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별까지 7일’ 이시이 유야 감독.
영화 ‘이별까지 7일’ 이시이 유야 감독.
영화 ‘이별까지 7일’ 이시이 유야 감독.

1983년생의 젊은 감독. 이제 겨우 30을 넘겼지만, 이웃 나라 일본에서 이 감독은 ‘젊은 거장’으로 불린다. 영화 ‘행복한 사전’으로 일본 아카데미 8개 부문을 휩쓴 이시이 유야 감독이다. 그가 한국을 찾았다. 신작 ‘이별까지 7일’을 들고. 그것도 자발적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별까지 7일’은 죽음을 앞두고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남은 가족들의 간절한 일주일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부산영화제 당시에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국내 관객을 만났다. “일본 관객보다 더 깊이 있게 보는 것 같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 기억이 다시 이시이 유야 감독을 한국으로 이끈 원동력인 듯 보인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이별까지 7일’ 수입사인 수키픽쳐스 사무실에서 이시이 유야 감독을 만났다.

Q. 한국에 자발적으로 왔다고 들었다. 그 이유를 먼저 듣고 싶다.
이시이 유야 감독 : 맞다. 자발적으로 왔다. 한 분이라도 더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오게 됐다. ‘이별까지 7일’은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나라 상관없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Q.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도 ‘이별까지 7일’이 상영됐다. 당시에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국내 관객을 만났고, 이번 개봉을 앞두고도 만났다. 국내 관객과 만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면 말해 달라.
이시이 유야 감독 : 한국에서 받는 질문은 일본에서 받는 것보다 깊이가 다른 것 같다. 일본 관객들은 표면적으로 훑는 느낌이다.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 제작비가 얼마 들었는지 등의 팩트 위주로 물어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국 관객은 다르다. 지금도 한국 관객들의 몇 가지 기억나는 질문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영화를 만든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쁘다.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가족 이야기이다. 그런 이야기를 보면서 본인의 가족과 비교하고, 그런 게 표정으로 나타난다. 그런 표정을 캐치 할 때면 정말 기쁘다. 또 가족 이야기에 멈추지 않고, 영화에 깔린 사회 문제하고도 접목해서 받아들여 질문하는 분들이 계셨다. 그럴 땐 영화를 만든 게 보람까지 느꼈다.

Q. 국내에 소개된 자료에서 ‘가족이라는 소재를 진심으로 마주하고 싶었다’는 연출 의도를 밝혔다. 한국 관객들이 조금 더 연출 의도에 맞게 영화를 관람한다는 것처럼 들린다.
이시이 유야 감독 : 맞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만 기뻤다는 건 아니다. 영화는 보는 사람마다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다. 그걸 강요할 순 없는 거다. 그런데 내가 전달하고 싶은 최소한의 의도를 이해하고 보신 분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별까지 7일’ 이시이 유야 감독 스틸.
‘이별까지 7일’ 이시이 유야 감독 스틸.
‘이별까지 7일’ 이시이 유야 감독 스틸.

Q. 그리고 ‘가족이라는 소재를 진심으로 마주하고 싶었다’는 그 말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이시이 유야 감독 : 전체를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적지 않은 일본 사람들이 가족과 제대로 마주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마주한다는 게 마주 앉는다는 것이 아니라 직면한다는 의미다. 나를 포함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에 대해 직면하지 않으려는 게 문제다. 집안에서 어떤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바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가족이니까 어떻게 되겠지 라는 식으로 변화하는 것 같다. 영화에서는 어머니의 질병이라는 중요한 사건이 발생한다.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버릇이 없던 이들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사건에 대해 동요하고, 당황하는 식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부모님과 여행을 가야겠다, 집을 사드리겠다 등까지는 아니더라도 본인의 가족과 비교해보면서 가족을 떠올릴 거로 본다. 현재 어떤 생각을 하고 살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가족 내 관계를 맺고 있는지 정도까지만이라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만족한다. 단순히 2시간 정도 영화를 보는 것이지만, 가족이란 것에 대해 뭔가 느낀다면 그걸로 좋겠다.

Q. 그렇다면 감독님에게 ‘가족’은 무엇인가.
이시이 유야 감독 : ‘가족이란 무엇이다’는 답을 내릴 수 없으므로 가족과 마주하며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화를 만든 거다.

Q. ‘이별까지 7’일은 하야미 가즈마사의 자전적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이를 영화화해야겠다는 생각은 왜 했나.
이시이 유야 감독 :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는 것에 끌렸다. 두 번째는 작가가 이 소설을 쓸 때 30대 초반이었다. 즉, 그 당시의 젊은 시선으로 바라본 가족이었다. 내가 영화를 한 것도 20대 마지막이었다. 같은 연령대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가족을 다루는 작품이 많지만, 연령대에 따라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게 있다. 30대가 바라보는 것과 50대가 바라보는 건 분명 다를 테니까. 그래서 비슷한 세대의 사람이 그린 작품이라 끌렸던 것 같다.

Q. 하지만 자전적 소설이기 때문에 영화로 옮기는 게 부담일 수도 있지 않나.
이시이 유야 감독 : 그런 부분에 있어 부담을 느끼지는 못했다. 실화인 건 맞지만, 소설 역시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다. 글로 옮기는 작업을 해주셨던 원작자가 (질문해주신 기자가) 염려했던 부담을 글로서 어느 정도 보편화했기 때문에 실화를 그대로 그려야 한다는 부담은 느끼지 못했다.

Q. 그리고 일본 원제가 ‘우리 가족’(또는 ‘우리들의 가족’)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 제목은 ‘이별까지 7일’이다. 이 제목에 대한 감독의 생각이 궁금하다.
이시이 유야 감독 : 한국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들었다. 제목을 만드는 건 한국 배급 관계자의 몫이다. 여러 조사를 통해 가장 대중적으로 잘 통하면서도 우리 작품을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제목을 만든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별까지 7일’ 스틸.
‘이별까지 7일’ 스틸.
‘이별까지 7일’ 스틸.

Q. 사실 제목만 보고 죽음을 그리는 영화로 생각했다. 그 죽음을 통해 눈물샘을 건드리는 그런 영화 말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영화가 아니었다. 그래서 감독의 생각이 궁금했던 거다.
이시이 유야 감독 : 내가 생각하기엔 ‘우리들의 가족’도 아니고, ‘이별까지 7일’도 아닌 것 같다. 단순히 가족만을 그리고 싶었던 건 아니다. 가족을 통해 그려지는 것, 사회적인 배경까지 함축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새로운 제목을 생각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생각나지도 않는다. (웃음)

Q. 영화 속 가족의 일과 비슷한 경험이 있는 건 아닌지.
이시이 유야 감독 : 어머니가 병에 걸린 건 똑같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도 같다. 어머니가 병에 걸리셔서 만 7살 때 돌아가셨다. 그래서 영화 이야기의 흐름과 일치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소설을 처음 읽으면서 ‘이거 내 이야기 아니야’란 느낌을 많이 받았다.

Q. 앞서 말했듯, ‘이별까지 7일’은 가족을 통해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버블경제, 은둔형 외톨이, 노후 문제, 개인화 등등. 실제 일본 사회는 어느 정도이며, 이 가족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인가.
이시이 유야 감독 : 가족이 점점 개인화되고 있다는 건 틀림없는 기정사실이다. 영화보다 더 심하다 덜하다는 것은 말하기 힘들고, 대신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비단 가족뿐만 아니라 타인에 관해 관심을 두지 않는 사회라고 해석하고 싶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친절함을 잃어가는 것 같다. 이건 외부와의 단절로도 말할 수 있고, 더 크게 국제문제로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자국 외의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하지 않나. 앞으로 더 심해질 것 같다. 길거리를 걸을 때, 지하철을 탈 때 등 사람들을 보면 모두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 타인을 보면서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등과 같은 그런 상상을 하지 않는다. 이것도 일종의 은둔형 외톨이가 아닐까.

Q. 일본에서 ‘젊은 거장’으로 불릴 만큼 어린 나이에 감독 데뷔해 명성을 얻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하게 된 과정을 듣고 싶다.
이시이 유야 감독 : 감독의 길을 걷겠다고 생각한 계기, 음…. 글쎄. 잘 모르겠다.(웃음) 만 17~18세, 고등학생 때인데 이것도 일종의 은둔형 외톨이인 줄 모르겠지만, 그 나이에 생각하는 어떤 것을 남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내 안의 뭔가를 표현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단지 우연히 영화라는 게 근처에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영화로 표현해 볼까, 이렇게 된 거다. 내가 감독하게 된 이유는 어릴 때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를 보고 감동을 깊게 받아서 하게 됐다는 등등의 미담이나 일화가 있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재밌는 일화는 없다.(웃음) 단지 근처에 있었던 게 영화였다. (영화를 좋아하셨나요?) 보는 걸 좋아했다. 그렇다고 오타쿠는 아니었다.

Q. 한국 영화계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부산영화제 심사위원을 하면서 박정범 감독과 친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시이 유야 감독 :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할 때 박정범 감독과 만나게 됐는데 그분과의 만남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한국 영화계에 관심이 많은 건 그분의 영향이다. 그로 인해 한국 배우, 스태프, 제작 등은 물론 투자 과정이나 영화 산업 등에 대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와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 톱스타가 신인상을 주는 게 있더라. 실제 현장에서 가장 많이 움직이는 분들이 이제 시작하는 분들의 활약을 높게 평가한다는 점에 있어 감동했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제공. 수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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