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랜만에 영화인 것 같다. 중간에 ‘복숭아나무’가 있긴 했지만, 상업영화로는 ‘불신지옥’(2009) 다음이다.
2009년 영화 ‘불신지옥’에 출연할 당시 남상미는 거칠고, 욕설도 많은 시나리오에 매료돼 출연을 결정했다. ‘불신지옥’ 이전의 그녀는 주로 밝고 당당한, 보이시한 모습을 보여줬던 터다. 그래서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2014년 ‘슬로우 비디오’는 다시 그녀만의 밝고 씩씩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남상미가 ‘슬로우 비디오’를 선택한 이유,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 비련하고, 우울한 역할을 많이 해 왔던 터라 밝고 경쾌한 인물에 마음이 끌렸다.
‘슬로우 비디오’ 속 봉수미는 메이크업도 안 하고, 부스스한 머리도 ‘OK’다. 횡단보도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동네 골목에서 춤도 춘다. 남모를 아픔이 있는 아이지만, 밝은 모습이 우선이다. 오디션에 수없이 떨어져도 금세 일어나는 오뚝이 같다. 이 같은 영화 속 수미의 모습이 곧 남상미처럼 느껴진다. 요샛말로 ‘싱크로율’이 딱이다. “책임과 의무를 안 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놀다 왔다”는 게 그녀의 소감이다. 남상미가 공개하는 봉수미 이야기, 다음과 같다.
남상미 : 드라마가 계속 들어왔다.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많지 않았다. 드라마 ‘결혼의 여신’ 찍고 있을 때 이 작품이 들어왔다. 밝은 역할인 데다가 씩씩하고 경쾌해서 좋았다.
Q. ‘슬로우 비디오’는 왜 선택했나.
남상미 : 확 끌렸던 첫 번째는 김영탁 감독 차태현 오달수, 세 분에 대한 기대감이다. 얼마나 유쾌하고 재밌을까 궁금했다. 또 드라마 ‘조선총잡이’ 전까지 대중적 이미지가 여성스럽고 비련하고, 우울하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 정도로 비슷한 역할을 해 왔다. 그런 와중에 이 친구를 만난 거다. 과거 밝은 역할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닌데, 30대 남상미의 밝음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Q. 언론시사회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차태현, 오달수 등 다른 출연배우들이 ‘영화가 이렇게 나올지 몰랐다’는 말을 했다. 그럼 남상미는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남상미 : 그땐 매우 재밌게 봐서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시나리오 읽었을 때는 엄청나게 웃긴 코믹 휴먼 영화라 생각했다. 수미가 없어도 될 정도로. 찍으면서는 이게 뭐지 했다가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땐 아주 감성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이란 단어, 정취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더라. 감독님이 원하셨던 게 이런 거였나를 느꼈다. 이렇게 감성적으로 잘 나올지 몰랐다.
Q. 극 중 수미는 어떤 사람인가. 장부는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역사를 보여주는데, 수미는 그렇지 않다. 수미를 연기하는 입장에선 나름대로 그 역사를 그려봤을 텐데.
남상미 : 어렸을 때는 마냥 천진난만하다가, 커가면서 환경은 밝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이 아이가 ‘예쁘다’고 중점을 두고 가져갔던 건 힘든 상황에서도 자기의 꿈을 놓치지 않는 순수함이 있다는 점이다. 스펙, 학벌 등 아무것도 없지만, 자신을 믿고 뭐라도 용기 내 도전할 수 있는 친구다.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보면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진정성 있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때 그 매력에 빠지기도 하지 않나. 수미의 매력이 그런 거다.
Q. 영화를 본 느낌은 그냥 남상미 같았다. 뭔가 만들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감독의 주문이 있었던 건가.
남상미 : 내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주문보다 내려놨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많이 하셨다. 아무리 그래도 꾸미기 십상인데 정말 잘 내려놓고, 잘 놀다 왔다. 책임과 의무를 너무 안 한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나와 싱크로율이 맞는 부분이 많다. 힘든 것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소화한다고 해야 하나, 그런 부분에서 비슷하다. 또 꾸미지 않고, 자기의 외적인 부분에 관심이 없는 면도 비슷한 것 같다.
Q. 감독이 내려놓으라 했지만, 그래도 힘을 주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나. 또 내려놓으려 해도 내려놓지 못한 게 있는지도 궁금하다.
남상미 : 그런 건 없었다. 다만 진짜 내려놓고 싶었는데, 안 되는 게 있었다. 술 마시는 장면이다. 감독님은 나와 술을 마셔봤으니까 (내가) 술을 마셨을 때 어떤 아이가 되는지 알고 있다. 그런 술 취한 모습이 수미한테 나왔으면 좋겠다고 해서 실제 술을 마시고 촬영했다. 사적인 자리였다면 이미 취했을 상황인데, 촬영이어서 그런지 안 취하더라. 대사도 해야 하고, 연기도 해야 하니까. 그 부분만큼은 내려놓지 않게 됐다. 뒷부분에 취기가 올라온 모습이 있는데 그건 어쩔 수 없이 들어낼 수밖에 없었다. 그게 조금 아쉽다.
Q. 김영탁 감독이 ‘살을 빼기로 했는데 건강하게 나왔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첫 촬영 날 살을 빼고 왔는데, 그다음에 원상복귀 됐다고.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남상미 : 작품 하기 전 준비돼 있을 때 모습과 작품 하면서 밸런스가 무너지는 모습이 너무 티가 나는 스타일이다. 아무래도 촬영 중엔 규칙적인 생활이 힘드니까. 그리고 태생이 축복받은 여배우인 분들이 많다. 한결같은 몸을 가지신 분이 있는 반면, 나는 인간적인 몸을 가진 여배우다. (웃음) 밸런스가 깨지면 붓기도 하고, 심지어 목소리도 바뀐다. ‘슬로우 비디오’는 ‘결혼의 여신’ 막바지 때 들어가야 해서 재정비의 기간이 부족했다. 그래도 일주일 동안 3kg을 빼긴 했다. 첫 촬영 날 ‘오~ 다르네’ 이랬다. 그런데 수미 같은 편안한 캐릭터를 만나다 보니 긴장의 끈을 계속 가져가는 게 쉽지 않았다. 또 가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수미의 모습을 보여줘야 해서 드라마처럼 찍었다. 여기에 내려놓으란 주문과 동시에 긴장의 끈을 내려놨다. 그게 수미니까 가능했던 것 같다. 메이크업도 안 하고, 머리도, 옷도 편안하고. 행동은 자유분방하니까. 수미에 몰입한 동시에 내려놓게 됐다. 너무 역할에 집중한 건가. (웃음) 결과적으로 예쁘지 않게 했음에도 예쁘게 나온 것 같다는 말을 해주더라. 수미와 딱 어울린다고.
Q. 솔직히 남상미는 연예계 데뷔할 때 ‘패스트푸드걸’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입성했다. 그래서 오디션 같은 건 많이 안 봤을 것 같다.
남상미 : 웬걸. 처음에 오디션 많이 봤다. 연기를 배웠던 것도 아니고, 경험도 없었으니까 엄청나게 떨어졌다. 그 화려한 수식어 때문에 기회는 많았지만, 그만큼 떨어진 횟수도 많다. 열정만 가지고 무작정 달려들기에는 너무나 준비가 안 돼 있던 일반인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강아지도 키워보기도 하고, 여러 노력을 했다. (강아지를 키우는 것과 노력은 무슨 관계?) 그때 나이가 19~20살 정도였을 때인데, 오디션 갈 때마다 ‘너무 성숙하다’ ‘차분하고 조용한 것 같다’ 등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 즐거운 기운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강아지를 키워보자 했던 거다. 그리고 연기과 진학을 위해 연기 학원에 다녔는데,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얼굴만 예뻐서 또는 기회를 잘 얻어서 된 아이야, 이런 소리를 듣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또 한 사람이 캐스팅되면, 다른 사람은 버려지는 거다. 그런 사람한테 미안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노력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보다 더 절박하게 했던 것 같다.
Q.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오디션을 봤던 과거의 경험이 떠오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해서 오디션 경험이 별로 없겠거니 생각했던 거다.
남상미 : 그건 다른 의미다. 8차선 대로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인데, 롱테이크로 찍은 거다. 그걸 14~15번 정도 갔다. 그래서 과거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창피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는 데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나 같은 경우는) 정말 이슈화돼서 일단 연예계에 입문하게 됐다. 연예계 안에서도 방송인, 가수, 아이돌, 연기자 등 여러 갈래가 있는데 처음으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느낀 것도 오디션장이다. 그게 ‘아라한 장풍대작전’ 오디션이었다. 연기라는 게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직업인데, 당시 내 성격은 친한 친구들 앞에서조차 눈물을 안 보이는 성격이었다. 나조차도 ‘내가 연기를’ 그랬다. 그런데 당시 오디션을 보는데 감정이 폭발하면서 거창하지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됐다. 그러면서 연기가 해보고 싶었던 거다.
Q. 영화 속이지만, 오디션을 위해 노래 연습도 꽤 했겠다. 그리고 이전에 남상미가 노래 부르는 모습은 못 본 것 같다.
남상미 : 노래 부르는 건, 이번에 전문적으로 배우면서 정말 어렵다는 걸 느꼈다. 단순히 ‘겨우 노래 한 곡 배우는 건데’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음정을 맞추면서 감성을 전달하는 방법을 엄청나게 연습했다. 호흡도 모든 기관을 열고 해야 한다 그러고. 쉬는 날에도 선생님 괴롭히면서 연습했다. 댄스는 수미의 공연장 신이 있긴 있는데 그게 통으로 편집됐다. 그리고 오디션 합격하고 나서 골목에서 추는 춤은 애드리브에 가까운 막춤이고. (웃음)
Q. 노래 잘 부르던데. 영화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기도 했고.
남상미 : 혹시 원곡을 알고 있나요? ‘참 예뻐요’란 곡인데, 남자가 여자에게 프러포즈하는 곡이다. 그걸 동요로 만들었다. (웃음) 뮤지컬 배우 홍광호 씨가 불러 유명해진 노래인데 나중에 원곡을 들었을 때 ‘같은 노래 맞아’ 이랬다. 나중에 들어보면 지금 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거다. 그 신에서는 잘 어울렸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면서도 죄송하다.
Q. 주로 차태현과 호흡을 맞춘다. 그런데 상대 배우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지 않나. 더욱이 처음 만나는 건데 호흡 맞추기가 쉽지 않았겠다.
남상미 : 연기할 때 상대 눈을 보면서 하는 스타일이다. ‘카메라 앵글 상 상대방 배우의 오른쪽을 좀 더 많이 봐주세요.’라고 주문해도 단호하게 ‘눈을 볼게요.’라고 할 정도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눈동자가 안 보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잘 놀았던 건 수미라서 가능했다. 수미는 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사는 사람이 아니다. 상대가 날 보거나 말거나, 말을 듣거나 안 듣거나 내가 중요했으니까. 수미 캐릭터가 아니라 원래 연기하는 스타일로 해야만 하는 인물이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Q. 앞서 차태현과 함께 한다는 기대감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평소에 생각했던 차태현의 모습이 있었을 텐데, 이번에 호흡을 맞추면서 어땠나. 예상했던 것과 똑같던가.
남상미 : 아니아니, 달랐다. 오라버니가 개구리 왕눈이 같을 것 같고, 종일 개구쟁이처럼 장난치고 그럴 줄 알았다. 소년 같은 느낌이 있지 않나.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만난 모습은 그냥 배우다. 현장의 감, 느낌, 공기, 스태프들의 동선 등을 한눈에 다 파악하고, 집중하고, 예민한 카리스마도 가지고 있다. 의외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개인적으로 생각할 것도 많고, 그런 시기였다고 하더라.
Q. 그럼 김영탁 감독은.
남상미 : 뭔가 작가 같고, 예민한 척하고, 무미건조함으로 포장하고 있는 사람인데 정말 착한 사람이다. 못된척하려 하나 감춰지지 않는 선함이 있는 사람이다. 농담처럼 직설적으로 얘기해놓고는 본인이 더 괴로워하는 스타일이다. 우리 같이 다 늙어가는 처지에 맥주 한 잔씩 하면서 살자, 그러실 정도로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다.
Q. 감독과의 호흡은 잘 맞았나. 보기와 달리 뜻밖에 깐깐하고 고집 있는 감독으로 알고 있다.
남상미 : 장난치듯이 했던 것 같다. 의외였던 게 정말 고집 있다고 하더라. 의도에 안 맞고, 마음에 차지 않으면 절대 ‘OK’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일단 해. 그리고 OK 한 다음 다시 오셔서 한 번 더 해보자고 디렉션을 준다. 또 OK 한 다음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지. 나는 첫 번째가 좋은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 수미라서 가능했던 것 같다. 첫 촬영 날, 감독님이 마음에 들어 하셨던 그 촬영이 끝나고 나서 ‘네가 봉지를 들고 터덜터덜 내려오는 첫 번째 컷을 찍는 순간 얘는 수미구나, 얘만큼 수미 같은 아이는 없겠다’는 말을 해줬다. 배우한테는 굉장한 칭찬이다. 그래서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했던 것 같다.
Q. 사실 드라마에 비해 영화에서 남상미의 활약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 같다. 흥행 면에서도 그렇고. 그런 의미에서 ‘슬로우 비디오’는 기대가 있겠다.
남상미 : 있다. 차태현, 오달수, 고창석 등 쟁쟁한 선배님들 있으시고, 차태현과 감독님의 두 번째 호흡인데 얼마나 잘 맞았겠나. ‘잠깐 기대겠습니다.’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흥행 면에서 누가 안 됐으면 좋겠다. 여주인공 너무 안 예쁜 거 아니야, 이런 소리 안 나왔으면 좋겠다. (웃음)
Q. 최근 드라마 ‘조선총잡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첫 사극인 것 같은데 한복이 참 잘 어울리는 배우구나 싶었다.
남상미 : 감사하다. 예쁘게 봐주시니 좋더라. 왜 이제야 사극 했느냐는 이야기가 많았다. 도시적인 느낌보다 참한 얼굴형이라서 잘 어울렸던 것 같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한복을 매우 좋아한다. 색깔도 곱고, 선도 곱고. 여자의 귀여움과 아름다움, 기품 등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의상인 것 같다. 그렇게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잘 어울렸던 게 아닐까.
Q. 영화에서도 사극 장르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
남상미 : 하고 싶다. 그런데 다소곳한 규수 말고, 여전사 느낌. ‘조선총잡이’에서도 처음에는 남장했는데, 그게 더 잘 어울린다. 카리스마 있는 자객, 이런 역할 해보고 싶다.
Q. ‘불신지옥’ 당시 26살의 남상미는 섹시와 글래머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됐고, 눈물도 많아졌다고 했다. 30살에 접어든 남상미는 어떤 변화를 겪었나.
남상미 : 음. 노출은 수위에 따라 가능할 것 같고, 베드신은 다시 닫혀 있는 것 같다. 작품을 위해서 한다는 게 대단하다. 그런데 나는 용기 있게 할 수 있어, 그러진 못할 것 같다. 20대 중반 남상미가 그런 생각을 했다면, 30살 남상미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연기적인 면에서는 작품만 생각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어떤 신, 캐릭터만 생각하기엔 부족한 것 같다. 책임과 부담감, 기대와 파장 등 여러 가지를 같이 생각한다. 고민이 더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똑같은 일에도 20대는 ‘쿨’할 수 있으나 30대는 아닌 것 같다.
Q. 2003년 데뷔했다. 나이도 30대로 접어들었고, 데뷔한 지도 10년이 지났다. 그 시간을 한 번 돌아본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나.
남상미 : 지난 10년간 했던 작품들 모두 감사하고, 선택을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연기적 측면에서 더 꿈을 꿀 수도 있고,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이 마지막이 아니다. 배우의 매력 중 하나는 정년퇴임이 없다는 거다. 지금 당장 많은 것을 하고, 변신을 꾀하지 않아도 세월이 흐르면서 변할 수 있는 것들에 순응해가면서 내 안에서 부단히 노력한다면, 그걸로 만족스럽다. 결과가 특출나지 않더라도 말이다. 어떤 캐릭터가 나를 필요로 느낄 때, 목소리를 빌려주고 싶을 때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다. 지난 10년 동안 했던 작품, 캐릭터들이 했던 이야기, 나한테 남겨준 감정들이 좋았다. 그래서 지금의 남상미도 어느 정도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걸로 안주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계속 시대에 맞게, 흐름에 맞게 가능성을 열어 둔 사람이 되고 싶다.
Q. 그럼 40대의 남상미가 30대 남상미를 바라봤을 때, 어떤 30대로 기억됐으면 하나.
남상미 : 가장 변화가 많은 시기가 30대일 것 같다. 여자 남상미의 인생도, 여자배우로서 그렇지 않을까. 인간 남상미는 미스(Miss)일 수도 있지만, 역할은 엄마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변화가 많을 것 같다. 인간 남상미와 배우 남상미 사이에 괴리도 클 것 같다. 그런 게 잘 버무려졌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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