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배우, 인기 원작, 스타 작가 등 화려한 명성에 기댔던 작품들이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화려한 캐스팅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비밀의 문’을 비롯해 원작 만화와 일본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판으로 재탄생한 ‘내일도 칸타빌레’, 논란 속에서도 시청률만은 확실히 챙겨갔던 임성한 작가의 신작 ‘압구정 백야’ 등이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고 있다.
하반기 안방극장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던 SBS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은 예상 외로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9월30일 방송된 4회가 10%를 찍으며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 21일 방송된 10회는 6.0%까지 내려갔다.
‘비밀의 문’은 500년 조선왕조의 가장 참혹했던 가족사로 평가되고 있는 역사에 살인사건이라는 궁중미스터리를 입혀 흥미를 유발, 또 한 번 안방극장에 사극 열풍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한석규와 이제훈의 드라마 재회는 시청률 보증의 인상을 더했다.
하지만 너무 배우의 이름에 기댔던 것일까. 한석규와 이제훈은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몰입과 이상적인 조합을 보여줬지만, 드라마 자체의 매력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이야기 자체가 무겁도 복잡한 탓도 있지만, 전개 자체가 느려 흥미를 자극하지 못하는데다 홀로 고군분투하는 사도세자에 대한 감정이입도 쉽지 않다.
‘비밀의 문’은 초반 강한 메시지를 드러내며 이를 힘입게 끌고 나갔다. 하지만 판세를 뒤집을 만큼 흡인력을 끌어당길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는 영조의 왕위 즉위를 둘러싼 비밀이 담긴 ‘맹의’를 등장시키며 호기심을 유발했지만 10회가 넘도록 ‘맹의’에만 의지한 이야기 전개가 다소 지지부진한 느낌을 안기고 있다.
KBS2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 몰이를 한 일본의 ‘노다메 칸타빌레’ 리메이크 드라마로, 원작의 명성과 인기를 등에 없고 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캐스팅 단계부터 시끌벅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는 초라하다.
20일 방송된 ‘내일도 칸타빌레’ 3회는 전국기준 5.8%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14일 방송분 2회 7.4%에 비해 1.6P% 하락한 수치이자 동시간대 꼴찌에 해당하는 기록.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비밀의 문’에도 밀렸다.
주원과 심은경이라는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의 조합은 ‘내일도 칸타빌레’를 믿고 보게 만들었다. 일본 드라마가 아니라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다는 제작진의 설명은 과연 일본과 비교해 ‘내일도 칸타빌레’가 어떤 차별화 된 매력을 보여줄지, 어떤 식으로 재해석 될지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적어도 3회까지는 일본 드라마를 그대로 따라가기에 바쁜 모양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그렇다쳐도 캐릭터들의 외모부터 성격, 말투, 소소한 에피소드까지 전부 그대로 옮겨왔을 뿐이다. 한국 배우로 대체된 것 말고 큰 차이점이나 특색을 발견하기 어렵다.
음대와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음악을 드라마의 매력 포인트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그역시 마땅치 않다. 배우들의 악기 연주 싱크로율도 아쉬울 따름이고 기억에 남을 만한 음악이나 OST도 별로 없다. 여기에 도가 지나친 간접광고는 몰입도까지 방해하며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온전히 작가의 이름에 모든 것을 걸었던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도 시청자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 ‘압구정 백야’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이 쏠렸던 첫 회가 9.9%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이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8.2%) 방송 이후엔 줄곧 하락새를 보여 왔으며, 지난 20일 방송된 10회에서 8.7%를 기록해 직전 방송분에 비해 1.1%p 오르며 겨우 상승세로 돌아섰다.
주연 배우들도 대부분 신인인데다 드라마의 내용도 알려지지 않았던 ‘압구정 백야’는 제작발표회도 하지 않을 정도로 신비주의에 휩싸인 작품이었다. 한편으로는 임성한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바탕으로 한 강한 자신감이 엿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압구정 백야’는 시작부터 여주인공 백야(박하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언변들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자기 주장 강하고 똑부러지는 여주인공은 임성한 작가의 작품 속 여주인공들의 공통적인 특징이었지만, 백야는 오빠에 대한 유난한 집착으로 시누이를 괴롭히는 등 자신만의 논리나 근거가 없이 자기멋대로일 뿐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압구정 백야’는 임성한 작가만의 개성이 그대로 묻어나느 작품이다. 캐릭터나 에피소드들 뿐 아니라 말풍선, 불교적인 색채, 반려견에 대한 애정, 빨리감기 등 임 작가 특유의 장치들도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번에도 무서운 반전과 뒷심으로 ‘막장’의 건재함을 보여줄 지, 아니면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것일지. ‘압구정 백야’의 귀추가 주목된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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