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를 만나기로 한 11월 6일, 이른 아침부터 비가 쏟아졌다. 며칠 전 촬영 장소를 방문했을 때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좋을 거야. 우산을 쓰고 가만히만 있어도 예쁘겠지” 라고 했던 사진기자의 말이 떠올라 ‘그래, 비가 와도 오는 대로 잘할 수 있겠지’ 싶었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았을까.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이 하늘이 맑아지기 시작했고, 야외에서 찍기로 예정되어 있던 컷들도 무사히 살려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기분도 다시 상쾌해졌다.
# 프로의 얼굴로
오후 다섯 시, 빅스를 만났다. “오랜만에 봬요”라며 살갑게 인사를 하던 엔을 시작으로 멤버들이 하나둘 촬영 장소로 들어서며 인사를 건넸다. 라디오 스케줄을 마치자마자 바로 달려왔을 이들의 얼굴에서 분주한 호흡은 느껴지지 않았다. 작년 여름, 올 초에 이은 세 번째 만남 중 가장 편안하면서도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이들도 데뷔 3년 차, 프로 중의 프로가 아니던가. ‘에러’로 ‘다섯 번이나 1위를 한 가수’라는 타이틀도 어색함 없이 잘 어울릴 만큼 멋있게 성장한 듯 보였다. 겨울 문턱에서 얄밉게 재주넘기를 하고 있는 계절 탓에 날씨는 꽤 쌀쌀했고 하늘 위에 내내 떠 있던 해는 어느덧 자신의 자취를 감추려 하고 있었다. 햇빛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찍어야 하는 컷들이 있었기에 원래 예정되어 있던 순서를 조금 바꿔 라비, 홍빈, 혁 세 사람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 소격동 런웨이?
현장에서 소속사 관계자에게 “소격동 느낌이에요”라고 말했을 때, “어머, 소격동 런웨이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참신한 표현에 사진기자와 함께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맞는 말이었다. 평균 키 180cm 이상, 모델 비율을 지닌 멤버들이 걷고 움직이면 그곳이 런웨이가 되는 것이니깐. 라비, 홍빈, 혁 세 사람은 엄청난 속도로 셔터를 누르는 사진기자의 페이스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너무 멋있다!” “실물 깡패다!”는 소리가 스태프들 사이에서 계속 새어 나왔지만 이들은 이런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이 내보여야 하는 모습에만 집중했다. 해맑은 소년이던 혁도, 쑥스러움 많던 홍빈도, 카리스마 넘치던 라비도 모두 카메라를 마주하고 있으니 다른 얼굴,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스타트를 잘 끊어준 셋 덕분에 촬영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어떻게 이렇게 셋을 묶으셨어요?” 스태프 중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셋이 제일 조용할 텐데” 평소 같았다면 누구와 누가 좀 더 친하다거나, 누가 누구와 뭔가를 함께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연관성을 찾아 그룹을 지었겠지만 이번 촬영에서만큼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엔, 레오, 켄은 그저 나이 순서대로 짝을 짓게 되었을 뿐. 그도 그럴 것이 누구와 함께 한다 해도 어색함 없이 서로서로 잘 어울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촬영이 시작되었고, 셋은 스태프의 말대로 내내 차분한 정서를 유지했다. ‘귀염둥이 메인보컬’이라고 소개하곤 하는 켄 조차 카메라 앞에서는 시크한 얼굴을 내보였다. 예전 텐아시아와의 촬영 때 조금은 어색해하던 모습을 보이던 켄은 이제는 모델다운 분위기를 풍겼고, 언제나 자신이 해내야 할 것을 기대 이상으로 해내는 레오는 사진기자의 여러 가지 요구에 역시나 유연하게 대응했다. 엔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포스 넘치는 눈빛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조용하지만 강한 힘이 느껴지는 세 사람이었다.
# 휘영청 밝은 달 아래
어느덧 해가 졌다. ‘호’ 하고 숨을 내쉬면 하얀 입김이 바로 나오는 차가운 밤이 찾아왔다. 단체 촬영까지 모두 마친 멤버들은 남은 개인 촬영을 통해 각자만의 매력을 선보였다. 그 중 예쁜 그림엽서처럼 남은 장면을 꼽아 보면, 홍빈을 촬영했을 때다. 문 하나를 두고 시끌시끌한 현장과는 단절한 듯한 공간에서 진행되었는데, 이때 홍빈은 “혼나서 (집에서) 쫓겨난 거 같아요”라고 농담을 건네며 시원하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좁은 골목인 탓에 가장 적은 수의 스태프만 있었고,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꼭 필요한 요청 외에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던 스태프들과 그 순간만큼은 짧게나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촬영을 지켜보게 되었다. “여기 정말 예쁘다”라며 잠깐씩 골목을 둘러보던 몇몇은 사진을 찍어 보기도 했다. 그때였다. 촬영에 열중하던 홍빈을 지켜보다 잠깐 하늘로 눈을 두니 동그란 보름달이 환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시간을 품은 오래된 골목길, 밤하늘을 밝히던 달빛, 자신의 일에 몰두하던 사람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 이거 드세요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벌어진 작은 에피소드 하나. 이야기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음료가 도착했다. 테이크 아웃 컵 7개엔 각각 핫초코와 얼그레이 티, 기자가 요청한 물이 담겨 있었다. 물도 테이크 아웃 컵에 담겨 있는 것이 신기해 “어…물이네?” 라는 말을 무심결에 내뱉었는데, 왼쪽에 앉아 있던 레오가 갑자기 얼그레이 티가 담긴 자신의 컵을 건네며 “이거 드세요”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저 어차피 감기 걸려서…이거 차가운…물… 드시고 싶…” 이라며 뒷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말을 이어갔다. 무슨 영문인가 싶어 “저, 물 시켰어요”라고 말하니 그는 이내 쑥스러워하며 컵을 다시 자리로 가져갔다. 이 모습에 홍빈은 “아까 내 꺼도 뺏어 먹더니, 기자님 꺼도 뺏어 먹으려고!” 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고 현장에 있던 모두 일제히 폭소했다. 알고 보니 기자가 물을 주문한 걸 몰랐던 레오는 “물이네?”라고 말한 것이 차를 마시고 싶어서 나온 반응인 줄 알고 자신의 것을 양보하려 했던 것이다. 배려심에 더해, 촬영하는 동안엔 레오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다가 그 자신이 감기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에서야 알 수 있었으니, 그가 얼마나 프로다운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인터뷰를 한 실내에서 촬영 때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던 패딩 점퍼를 껴입고 있었다.
빅스, 정상에서 다시 한 걸음(인터뷰) 보러 가기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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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의 얼굴로
오후 다섯 시, 빅스를 만났다. “오랜만에 봬요”라며 살갑게 인사를 하던 엔을 시작으로 멤버들이 하나둘 촬영 장소로 들어서며 인사를 건넸다. 라디오 스케줄을 마치자마자 바로 달려왔을 이들의 얼굴에서 분주한 호흡은 느껴지지 않았다. 작년 여름, 올 초에 이은 세 번째 만남 중 가장 편안하면서도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이들도 데뷔 3년 차, 프로 중의 프로가 아니던가. ‘에러’로 ‘다섯 번이나 1위를 한 가수’라는 타이틀도 어색함 없이 잘 어울릴 만큼 멋있게 성장한 듯 보였다. 겨울 문턱에서 얄밉게 재주넘기를 하고 있는 계절 탓에 날씨는 꽤 쌀쌀했고 하늘 위에 내내 떠 있던 해는 어느덧 자신의 자취를 감추려 하고 있었다. 햇빛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찍어야 하는 컷들이 있었기에 원래 예정되어 있던 순서를 조금 바꿔 라비, 홍빈, 혁 세 사람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 소격동 런웨이?
현장에서 소속사 관계자에게 “소격동 느낌이에요”라고 말했을 때, “어머, 소격동 런웨이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참신한 표현에 사진기자와 함께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맞는 말이었다. 평균 키 180cm 이상, 모델 비율을 지닌 멤버들이 걷고 움직이면 그곳이 런웨이가 되는 것이니깐. 라비, 홍빈, 혁 세 사람은 엄청난 속도로 셔터를 누르는 사진기자의 페이스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너무 멋있다!” “실물 깡패다!”는 소리가 스태프들 사이에서 계속 새어 나왔지만 이들은 이런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이 내보여야 하는 모습에만 집중했다. 해맑은 소년이던 혁도, 쑥스러움 많던 홍빈도, 카리스마 넘치던 라비도 모두 카메라를 마주하고 있으니 다른 얼굴,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스타트를 잘 끊어준 셋 덕분에 촬영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어떻게 이렇게 셋을 묶으셨어요?” 스태프 중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셋이 제일 조용할 텐데” 평소 같았다면 누구와 누가 좀 더 친하다거나, 누가 누구와 뭔가를 함께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연관성을 찾아 그룹을 지었겠지만 이번 촬영에서만큼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엔, 레오, 켄은 그저 나이 순서대로 짝을 짓게 되었을 뿐. 그도 그럴 것이 누구와 함께 한다 해도 어색함 없이 서로서로 잘 어울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촬영이 시작되었고, 셋은 스태프의 말대로 내내 차분한 정서를 유지했다. ‘귀염둥이 메인보컬’이라고 소개하곤 하는 켄 조차 카메라 앞에서는 시크한 얼굴을 내보였다. 예전 텐아시아와의 촬영 때 조금은 어색해하던 모습을 보이던 켄은 이제는 모델다운 분위기를 풍겼고, 언제나 자신이 해내야 할 것을 기대 이상으로 해내는 레오는 사진기자의 여러 가지 요구에 역시나 유연하게 대응했다. 엔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포스 넘치는 눈빛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조용하지만 강한 힘이 느껴지는 세 사람이었다.
# 휘영청 밝은 달 아래
어느덧 해가 졌다. ‘호’ 하고 숨을 내쉬면 하얀 입김이 바로 나오는 차가운 밤이 찾아왔다. 단체 촬영까지 모두 마친 멤버들은 남은 개인 촬영을 통해 각자만의 매력을 선보였다. 그 중 예쁜 그림엽서처럼 남은 장면을 꼽아 보면, 홍빈을 촬영했을 때다. 문 하나를 두고 시끌시끌한 현장과는 단절한 듯한 공간에서 진행되었는데, 이때 홍빈은 “혼나서 (집에서) 쫓겨난 거 같아요”라고 농담을 건네며 시원하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좁은 골목인 탓에 가장 적은 수의 스태프만 있었고,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꼭 필요한 요청 외에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던 스태프들과 그 순간만큼은 짧게나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촬영을 지켜보게 되었다. “여기 정말 예쁘다”라며 잠깐씩 골목을 둘러보던 몇몇은 사진을 찍어 보기도 했다. 그때였다. 촬영에 열중하던 홍빈을 지켜보다 잠깐 하늘로 눈을 두니 동그란 보름달이 환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시간을 품은 오래된 골목길, 밤하늘을 밝히던 달빛, 자신의 일에 몰두하던 사람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 이거 드세요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벌어진 작은 에피소드 하나. 이야기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음료가 도착했다. 테이크 아웃 컵 7개엔 각각 핫초코와 얼그레이 티, 기자가 요청한 물이 담겨 있었다. 물도 테이크 아웃 컵에 담겨 있는 것이 신기해 “어…물이네?” 라는 말을 무심결에 내뱉었는데, 왼쪽에 앉아 있던 레오가 갑자기 얼그레이 티가 담긴 자신의 컵을 건네며 “이거 드세요”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저 어차피 감기 걸려서…이거 차가운…물… 드시고 싶…” 이라며 뒷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말을 이어갔다. 무슨 영문인가 싶어 “저, 물 시켰어요”라고 말하니 그는 이내 쑥스러워하며 컵을 다시 자리로 가져갔다. 이 모습에 홍빈은 “아까 내 꺼도 뺏어 먹더니, 기자님 꺼도 뺏어 먹으려고!” 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고 현장에 있던 모두 일제히 폭소했다. 알고 보니 기자가 물을 주문한 걸 몰랐던 레오는 “물이네?”라고 말한 것이 차를 마시고 싶어서 나온 반응인 줄 알고 자신의 것을 양보하려 했던 것이다. 배려심에 더해, 촬영하는 동안엔 레오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다가 그 자신이 감기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에서야 알 수 있었으니, 그가 얼마나 프로다운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인터뷰를 한 실내에서 촬영 때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던 패딩 점퍼를 껴입고 있었다.
빅스, 정상에서 다시 한 걸음(인터뷰) 보러 가기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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