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
‘풍문으로 들었소’
‘풍문으로 들었소’

[텐아시아=정시우 기자]SBS ‘풍문으로 들었소’ 23회 2015년 5월 11일 10시

다섯 줄 요약
집안의 고용인들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며 ‘을의 반란’을 일으키자 한정호(유준상)와 최연희(유호정)는 그 원인으로 며느리 봄(고아성)을 지목하고 쫓아내려 한다. 봄은 애써 담담하게 이 사태를 받아들이려 하고, 인상(이준)은 봄을 몰아내면 자신도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이 모든 사태를 마주한 정호는 결국 집안의 반항을 잠재우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그리고 그 시각. 을들 사이에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리뷰
‘을들의 반란’이 끝났다. 을들은 봄이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고, 양비서(길해연)는 이 틈을 이용해 한정호에게 하인들의 고용계약 파업에 있어 반쯤 양보하라고 조언했다. 하인들의 집단반발이 괴로운 한정호는 “관용과 이해 역지사지의 미덕을 구현하자는 의미에서 세부사항 일체 논의를 양비서에게 일임했다”고 궤변을 늘어놓으며 잔꾀를 부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 앞에서 을들 역시 반을 포기하고 반은 얻는다. 비록 자신들이 요구한 모든 권리를 찾지는 못했지만, 빠른 퇴근과 편한 복장, 보장된 휴식 등을 약속받는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얻은 게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을들에겐 그리 나쁘지 않은 반란이었다. 한정호에게도 주변의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하게 간파할 수 있는 나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난처해진 것은 단 한 명, 바로 서봄이다. 그녀는 을들 편에 섰지만 이로 인해 시부모의 신임을 크게 잃었다. 무엇보다 을들 사이에서 감지되는 균열은 서봄의 앞날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을들의 균열. 이비서(서정연)는 양비서의 약점을 쥐고 흔들었다. 이비서의 협박에 양비서는 “한트러스트 대표가 내 가족이다. 자세한 것은 묻지 말아라. 여기서 나오는 수입을 절반씩 나누자”고 말했다. 그러나 이비서는 “어떻게 그렇게 딴 주머니를 찰 수 있냐. 5대 5는 안 되겠다. 이건 바로 구속인 것 아니냐. 그 이상을 원한다”고 한 술 더 떴다. 이에 양비서는 “겁 먹은 척 좀 해주니까 네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라고 날을 세웠고, 이비서는 “배 밖으로 나온 김에 더 가보려고”라고 맞섰다.

갑인 시부모가 위에서 누르고, 같은 편이라 믿었던 을들이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 하는 상황. 봄의 상황이 사면초가가 따로 없다. 그래도 얻은 게 있다면 일련의 상황을 겪으며 서봄이 점차 성장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봄은 모의시험을 본 후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승 박경태(허정도)에게 결과를 잠시 비밀로 해 달라 부탁한다. “사법고시에 통과하는 것이 결국 시부모 한정호 최연희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의 결과”였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진짜 삶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풍문으로 들었소’은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통렬한 풍자로 꼬집는 블랙코미디’다. 이에 걸맞게 드라마는 극 초반 상류층을 저격하며 시청자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하지만 현재 이 드라마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마음은 그리 통쾌하지 못한 듯하다. 갑 못지않은 을들의 이기심이 적지 않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들린다. 안판석 감독과 정성주 작가가 시청자를 잘 설득시키며 마지막까지 기분좋은 레이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수다 포인트
- “너 처음 여기 올 때 입었던 옷 버렸니? 그거 다시 입고 그대로 나가”라는 뒤끝작렬 시어머니.
-“아이도 데리고 가겠다” 할 말은 하는 며느리.
-을들 사이의 균열이 갑질을 보는 것 보다 불편해?

정시우 siwoorain@
사진. ‘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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