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8시경, 신해철이 입원해있는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에는 면회객들이 줄을 이었다. 오후 4시부터 가까운 지인들을 대상으로 면회가 이루어진 것이다.

병원에 도착하니 싸이와 윤도현이 병실에서 막 나오고 있었다. 싸이는 그 어느 때보다 단정한 모습이었다. 둘 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던 열정적인 모습은 온대간대 없고,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존경하는 선배의 쾌유를 바라는 눈물이었다.

둘에게 있어서 신해철은 음악적 은인과도 같다. 싸이는 요새도 콘서트 때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노래한다. 이는 물론 신해철의 허락 하에 부르는 것이다. 신해철은 1996년 발표한 영화 ‘정글 스토리’ OST 앨범 속지에 ‘크게 될 도현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윤도현은 YB를 통해 넥스트 이후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록 스타가 됐다. 한 지인은 “새벽에 서태지도 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면회를 위해 중환자실로 향했다. 무대에서, 라디오에서 인터뷰에서, 사석에서 늘 당당하던 모습만 보다가 병실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려니 덜컥 겁이 났다. 먼저 면회를 마치고 온 한 지인은 “작업실에서 일에 몰두할 때보다 오히려 혈색은 좋다.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병실에 들어가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신해철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신해철은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눈을 감고 있지만 숨을 쉬고 있었다. 얼굴빛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마치 편안하게 잠을 자는 것 같았고, 흔들어 깨우면 눈을 뜨고 말을 할 것만 같았다. 함께 면회실에 들어간 한 지인은 신해철의 손을 꽉 잡았다. 중환자실 앞에 모인 이들은 다 같이 신해철의 쾌유를 빌고 있었다. 간혹 우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면회를 마치고 드림시어터의 내한공연 취재를 위해 광장동 악스코리아로 향했다. 공연장에 들어가니 열정적인 무대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신해철도 드림시어터를 좋아한다.(물론 메탈리카를 더 좋아한다) 넥스트 시절에는 드림시어터처럼 헤비하고 화려한 메탈을 시도하기도 했다. 순간, 신해철이 있어야 할 곳은 병실이 아니라 저 무대 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공연을 끝까지 볼 수 없어서 중간에 나왔다.

27일 오후 갑자기 신해철이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기사가 떴다. 믿을 수 없었다. 두려움을 안고 신해철 측에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대답은 “저번 주에 직접 보고 가신 상태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관계자는 “여전히 의식이 돌아오고 있지는 않지만 뇌사 상태는 아니다. 갑자기 기사를 보고 우리도 놀란 상태”라며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쾌유를 빌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일이 되면 의식 불명 상태가 된지 일주일째가 된다. 그의 상태에 대해 이런저런 괴소문들이 돌고 있지만 제대로 확인된 바는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그가 의식을 되찾고 자리에서 일어나길 기도하는 것이다. 그는 곧 깨어날 것이다. 그래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으며 날카로운 농담을 던질 것이다.

최근 신해철과 넥스트를 재결성한 기타리스트 정기송은 26일 페이스북에 “둘 다 어릴 때 새로운 음악 해보자면 팀 만들고 매일 다투며 결국 헤어지고 21년 만에 같이 연주하며 재미있었는데 너무 안타깝구나. 내가 연주해 주면 마음이 편하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는구나”라며 “올해 말에 5천석짜리로 잡아서 세게 공연하기로 했으니 빨리 일어나”라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연말에는 넥스트의 공연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신해철은 앞으로도 수십 년간 오래오래 음악을 하며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할 것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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