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엑스(f(x))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그녀들이 걸그룹인 것과 별 상관이 없을 수 있다. 우리는 왜 걸그룹에 열광할까? 예쁘고, 어리고, 귀엽고, 또 섹시하기 때문에? 아니면 노래가 좋아서? 지금 이 시대의 걸그룹은 우리가 원하는 이미지를 몸소 체화해 서비스해주는 존재다. 우리는 소비자로서 원하는 것을 취할 뿐이다. 헌데 에프엑스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자신들의 스타일이 확고하고, 대중성보다는 음악적인 진보를 추구한다. 때문에 대중에게는 항상 낯설고 독특한 존재다. 한편으로는 비슷한 포맷이 반복되는 한국 아이돌 시장에서 명확한 콘셉트와 음악적인 완성도로 균형을 잡아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 독보적 존재
에프엑스가 차별화되는 이유는 뭘까? 음악평론가 김성환 씨는 “언제나 유행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섹시 콘셉트를 시도한 적도 없고, 카라, 걸스데이처럼 발랄하게 간 적도 없다. 4차원, 별천지에서 온 느낌을 준 걸그룹”이라며 “본래 아이돌그룹은 대중성을 추구해야 하는데, SM엔터테인먼트는 에프엑스를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실험을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다. 신선한 시도들이 탄력을 받으면서 좋은 앨범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음악 전문매체 겸 레이블인 영기획의 하박국 대표는 “에프엑스는 음악적인 완성도부터 패션, 콘셉트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강점”이라며 “소녀시대의 경우 ‘다시 만난 세계’부터 ‘아이 갓 어 보이’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것이 특징이라면 에프엑스는 자신들의 일정한 스타일을 고집하는 편이다. 가령 전작 ‘핑크테이프’의 경우 정규앨범임에도 전곡을 댄스곡으로 채웠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김윤하 씨는 “에프엑스와 같은 걸그룹은 없다는 것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누 예삐오(Nu ABO)’나 ‘첫 사랑니(Rum Pum Pum Pum)’과 같은 곡은 다른 걸그룹이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런 독특한 콘셉트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데 있어서 에프엑스가 독보적이라는 것은 충분히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새 앨범은 ‘본격 진보 걸그룹 팝’?
최근 발매된 새 앨범 ‘레드 라이트(Red Light)’는 기존의 에프엑스보다 세졌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김윤하 씨는 “영화로 치면 소녀 연기자가 이제 어른 연기를 하겠다고 선언을 한 느낌”이라며 “전에는 독특함 속에 에프엑스만의 소녀다움이 유지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특유의 ‘21세기 소녀’가 아닌 또 다른 자아가 생겨난 것 같다. 다음 단계로 넘어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 김윤하 씨는 “전작 ‘핑크 테이프’는 일렉트로 팝의 정체성과 밸런스가 잘 잡혀 있었다. 반면 이번 앨범은 힘을 많이 들인 것 같아 조금 부담스럽게 들리기도 한다”며 “‘본격 진보 걸그룹 팝’을 선언한 것으로 들린다. 기존 에프엑스의 매력을 일정 부분 놓아버린 느낌도 드는데 다음 레벨로 도약을 위한 충격요법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레드 라이트’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레드 라이트’에 대해 음악평론가 최민우 씨는 “동방신기의 ‘오정반합’, 소녀시대의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처럼 힘이 과하게 들어간 느낌”이라며 “기존에 에프엑스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들을 볼드체로 강조한 느낌이라서 조금 뻣뻣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이어 최 씨는 “에프엑스가 기존에 독특한 시도를 했어도 결국은 팝으로써 즐길 거리가 충분했다. 이번에도 사운드는 훌륭하지만 즐기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이민희 씨는 “‘레드 라이트’는 멜로디가 기억에 잘 남지 않는 곡”이라며 “일반적으로 아이돌그룹의 경우 어떻게 해서든지 멜로디를 남기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 곡은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환 씨는 “SM은 글로벌한 댄스팝을 지향한다. YG가 미국의 트렌드를 따른다면 SM은 유럽 댄스팝의 느낌이 강했는데, ‘레드 라이트’의 경우는 미국과 유럽 양쪽 대륙의 스타일이 다 들어가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에프엑스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보다도 오히려 빛나는 수록곡들이 보인다. ‘레드 라이트’와 함께 선보인 ‘올 나잇(All Night)’에 대해 하박국 씨는 “테디 라일리, 진보 등이 함께 만든 이 곡은 다양한 어법을 이상적으로 배합한 최상의 팝이라 할 수 있다”며 “이처럼 듣기 좋은 팝을 만드는 것이 쉬워 보일 수 있겠지만,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치밀하게 계산돼 있다. ‘올 나잇’이 바로 그런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 역시 해외 작곡가들과 공동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국내 작곡가 중에는 SM 소속인 켄지의 비중이 크다. 하박국 씨는 “켄지는 보아의 ‘마이 네임’부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만들어왔는데 에프엑스와 함께 할 경우 실험적인 시도, 식상하지 않은 전개들을 보인다”고 말했다.

의견을 종합해보면 ‘레드 라이트’는 에프엑스의 또 다른 자아, 또는 새로움에 대한 강박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최민우 씨는 “뭔가 새로워야 한다는 SM의 자의식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음악적 완성도에 있어서 여타 걸그룹에 비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윤하 씨는 “에프엑스는 매 앨범마다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그 길의 방향성과 성과가 언제나 동일할 수는 없겠지만, 그 행보를 계속해서 응원할 가치가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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