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시스터즈와 이시스터즈의 만남

3년의 공백기동안 절치부심한 미미시스터즈는 2014년 6월, 정규 2집 ‘어머, 사람 잘못 보셨어요’로 돌아왔다. 창작자로 변신을 선언한 2집 발표 후, 요란한 퍼포먼스 대신 방송과 클럽 그리고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우쿨렐레 페스티벌 우크페페, 잔다리 페스타 등 크고 작은 무대에서 직접 북을 두드리며 자신들의 색채를 담은 노래를 즐겁게 부르고 있다. 칼럼 연재 중에 그녀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60년대 슈퍼 걸그룹 이시스터즈의 김천숙, 김희선 자매와 상봉하는 감격을 맛보기도 했다. 전설적인 걸그룹과 전설이 되고자 하는 걸그룹의 만남은 환상적인 비누방울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울릉도 트위스트’ 등을 부르는 깜짝 쇼로 이어졌고 훗날 정식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기약했다.



미미시스터즈 1집은 무대에 대한 갈증과 욕망, 대중의 시선과 반응이 중요했다면 2집은 공백기 동안 자신들만의 음악을 찾아가는 인고의 시간이었다.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한 욕망이나 자신들에 대한 대중적 시각보다 ‘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원초적인 뮤지션의 본능이 꿈틀거렸음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소속사 ‘붕가붕가’는 2집을 내줄 동력이 없어 미미는 또다시 발전적 이별을 했고 반 년 동안 소속 레이블 없이 독립군처럼 지냈다. 어느 날, 홍대 초입에 있는 술집 ‘모과나무위’에서 한영애, 이상은, 가을방학 등의 앨범을 프로듀싱했고 영화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병훈을 만나 변신을 모의했다. 결국 1집 때부터 관심을 표명했던 그가 새롭게 창립한 ‘프럼찰리’로 소속 레이블을 옮겼다.



미미시스터즈는 2집에 수록된 10곡 중 프로듀서 이병훈의 ‘나랑 오늘’, 장기하와 함께 ‘청년실업’ 음반에 참여했던 이기타의 ‘잠복근무’를 뺀 나머지 8곡을 스스로 작사·작곡하는 놀라운 변신을 보여줬다. 자신들의 음악적 뿌리인 복고적 감성을 그녀들만의 음악적 색채로 현대화하는 작업은 확실한 음악적 오리지널리티를 안겨주었다. “연예방식이나 일상을 즐기는 방식은 낭만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2집에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큰미미) “2집은 앨범의 주제를 생각하고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도 직접 노래를 만드는 뮤지션이라는 1집 때 풀지 못한 음악적 욕망을 풀고 싶은 마음이 강력했습니다.”(작은미미)



2집 타이틀 곡 ‘택시로 5분’은 택시 안 ‘썸남썸녀’의 긴장과 오글거리는 쾌감을 스케치한 한 편의 상황 극 같다. ‘나랑 오늘’은 신나게 놀아줄 관객들을 상상하며 만든 경쾌한 노래다. 떠난 후 뒤늦게 매달리는 찌질남에 대한 일침을 노래한 ‘내말이 그말이었잖아요’는 복고와 현대를 결합하는 그녀들의 음악적 지향점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가사와 곡 진행에서 많은 부분을 김정미, 김추자, 펄시스터즈, 양미란 같은 선배님들께 배웠습니다. 이 노래를 만들 때, ‘60년대에 나온 음악 아닌가?’ 착각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작은미미)



연하남과의 낮술 데이트를 묘사한 ‘낮술’, 솔직한 사랑을 원하는 마음을 담은 ‘그냥 사랑해줘’, 연애 초반의 풋풋함을 그린 ‘배시시’, 사랑하는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쫓고 싶은 마음을 강렬한 사운드로 표현한 ‘잠복근무’, 이별 후의 슬픔을 노래한 ‘어제의 해바라기 씨’, 옛 여자의 그늘 때문에 그 남자의 마음을 몽땅 가질 수 없는 답답함을 이야기하는 ‘배꼽’ 같은 노래들은 이번 앨범이 그저 웃으며 들을 앨범이 아님을 웅변한다.



미미시스터즈 음악의 중요 모토인 연애나 인생에 대한 두 사람의 시각엔 차이가 있다. 큰미미는 긍정적 측면이 강하고 작은미미는 네가티브한 경향이 있다. 서로 다른 질감의 공존은 현실을 비틀어보는 다양한 정서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 시절에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이 재밌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독이 되어 돌아오더군요. 1집을 냈을 때 사람들은 음악을 듣기보다는 이전의 코믹한 캐릭터로만 저희를 바라봤습니다. 그래서 이번 2집이 저희에겐 너무 중요했죠.”(큰미미) “시나리오가 영화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는 필수적으로 욕구불만이 쌓입니다. 내가 만든 어떤 것이 소통되지 않을 때만큼 허망한 순간은 없죠. 저는 그 아픔을 노래로 해소하려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의 관객과 무대가 너무 고맙습니다.”(작은미미)



60-70년대 풍미했던 펄시스터즈, 나미 그리고 오니시 유카리, 패티 스미스는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미미시스터즈에게 큰 힘이 되어준 국내외 선배 뮤지션들이다. “최근 컴백한 나미 언니도 그렇고 패티 스미스의 ‘저스트 키즈’라는 책을 읽고, 언니의 삶과 젊은 시절을 간접체험하면서 많은 용기와 위로를 얻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분의 라이브를 보면서,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에너지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작은미미) “저희는 펄시스터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 중 ‘아저씨가 좋아요’ 노래는 라이브에서도 즐겨 불렀습니다. 솔직하고 애교 넘치고 끼가 넘쳐흐르는 낭만적인 가사가 묘미인데,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이런 가사를 써보고 싶다’는 투지를 불태우게 한 노래입니다.”(큰미미)



2집 발표 후 미미시스터즈의 마음은 훨씬 가벼워졌다. “1집 때는 좋아하는 뮤지션 오빠들과 술 먹고 노느라 몸이 피곤했어요. 그땐 음악이 아닌 다른 쪽에 에너지를 쏟았고 다른 사람들의 음악에 감탄하느라 바빴습니다. 도와주신 오빠들 음악스타일이 워낙 강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큰미미) “이번엔 저희들 음악에만 집중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 편곡작업에 참여해보니 재미있었고 직접 노래를 만드니 노래하기도 너무 편합니다. 이제는 공연할 때 어느 정도로 퍼포먼스를 시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데 관객 분들이 실망하지 않을 정도만 시도하고 있습니다.”(작은미미)



도도하고 뭘 좀 진하게 아는 듯한 대중적 콘셉트 이미지와는 달리 두 사람의 실제 모습은 인간적이고 친화력과 음악 욕심이 대단하고 무엇보다 성실했다. 단순한 퍼포머에서 자신들의 노래를 창작하는 뮤지션으로 변신한 그녀들은 70대 할머니 밴드가 될 때까지 활동을 계속하고 싶은 희망을 숨기지 않는다. 실현된다면 ‘미안하지만 이건 전설이 될꺼야’라고 말했던 1집 타이틀처럼 그녀들은 분명 전설이 될 것 같다. 미미시스터즈는 11월 21일 롤링홀에서 2집 발표 후 첫 단독공연 ‘누나의 흑심’을 연다.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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