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에서 이어짐) 파블로프의 리드기타 류준은 기타를 사랑하는 남자다. 인터뷰하는 자리든 어디든 그는 기타를 놓지 않는다. 기타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외골수 성품은 또래 밴드들 중에서 최고수급의 기타실력을 발휘시키고 있는 원동력이다. 좋아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성격이니 당연 어린 시절 그의 왕따 경험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류준은 서울 문래동에서 교육자 집안의 2남중 막내로 1987년 11월 4일에 태어났다. 비틀즈, 에릭 클랩튼, 김민기, 김광석등 록과 포크 음악을 좋아했던 경인교대 미술교육과 교수이신 아버지 류훈의 오디오 앰프 변천사는 그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 퀸과 닐 영을 좋아했던 어머니 덕분에 유년시절 류준은 퀸(QUEEN)의 노래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성장했다. “제가 처음으로 소유했던 음반은 친지에게 물려받은 대우 워크맨 안에 들어있던 서태지와 아이들 베스트앨범 카세트테이프입니다. 그래서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는 지금도 가사를 외우는 것들이 많습니다.”(류준)
보통 아이들보다 일찍 걸음마를 뗐던 류준은 말은 늦게 텄다. 막내라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그는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엄청난 숫자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과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프라모델을 직접 만드는 놀이를 더 좋아했다. 예술가 집안의 DNA를 이어받은 그 역시 그림 그리기도 좋아해 취학 전부터 사생대회에서 입상을 했다. 어린 시절 류준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닥에 박치기를 해야 직성이 풀렸던 고집불통 아이었다. 무언가 마음대로 안 되면 일단 울고 시작했던 손자의 모습에 할아버지는 ‘큰 예술가가 될 녀석’이라 예뻐하셨다. 1994년 집안 어른들이 미술작업을 위한 작업공간을 마련한 큰 집을 지어 신촌으로 이사를 해 북아현동에 있는 추계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류준 3살 무렵 신촌 할어버지집에 모임 화목했던 예술가 식구들
1995년 1회 국전에 대통령상을 받았던 서양화가였던 류경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족의 구심점이 사라졌다. 1996년에 집 가까이 살았던 포크가수 김광석, 1999년에는 조각가였던 삼촌 류인이 연속해 세상을 떠나 그의 집안에는 김광석의 슬픈 노래가 멈추지 않고 흘렀다. 2000년 이대부중에 입학했다. 아무도 치지 않아 벽장피아노를 팔고 낙원상가에서 저렴한 일제 전자피아노와 국산 세고비아 통기타를 덤으로 구입했다. 당시 사촌형 류민은 대학 실용음악과에 다녔고 고등학생이었던 3살 터울의 형 류영은 친구에게 자극받아 어머니를 졸라 베이스 기타를 구입해 명덕외고 스쿨밴드 M PEOPLE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형은 캐넌 록 버전을 연주해 유투브에서 유명했던 임정현과 함께 밴드 로리타 활동과 더불어 2008년 조휴일의 검정치마, 온달, 제8극장의 기타리스트를 거친 뮤지션이다.류준의 기타사랑은 한 여자아이로 인해 시작되었다. “당시 저는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재수 없는 왕따 꼬마였어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처음으로 친해졌던 학교친구들 중에 짝사랑했던 여자애가 생겼죠. 그 아이가 너바나, 미스터빅, 익스트림 등의 밴드음악을 좋아해 저도 기타를 잘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류준) 사촌형에게 1년 남짓 기타를 배웠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그때만큼 기타를 열심히 칠 자신은 없습니다. 그 여자아이에게 잘 보이고 싶어 정말 열심히 기타를 배워 금방 실력이 늘었는데 억울하게도 여자아이에게 이미 드럼을 치는 남자친구가 생긴 후였습니다. 예고에 진학한다는 그 아이에게 자극받아 같이 입시를 준비했는데 저만 합격했습니다.”(류준)
류준 등 파블로프 멤버들 서울예고 졸업식 사진
서울예고 미술과에 입학한 류준은 밴드부 타락에 들어가 지금의 멤버들을 만났다. “준철이는 음악을 진짜 많이 듣는 친구였어요. 우리 집에서 아버지가 안 계실 때 몰래 LP도 함께 틀곤 했었습니다. 동원이는 서로 같은 여학생을 좋아해 크게 싸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여자아이와 듣던 노래는 일본가수 시이나 링고였죠.(웃음) 오도함은 커다란 헤드폰을 끼고 교실구석에서 일렉트로닉 음악을 듣던 이상한 녀석이었어요. 노래도 너무 못해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밴드부에서 감미로운 여성보컬 곡만 연습해 불만이 많았던지라 음정도 박자도 엉망이었지만 남자보컬을 얻어 기분이 좋았습니다.”(류준)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도 수업을 땡땡이치고 합주를 계속했다. 그때 박준철이 대학에 가면 함께 제대로 된 밴드를 만들고 활동해보자고 했다. 오도함은 국민대 서양화과, 류준은 한예종 조형예술과, 조동원은 같은 학교 디자인과에 합격했지만 박준철은 재수를 한 후 서울대 미대에 들어가 밴드활동을 1년 간 유보되었다. 류준은 대학합격을 담보로 일본에서 헐값인 9만앵에 허름한 기타 한 대를 구입했다. 지금도 메인기타로 사용하는 77년산 펜더 머스탱이다. “항상 뭔가 모자란 느낌의 기타인지라 저만의 소리를 만드는데 애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타에 더 몰입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류준)
류준 고2때 학교축제 때 그림과 기타
재즈드러머 남궁연은 파블로프의 정규 1집을 듣고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그저 재기발랄한 웃기는 짬뽕계열의 밴드 정도로 생각했는데 백킹과 더불어 리드기타의 완벽한 앰비언스와 분리를 듣는 순간 이들은 ‘중심이 바로선 또라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파블로프 1집은 제가 들어본 최근 나온 국내 록밴드 음반 중 사운드 질감이 최고인 것 같아요. 특히 기타를 치는 류준은 천재라고 생각합니다.”(part5로 계속)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사진제공. 류준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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