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지성), 인철(주지훈), 민수(이광수)는 오랜 우정을 나눈 친구들이다. 성격, 직업, 가정환경은 등 모든 게 다르지만, 서로를 묶고 있는 우정이란 끈은 질기고 탄탄하다. 어느 날, 오락실을 운영하는 현태 어머니는 인철에게 화재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다. 인철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현태에게 비밀로 한 채 민수를 동참시킨다. 하지만 모두가 잘 되길 바라며 꾸민 일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고, 이들 우정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텐아시아 영화 기자 두 명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좋은 친구들’을 살폈다. 청소년 관람불가, 9일 개봉정시우 :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 관람지수 7
친구 엄마가 죽었다. 아니, 죽게 한 것일까. 결코 의도한 게 아니었다. 인철은 그녀를 돕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이 친구의 엄마가, 친구들이, 그리고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은 그의 기대를 배반한다. 현태의 엄마가 사고로 죽던 날, 이들의 우정은 시험에 든다. 엄마를 죽인 범인을 직접 찾아야겠다는 현태 앞에서 당황하는 인철의 표정이 안타깝고도 애처롭다. 인철과 민수는 미안함과 죄의식 속에서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발버둥 친다.
‘좋은 친구들’은 우연한 사건의 파장으로 돌이킬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세 명의 친구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오해와 의심이 엇갈리는 시선 속에서 세 사람의 우정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천천히 그려낸다. 사건의 크기보다는 벼랑 끝에 몰린 인물들의 미세한 감정 변화가 이 영화의 특징이다.
이 영화의 계보를 찾는다면 어디에서 구해야 할까. ‘미스틱 리버’의 엇갈린 우정, ‘파수꾼’의 무너진 신뢰 등이 살짝 떠오르긴 하나, 그렇다고 하나로 완벽하게 묶이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신선하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신선함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이 영화의 묘는 익숙한 재료를 진부하지 않게 배합해 내는 솜씨다. 잔뜩 어깨에 힘을 준 한국영화 특유의 허세나 속도 강박증에서 ‘좋은 친구들’은 자유롭다. 범죄 영화로는 다소 심심할지 모르지만,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올리며 심리적 긴장을 부여하기에 화면에 끝까지 집중하게 된다.
‘좋은 친구들’은 부산 국제 단편영화제와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심상치 않은 끼를 드러냈던 이도윤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감독의 박력이 돋보인다. 올해의 신인이라 단정해 버리는 것은 아직 이를 수 있다. 하지만 보기 드문 재능을 지닌 감독임은 확실하다. 그러니 상반기 발견한 최고의 인상적인 데뷔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지성, 주지훈, 이광수의 만남에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그 사실이 미안할 정도로 찰진 호흡을 보여준다. 주지훈은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며 이야기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이광수가 예능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표정들을 꺼내며 배우로서의 잠재력을 증명한다.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지성의 역할도 작다 할 수 없다.
아마도 ‘좋은 친구들’의 가장 큰 적은 영화에 대한 관객의 무관심과 ‘어떤’ 선입견들인 것 같다. 티켓을 끊기까지 다소 망설여질 수 있으나, 보고나면 그 선택에 후회 없을 영화다. (그런 면에서 마케팅에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가령, 식상해 보이는 메인 포스터보다 감성이 돋보이는 스페셜 포스터를 선택했다면 보다 많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았을까. 영화 장르에 대한 제대로 된 홍보도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영화는 다시 첫 장면의 장소로 되돌아간다. 믿음과 불신이 교차하는 적막한 갈림길 앞에서 영화는 묻는다. 당신의 어떤 친구입니까.
2eyes① ‘좋은 친구들’ 탄탄한 구조와 앙상블 보러가기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좋은 친구들’ 스페셜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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