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1
국제시장 1


이북 출신 덕수(황정민)는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와 부산에 정착한다. 전쟁 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이 된 그는 고모가 운영하는 국제시장의 수입 잡화점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남동생의 대학교 입학금을 벌기 위해 독일 광부로 간 덕수는 그 곳에서 간호사 영자(김윤진)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 골인한다. 한국으로 돌아와 안정을 찾나 싶었는데, 그것도 잠시. 동생 결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베트남전 한 가운데로 향한다.

10. 신파 맞다. 맞긴 한데, 그게 또 싫지는 않다 / 관람지수 6

국제시장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은 1950~1990년대까지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사를 통과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후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했다. 격동의 시기에 일어난 무수한 사건들. 그 중, 어떤 사건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국제시장’의 결이 달라질 수 있으니. 임상수 감독이었다면 ‘그때 그사람들’(2004), 그러니까 박정희 대통령 살해사건에 휘말려 비극적 최후를 맞은 사람들을 통해 시대의 부조리함을 조롱하거나, ‘오래된 정원’(2007)에 파묻혀 있던 80년대 군부독재의 현장으로 관객을 데려갔을 게다. 정지영 감독이라며 남영동 고문실(‘남영동 1985’)이라는, 서서히 잊혀지고 있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순간으로 타임머신을 탔을지 모른다.

그러나 윤제균 감독의 시선은 ‘피난-독일 광부·간호사 파견-베트남 전쟁-이산가족 상봉’으로 향했다. 정치적 색이 탈색된 자리에 들어선 것은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아버지’다.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 현대사를 다루면서, 사회적 시선을 거세함으로서 영화는 더 전진할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해버렸다. ‘현대사를 다루는 시선이 너무 소극적인 게 아닌가’, ‘조금 더 나아갈 수는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정치색이 빠진 것이 이 영화의 단점이 될 수는 있어도, 그 이유 자체만으로 비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그렇게 따지면 정치를 드러내지 않는 시대극들은 모두 비판받아야 한다.) ‘국제시장’은 코미디로서 웃음과 가족드라마로서의 감동이 조금씩 모자란 대로 혹은 약간씩 넘치는 대로 어울려 대중영화로서의 미덕을 갖춘 게 사실이다. 아버지 세대의 희생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과도해 감정 과잉을 낳기는 하지만 윤제균 감독은 관객들이 언제 감정적으로 뜨거워지는 지를 잘 알고 있다. 특히 실제 방송화면을 중간 중간 삽입한 ‘이상가족 상봉 씬’을 보며 울지 않기란 어렵다. 연출에서 오는 슬픔이 아니라, 역사 그 자체가 주는 슬픔일 뿐이라고 공격할 수는 있지만, 사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가지고 제대로 울릴 수 있는 감독은 많지 않다. 관객들의 감성을 ‘툭’ 건드리는 것은 윤제균 감독의 재능이다.

유머 적중률 또한 높다. 한창 사랑에 빠진 덕수와 영자가 “나 잡아봐라” 하는 장면은 자칫 유치할 수 있는 위험이 많음에도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의 타이밍으로 인해 생기를 부여받는다. ‘감초 연기’로 유명한 오달수의 연기야, 말할 것 없다. 정주영, 앙드레김, 이만기 등 현대사를 관통하는 시대의 아이콘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70대 노인이 된 덕수가 아버지 사진을 보며 “아버지,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라고 내뱉는 대사는 불편함을 줄 수 있다. 세대갈등이 그 어느 때 보다 극에 달한 지금, 이러한 자세는 젊은 세대에게 “아버지 세대의 희생을 기억하라”라고 등을 떠미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이 젊은 층을 얼마나 끌어안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isa.co.kr
사진.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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