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이트 크롤러’ 포스터.
뚜렷한 직장 없이 전전긍긍하던 루이스(제이크 질렌할)는 우연히 목격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특종이 될 만한 사건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TV 매체에 고가에 팔아넘기는 일명 나이트 크롤러를 보게 된다. 그들에게 묘한 돈 냄새를 맡은 루이스는 즉시 캠코더와 경찰 무전기를 구매하고 사건 현장에 뛰어든다. 미숙한 루이스는 어렵사리 첫 거래에 성공, 이후 남다른 감각으로 지역 채널의 보도국장 니나(르네 루스)의 신임을 얻게 된다.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뉴스를 원하는 니나와 그 이상을 충족시켜주는 루이스의 위험한 동거는 특종을 위해 사건 조작도 서슴지 않는다. 청소년 관람불가, 26일 개봉.10. 자극적인 뉴스가 만들어내는 광기 / 관람지수 6
‘나이트 크롤러’ 스틸
언론 조작, 인터넷 검색 한 번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만큼 언론의 신뢰나 위상은 많이 하락했다. 더욱이 수많은 매체의 난립으로 ‘경악’ ‘충격’ 등의 제목을 내세운 자극적인 기사들이 인터넷을 도배할 정도다. 그런 점에서 영화 ‘나이트 크롤러’의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다.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오싹하다.루이스는 우리 현실로 생각하면 ‘청년 백수’쯤 된다. 마땅한 직장 없이 철조망 등을 훔쳐 고물상에 팔아넘기는 거로 근근이 하루를 보낸다. 딱히 직장을 잡을 만한 스펙도 없어 보인다. 그가 가진 유일한 무기는 ‘촉’이다. 교통사고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방송국에 팔아넘기는 것을 우연히 목격한 루이스는 자신의 ‘촉’을 믿고 나이트 크롤러의 세계에 뛰어든다.
루이스가 일에 심취하면 할수록, 특종을 건지면 건질수록 점점 섬뜩해진다. 지역 채널 보도국장 니나는 계속해서 ‘더’를 요구하고, 루이스는 뛰어난 활약(?)으로 자극적인 특종을 건져낸다. 그리고 결국엔 좀 더 완벽한 특종 영상을 건지기 위해 사건 현장을 자기 뜻대로 주무른다.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가지만, 아니 사람이 죽을 걸 알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특종 영상이 건네준 달콤한 열매에 취할 대로 취했으니 말이다.
이는 보도국장 니나도 마찬가지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이미 달콤한 열매의 맛을 본 니나는 루이스의 무리한 요구까지 다 받아들인다. 직접적인 조작은 안 했지만, 니나 역시 조작의 ‘공범’이나 다름없다. 뉴스 영상이 어떻게 조작되고, 현장이 어떤 식으로 변질되어 가는지 그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조작들도 이런 과정을 거칠 것 같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자극적인 영상과 뉴스, ‘세월호 사건’ 때도 많이 봐 왔던 것들이다. 무서운 건 일선 현장에서 더 자극적인 무언가를 담기 위해 조작을 감행한다더라도 그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현재 우리의 언론과 방송도 비슷하다고 느끼는 관객이 많을 것 같다. 또 한편으론 그런 자극적인 뉴스가 먹힌다는 점이다. 시청률을 담보하니까 계속해서 ‘못 먹어도 고’를 외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도 암울하다.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는 일품이다. 단지 살을 빼서가 아니다. 점점 광기를 더해가는 루이스의 변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후반부 영화가 내뿜는 섬뜩함은 제이크 질렌할의 힘이다. 다만 제이크 질렌할이 특종을 위해 ‘미치기’ 전까지는 밋밋하다. 나이트 크롤러에 입문하고, 적응해가는 과정은 그다지 특별하진 않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제공. 누리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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