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고, 겸손하며, 프로다. 보이프렌드를 만난 후, 이들을 설명할 수 있는 세 가지 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났다. 6월 10일 화요일, 낮 12시. 보이프렌드 여섯 멤버가 살갑게 인사하며 하나둘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전날 있었던 컴백 쇼케이스와 밤늦게까지 진행된 방송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살짝 피곤함이 감돌던 얼굴은 인터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기로 가득 찼고, 눈빛은 반짝였다. 어딘가 모르게 살짝 들뜬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바쁘게 진행된 화보 촬영 때에도 이들은 200% 집중했다. 자신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질문하며 동작 하나 표정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다. 조금은 불편한 위치에서 포즈를 취해야 했던 몇몇 멤버들은 좋은 사진을 위해 남다른 희생정신을 발휘하기도 했다. 연기적 요소가 조금이라도 필요한 촬영에선 배우가 아닌 이상 어색해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보이프렌드는 단 한 명도 쑥스러워하거나 수줍어하지 않았다. 역할에 맞는 적절한 감정을 내보이며 맡은바 최선을 다했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어느 여름날의 그림을 차분하게 그려나간 여섯 남자였다.

# 보이프렌드 리더라는 이름으로
첫 번째 단체 촬영 때 리더 동현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운데에 앉아 있던 그의 자리가 움푹 파인 형태인 데다 앉은키가 작아(다리가 워낙 길었다!) 허리를 최대한 꼿꼿하게 펴고 있어야 했다. “더, 더, 위로!” 라는 사진기자의 말에 온몸에 힘을 주고 자세를 취하던 그는 촬영을 끊어갈 때면 숨을 크게 내쉬며 긴장된 근육을 풀곤 했다. 결국, 주변에 있던 잡지 몇 권을 깔고 앉았는데, 그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리더의 희생은 가히 대단했다. (아쉽게도 이 사진은 셀렉에선 제외되었다.) 전날, 쇼케이스에 방송 촬영까지 있었던지라 잠을 거의 자지 못했던 그는 개인 촬영 전 소파에 앉아 잠깐 눈을 붙였다. 그래 봤자 그가 잠들었던 시간은 고작 5분 정도였을까. “동현 씨, 촬영 들어가요!” 하는 소리에 몸을 벌떡 일으킨 그는 금세 촬영 모드로 전환했다. 시원한 얼음이 든 컵을 들었던 그는 섹시하면서도 치명적인 남자의 눈빛을 발사했다. 스물여섯 성숙한 어른의 눈빛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 ‘푸시업’ 하는 상남자 여기 있어
인터뷰가 끝난 뒤, 촬영 준비를 하던 다른 방에서 현성이 ‘푸시업’을 하고 있었다. 보이프렌드 내에서 노출 콘셉트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누구인가 하고 떠올려 봤을 때, ‘너란 여자’ 쇼케이스 당시 잘 만들어진 탄탄한 복근을 공개하기도 한 그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대망의 개인 촬영, 그는 “아, 나만 벗어…” 라며 귀여운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무사히 자신의 롤(role)을 해낼 수 있었다. 단체 촬영 때에는 현성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동현이 가운데에 앉아서 중심 잡기를 어려워하자 촬영 중간에 현성이 다가와서는 옆에 있는 의자를 활용하는 건 어떻겠느냐 물었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자세가 돋보였다. 마냥 개구쟁이 남자아이 같던 모습도 있었다. 동현, 현성, 정민, 세 사람의 사진을 찍기 위해 옆 방으로 옮겼을 때다. 난간에 걸터앉아 찍을 거라고 말하는 순간, 환하게 미소 지으며 그 어느 때보다 신이 난 듯한 액션을 취했다. 그러더니만 성인 남자 키만한 높이의 그곳에 단숨에 올라앉았다.

# 어느 영화 속 소년처럼 맑게
정민은 참 영리했다. 어떤 각도에서 어떤 모습을 취할 때 자신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알고 있었다. 집중력 또한 뛰어나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짧은 시간 내에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완수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도 했다. 정민의 개인 촬영 때, 스튜디오에는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는 듯했다. 한쪽에선 촬영 대기 중이던 멤버들이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선 탁자에 앉은 정민과 문밖에서 쉴 새 없이 셔터를 누르던 사진기자가 카메라로 소통 중이었다. 왁자지껄 시끌벅적한 그곳에서 정민은 분위기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채화 같은 풍경 속에 자신을 살포시 내려놓았다.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다양한 표정을 짓던 그는 귀엽다가도 한없이 맑은 분위기를 자아내 어느 일본 영화 속 어여쁜 소년과도 같아 보였다. 촬영이 끝난 뒤 정민에게 수고했다고 말하자, 주변에 있던 멤버들은 그제서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헉, 촬영 중이었어요? 어쩐지 정민이가 왜 저기서 저러고 있나 했어요!”라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 알고 보니 카리스마 매력남 맞네
보통의 스무 살보다 생각이 깊어 보이던 영민은 시종일관 차분했지만, 또래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매우 남자다웠다. 영민, 광민, 민우 세 사람을 촬영할 때 난데없이 커다란 벌레 한 마리가 날아들어 작은 소동이 일었다. 그 순간, 영민이 과감하게 손바닥으로 ‘탁’ 쳐서 벌레를 잡더니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동갑 친구들과 함께 다시 촬영에 몰두했다. 벌레를 만진 손이라 꽤 찝찝했을 텐데도 불편한 기색 하나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프로답게 촬영에 몰입한 뒤 꽤 길었던 촬영을 끝마치고 나서야 화장실에 손을 씻으러 다녀왔다. 쌍둥이 동생 광민과의 촬영에선 장난기 많은 동생을 차분하게 리드해 형다운 모습을 보였다. 사진기자가 카메라 쪽으로 옆모습을 보이며 바라보라고 했을 때, 서로의 얼굴을 붙이라는 것으로 말을 오해한 광민이 “아, 그건 좀…” 이라며 난색을 보이자 영민이 그게 아니라 고개만 돌리면 된다고 차분하게 설명해 광민을 이해시켰다. 쌍둥이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듬직한 형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장난꾸러기 분위기 메이커 등장
시원한 웃음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면 어김없이 광민이었다. 특유의 하이톤 목소리가 스튜디오를 내내 울렸다. 일찌감치 메이크업을 다 마친 광민은 “빨리 나와라~ 빨리 나와라~” 노래를 부르며 멤버들의 준비를 재촉하기도 했다. 소파에서의 단체 촬영 때, 나란히 앉아있는 멤버들 무릎에 누군가 한 명이 누웠으면 좋겠다 말했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가 할래!”라며 일어난 이가 있었으니, 광민이다. 순식간에 소파에서 자리를 박찬 모습에 멤버들 모두 박장대소! 그는 움직일 때마다 “아~~~ 보이프렌드~~~” 라는 말도 곁들여 촬영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던 순간이었다. 이런 그도 촬영이 시작되기만 하면 프로가 됐다. 내내 웃는 모습을 연출해 안면 근육이 굳을 것만 같은데도 환한 미소를 지치지 않고 계속 지어 보였다. 개인 촬영 땐 사진기자가 음료수를 마셔 보라고 하니 “이거 탄산이에요!”라고 하면서도 촬영하는 동안 꿀꺽 꿀꺽 시원하게 다 들이켰다. 영민과 다른, 광민의 매력도 끝이 없었다.

# 사색하는 귀염둥이 막내
에메랄드 빛 벽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민우의 활약이 대단했다. 눈빛, 얼굴과 몸의 각도, 표정, 한 컷도 같지 않게 모두 다르게 연출했다. 어찌나 잽싸게 동작을 바꾸던지 ‘빠르게 재생하기’ 버튼이 눌러진 것만 같았다. 인터뷰 때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던 만큼 그는 촬영하는 내내 훌륭한 배우로 존재했다. 자신이 카메라 속에 어떻게 담기는지 꼼꼼하게 모니터했으며, 사진기자의 요구를 정확하게 알아차렸다. 촬영 쉬는 시간엔 시끄러운 현장에서 잠시 떨어져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거나 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동갑 친구들과 있을 땐 그저 귀여운 스물이었다. 영민, 광민, 민우 세 사람의 촬영 초반, 사진기자와 이들 사이에 유리가 있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큰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던 사진기자가 안 되겠다 싶어 건너편으로 넘어가려 하자 민우와 광민이 까르르 웃더니 “전화하세요! 전화!” 라며 손으로 전화기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개인 촬영 땐 수박이 달다며 리얼하게 두 조각을 먹어 보인 그는 상큼한 미소로 여름날의 싱그러운 소년의 매력을 발산했다. 미소 하나로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막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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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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