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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의 7년 만의 새 앨범 ‘다 카포(Da Capo)’가 18일에 발매된다. ‘방송인’으로 활약했던 유희열이 드디어 뮤지션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무려 7년 만이다.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까? 음악에 대한 갈증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는 음악으로서가 아니라, 예능인으로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꽤 즐기고 있다는 풍문이 들려오기도 하더라. 누군가의 작곡가로 명성을 떨치던 유희열은 원맨 프로젝트인 토이를 통해 자신의 음악 외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처음부터 외모에도 자신이 있었나보다. 가령, 지난 토이의 여섯 장의 음반을 돌아보면 앨범재킷에 빠지지 않고 유희열 자신의 얼굴이 박혀 있다. 7집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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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 ‘내 마음 속에’(1994) 앨범재킷에는 유희열과 함께 토이를 구성한 엔지니어 윤정오의 얼굴이 그림과 사진으로 담겼다.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사진이지만,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유희열이 동경한 하나뮤직에서 나온 음반으로, 장필순, 조규찬 등 당시 하나뮤직에 적을 둔 이들이 보컬로 참여했다. 조규찬이 노래해 알려진 ‘내 마음 속에’는 1993년 발표된 ‘하나옴니버스 III’에 수록된 곡이기도 하다. 데뷔앨범을 통해 토이는 015B의 뒤를 잇는 객원가수를 둔 얼굴 없는 팀쯤으로 인식됐다. ‘세검정’에서 유희열은 자신이 좋아한 팻 메시니 그룹 풍의 악곡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악곡의 적용은 어떤날 이후 처음 보는 모습이었고, 유희열은 이런 스타일을 이승환의 앨범 작업에서 응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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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의 솔로 체제로 나온 토이 2집은 제목도 ‘유희열(You Hee Yeol)’(1996)이다. 앨범재킷에는 유희열이 혼자 외롭게 걸어가고 있는 사진이 담겼다. 토이를 세상에 알린(?) 김연우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이 앨범에 수록됐다. 이외에 토이 팬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윤종신, 조규찬, 김연우, 이장우, 조삼희(기타리스트) 등이 함께 부른 ‘그럴 때마다’는 토이 팬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곡이다. ‘빌리스 바(Billy’s Bar)’에는 토이 앨범에서 가장 많은 노래를 부른 여성 보컬인 조원선이 참여했다. ‘취중독백’에서 조금은 유치한 내용으로 이루어진 랩은 ‘지누’란 이름으로도 활동했던 작곡가 히치하이커(최진우)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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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집 ‘프레젠트(Present)’(1997)은 신해철, 이승환, 조규찬, 지누, 박용준, 변재원 등이 객원보컬로 참여하고, 함춘호, 이태윤 등 국내 최고의 세션연주자들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참여한 ‘비싼’ 앨범이었다. 그래서일까? 앨범재킷 속 유희열 얼굴의 포스가 전과 다르다. 전곡이 타이틀곡이라 할 만큼 완성도가 높은 앨범이며, 유희열의 빼어난 현악 편곡이 돋보인다.(이것은 기존 작곡가들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부분이기도 했다) 신해철, 이승환의 노래보다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보컬들인 변재원이 부른 ‘바램’ 이재형이 부른 ‘고백’이 더 크게 히트했다. 이는 유희열의 곡이 주는 힘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조삼희가 부른 ‘외로움’은 이혼한 부모님을 가진 아이들에게 바치는 곡으로 이는 유희열의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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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집 ‘어 나잇 인 서울(A Night In Seoul)’(1999)은 토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앨범이다. 이제 유희열은 이문세의 ‘조조할인’ 이승환의 ‘가족’, 유희열의 ‘환생’ 등을 만든 엄연한 히트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였으며 FM 음악도시를 진행하는 유명 DJ였다. 자신감 때문일까? 앨범재킷 속 유희열의 사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시크하다. 앨범 제목, 재킷처럼 서울의 밤의 정서를 잘 표현한 앨범이다. 이전의 앨범에도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지만, 특히 이 앨범에서는 재즈, 일렉트로니카, 클래식적 작법 등이 보다 섬세하게 표현되고 있다. 김연우가 부른 ‘여전히 아름다운지’가 가장 히트했지만 윤상이 부른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그리고 라디오 시그널로도 쓰인 ‘길에서 만나다’ 등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유희열의 음악적 은인인 김장훈이 참여한 ‘스케치북’에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란 프로그램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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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집 ‘페르마타(Fermata)’(2001)의 앨범재킷 속 유희열은 다소 여유 있는 모습이다. 배경은 베네치아로 ‘좋은 사람’ 뮤직비디오를 찍은 곳이기도 하다. 무려 18곡이 담겼다. 밝은 멜로디 위로 슬픈 가사가 담긴 ‘좋은 사람’은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라는 가사로 전국의 소심한 남성들의 주제가가 된다. 이외에 윤상, 이적, 성시경 김연우, 조원선, 지누 등 동료들이 대거 참여했고, 이승환은 ‘이철민’이란 가명으로 ‘좋은 사람’의 슬픈 버전인 ‘좋은 사람 Sad Story’를 불렀다. 토이 1집을 함께 한 멤버 윤정오는 ‘안녕 이제는 안녕’에서 오랜만에 유희열과 조우했다. 조원선이 부른 ‘기다립니다’도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곡이다. 개성이 매우 강한 보컬리스트인 조원선은 당시 활동하던 롤러코스터와 또 다른 매력을 이 곡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유희열의 멜로디와 시너지를 이룬 경우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유희열의 매력은 가수의 감성과 조화를 이루면서 동시에 자신의 스타일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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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집 ‘땡 큐(Thank You)’(2007)는 전작에 비해 무려 6년 6개월만의 새 앨범이었다. 유희열의 음악도 많이 변했는데, 후배들의 트렌드를 다소 받아들여서인지 그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스타일리시한, ‘블링블링’한 앨범이 됐다. 이지형이 부른 ‘뜨거운 안녕’은 80년대의 아바,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 올리비아 뉴튼 존 풍의 팝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가요에 접목한, 다소 비범한 트랙이었다. 이외에도 인디 신 출신의 루시드폴, 김민규 등이 참여했는데 유희열이 의도한 것인진 모르겠지만, 이 곡들은 객원가수 본인들의 본래 음악 스타일과 닮아있다. 이제 유희열은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은 아버지가 됐지만, 이 앨범에서 음악은 더욱 젊어졌다. 그래서일까? 앨범재킷 속 유희열은 철딱서니 없어 보인다.
토이 유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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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공개된 7집의 앨범재킷 속에서 유희열은 활짝 웃고 있다. 이번 앨범에는 이적, 김동률, 성시경, 선우정아, 다이나믹 듀오, 권진아, 김예림, 빈지노, 이수현(악동뮤지션), 자이언티, 크러쉬 등이 객원 보컬로 참여한다. 역대 앨범 중 가장 화려한 라인업이다. 특히 힙합 팀인 다이나믹듀오, 그리고 R&B 계열의 자이언티, 크러쉬가 참여하는 것이 장르적으로 봤을 때 전과 다른 모습이다. 음원의 시대에 나오는 앨범이고, 또 참여 뮤지션들 각자가 가진 스타성 때문에 토이 새 앨범이 행여 백화점식 앨범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음악적 정체성이 명확한 뮤지션인 만큼 토이다운 음악을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늘 그렇게 해오지 않았나? 그 어느 때보다도 대중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에서 나오는 앨범이지만, 이승엽이 무심타법으로 홈런을 치는 것처럼 평정심을 유지할 거라 믿는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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