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신해철

“내가 나중에 선배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리마스터 작업이 아닐까 한다. 아직 국내에는 제대로 된 리마스터 앨범이 나온 게 없다. 가끔 보면 밸런스가 무너진 결과물들이 나오기도 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리마스터 작업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 (텐아시아와의 인터뷰 중)

신해철의 음악적 인맥은 대단하다. 무한궤도 시절부터 솔로, 넥스트에 이르기까지 그는 선후배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음악적 영향력을 과시했다. 프로듀서로서, 또는 붙임성 좋은 후배로서, 살가운 선배로서, 그리고 친구로서 늘 옆에 있어줬다.

# 015B
015B는 신해철, 서태지와 아이들, 윤상 등과 함께 90년대 가요계의 트렌드를 리드한 대표적인 팀 중 하나였다. 015B가 신해철의 밴드 무한궤도에서 파생된 팀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015B는 무한궤도의 멤버였던 정석원을 필두로 정석원의 친형인 장호일, 그리고 역시 무한궤도의 멤버였던 조형곤, 조현찬으로 결성됐다. 015의 팀 이름부터 무한궤도에서 온 것이었다. (‘무’는 ‘0’, ‘한’은 ‘1’, ‘궤도’는 ‘orbit’으로 발음 대로 이름을 만든 것) 신해철이 넥스트로 록을 추구한 것과 달리 정석원은 015B를 통해 하우스, 뉴웨이브 등 또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였다. 둘 다 잡식성의 취향을 가졌던 것은 닮은 점이었다.

# 내일은 늦으리
신해철은 1992년에 환경보호 콘서트 ‘내일은 늦으리’를 기념해 발매된 앨범 ‘내일은 늦으리’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이 콘서트는 신승훈, 이승환, 015B, 윤상, 신성우, 이덕진, 푸른하늘 등 당대의 스타들이 총출동한 전대미문의 행사였다. 당시 넥스트는 매우 실험적인 곡이었던 ‘1999’를 이 앨범에 각각 실었다. 신해철이 작사 작곡 프로듀싱한 메인 테마 곡 ‘더 늦기 전에’는 앨범에 참여한 가수들이 한 소절씩 돌아가면서 노래했다. 환경에 대한 심오한 가사와 진중한 멜로디가 어우러진 이 곡은 미국의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와 비교될 만큼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대형 프로젝트였다.



# 윤상
1996년에 신해철과 윤상이 함께 ‘노댄스’란 이름으로 발표한 앨범 ‘골든힛트’는 상당히 기념비적인 앨범이었다. 둘은 창작을 하는데 있어서 미디와 같은 컴퓨터음악을 새로운 기재로 이용했고, 이로써 전자음악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90년대 중반에는 둘 다 아이돌 가수와 같은 인기를 누릴 때였고, 둘의 만남은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허나 이 앨범은 ‘골든힛트’라는 제목처럼 대중성을 지니는 앨범은 절대 아니었다. 타이틀곡 ‘기도’만 들어봐도 이것이 히트를 목적으로 한 앨범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질주’는 이 앨범이 한국 가요사에서 클래식으로서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곡. 흥미롭게도 이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는 노래는 걸그룹 S.E.S.가 리메이크한 윤상의 곡 ‘달리기’였다.

# 전람회
신해철은 김동률과 서동욱의 듀오 전람회의 앨범 프로듀서를 맡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신해철과 김동률은 ‘대학가요제’ 선후배 사이. 작사 작곡 능력은 탁월했지만, 사운드 메이킹에 있어서 아마추어에 가까웠던 전람회는 신해철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1집 ‘엑시비젼(Exhibition)’에 실린 노래 ‘여행’에서 신해철과 서동욱, 김동률의 대화가 나온다. “야, 이거 생브라스 써야 하는데”(서동욱) “생브라스 돈 많이 들잖아”(김동률) “야, 돈 걱정 너희가 하는 거 아니니까 그냥 해”(신해철)라고 주고받는 대화가 재밌다. 이 앨범재킷에는 ‘배리 스페셜 땡스 투(Very special thanks to)’의 대상으로 부모님과 신해철의 이름이 올라있다.

# 유희열
유희열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신해철이 심야에 진행한 라디오 ‘FM 음악도시’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부터다. 당시 유희열은 입담과 음악적 지식으로 애청자들을 사로잡았고 신해철의 후임으로 1997년 10월부터 2001년 3월까지 ‘FM 음악도시’를 진행하게 된다. 당시 스타급 연예인들이 라디오 DJ를 하던 관행에 비춰봤을 때 유희열이 DJ를 맡은 것은 다소 파격이었다. 이는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픈 신해철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고 한다. 약 십수 년 전 신해철은 유희열이 지금과 같은 인기 방송인이 되리라는 것을 예상했을까?

# 고스트스테이션
신해철이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스테이션’에서 매주 진행한 ‘인디차트’는 당시 공중파에서 거의 유일하게 인디음악을 들을 수 있는 통로였다. 당시 이 프로그램의 청취율은 상당해 후배들에게 활로가 되기도 했다. 가령 허밍 어반 스테레오는 ‘고스트스테이션 - 인디차트’에서 4주간 1위를 하고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음반이 매진되기도 했다고. 이외에도 피터팬 컴플렉스, 뷰렛, 페퍼톤스, 아일랜드 시티, 시베리안 허스키 등 많은 인디밴드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지난 6월 시베리안 허스키의 보컬 유수연 양이 숨진 채 발견됐을 때 신해철은 트위터에 “왠지 억울합니다. 지금은 고스트스테이션도 없고 아무런 여력이 없으나 인디 씬의 모든 분들에게 그저 마음과 성원 보냅니다. The show must go on”이라고 글을 남겼다.

안녕, 마왕 ① 신해철의 음악 타임라인 1990 ~ 1997년 - 전설의 시작

안녕, 마왕 ② 신해철의 음악 타임라인 1998 ~ 2014년 - 불멸에 관하여

안녕, 마왕 ④ “안녕 안녕 진짜 안녕 내 영웅 안녕” 우리가 기억하는 신해철

권석정의 뭔걱정, 직접 본 신해철, 금방이라도 깨어날 것 같아

신해철, “지금 내게 가장 유의미한 단어는 헌신(Devotion)” (인터뷰)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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