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가 본격적인 닻을 올린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완벽한 남자 이건(장혁)과 평범보다 더 못 미치는 듯 답답하고 안쓰러운 여주인공 김미영(장나라)은 겨우 2회 만에 임신을 하더니 4회 만에 결혼에 골인, 빤한 신데렐라 형 스토리를 예상했던 이들에게 한 방을 먹이는 것에 성공한다.

제목만 들어서는 달콤한 운명적 사랑을 그릴 정통 로맨스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데, 이 드라마는 역설적으로 두 남녀의 ‘원나잇 스탠드’와 ‘속도위반’ 임신에서 시작된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나 결국 벌어지고 만 사고가 전혀 알지 못했던 두 남녀를 가족이라는 떼놓을 수 없는 강력한 끈으로 묶어버리니, 다시 생각해보면 운명이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

그렇게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한 드라마 ‘운널사’는 초반부터 눈도장도 확실히 찍는 것에 성공한다. 파닥파닥 활어 같은 매력으로 이건을 표현하는 장혁의 변신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캔디형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하는 장나라의 여전한 매력이 큰 공을 했다.

‘선 임신, 후 로맨스’라는 파격적인 콘셉트를 재치있고 쫀득하게 묘사한 제작진도 큰 몫을 했다. 이들은 국내 드라마 베드신 계(?)에 다시 없을 떡방아 신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이렇듯 남다른 드라마 ‘운널사’의 매력은 시청률 수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듯 하다. 그래서 준비한 ‘운널사! 매력탐구’.

유쾌한 스토리 라인에 코믹한 설정으로 소소한 재미를 추구하고 있는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리메이크된 대만 드라마다. 지난해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필두로 KBS2 ‘직장의 신’ MBC ‘여왕의 교실’ SBS ‘수상한 가정부’ 등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붐이 분 데 이어 올해는 대만 드라마 리메이크가 활발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사실 대만 드라마는 만듦새나 이야기 구조가 한국인들에게 친숙해 오래 전부터 마니아 팬들이 존재했다. 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판관 포청천’을 시작으로 ‘꽃보다 남자’를 대만판으로 제작한 ‘유성화원(流星花園)’도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서 사랑받았다.

올 초 케이블TV tvN에서 방송한 ‘마녀의 연애’는 본격적으로 연상연하 커플의 연애담을 그려 대만에서 인기를 끈 ‘패견여왕(敗犬女王)’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 또한 2008년 대만의 최고 인기작품 중 하나였던 ‘명중주정아애니(命中注定我愛?)’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이처럼 대만 드라마에 대한 한국 제작진의 관심은 전반적인 드라마 소재의 고갈 속에서 색다른 매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대만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에 비해 제작 스케일이 작고 빅히트 드라마가 적어 업계의 큰 관심 영역은 아니었다. 그러나 ‘운명처럼 널 사랑해’를 통해 보여지듯 대만 드라마만의 독특한 매력이 존재한다.

주로 담백한 스토리 라인에 로맨틱 코미디류가 많아 대중적인 친밀도가 높고 아기자기한 재미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대만 드라마의 강점이다. 실제로 일본 드라마의 경우 다양한 소재와 묵직한 주제를 깊이 파고든 작품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지난해 ‘여왕의 교실’과 ‘수상한 가정부’가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였듯 시청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고 좀더 독특한 취향이 반영돼 있다.

반면 대만 드라마는 한국적 정서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고 일반적인 시청자들의 눈높이에서 보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설정이라 편안함을 준다는 평가다.

최근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보여지는 막장적인 요소나 자극적인 스토리, 음모와 배신 등 복잡한 사건 전개에 식상함을 느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점도 대만 드라마의 강점으로 보여진다.

tvN ‘마녀의 연애’

이에 대해 ‘운명처럼 널 사랑해’를 연출한 이동윤 PD는 “남녀가 하룻밤을 함께 하고 아이를 가졌다는 설정은 뻔하다고 하면 뻔할 수 있는 설정이지만 한국 드라마에서는 흔하지 않은 소재라 일단 궁금증을 유발한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임신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제시하면서 정말로 이런 일이 닥쳤을 때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단초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상적인 로맨스 스토리를 약간 비켜나 있는 데 이어 인생에 있어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교훈점을 안겨주는 요소가 있어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만 드라마를 좋아하는 한국 시청자들은 아기자기하게 이야기를 엮어내는 대만 드라마만의 매력에 공감한다.

대만 드라마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중인 이미지(33) 씨는 “대만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일본 원작을 드라마화한 경우가 많지만 그 속에서 대만 문화만의 소박함과 친근함을 담아내 호감을 갖게 한다”라며 “최근 지나치게 널뛰기하는 듯한 스토리가 많은 한국 드라마에 비해 자극성이 적고 일상적인 재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대만 드라마 리메이크붐은 최근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 열풍이 불면서 문화적 기반이 비슷한 중국 시장에도 잘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경우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장나라, 장혁이 캐스팅되면서 중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MBC, tvN



[나도 한마디!][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