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새 앨범 언제 나오느냐고요? 저도 누군가에게 묻고 싶네요. 답이 있다면.”(지드래곤) “최종 결정권자는 양현석 사장님이지만, 앨범 발표를 결정하는 것은 어찌됐든 음악 그 자체예요. 우리 모두가 지금보다 더 좋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죠.”(태양) 지난 25일 홍대 인근 카페에서 만난 지드래곤과 태양은 이렇게 말했다.
최근 한 팬 커뮤니티에는 빅뱅의 공백기가 1,000일이 넘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도대체 새 앨범은 언제 나오는 것일까? 당초 올해 나올 것으로 기대됐던 빅뱅의 신보는 다시 미뤄져 내년에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빅뱅의 팬들로서는 최근 공개된 지드래곤과 태양의 유닛 ‘지디 X 태양’의 노래 ‘굿 보이(Good Boy)’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굿 보이’는 본래 빅뱅의 새 앨범에 수록될 예정이었다. 지드래곤이 만들고 태양이 가이드 보컬을 녹음한 것을 양현석 대표가 싱글로 공개해보자고 제안했다. 아직 지디 X 태양으로 앨범 계획은 없다. “‘굿 보이’ 싱글에 대해 큰 욕심은 없어요. 물론 반응이 좋길 바라지만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빅뱅 앨범입니다. 다섯 명이 모인 모습을 하루빨리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디 X 태양은 3일 홍콩 아시아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4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를 통해 ‘굿 보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요새 우리 기분이 이상하게 들 떠 있어요. 흥이 많아서 ‘굿 보이’ 잘 나온 것 같아요. 무대에서 이 기분을 그대로 유지하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지드래곤)
‘굿 보이’는 빅뱅에게나, 그리고 팬들에게나 새 앨범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청량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 앨범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곡이 나오게 됐잖아요. ‘굿 보이’ 무대를 하면서 새 앨범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아서 새 앨범 작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됐으면 합니다. ‘굿 보이’ 무대가 많지는 않겠지만 ‘고퀄’을 선사할게요.”(지드래곤)
다음은 일문일답. Q. 빅뱅의 활동을 돌아보면 지드래곤과 태양의 유닛은 늦은 감이 있어 보인다.
태양: 둘이 정식 유닛으로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각자의 솔로앨범에 피처링 개념으로 함께 작업을 했었다. 이번에는 지디 X 태양이라는 정식 명칭으로 나온 것뿐이다. 빅뱅 새 앨범을 작업하면서 둘이 작업실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요 몇 년 동안 지용이가 빅뱅 신곡들을 만들어 놨는데, 보통 빅뱅 노래가 나오면 먼저 내가 보컬을 입혀서 데모를 녹음해놓는다. 사장님이 데모를 들어보시더니 ‘굿 보이’는 둘이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미리 선보이게 됐다.
Q. 그래도 오랜만의 신곡이니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지드래곤: 특별히 기대하는 바가 있다기보다 우리의 바람은 당연히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빅뱅은 대중이 봤을 때 조금이라도 아마추어 느낌이 난다든지, 불편한 느낌을 줘서는 절대로 안 된다. 완벽한 두 가수의 무르익은 퍼포먼스를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한다.
Q. GD&TOP은 래퍼와 래퍼의 만남이었다. 지디 X 태양은 래퍼와 보컬의 만남이다.
지드래곤: GD&TOP 때에는 마찰이 있었다. 둘 다 래퍼였기 때문에 각자 파트를 직접 쓰다 보니 자존심 대결이기도 했으니까. 작업을 할 때 곡의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때는 둘 다 어렸기 때문에 각자 파트에 더 욕심을 냈고, 현란한 것을 구사하려고 했다. 때문에 지금 들어보면 어떤 파트는 조금 거슬리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태양과 작업하면서는 그런 마찰이 전혀 없었다. 둘 다 서로가 원하는 거 이상을 해줬다고 생각한다. 곡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흘러 팬들도 더 편하게 들을 수 있을 거다.
Q. 지디 X 태양이 앨범을 발표했다면 어떤 분위기로 나왔을까?
지드래곤: 앨범 규모로 작업을 했다면 아마 더 고민이 됐을 것이다. 음악 스타일도 더 바뀌었을 것이고, 더 다양한 시도를 했을 것이다. 만약 앨범을 냈다면 굉장히 재밌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Q. 둘이 해서 빅뱅 다섯 명보다 좋은 점은?
태양: 일단 빅뱅 다섯 명이 모두 함께 작업실에 들어가기가 매우 힘들다. 각자 스케줄이 너무 많아서.(웃음) 좋은 앨범이 나오려면 누가 곡을 만들든 간에 같이 의견을 나누면서 작업을 해야 한다. 나와 지용이는 별다른 스케줄이 없으면 항상 작업실에 있기 때문에 작업이 수월하다.
지드래곤: 빅뱅은 솔로앨범을 준비할 때보다 훨씬 고민이 많이 된다. 빅뱅은 이제 큰 그룹이고, 또 대중적인 그룹이기 때문에 듣는 이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내가 원래 하고 싶은 것 외에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나에게는 어려운 숙제다. 때문에 빅뱅 새 앨범이 계속 미뤄지는 것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신보가 나오고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매해 부담감은 더 커진다. Q. ‘굿 보이’는 대중성을 염두에 둔 것 같지 않다.
지드래곤: (대중성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Q. 기존 빅뱅 히트곡들처럼 멜로디를 부각하거나 하지 않고 사운드적인 재미를 추구한 것 같다.
지드래곤: 솔로 작업을 할 때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든다. ‘굿 보이’는 10~20대들이 클럽에 갔을 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노래를 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곡이다. 우리가 클럽에 갔을 때 듣고 싶은 노래 말이다. 때문에 가사에 많은 것을 담거나 하지 않았다. 그냥 들려주는 대로 느낌이 전달되는 노래였으면 했다.
Q. ‘굿 보이’ 외에도 이전의 솔로앨범을 들어보면 지드래곤은 ‘트랩(trap)’ 장르에 꽂혀 있는 것 같다.
지드래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는 트랩에 꽂혀 있었던 적이 있다. ‘크레용’도 트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트랩은 유행이 조금 지난 장르다. 최근 국내에 힙합 붐이 일어서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는데 덕분에 힙합과 함께 트랩 사운드가 전보다 많이 들려지는 것 같다. ‘굿 보이’는 그러한 힙합 붐을 더 확대해보자는 생각으로 만든 부분도 있다. 빅뱅의 앨범이라면 이미 남들이 했던 것, 지난 유행은 피해가려고 했을 것이다. 빅뱅은 한 발 앞선 음악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빅뱅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굿보이’에는 세계적인 프로듀서 더 플립톤스(The Fliptones)와 프리도(Freedo)가 공동작곡으로 참여했다. 플립톤스는 최근 태양, 위너의 곡 작업에도 참여했다. 어떻게 함께 작업을 하게 됐나?
태양: 외국 프로듀서들의 비트를 YG가 받아서 어레인지를 하곤 한다. 우리는 외국에서 비트를 받을 때 프로듀서의 이름보다는 음악을 먼저 듣고 고른다. 곡을 선택한 후 프로듀서의 이름을 보면 더 플립톤스더라. 그러다보니 플립톤스의 여러 곡이 YG의 노래가 됐다. 그만큼 궁합이 잘 맞은 거겠지.
Q. ‘굿 보이’는 지드래곤의 스타일이 강하게 느껴지는 곡이다. 이런 특유의 스타일, 아이디어를 좋아하는 작곡가들도 있다.
지드래곤: 글쎄. 지금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현역 작곡가 분들은 저와 세대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도 음악도 다를 것이다. 내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그 분들이 생각지 못한 부분을 만들 수 있을 텐데, 그걸 아이디어라고 좋게 말씀해주시는 것 같다. 난 아직 보고 듣고 배울 것이 많다.
Q. 빅뱅 멤버들 중에 작업실에 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게 둘 아닌가?
지드래곤: 나와 태양은 별일 없으면 작업실로 간다. 다른 친구들은 정말 바쁘다. 탑은 계속 드라마, 영화 촬영이 있고, 대성이는 작년부터 일본투어로 바쁘다. 승리는… 어디 있지? 암튼.
태양: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삶을 살았다. 연습이 끝나면 지누션, 원타임, 프로듀서 형들이 있는 작업실로 갔다. 거기서 형들하고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좋았다. 반드시 뭔가 만들기 위해 작업실로 향한다기보다는, 작업실에 있는 것이 일상의 일부가 된 것이다.
지드래곤: 여기저기를 다 가 봐도 작업실에 있는 게 가장 재밌고 편하다. 작업실에 있는 테디 형, 다른 작곡가 형들은 친구와 다름 없는 사이다.
태양: 심지어 지용이는 어렸을 때 함께 어울린 친구들을 YG로 데려와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니 더 신나겠지.
지드래곤: 크루(crew)니까. 어디를 가도 작업실 사람들끼리 다닌다. 작업실이 잠자고 먹고 노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이디어가 나오면 모두가 달라붙어서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Q. 빅뱅의 성공은 YG의 성공과 일맥상통한다. 지금 시점에서 YG는 본인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태양: 우리는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때만 해도 회사가 크지 않아 지누션, 원타임 선배들과 다 함께 연습실을 썼다. 지금은 후배들이 우리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다.
지드래곤: 예전에는 회사 인원이 작아서 정말 패밀리 개념이었는데 이제는 돌볼 사람들이 많아졌다. 회사에 갈 때마다 처음 보는 사람도 많아진다. 이제는 사장님도 빅뱅 말고 신경 쓸 부분이 더욱 많아지셨다. 하지만 우리가 서운하다고 “빅뱅만 신경 써 주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제 우리 앞가림은 우리가 해야지.
Q. 이제 연말이다. 올해 특별한 순간을 꼽는다면?
지드래곤: 올해는 투어 외에 계속 작업만 했다. 공식적인 국내 활동은 없었지만 미래를 봤을 때에는 도움이 많이 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태양: 솔로앨범을 생각보다 더 좋아해주셔서 너무 행복했던 한 해였다. 앨범을 내고 솔로 투어를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오히려 앨범 만들 때보다 내고 나서 깨달은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이 빅뱅의 새 앨범 작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Q. ‘굿 보이’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지드래곤: 첫 공식 활동이 ‘MAMA’인데 이후에 음악방송을 많이 하지는 못할 것 같다.
태양: 현재 빅뱅 일본 투어 일정도 잡혀 있지만 우리 머릿속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빅뱅 앨범이다. 어서 ‘굿 보이’ 및 투어 활동을 마치고 어서 다섯 명이 모여 새 앨범을 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Q. 그래서 빅뱅 새 앨범은 언제 나올까?
태양: 일단 다섯 명이 함께 작업을 시작하면 생각보다 금방 풀릴 수도 있다.
지드래곤: 원래 계획대로라면 앨범이 몇 장 나왔어야 한다. 이 정도면 그럴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후 엎은 것이 여러 번이다. 욕심을 내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치가 높아지다 보니 ‘그냥 그때 낼 걸’ 하는 생각도 들더라. 하지만 우리는 타이틀곡 하나 좋고 그럭저럭 괜찮은 곡들로 채운 앨범은 만들고 싶지 않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 곡이 만족스런 앨범을 만들 거다. 내년에는 나온다.
Q. 빅뱅이 새 앨범을 내는 시기는 양현석 대표도 터치할 수 없는 것인가? 최종 결정권자는 빅뱅인가?
태양: 최종 결정권자는 양현석 사장님이지만, 앨범 발표를 결정하는 것은 어찌됐든 음악 그 자체다. 우리 모두가 지금보다 더 좋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드래곤: 사장님이 보시기에도 우리가 아직 준비가 다 안 됐기 때문에 더 해보라고 말씀을 하시고 계신 거다. 본의 아니게 죄송할 따름이다. 새 앨범 나올 시기가 지났는데 사장님으로서는 보채자니 스트레스 받을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낼 수도 없는 어려운 입장이실 거다.
Q. 빅뱅은 ‘굿 보이’인가?
지드래곤: ‘굿보이’인 것 같다. 우리 되게 착하다. 우리는 악의가 없다. 그냥 아기다.(웃음)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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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팬 커뮤니티에는 빅뱅의 공백기가 1,000일이 넘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도대체 새 앨범은 언제 나오는 것일까? 당초 올해 나올 것으로 기대됐던 빅뱅의 신보는 다시 미뤄져 내년에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빅뱅의 팬들로서는 최근 공개된 지드래곤과 태양의 유닛 ‘지디 X 태양’의 노래 ‘굿 보이(Good Boy)’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굿 보이’는 본래 빅뱅의 새 앨범에 수록될 예정이었다. 지드래곤이 만들고 태양이 가이드 보컬을 녹음한 것을 양현석 대표가 싱글로 공개해보자고 제안했다. 아직 지디 X 태양으로 앨범 계획은 없다. “‘굿 보이’ 싱글에 대해 큰 욕심은 없어요. 물론 반응이 좋길 바라지만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빅뱅 앨범입니다. 다섯 명이 모인 모습을 하루빨리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디 X 태양은 3일 홍콩 아시아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4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를 통해 ‘굿 보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요새 우리 기분이 이상하게 들 떠 있어요. 흥이 많아서 ‘굿 보이’ 잘 나온 것 같아요. 무대에서 이 기분을 그대로 유지하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지드래곤)
‘굿 보이’는 빅뱅에게나, 그리고 팬들에게나 새 앨범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청량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 앨범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곡이 나오게 됐잖아요. ‘굿 보이’ 무대를 하면서 새 앨범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아서 새 앨범 작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됐으면 합니다. ‘굿 보이’ 무대가 많지는 않겠지만 ‘고퀄’을 선사할게요.”(지드래곤)
다음은 일문일답. Q. 빅뱅의 활동을 돌아보면 지드래곤과 태양의 유닛은 늦은 감이 있어 보인다.
태양: 둘이 정식 유닛으로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각자의 솔로앨범에 피처링 개념으로 함께 작업을 했었다. 이번에는 지디 X 태양이라는 정식 명칭으로 나온 것뿐이다. 빅뱅 새 앨범을 작업하면서 둘이 작업실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요 몇 년 동안 지용이가 빅뱅 신곡들을 만들어 놨는데, 보통 빅뱅 노래가 나오면 먼저 내가 보컬을 입혀서 데모를 녹음해놓는다. 사장님이 데모를 들어보시더니 ‘굿 보이’는 둘이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미리 선보이게 됐다.
Q. 그래도 오랜만의 신곡이니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지드래곤: 특별히 기대하는 바가 있다기보다 우리의 바람은 당연히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빅뱅은 대중이 봤을 때 조금이라도 아마추어 느낌이 난다든지, 불편한 느낌을 줘서는 절대로 안 된다. 완벽한 두 가수의 무르익은 퍼포먼스를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한다.
Q. GD&TOP은 래퍼와 래퍼의 만남이었다. 지디 X 태양은 래퍼와 보컬의 만남이다.
지드래곤: GD&TOP 때에는 마찰이 있었다. 둘 다 래퍼였기 때문에 각자 파트를 직접 쓰다 보니 자존심 대결이기도 했으니까. 작업을 할 때 곡의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때는 둘 다 어렸기 때문에 각자 파트에 더 욕심을 냈고, 현란한 것을 구사하려고 했다. 때문에 지금 들어보면 어떤 파트는 조금 거슬리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태양과 작업하면서는 그런 마찰이 전혀 없었다. 둘 다 서로가 원하는 거 이상을 해줬다고 생각한다. 곡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흘러 팬들도 더 편하게 들을 수 있을 거다.
Q. 지디 X 태양이 앨범을 발표했다면 어떤 분위기로 나왔을까?
지드래곤: 앨범 규모로 작업을 했다면 아마 더 고민이 됐을 것이다. 음악 스타일도 더 바뀌었을 것이고, 더 다양한 시도를 했을 것이다. 만약 앨범을 냈다면 굉장히 재밌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Q. 둘이 해서 빅뱅 다섯 명보다 좋은 점은?
태양: 일단 빅뱅 다섯 명이 모두 함께 작업실에 들어가기가 매우 힘들다. 각자 스케줄이 너무 많아서.(웃음) 좋은 앨범이 나오려면 누가 곡을 만들든 간에 같이 의견을 나누면서 작업을 해야 한다. 나와 지용이는 별다른 스케줄이 없으면 항상 작업실에 있기 때문에 작업이 수월하다.
지드래곤: 빅뱅은 솔로앨범을 준비할 때보다 훨씬 고민이 많이 된다. 빅뱅은 이제 큰 그룹이고, 또 대중적인 그룹이기 때문에 듣는 이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내가 원래 하고 싶은 것 외에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나에게는 어려운 숙제다. 때문에 빅뱅 새 앨범이 계속 미뤄지는 것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신보가 나오고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매해 부담감은 더 커진다. Q. ‘굿 보이’는 대중성을 염두에 둔 것 같지 않다.
지드래곤: (대중성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Q. 기존 빅뱅 히트곡들처럼 멜로디를 부각하거나 하지 않고 사운드적인 재미를 추구한 것 같다.
지드래곤: 솔로 작업을 할 때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든다. ‘굿 보이’는 10~20대들이 클럽에 갔을 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노래를 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곡이다. 우리가 클럽에 갔을 때 듣고 싶은 노래 말이다. 때문에 가사에 많은 것을 담거나 하지 않았다. 그냥 들려주는 대로 느낌이 전달되는 노래였으면 했다.
Q. ‘굿 보이’ 외에도 이전의 솔로앨범을 들어보면 지드래곤은 ‘트랩(trap)’ 장르에 꽂혀 있는 것 같다.
지드래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는 트랩에 꽂혀 있었던 적이 있다. ‘크레용’도 트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트랩은 유행이 조금 지난 장르다. 최근 국내에 힙합 붐이 일어서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는데 덕분에 힙합과 함께 트랩 사운드가 전보다 많이 들려지는 것 같다. ‘굿 보이’는 그러한 힙합 붐을 더 확대해보자는 생각으로 만든 부분도 있다. 빅뱅의 앨범이라면 이미 남들이 했던 것, 지난 유행은 피해가려고 했을 것이다. 빅뱅은 한 발 앞선 음악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빅뱅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굿보이’에는 세계적인 프로듀서 더 플립톤스(The Fliptones)와 프리도(Freedo)가 공동작곡으로 참여했다. 플립톤스는 최근 태양, 위너의 곡 작업에도 참여했다. 어떻게 함께 작업을 하게 됐나?
태양: 외국 프로듀서들의 비트를 YG가 받아서 어레인지를 하곤 한다. 우리는 외국에서 비트를 받을 때 프로듀서의 이름보다는 음악을 먼저 듣고 고른다. 곡을 선택한 후 프로듀서의 이름을 보면 더 플립톤스더라. 그러다보니 플립톤스의 여러 곡이 YG의 노래가 됐다. 그만큼 궁합이 잘 맞은 거겠지.
Q. ‘굿 보이’는 지드래곤의 스타일이 강하게 느껴지는 곡이다. 이런 특유의 스타일, 아이디어를 좋아하는 작곡가들도 있다.
지드래곤: 글쎄. 지금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현역 작곡가 분들은 저와 세대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도 음악도 다를 것이다. 내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그 분들이 생각지 못한 부분을 만들 수 있을 텐데, 그걸 아이디어라고 좋게 말씀해주시는 것 같다. 난 아직 보고 듣고 배울 것이 많다.
Q. 빅뱅 멤버들 중에 작업실에 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게 둘 아닌가?
지드래곤: 나와 태양은 별일 없으면 작업실로 간다. 다른 친구들은 정말 바쁘다. 탑은 계속 드라마, 영화 촬영이 있고, 대성이는 작년부터 일본투어로 바쁘다. 승리는… 어디 있지? 암튼.
태양: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삶을 살았다. 연습이 끝나면 지누션, 원타임, 프로듀서 형들이 있는 작업실로 갔다. 거기서 형들하고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좋았다. 반드시 뭔가 만들기 위해 작업실로 향한다기보다는, 작업실에 있는 것이 일상의 일부가 된 것이다.
지드래곤: 여기저기를 다 가 봐도 작업실에 있는 게 가장 재밌고 편하다. 작업실에 있는 테디 형, 다른 작곡가 형들은 친구와 다름 없는 사이다.
태양: 심지어 지용이는 어렸을 때 함께 어울린 친구들을 YG로 데려와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니 더 신나겠지.
지드래곤: 크루(crew)니까. 어디를 가도 작업실 사람들끼리 다닌다. 작업실이 잠자고 먹고 노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이디어가 나오면 모두가 달라붙어서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Q. 빅뱅의 성공은 YG의 성공과 일맥상통한다. 지금 시점에서 YG는 본인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태양: 우리는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때만 해도 회사가 크지 않아 지누션, 원타임 선배들과 다 함께 연습실을 썼다. 지금은 후배들이 우리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다.
지드래곤: 예전에는 회사 인원이 작아서 정말 패밀리 개념이었는데 이제는 돌볼 사람들이 많아졌다. 회사에 갈 때마다 처음 보는 사람도 많아진다. 이제는 사장님도 빅뱅 말고 신경 쓸 부분이 더욱 많아지셨다. 하지만 우리가 서운하다고 “빅뱅만 신경 써 주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제 우리 앞가림은 우리가 해야지.
Q. 이제 연말이다. 올해 특별한 순간을 꼽는다면?
지드래곤: 올해는 투어 외에 계속 작업만 했다. 공식적인 국내 활동은 없었지만 미래를 봤을 때에는 도움이 많이 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태양: 솔로앨범을 생각보다 더 좋아해주셔서 너무 행복했던 한 해였다. 앨범을 내고 솔로 투어를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오히려 앨범 만들 때보다 내고 나서 깨달은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이 빅뱅의 새 앨범 작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Q. ‘굿 보이’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지드래곤: 첫 공식 활동이 ‘MAMA’인데 이후에 음악방송을 많이 하지는 못할 것 같다.
태양: 현재 빅뱅 일본 투어 일정도 잡혀 있지만 우리 머릿속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빅뱅 앨범이다. 어서 ‘굿 보이’ 및 투어 활동을 마치고 어서 다섯 명이 모여 새 앨범을 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Q. 그래서 빅뱅 새 앨범은 언제 나올까?
태양: 일단 다섯 명이 함께 작업을 시작하면 생각보다 금방 풀릴 수도 있다.
지드래곤: 원래 계획대로라면 앨범이 몇 장 나왔어야 한다. 이 정도면 그럴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후 엎은 것이 여러 번이다. 욕심을 내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치가 높아지다 보니 ‘그냥 그때 낼 걸’ 하는 생각도 들더라. 하지만 우리는 타이틀곡 하나 좋고 그럭저럭 괜찮은 곡들로 채운 앨범은 만들고 싶지 않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 곡이 만족스런 앨범을 만들 거다. 내년에는 나온다.
Q. 빅뱅이 새 앨범을 내는 시기는 양현석 대표도 터치할 수 없는 것인가? 최종 결정권자는 빅뱅인가?
태양: 최종 결정권자는 양현석 사장님이지만, 앨범 발표를 결정하는 것은 어찌됐든 음악 그 자체다. 우리 모두가 지금보다 더 좋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드래곤: 사장님이 보시기에도 우리가 아직 준비가 다 안 됐기 때문에 더 해보라고 말씀을 하시고 계신 거다. 본의 아니게 죄송할 따름이다. 새 앨범 나올 시기가 지났는데 사장님으로서는 보채자니 스트레스 받을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낼 수도 없는 어려운 입장이실 거다.
Q. 빅뱅은 ‘굿 보이’인가?
지드래곤: ‘굿보이’인 것 같다. 우리 되게 착하다. 우리는 악의가 없다. 그냥 아기다.(웃음)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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