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범수는 자신의 정규 8집 ‘힘(Him)’의 음반재킷에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이 재킷을 보고 ‘얼굴 없는 가수’에서 탈피한 자신감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이 앨범재킷 속의 검게 그을린 김범수의 얼굴을 보고 60~70년대 미국의 흑인 R&B 가수들의 앨범들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김범수는 이 앨범을 그가 애초부터 추구했던 R&B 성향의 음악들로 가득 채웠다. 본인이 입고 싶은 옷을 입기까지 꽤 오랜 세월이 걸린 것이다.
“전 원래부터 끈적끈적한 흑인 음악을 추구했어요. 현실과 타협하면서 어중간한 스타일의 앨범을 내기도 했죠. 지금은 제가 꿈꿨던 음악을 내비칠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힘(Him)’은 일말의 타협도 없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한 앨범입니다.”
이제 김범수가 노래 잘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는지는 잘 몰랐다. “이번 앨범에는 흑인들의 R&B, 소울 장르에 기반을 둔 음악들을 골고루 담아봤어요. 이게 제가 가장 잘하는 음악이랍니다. 지금 30대 중반이라는 제 나이가 저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적기라고 생각해요.” 사실 김범수는 뮤지션들 사이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정통파 R&B 보컬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혀온 지 오래다. 흑인음악 보컬리스트 중에는 김범수와 나얼을 라이벌로 꼽는 이들도 있다. “나얼 씨는 워너비라고 생각하는 존재예요. 시작부터 자기 장르를 흑인음악으로 정확하게 잡고 간 가수죠. 그래서 흑인음악 마니아층을 제대로 섭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보다 대중적인 행보를 걸었죠. 이야기를 나눠보면 서로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증들이 있는 것 같아요.”
김범수는 새 앨범의 작사 작곡에도 참여해 싱어송라이터로 영역을 넓혔다. 덕분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음악은 충분히 녹여낼 수 있었다고. “이번에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시도한 만큼 제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어요. 제가 20대 때에는 얌전하게 살았어요. 그때는 일, 신앙, 한 여자, 가족이 전부였죠. 이제는 30대의 방황을 거치면서 할 이야기들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여전히 노래에 가장 힘을 쏟았다. “싱어송라이터로 전향한 것은 아닙니다. 전 보컬리스트, 가수라는 칭호가 가장 좋아요. 앞으로도 노래하는 사람으로 남을 겁니다.”
새 앨범에는 긱스, 스윙스, 로꼬, 아이언, 리디아 백 등 젊은 피들이 수혈됐다. 이들 후배들은 힙합, R&B 계열의 새로운 강자들이기도 하다. 김범수는 최근의 트렌디한 음악을 받아들이기 위해 후배들에게 직접 연락을 돌렸다. “20대 친구들을 다짜고짜 찾아가서 부탁을 했어요. 어린 친구들이 할 수 있는 반짝반짝한 감성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요즘 애들은 굉장히 당차더라고요. 제 앞에서 위축되지 않고 자기 음악을 다 보여주던걸요.”
최근에는 래퍼와 보컬리스트의 협업이 유행하고 있지만, 김범수는 이미 이전부터 이러한 작업을 해왔다. 리쌍의 ‘슬로우 다운(Slow Down)’, 주석의 ‘정상을 향한 독주 2’, 다이나믹듀오의 ‘굿 러브(Good Love)’ 등이 대표적인 곡들이다. 특히 ‘슬로우 다운’은 당시 국내에서 R&B를 진지하게 시도했던 아소토 유니온도 함께 해 ‘딥’한 감성을 끌어냈다.
“제 한을 풀 수 있었던 곡들이죠. 제 앨범에서는 발라드를 위주로 불러야 했지만, 그 곡들에서는 제가 원하는 창법으로 노래할 수 있었으니까요. 리쌍, 주석 등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소울 장르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었죠. 물론 지금 R&B는 EDM의 소스가 강조되는 등 트렌드가 또 달라졌죠. 새 앨범에서는 젊은 친구들과 최신 트렌드의 R&B를 해보려 했어요.” 타이틀곡 ‘집밥’에는 친어머니인 이희선 씨의 목소리가 담겼다. 김범수는 어머니의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노래에 담기 위해 녹음사실을 알리지 않고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정말 즉흥적으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어요. 20분 정도 통화를 하며 집 밥을 먹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제가 마음을 잘 표현하는 편이 아닌데 ‘보고 싶다’ ‘사랑한다’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여러분도 한 번 꼭 해보세요.”
최근 김범수는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으로 나서며 섬세한 심사평을 들려주기도 했다. 심사를 하면서 후배들에 대한 애착이 더욱 강해졌다. “원래 시즌 4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거절했어요. 음악을 평가하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곽진언, 임도혁, 김필과 같은 친구들을 발굴하는 것은 순기능이라고 봐요. 특히 임도혁은 10년 전 저를 보는 것 같아요. 그 친구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죠.”
김범수는 12월에 전국투어 ‘2014 김범수 겟올라잇 쇼 - 비포 & 애프터’를 열고 팬들과 만난다. 12월 6~7일 대구 콘서트를 시작으로 20~21일 광주, 24~25일 부산, 30~31일에는 서울 콘서트를 열고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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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원래부터 끈적끈적한 흑인 음악을 추구했어요. 현실과 타협하면서 어중간한 스타일의 앨범을 내기도 했죠. 지금은 제가 꿈꿨던 음악을 내비칠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힘(Him)’은 일말의 타협도 없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한 앨범입니다.”
이제 김범수가 노래 잘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는지는 잘 몰랐다. “이번 앨범에는 흑인들의 R&B, 소울 장르에 기반을 둔 음악들을 골고루 담아봤어요. 이게 제가 가장 잘하는 음악이랍니다. 지금 30대 중반이라는 제 나이가 저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적기라고 생각해요.” 사실 김범수는 뮤지션들 사이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정통파 R&B 보컬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혀온 지 오래다. 흑인음악 보컬리스트 중에는 김범수와 나얼을 라이벌로 꼽는 이들도 있다. “나얼 씨는 워너비라고 생각하는 존재예요. 시작부터 자기 장르를 흑인음악으로 정확하게 잡고 간 가수죠. 그래서 흑인음악 마니아층을 제대로 섭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보다 대중적인 행보를 걸었죠. 이야기를 나눠보면 서로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증들이 있는 것 같아요.”
김범수는 새 앨범의 작사 작곡에도 참여해 싱어송라이터로 영역을 넓혔다. 덕분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음악은 충분히 녹여낼 수 있었다고. “이번에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시도한 만큼 제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어요. 제가 20대 때에는 얌전하게 살았어요. 그때는 일, 신앙, 한 여자, 가족이 전부였죠. 이제는 30대의 방황을 거치면서 할 이야기들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여전히 노래에 가장 힘을 쏟았다. “싱어송라이터로 전향한 것은 아닙니다. 전 보컬리스트, 가수라는 칭호가 가장 좋아요. 앞으로도 노래하는 사람으로 남을 겁니다.”
새 앨범에는 긱스, 스윙스, 로꼬, 아이언, 리디아 백 등 젊은 피들이 수혈됐다. 이들 후배들은 힙합, R&B 계열의 새로운 강자들이기도 하다. 김범수는 최근의 트렌디한 음악을 받아들이기 위해 후배들에게 직접 연락을 돌렸다. “20대 친구들을 다짜고짜 찾아가서 부탁을 했어요. 어린 친구들이 할 수 있는 반짝반짝한 감성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요즘 애들은 굉장히 당차더라고요. 제 앞에서 위축되지 않고 자기 음악을 다 보여주던걸요.”
최근에는 래퍼와 보컬리스트의 협업이 유행하고 있지만, 김범수는 이미 이전부터 이러한 작업을 해왔다. 리쌍의 ‘슬로우 다운(Slow Down)’, 주석의 ‘정상을 향한 독주 2’, 다이나믹듀오의 ‘굿 러브(Good Love)’ 등이 대표적인 곡들이다. 특히 ‘슬로우 다운’은 당시 국내에서 R&B를 진지하게 시도했던 아소토 유니온도 함께 해 ‘딥’한 감성을 끌어냈다.
“제 한을 풀 수 있었던 곡들이죠. 제 앨범에서는 발라드를 위주로 불러야 했지만, 그 곡들에서는 제가 원하는 창법으로 노래할 수 있었으니까요. 리쌍, 주석 등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소울 장르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었죠. 물론 지금 R&B는 EDM의 소스가 강조되는 등 트렌드가 또 달라졌죠. 새 앨범에서는 젊은 친구들과 최신 트렌드의 R&B를 해보려 했어요.” 타이틀곡 ‘집밥’에는 친어머니인 이희선 씨의 목소리가 담겼다. 김범수는 어머니의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노래에 담기 위해 녹음사실을 알리지 않고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정말 즉흥적으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어요. 20분 정도 통화를 하며 집 밥을 먹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제가 마음을 잘 표현하는 편이 아닌데 ‘보고 싶다’ ‘사랑한다’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여러분도 한 번 꼭 해보세요.”
최근 김범수는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으로 나서며 섬세한 심사평을 들려주기도 했다. 심사를 하면서 후배들에 대한 애착이 더욱 강해졌다. “원래 시즌 4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거절했어요. 음악을 평가하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곽진언, 임도혁, 김필과 같은 친구들을 발굴하는 것은 순기능이라고 봐요. 특히 임도혁은 10년 전 저를 보는 것 같아요. 그 친구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죠.”
김범수는 12월에 전국투어 ‘2014 김범수 겟올라잇 쇼 - 비포 & 애프터’를 열고 팬들과 만난다. 12월 6~7일 대구 콘서트를 시작으로 20~21일 광주, 24~25일 부산, 30~31일에는 서울 콘서트를 열고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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