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열애했다. 혼기가 꽉 찼다. 이때 대부분의 연인들은 ‘이별’ 아니면 ‘결혼’, 두 가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영민(조정석)과 미영(신민아)의 선택은 결혼. 두 사람은 결혼으로 서로의 사랑을 완성하려 한다. 신혼생활은 생각 이상으로 달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소한 오해와, 아쉬움과, 갈등이 쌓이면서 영민과 미영 사이에 권태기가 찾아온다.
10. 이 영화를 가정법원으로! 이혼율이 감소하리니 ∥ 관람지수 7
결혼이라는 것은 어쩌면 시간에 맞서는 것인지 모르겠다.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함께 하자는 서약’은 흐르는 시간 앞에서 풍화되고, 의심받는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것이 또 신통방통해서, 어떤 이들은 쌓이는 시간 앞에서 더욱 단단해지기도 한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는 그러한 시간의 속성을 챕터 형식(집들이/잔소리/음란마귀/첫사랑/사랑해, 미영)을 빌어 오목조목 공감가게 잘 정리해낸 영화다.
잘 알려졌다시피,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이명세 감독의 동명 영화를 24년 만에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박중훈과 故(고) 최진실의 역할을 조정석과 신민아가 바통 터치했다. 이야기 자체로는 새로울 게 전혀 없다. 연애/결혼의 생로병사가 수학 공식처럼 예상한 방향을 향해 가지치기한다. 그러나 에피소드의 잔재미와 주연배우의 화학작용이 살아있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미소를 가득 머금고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무릇 가슴을 울리는 러브스토리란 특별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경험했음직한 보편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담아냄으로서 생명력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탁월하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심리를 예리하게 캐치해서 보는 이의 심장에 내리 꽂는다. 결혼의 유무를 떠나, 연애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빙의’되는 순간을 한번쯤 만나게 될 영화가 아닐까 싶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배우의 지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증명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건축학개론’에서 사랑학개론을 설파했던 조정석은 ‘납득이가 결혼했다면 이러지 않을까’ 싶은 모습을 선보이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과거 수많은 로맨스 영화에서 뭇 남성들의 판타지였던 신민아는 이번에는 ‘생활’을 입으며 현실감 있는 모습을 선보인다. 특히 조정석의 틈새를 노리는 시간차 연기가 발군이다. 달아오른 마음을 품고 바지를 헐레벌떡 벗어재끼는 동작에서부터 대사를 내뱉는 타이밍까지. 조정석은 어떻게 해야 상황을 더 흥미롭게 빚어낼 수 있는지는 아는 배우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조정석의 이러한 ‘배우 본능’에 상당부분 빚을 졌다.
이 영화를 시사회를 통해 확인한 이명세 감독과 과거의 ‘영민’ 박중훈은 바쁜 시간을 쪼개 홍보활동에 동참했다. 24년 만에 재탄생한 영화가 별로였다면 결코 돕지 않았을 일이다. 원작의 감독과 주연배우의 마음을 움직인 영화가, 관객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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