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박진영
“저는 에스페란자 스팔딩 같은 가수 음악을 못 들어요. 제가 그루브 없는 음악을 잘 못 들어요. 그런데 제가 불편해하는 음악 장르에다가 끈적거림을 섞어버린 설명할 수 없는…. 저는 황홀경에 갔다 온 것 같아요.”

23일 방송된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4’에서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이진아의 ‘시간아 천천히’를 듣고 위와 같은 심사평을 남겼다. 이 발언에 대해 많은 프로 뮤지션들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진아가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꼽은 에스페란자 스팔딩이 그루브가 없다는 표현 때문이다. 한 연주자는 “박진영은 그루브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길래 에스페란자 스팔딩이 그루브가 없다고 말하는가, 음악을 들어보고 말하는 것인가?”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에스페란자 스팔딩은 베이시스트, 보컬리스트, 작곡가, 밴드 리더로 골고루 활동하고 있는 재즈 뮤지션이다. 10대 때부터 미국 버클리음대 강단에 선 그녀는 조 로바노, 찰리 헤이든, 팻 메스니, 마커스 밀러 등 거장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노벨평화상 시상식 공연, 백악관 행사에도 참여했으며 2011년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저스틴 비버, 플로렌스 앤 더 머신, 멈포드 앤 선즈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신인상을 수상했다. 재즈 아티스트 중 그래미 신인상을 받은 것은 스팔딩이 최초다. 1984년생인 에스페란자 스팔딩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영향으로 재즈, 클래식, R&B, 아프로큐반 등 다양한 음악을 접하며 자랐다. 그녀는 자신의 앨범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였다. 그녀의 음악에서 그루브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1
1
‘그루브(groove)’라는 것은 리듬감이 훌륭할 때 쓰는 표현이다. 보통 16비트 펑크(funk)와 같은 댄서블한 흑인 음악에서 이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재즈, 블루스, 라틴 등의 리듬에도 그루브는 존재한다.

박진영 대표는 에스페란자 스팔딩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보지 않고 오판을 한 것일까? 아니면 그가 생각하는 그루브라는 것이 그저 16비트 펑키(funky) 그루브에 국한된 것일까? 이에 대해 한 재즈 연주자는 “박진영이 R&B의 그루브를 선호하다보니 재즈의 그루브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응했다.

하지만 에스페란자 스팔딩은 재즈 외에 R&B 곡도 발표했다. ‘재즈 애인트 낫씽 벗 소울(Jazz Ain’t Nothing But Soul)’과 같은 곡들이 그러하다. R&B 보컬리스트 알게브라와 함께 부른 ‘블랙 골드(Black Gold)’는 박진영이 좋아할만한 끈적끈적한 리듬의 곡이다. 한 기획사 대표는 “에스페란자 스팔딩이라는 이름만 듣고 포크가수로 착각하고 말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보였다.

박진영 대표의 한마디에 뮤지션들의 비난이 거센 이유는 지상파 방송을 통한 그의 발언이 시청자들에게 다소 편협한 시각을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일권 리드머 편집장은 “에스페란자 스팔딩의 음악에 그루브가 없다는 박진영의 발언은 올해의 망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향 상 좋아하지 않거나 듣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른바 블랙 뮤직을 추구한다는 뮤지션으로서 저 발언은 굉장히 경솔한데다가 그루브에 대한 무지마저 드러내는 것이라 유감스럽다”라고 지적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SNS DRAMA][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