영화인들이 일제히 ‘전도연! 전도연!’을 떼창으로 외치며 ‘전도연 추종자’임을 자처했다.
특유의 ‘코찡긋 애교’로 환호에 응답한 전도연은 “믿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굉장히 떨린다”고 말한 후 “이 상은 수고했다고 주는 상은 아닌 것 같다. 더 열심히 달리라는 의미로 주는 상으로 알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무뢰한’은 이날 오승욱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기며 2관왕의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감독들의 대형님 격인 박광수 감독이 오승욱 감독에게 직접 상을 전해 의미를 더했다. 이밖에 신인연기자상은 ‘족구왕’의 안재홍과 ‘마담 뺑덕’의 이솜이 수상했으며, ‘소수의견’의 김성제 감독이 신인감독상을, ‘족구왕’의 우문기 감독이 독립영화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작자 상을 ‘카트’ ‘화장’을 제작한 명필름 심재명 대표에게 돌아갔다. 명필름은 최근 ‘명필름 영화학교’를 열기도 했는데, 심재명 대표는 “내년에는 명필름학교 출신 감독이 이 자리에 서 있기를 희망한다”는 말로 명필름 영화학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영화인의, 영화인에 의한, 영화인을 위한 자리 답게 시상식이 끝나자, 영화들의 편안한 술자리가 새벽까지 이어졌다. 비슷한 시간, 시상식 현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청풍호반 무대에서는 JIMFF 간판프로그램인 ‘원 썸머 나잇'(One Summer Night)첫 번째 순서인 ‘스타리 나잇(Starry Night)’이 펼쳐지고 있었다. 올해 ‘스타리 나잇’ 초대 손님은 ‘무한도전’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 중인 신예 밴드 혁오와 밴드 솔루셔스 그리고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이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그들의 희미한 음악 소리가 제천의 밤하늘과 어우러져 ‘디렉터스 컷 어워즈’ 자리를 한층 여유롭게 만들었다. 영화인들의 축제가, 영원하길!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정윤철 감독: 1회 때 심은하 씨가 올해의 영화인상에 선정됐는데 아마, (영화제에) 오지 않았죠? 저희가 그런 영화제입니다.(일동 폭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기간인 지난 8월 14일, 14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Directors CUT Awards)가 열린 충북 제천시 청풍리조트 레이크호텔. 시상식 축하인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김지운 감독이 (JIMFF집행위원장이기도 한) 허진호 감독을 대뜸 놀려먹는다. 정윤철 감독은 괜히 또 시상식을 ‘셀프 디스’한다. 여느 시상식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농담이 자유자재로 오가고, 그 농담에 모두가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것은 ‘디렉터스 컷 어워즈’이기에 가능하다.
‘디렉터스 컷 어워즈’는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감독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감독상, 연기자상(남/여), 신인감독상, 신인연기자상(남/여), 제작자상, 독립영화감독상 등 8개 부문을 시상하는 행사다. “딱딱한 시상식이 아니라 즐거운 영화인들의 자리를 만들자”는 이현승 감독의 제안으로 1998년 시작된 ‘디렉터스 컷 어워즈’는 여타의 시상식에서 볼법한 권위 의식이 없다. 딱딱한 수상소감, 공동수상 남발, 흥행작 몰아주기도 사절이다. (사)한국영화감독조합과 네이버의 후원으로 열린 올해 ‘디렉터스 컷 어워즈’ 역시 이러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시상식의 문을 연 한재권 음악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 OST 연주가 귀를 즐겁게 했고, 이무영 감독의 재치 넘치는 사회가 편안함을 조성했다.
시상식의 화룡정점은 류승완 감독이었다. ‘베테랑’ 홍보를 마치고 제천까지 날아 온 류승완 감독은 갑작스럽게 시상자로 나서게 되자 잠시 당황한 듯하다. 이유는 복장 때문. 쪼리에 런닝티 차림으로 시상에 나서는 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류승완 감독이 떠올린 묘수는 맨.발.로.무.대.오.르.기. 류승완 감독은 “차마 슬러퍼를 신고 상을 줄 수 없어서 맨발로 무대에 올랐다”며 “자켓도 내 것이 아니다. 의상은 즉석 협찬 해 준 정윤철 감독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상황대처의 ‘베테랑’이 아닐 수 없었다. 영화만큼이나 유쾌한 시상 순간이었다.
류승완 감독이 트로피를 건넨 이는 ‘올해의 연기자상’으로 선정된 황정민. 류승완과 황정민은 최근 영화 ‘베테랑’을 통해 함께 승승장구 중인데, 이날 황정민에게 수상의 기쁨은 안긴 영화는 ‘베테랑’이 아닌 ‘국제시장’이었다. 이에 류승완 감독은 “제가 시상하는 것이 주최측의 농간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밥상수상으로 유명한 황정민은 이날 “10년 전 ‘로드무비’로 신인상을 받았는데, ‘국제시장’으로 다시 영광을 누리게 됐다. 감독과 배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늘 많은 감독님들을 보니까 너무 기분이 좋고, ‘그래도 내가 재수 없게 살지는 않았구나’ 싶어 기쁘다.(웃음) 무엇보다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님께 감사하다. 한 번도 화를 내지 않고 웃음으로 현장을 이끌어 주셨다. 윤제균 감독님께 이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황정민과 함께 ‘올해의 영화자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는 ‘무뢰한’의 전도연이었다. 이명세 감독이 “나의 오랜 술친구이자, 가끔은 선배 같기도 한 배우”라고 소개한 전도연이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르자 자리에 있던 감독과 영화인들이 일제히 ‘전도연! 전도연!’을 떼창으로 외치며 ‘전도연 추종자’임을 자처했다.
특유의 ‘코찡긋 애교’로 환호에 응답한 전도연은 “믿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굉장히 떨린다”고 말한 후 “이 상은 수고했다고 주는 상은 아닌 것 같다. 더 열심히 달리라는 의미로 주는 상으로 알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무뢰한’은 이날 오승욱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기며 2관왕의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감독들의 대형님 격인 박광수 감독이 오승욱 감독에게 직접 상을 전해 의미를 더했다. 이밖에 신인연기자상은 ‘족구왕’의 안재홍과 ‘마담 뺑덕’의 이솜이 수상했으며, ‘소수의견’의 김성제 감독이 신인감독상을, ‘족구왕’의 우문기 감독이 독립영화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작자 상을 ‘카트’ ‘화장’을 제작한 명필름 심재명 대표에게 돌아갔다. 명필름은 최근 ‘명필름 영화학교’를 열기도 했는데, 심재명 대표는 “내년에는 명필름학교 출신 감독이 이 자리에 서 있기를 희망한다”는 말로 명필름 영화학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영화인의, 영화인에 의한, 영화인을 위한 자리 답게 시상식이 끝나자, 영화들의 편안한 술자리가 새벽까지 이어졌다. 비슷한 시간, 시상식 현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청풍호반 무대에서는 JIMFF 간판프로그램인 ‘원 썸머 나잇'(One Summer Night)첫 번째 순서인 ‘스타리 나잇(Starry Night)’이 펼쳐지고 있었다. 올해 ‘스타리 나잇’ 초대 손님은 ‘무한도전’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 중인 신예 밴드 혁오와 밴드 솔루셔스 그리고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이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그들의 희미한 음악 소리가 제천의 밤하늘과 어우러져 ‘디렉터스 컷 어워즈’ 자리를 한층 여유롭게 만들었다. 영화인들의 축제가, 영원하길!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제천국제음악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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