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 사랑스럽다(인터뷰)

임지연 인터뷰01

[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배우 임지연은 지난해 영화 ‘인간중독’을 통해 인상적인 데뷔식을 치렀다. 대중들은 처음 보는 여배우의 신비로운 외모와 파격적인 연기에 호기심을 가졌다. 이어 영화 ‘간신’을 차기작으로 선택하면서 임지연은 스크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여배우로 자리 잡는 듯 했다. 2015년, 그는 브라운관에도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SBS ‘정글의 법칙’에 출연해 옆집 여동생 같은 모습을 보여줬고, 드라마 ‘상류사회’에서는 왈가닥이지만 착하고 씩씩한 이지이 역을 맡아 사랑스러운 매력을 맘껏 뽐냈다. 영화에서는 보여줄 수 못했던 임지연의 매력들을 TV를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상류사회’의 배우들과 연애하는 마음으로 지이를 연기했다고 말한 임지연. 혹시 그는 지금 우리와도 ‘밀당’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치 우리가 임지연이라는 늪에 천천히 빠져들도록 말이다.

Q. ‘상류사회’가 종영했다. 종영 소감을 부탁한다.
임지연: 첫 드라마였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지이라는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다. 막상 끝났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고, 서운한 마음도 든다.

Q. 첫 번째 드라마라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임지연: 엄청 부담됐다. 스크린에서는 무겁고,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했었다. ‘상류사회’ 지이는 정반대의 캐릭터였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낯설게 느끼시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다.

Q. 걱정했던 것에 비해 지이를 성공적으로 잘 표현해냈다.
임지연: 지이라는 캐릭터가 나와 닮은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평상시 나의 모습, 표정, 몸짓 등을 소스 삼아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또래들이었다. 그들과 연애하듯이, 사랑하듯이 호흡을 맞추다보니 걱정했던 것보다 지이를 수월하게 표현했던 것 같다.

Q. 구체적으로 임지연의 어떤 부분들이 지이와 닮은 건가?
임지연: 나도 지이처럼 긍정적으로 지내려고 노력한다.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수다스럽고, 털털하다. 이런 부분들이 지이랑 닮았다. 지이의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부분까지는 잘 모르겠지만.(웃음) 특히, 지이가 장윤하(유이)를 만나는 모습은 실제로 내가 친구를 만날 때 모습과 똑같다.

Q. 코믹 연기에도 도전했다. 이전에 보여준 적 없는 연기다보니 잘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있었겠다.
임지연: 작가님이 지이를 굉장히 재미있게 표현해 주셨다. 그걸 내가 연기하는 과정에서 혹시나 오버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감독님께 “저는 200% 오버하면서 연기를 할 테니 감독님이 보시기에 아니다 싶으면 멈춰 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감독님을 믿고 초반 1~2회는 연기를 막 했다. 부탁드린 대로 감독님이 “이건 아냐”라고 잘라주실 때도 있었고, “오케이”하고 넘어가주실 때도 있었다. 나중에는 감독님이 날 믿고 “알아서 해”라고 하시더라.

Q. ‘센 영화’에 연달아 출연했었다. 영화로 인해 생긴 이미지를 지이를 통해 깨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임지연: 배우 임지연은 이제 막 영화를 두 편 찍은 신인 배우다. 굳이 내가 가진 이미지를 깨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다만 좀 더 나와 비슷한 캐릭터, 그동안 해보지 못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단 욕심은 있었다.

Q. 지이는 윤하가 자신을 속였는데도 크게 마음 상해하지 않고, ‘그래도 너는 내 친구’라고 생각하는 쿨한 마인드의 소유자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임지연: 만약 내가 지이라면, 윤하가 자신의 신분을 숨겨왔다는 걸 알았을 때 배신감을 많이 느낄 것 같다. 물론 지이도 처음에는 삐쳐서 전화도 안 받고 그랬다. 하지만 나중에는 평상시 둘이 좋아했던 소주와 닭발을 먹으면서 다시 가까워진다. 지이에게 윤하는 마음을 공유하던 친구였기 때문이다.

Q. 소주와 닭발을 먹었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 눈치다. (웃음)
임지연: 정말 많이 먹었다. 술에 취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런 연기를 할 때도 평소 내가 술에 취할 때 하는 버릇들이나 말투, 표정들을 표현하려고 했다.

임지연 인터뷰02

Q. 유이와 실제로는 어떻게 지냈나?
임지연: 유이 언니는 촬영장에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평소 문자도 자주 하는 사이다. 오늘도 “인터뷰 힘들지 않니”라고 문자 메시지가 와서 “힘들어 죽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웃음) 지금도 편하게 연락을 주고받는다.

Q. 극중 윤하처럼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살지만 정말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임지연: 소울메이트가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나한테도 그런 친구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친구들은 나와 같은 계급이라서… (웃음) 윤하와의 신을 찍을 때도 ‘너는 상류고 난 하류야’ 이런 것보단 정말 친한 친구 사이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창수(박형식)를 만날 때는 다른 세계에 사는 남녀가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었고.

Q. ‘윤하는 친구, 창수는 다른 세계의 남자’라는 것을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연기를 했다는 말인가?
임지연: 대본에는 지이가 창수를 만날 때 혼란스러워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연기 할 때는 확실한 감정선을 가지고 창수를 대하려고 했다. 그래야 그 안에서 사랑이든 무엇이든 어떤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Q. 배우 임지연은 이성인 창수보다 윤하와 함께 하는 것을 더 즐거웠던 것 같다.
임지연: 윤하랑 찍는 신은 편했다. 친한 친구를 만나서 밤새 소주와 닭발을 먹는 것처럼 연기를 하면 됐다. 반면 창수를 만날 때는 현실과 사랑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걸 보여줘야 했다. 알콩달콩한 연애 감정 또한 쌓아가야 했기 때문에 연기가 쉽지 않았다.

Q. 창수와 지이처럼, 집안이나 스펙 차이가 큰 남녀가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임지연: 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잘 맞는 남자를 만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이 사람이다’ 싶은 남자가 생기면 오직 그 사람만 보고 무조건 ‘고(Go)’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정말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조건 따지다가 놓치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다.

Q. 창수의 오글거리는 대사도 화제였다.
임지연: 박형식과 대본을 보면서 ‘이걸 어떻게 하지?’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웃음) 오히려 더 뻔뻔하고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자고 했다. 진짜 연인사이에서는 오글거리고 느끼한 말도 아무렇지 않게 그냥 막 하니까. 그런 뻔뻔한 연기 덕분에 진부할 수 있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조금은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중에는 그런 맛있는 대사가 없으면 오히려 섭섭하더라.

Q. ‘정글의 법칙’에 함께 출연해서인지 박형식과는 극 안팎으로 친한 것 같았다. ‘정글’의 박형식과 ‘상류사회’의 박형식은 어떤 점이 달랐나?
임지연: ‘정글’의 박형식은 나랑 형·동생하는 사이였다.(웃음) ‘상류사회’의 박형식에겐 ‘정글’에서는 몰랐던 모습이 있었다. 형식이는 굉장히 의젓하고 여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동생이지만 오빠 같은 면도 있고, 동생다운 애교스러운 모습도 종종 보여준다. 내가 듬직한 남자를 좋아하다보니 전에는 연하남에게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박형식을 보면서 연하도 충분히 의지가 되고 듬직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Q. 예능에서 호흡을 맞춘 사람들이 곧바로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것이 참 재밌다.
임지연: 그래서 ‘정글’ 감독님, 같이 출연했던 오빠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같이 고생한 기억들이 정말 많다. 촬영장에서도 형식이랑 ‘정글’ 얘기를 많이 했었다. 한 번은 내가 너무 더워하니까 “정글도 갔다 왔으면서 뭐 이거 갖고 그래”라고 놀리더라.(웃음) 즐거운 추억을 공유한 사람이 상대역이라서 좋았다.

Q. 예능에 이어 드라마에 같이 출연하는 것도 인연인데 커플 연기까지 했다. 이전보다 더 친해졌을 것 같다.
임지연: 캐스팅되고 첫 만난 자리에서, 형식이가 날 보더니 “아니, 이 형이 무슨 지이야?”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데 무슨 소리를 하냐”고 받아쳤었다.(웃음) 나도 잘 해야 하지만, 형식이가 살아야 창수-지이 커플이 잘 되는 거니까 촬영하면서 함께 으?으?했다. 형식이가 ‘정글’에서와 다르게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100% 이상 잘 해낸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괜히 뿌듯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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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기와는 어떻게 연이 닿았나.
임지연: 연기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다. 예고에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 반대가 심해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대학만큼은 내 힘으로 원하는 곳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입시 준비를 했고, 운 좋게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Q. 한예종 진학의 비결은 뭔가.
임지연: 외모는 아닌 것 같다. 나 말고도 동기들 중에 평범한 외모를 가진 친구들이 많다. (웃음) 독특한 매력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들었다. 교수님들께서 그런 매력을 찾는 눈이 뛰어나시지 않았나 싶다.(웃음)

Q. 임지연의 매력은 뭐였을까?
임지연: 교수님들은 ‘패기’를 봤다고 하시더라. 하긴 그 때는 진짜 절실했다. 교수님들 앞에서 “난, 떨어지면 안돼요. 이 학교에 꼭 들어와야 해요”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웃음)

Q. 지난해 데뷔를 했다. 1년 사이 많은 부분이 달라졌을 것 같다. 특히 어떤 점이 바뀌었나?
임지연: 이제는 대중의 평가를 받는 사람이 되었다는 거? 학생이던 시절과 달리 작품에 임하는 태도도 바뀌었고, 책임감도 많이 생겼다. 또, 전에는 사람을 만나도 완전 왈가닥으로 행동하고, 별 생각없이 만났는데 이제는 많이 신중해지고 차분해졌다.

Q. 대중의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두렵진 않나?
임지연: 아직은 연기 경험이 많지 않으니까 ‘내가 이렇게 연기했는데 사람들은 어떻게 봐줄까?’ 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신인배우가 ‘나는 100% 노력했으니까 사람들이 이렇게 봐줄 것이다’라고 확신하는 건 아닌 것 같다.

Q. 타인의 말을 크게 신경 쓰지 않나보다.
임지연: 전에는 좀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제는 즐긴다. 조언이나 충고도 상처만 되는 얘기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려고 한다. 힘이 되는 좋은 댓글들만 찾아보고. 아마 다른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점점 연예인으로 사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는 중이다.

Q. ‘연기가 즐겁다’라고 느꼈던 적은 언제였나?
임지연: 내가 출연한 작품에 대해 부모님이 얘기해주실 때. 내가 공연을 하고 단편 영화를 찍었다는 걸 부모님이 모르시는 줄 알았다. 데뷔를 하고 나서야, 부모님께서 내가 출연한 작품에 대해 하나 둘 이야기 해 주시더라. 순간 행복하고 뿌듯했다.

임지연 인터뷰03

Q. 그나저나, ‘정글의 법칙’ 출연은 조금 의외였다. 출연 계기가 있나.
임지연: 처음에는 가기 싫었다. ‘정글’이라니… 소속사에 싫다고 단호하게 말했다.(웃음) 사실 ‘정글’ 섭외가 들어왔을 당시 많이 지쳐있었다. 영화 속 캐릭터를 나라고 생각하는 시선들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마침 ‘간신’ 촬영도 다 끝나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든 상태였다. 그런데 회사에서 정말 나를 열심히 설득했다. 막상 ‘정글’에 가니 배우 임지연이 아닌 26살 임지연의 모습이 나오더라.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나와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고민들이 많이 해결됐다. 2주 동안 ‘정글’에서 힐링을 얻었다.

Q. ‘섹션TV 연예통신’의 안방마님 자리도 꿰찼다.
임지연: 처음 제의가 들어왔을 때 ‘난 너무 애 같지 않나’ 생각했었다. 그동안 연예정보 프로그램 여자 MC들은 방송 경험도 풍부하고 노련미도 가지고 있었으니까. 내가 이런 걱정을 하니까 ‘섹션TV’ PD님이 “기존 진행자들의 프로다운 모습보단 뭔가 통통 튀고, 영(young)하고, 발랄한 느낌을 원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또 그런 부분이라면 자신 있어서 MC로 합류하게 됐다.

Q. ‘섹션TV’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방송이다. 생방송이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임지연: 진짜 신기했다. 생방송 스튜디오를 이번에 처음 봤다. 방청객들이 앞에 있는 상황에서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웃음) 엄청 긴장하고 시작했는데 딱 한 템포 지나가니까 거짓말처럼 편해지더라. 김국진 선배님을 비롯해 리포터 분들이 내가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다.

Q. 쉬는 날 뭐하고 노는지도 궁금하다.
임지연: 주로 친구들을 만난다. 집 앞에서 맛있는 것 먹고, 수다 떨고, 친구 집 놀러가서 영화보고, TV도 본다. 요새는 음악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복면가왕’과 ‘쇼미더머니4’를 즐겨본다.

Q. ‘정글의 법칙’말고 혹시 출연해보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은 없나?
임지연: 집에서 자주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데, 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난 그들만큼 잘 할 자신이 없다. 나는 내가 예능감이 없는 사람이란 걸 잘 안다.

Q. 1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영화, 드라마 그리고 예능에 출연했다. 혹시 그밖에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임지연: 여기서 또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영화든 드라마든 좋은 작품으로 팬들을 만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Q.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임지연: ‘상류사회’ 지이는 여성스럽다기보다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다음에는 지이보다 털털하고 훨씬 더 왁자지껄한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좀 더 성숙해지고 내공이 많이 쌓인 다음에는 악역도 해보고 싶다. 욕심이 많아서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다. 한정된 이미지를 만들고 싶진 않다. 임지연이 가진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Q. 내년 이맘때의 임지연을 상상한다면?
임지연: 농익은 느낌이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아직은 내가 여배우로서의 느낌이나 분위기가 부족한 것 같다. 1년 뒤에는 그런 부족한 부분들이 채워졌으면 좋겠다. 연기나 감정 등 모든 면에서 농익고, 그러면서 끝까지 겸손한 배우가 되고 싶다.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