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투(U2)와 애플이 만났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록밴드 유투가 정규 13집 ‘송즈 오브 이노센스(Songs of Innocence)’를 애플의 음원사이트 아이튠스를 통해 독점 공개했다.

유투가 새 앨범을 발표하는 것은 2009년 ‘노 라인 온 더 호라이즌(No Lines on The Horizon)’ 이후 5년 반 만이다. 유튜는 9일(미국 현지시간) 쿠퍼티노 플린트 센터에서 열린 애플의 아이폰6 제작발표회 행사에서 새 앨범 수록곡을 연주했다. 또한 애플은 이 자리에서 전 세계 119개국의 아이튠스 고객들 5억 명에게 이 앨범을 무료로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유튜의 파격적인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음악평론가 정원석 씨는 “5억 명이 이용하는 아이튠스에 유투라고 하는 세계 정상급 록밴드가 무료로 앨범을 공개한 것은 기존의 기업과 밴드의 공동 프로모션을 뛰어넘는 규모의 사건”이라며 “그 비용과 효과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마케팅 연구 과제”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을 통해 음원을 자유롭게 배포하는 움직임은 전에도 있었다. 라디오헤드는 지난 2007년에 앨범 ‘인 레인보스(In Rainbows)’를 원하는 가격으로 다운받게 했다. 당시 음원 구입자의 40%가 평균 2.26달러(현재 환율로 약 2575원)를 내 음원을 유료로 구입했고, 라디오헤드는 총 16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국내에서는 장기하와 얼굴들이 작년 ‘백지수표 프로젝트’란 명칭으로 이러한 마케팅을 벌였다. 이외에도 세계적인 팝스타 프린스가 2007년 영국 공연을 앞두고 앨범 ‘플래닛 어스(Planet Earth)’의 음원 약 25만 파운드(한화 약 4억3590만 원) 어치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을 통해 무료 경품으로 배포한 사례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유투와 애플이라는 거물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삼성은 팝스타 제이지(Jay-Z)의 앨범을 갤럭시 이용자에게 사전 무료 공개하기 위해 1매 당 5달러의 가격으로 100만 장을 선구매한 사례가 있다. 애플과 유튜의 ‘딜’은 규모 면에서 삼성의 사례를 뛰어넘는 것이다. 하박국 영기획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아이튠즈가 가장 큰 음원 플랫폼이라는 것을 과시한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미 아이튠즈는 독점공개, 라디오 사전공개 등의 프로모션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여기에 무료 다운로드라는 새로운 프로모션 방식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유투와 같은 거물이기에 가능한 프로젝트’라는 시선이다. 하박국 대표는 “이미 음악 시장의 헤게모니는 음반-음원에서 공연으로 바뀌었고 U2는 공연 콘텐츠가 압도적인 팀이니 이번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 밴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김성환 씨는 “유투의 앨범을 보관용으로라도 구입할 팬들이 전 세계에 최소 200~300만 명은 될 것”이라며 “음원을 무료로 뿌리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앨범을 구입해줄 골수팬들이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마케팅 사례가 향후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들어 음원시장이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 시장으로 급격히 옮겨가면서 음원의 가격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몇몇 인디뮤지션들의 경우 사운드 클라우드 등을 통해 음원을 무료로 공개하는 와중에 유투의 앨범 무료 배포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음원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반증이라는 씁쓸한 시각도 있다. 하박국 대표는 “음반의 가치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일인데 이 이벤트가 거기에 확인 사살을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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