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연애의 발견’ 방송 화면 캡처

“그들은 싸우고, 토라지고, 오해하고, 의심하고, 실망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려고 함께 노력했습니다.” – KBS2 ‘연애의 발견’ 윤솔(김슬기)의 대사 중.

현실적인 사랑의 단면은 이런 모습일까. 지난 7일 16회 방송을 마지막으로 끝맺은 ‘연애의 발견’은 여러모로 독특한 작품이었다. 접근 방식부터 달랐다. ‘연애의 발견’은 만남, 역경,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로맨스보다는 ‘연애의 과정’에 담긴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연애’라는 보편적 소재에도 작품 속에 공감 혹은 그 이상의 무엇이 묻어나오는 까닭은 바로 각 인물이 1회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세밀한 감정선과 내적 성장에 있다. 얽히고설킨 세 남녀가 어느덧 나이는 서른을 넘었고, 공방 대표, 건설회사 대표, 성형외과 전문의 등 남부러울 것 없는 사회적 지위를 갖췄으나, 마음은 연애는커녕 사랑에 대해서도 무지한 20대 때의 모습 그대로라는 것. 이들의 로맨스에 대한 공감은 이 지점으로부터 시작된다.

사실 ‘연애의 발견’ 속 인물 구도는 정현정 작가의 전작들에서도 줄곧 사용되어온 공식이다. 여성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케이블채널 tvN ‘로맨스가 필요해(이하 로필)’이 그 예다. 현실적인 대사와 더불어 ‘로필’ 시리즈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데는 두 남자 주인공 사이를 오가는 여주인공이 자아내는 공분(?) 혹은 공감의 덕이 컸다.

‘로필’의 세 번째 시즌을 마무리한 뒤 지상파로 옮겨 온 정 작가는 본인의 트레이드마크다 할 수 있는 서사 구조에 살을 덧붙였다. 바로 ‘첫사랑’이라는 키워드다. 극 중 한여름(정유미)은 스물둘의 나이에 친구 솔이의 사랑을 찾아 무작정 진주행 기차에 올랐을 때 첫 키스 상대이자, 훗날 5년간 뜨겁게 사랑을 나눈 남자 강태하(문정혁)를 만난다. 이는 정 작가가 전작에서 ‘알파걸’(모든 분야에서 남성과 동등하거나 뛰어난 첫째가는 여성) 주인공을 통해 미국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 시리즈와 같은 모종의 판타지를 그렸던 것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KBS2 ‘연애의 발견’ 방송 화면 캡처

여기에는 배우들의 남다른 케미도 한몫했다. 문정혁과 정유미는 지난 2007년 방송된 드라마 ‘케세라세라’ 이후 7년 만에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춰 특유의 케미를 선보였고, 재발굴된 성준을 비롯해 김슬기, 윤현민 등 배우는 극에 활력을 더했다. 각 캐릭터에 맞게 세심하게 다듬어진 대사는 배우들의 매력을 최대치로 이끌어냈다. 차진 대사와 함께 수시로 등장하는 내레이션은 ‘연애의 발견’의 백미였다.

본래 인상적인 초반부와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지던 이야기 전개도 ‘연애의 발견’에서만큼은 극복됐다. ‘로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가슴 속에 남은 옛 연인을 선택하는 결말은 같았지만, 과정이 달랐다. 태하, 여름, 하진은 긴장감이 가득했던 중반부를 지나 후반부에서는 각각 ‘진정한 사랑’에 대한 깨달음을 발견했다. 그 과정이 전한 공감과 진한 감수성은 ‘연애의 발견’이 시청률보다도 뜨거운 체감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였다.

현실과 환상의 절묘한 경계 위에 불완전한 사랑을 올려놓은 ‘연애의 발견’은 이야기 자체의 힘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연애의 발견’을 통해 그간 인정받아온 현실성을 증명하며, 대중성까지 확보한 정 작가의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KBS2 ‘연애의 발견’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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