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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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미녀 그리고 세 아이를 둔 엄마. 영화 ‘허삼관’에서 하지원이 연기한 허옥란은 이처럼 극과 극을 달렸다. 결혼 전 허옥란은 걷기만 해도 수많은 남성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손짓 하나에, 웃음 한 번에 남자들이 나가떨어졌다. 이후 허삼관(하정우)와 결혼한 허옥란은 일락, 이락, 삼락 등 삼 형제의 엄마일 뿐이다. 절세미녀는 온데간데없다. 그리고 그 비중은 절세미녀 허옥란보다 엄마 허옥란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하지원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대중을 만났다.

이 때문에 하지원에게 ‘허삼관’은 큰 도전이다. 세 아이를 둔 엄마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볼 수 없었던 하지원이다. 더욱이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는 드라마 ‘기황후’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상황. 그래서였을까. 하지원이 처음 가졌던 마음은 ‘거절’이다. 하지만 그 마음을 돌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신을 향한 확실한 신뢰와 믿음을 보여준 하정우의 진심에 하지원은 거절을 거둬들이고, ‘허삼관’을 품게 됐다. 그렇게 ‘허삼관’ 속 허옥란은 탄생했다.

Q. ‘절세미녀’를 연기한 소감이 어떤가. (웃음)
하지원 : 촬영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했다. (웃음) 첫 촬영이 영화 첫 부분에 나오는 강냉이 파는 장면이었다. 첫날부터 ‘오글거리는’ 신인데 주위 분들이 정말 잘해주셨다. 그분들이 나를 절세미녀로 바라보고 연기해주셔서 덜 민망하고,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다.

Q. 평소에도 많이 받았던 반응 아닌가.
하지원 :
영화에서는 굉장히 오버하지 않나. 심지어 삼관한테는 목소리도 판타지처럼 울린다. 또 하정우 감독님도 절세미녀처럼 잘 찍어주셨다.

Q. 그런데 첫 장면을 제외하곤 엄마다. 그리고 피부 톤도 낮췄다고 들었다. 예쁜 모습도 찾아볼 수 없는데.
하지원 :
‘예쁘게 나와야지’라는 생각은 없었다. 몸빼, 늘어진 티셔츠 등 엄마 같은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메이크업도 거의 안 했다. 한 번은 정우 씨한테 그런 전화를 받았다. 11년 후에 처음 등장하는데 피부 톤이 너무 화사해서 CG로 톤 다운을 했다고. 나는 좋다고 했다.

Q. 절세미녀였던 허옥란과 결혼 후 허옥란, 연기 톤을 어떻게 가져갔나.
하지원 :
단순히 절세미녀를 넘어 그 안에는 전쟁 직후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서 한 줄기 빛처럼 에너지 넘치는 웃음소리나 밝은 모습 등을 나름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밝은 에너지를 표현하려고 했다. 결혼한 후에는 툭툭 치려고 노력했다. 조금 더 일상적인 말투로 접근하려고 했다.

Q. 근데 하정우에 대한 호칭을 어떻게 하나. 계속 호칭이 바뀌는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는 서로 동갑이지 않나.
하지원 : 어떨 땐 감독님, 어떨 땐 정우 씨. 그 순간순간 기분에 따라. 하하. 그리고 (정우 씨가) 3달 오빠라고 항상 이야기한다.


하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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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미 알려졌다시피 ‘거절’하려고 하정우를 만났는데, 몇 시간 만에 수락했다. 처음에 거절하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하지원 :
사실은 ‘기황후’를 찍던 중이었는데 정말 잠잘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제안을 받았지만, 시나리오 읽을 시간조차 없었다. 당시 콘디션으로는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체력이 안 됐다. 또 세 아이의 엄마라고 하니 잘할 수 있겠느냔 생각도 있었다. 나와는 전혀 안 맞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 날이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날이었는데, 마침 ‘기황후’ 촬영이 없었다. 예의상 얼굴을 보고 거절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기황후’ 촬영으로 밤을 새우고, 미팅하기 전에 시나리오를 읽었다. 근데 정말 재밌는 거다. 원작을 재밌게 읽었던 터였는데, 원작에 있는 해학과 문어체적인 것들이 시나리오에 살아 있었다. 그래서 옥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지 궁금했다. 물론 그럼에도 옥란은 ‘내 옷이 아니다’는 심정으로 나갔다. 그런데 정우 씨나 대표님 모두 ‘나랑 정말 잘 어울린다’며 1순위로 생각하는 거다. 거기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우 씨가 그러더라. ‘나도 아빠고, 처음 해보는 역’이라면서 ‘하지원 역시 그냥 하지원이 그리는 옥란’이라고. 그 말을 듣고,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했나 싶으면서 마음이 열렸던 것 같다.

Q. 원작의 문어체적 표현이 시나리오에 잘 살아 있었다고 했는데, 직접 연기할 땐 어땠나. 어색한 지점이 있었을 것 같다.
하지원 :
시나리오를 봤을 땐 신선하고 재밌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너무 어색했다. 문어체다 보니 싸우는 말투를 해도 싸우는 것 같지 않고. 그랬는데 리딩할 때 배우들이 다 같이 모여서 문어체를 쓰니까 또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더라. 처음에 많이 어색했는데 대사를 맞추고 하다 보니 재밌었다. 그래서 싸우는 신들도 더 코믹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Q. 지금까지 여러 감독과 작업을 해왔는데, 유명 배우이자 감독인 하정우와 작업한 느낌은 또 달랐을 것 같다. 배우로 호흡을 맞추는 동시에 감독 호흡까지, 같은 사람과 한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하지원 : 일단 배우이기 때문에 배우의 마음을 잘 알아준다. 그래서 더 편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랬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기도 전에 해 놓는다. 그렇게 현장을 잘 만들어줬던 것 같다. 그리고 나 같은 경우는 작품 들어가기 전에 준비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번에 나보다 더 디테일하고, 많이 준비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 그래서 따로 리서치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월간 허삼관’에 모든 게 다 있었다. ‘기황후’를 하면서도 모든 진행 과정을 알 수 있었다. 또 내가 준비해야 할 것까지 알아서 챙겨줬다.

Q. 그럼 현장에서 감독 하정우와 배우 하정우가 구별되던가.
하지원 :
감독님으로 많이 대했다. 촬영 전에는 배우 하정우가 아니라 감독 하정우가 앞에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상대 배우였다면 더 장난치고 지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감독이니까 더 존칭을 썼던 것 같다. 그렇게 내 이미지 속에는 감독으로 있었는데, 촬영할 때 갑자기 배우로 나타나니까 갑자기 너무 어색한 거다. 정우 씨도 그랬던 것 같다. 뭔가 어색했던 게 2~3회 촬영 후에 자연스러워졌던 것 같다.

하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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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인도 직접 말했지만, 제대로 된 엄마 역할은 처음이다.
하지원 :
촬영 전에는 고민이 많았다. 조금 막막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히려 현장에서는 신 나게 놀았던 것 같다. 어떤 작품은 대본을 수십 번 보고 연습하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후자다. 대본을 보고 뭔가 설정하기보다 그냥 현장에서 아이들과 놀았다. 어떻게 연기해야겠다는 건 없었다.

Q. 그럼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어떤 노력을 했나.
하지원 :
일부러 친해지려고 하진 않았다. 아이들을 돌보는 처지가 아니라 아이들이 놀자고 먼저 다가왔다. 촬영 중에 오락실을 갔는데 아이들이 보디가드를 해줬다. 아들들이 있으니까 좋더라. (웃음)

Q. 현장에서 아이들이 하지원을 부를 때 호칭은 뭐였나.
하지원 :
때론 엄마, 때론 이모. 일락은 아무래도 좀 더 크다 보니 캐릭터에 맞게 엄마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고, 이락은 주로 누나, 삼락은 이모라고 부른다. 그리고 촬영이 끝난 그 다음 날부터는 다 누나로 정리를 깔끔하게 했다. 그래서 지금은 모두 누나다. (웃음)

Q. 그런데 친하게 논다는 것과 모성애는 분명 다른 지점이다. ‘허삼관’ 속 허옥란은 ‘모성’을 드러내야 하는 인물이다.
하지원 :
사실 모성애가 연습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모성애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엄마도 나한테는 친구 같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과 친하게 놀면서 접근했던 것 같다. 엄마니까 ‘이렇게 해야지’라는 것보다 그때그때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표현했던 것 같다. 물론 아이들과 손을 잡고 끌어안아도 어색하거나 불편하게 보이면 안 될 것 같긴 했다. 그래서 좀 더 스스럼없이 지냈던 게 도움이 됐다. 그리고 아이들이 예쁘니까 자연스럽게 됐던 것 같다.

Q.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인가.
하지원 :
아이들하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아이들이 나랑 놀아주는 것 같긴 하지만. 그리고 내 또래는 ‘묵찌빠’ 같은 놀이를 하지 않는다. 근데 아이들과 그런 놀이도 같이 하면서 놀기도 하고. 또 점프하는 걸 좋아해서 아이들과 점프하면서 사진 찍고, 그거 보고 웃고. 그러면서 지냈다.

Q. 그럼 남편은. 허삼관 같은 남편이라면 어땠을 것 같나.
하지원 :
전혜진 선배한테 날린 주먹을 남편한테 하지 않을까. 하하.

하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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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 속이긴 하지만, 엄마가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이었나.
하지원 :
귀여운 아들 셋이 있으니까 든든했다. 순간 셋이 내 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오히려 촬영 전에는 걱정 많이 했는데, 현장에서는 재밌었다.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하느냐의 차이였다. 머리로 계산하고, 미리 연습하고 설정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냥 놀자고 생각하니 더 편해지고 잘 통했던 것 같다. 그랬더니 아이들만 보면 안고 싶은 거다.

Q. ‘허삼관’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는 또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나.
하지원 :
2015년부터 더 많은 캐릭터를 하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개인적인 ‘소울’을 위해서 그랬겠지만, 밝고 건강한 역할을 많이 하고 싶었다. 악역을 하면 내가 아플 것 같았다. 사실은 시나리오가 좋아도 ‘자신 없다’ 이런 게 있었는데 앞으로는 악역도 해보고 싶다. 조금 더 다양한 장르,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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