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그콘서트’ 방송 화면 캡처. ‘우리동네 청문회’ 코너의 출연자 김대성

주춤했던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개콘’은 앞선 방송분에 이어 또다시 새 코너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방송분에서는 그간 ‘개콘’의 중심 코너로 활약을 펼쳐온 ‘시청률의 제왕’까지 폐지돼 눈길을 끌었다.

세월호 침몰 참사 발생 이후 근 6주간 결방을 맞았던 ‘개콘’은 방송 재개와 함께 다수 코너를 선보이며 ‘색깔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신설된 ‘개콘’ 속 새 코너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는 ‘풍자’다. 특히 단순히 사회 풍자에서 그치지 않고 정치 풍자로까지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모습은 지상파 채널 대표 개그프로그램의 관록을 느끼게 한다.

KBS2 ‘개그콘서트’ 속 코너 ‘존경합니다’

앞서 ‘개콘’이 선보인 ‘존경합니다’와 ‘우리동네 청문회’가 그 대표격이다. ‘존경합니다’는 김준현, 박지선을 메인으로 내세우며 정치인의 허술함과 엉성한 업무 체계를 조명한다. 코너 속 두 사람의 연기력을 놀라울 정도다. 별다른 에피소드 없이 두 사람만의 호흡으로 이뤄진 이 코너는 어느덧 ‘개콘’의 중심 타선으로 등극한 이들을 성장을 확인케 한다.

‘우리동네 청문회’는 이보다 좀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풍자의 날을 세운다. 김회경, 박지선, 이승윤, 김대성, 박영진 등이 출연하는 ‘우리동네 청문회’는 아예 ‘청문회’라는 정치적 코드를 들고 나와 국회의 무능함과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을 희화화한다. 최근 방송분에서 다뤄졌듯 휴대폰 저장 공간 검증을 농림수산부에서 받았다는 이야기는 언뜻 보면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릴지도 모르나, 이는 마지막 한마디를 하기 위한 포석에 불과했다. 올 초 천만 관객을 돌파한 모 영화의 주인공으로 분한 김대성이 “‘기계 값 공짜’를 운운하며 결국 요금제를 통해 소비자를 착취한다”고 일갈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온다. ‘개그’를 외피로 풍자 섞인 메시지를 담아낼 줄 아는 노련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최근 신설된 ‘렛잇비’와 ‘닭치고’도 이 같은 풍자 흐름에 함께한다. 직장인의 애환을 ‘렛잇비’를 개사한 노랫말로 풀어낸 ‘렛잇비’는 그간 ‘개콘’이 꾸준히 시도해온 ‘음악’과 ‘개그’의 결합의 결과물이다.

KBS2 ‘개그콘서트’ 새 코너 ‘닭치고’의 김준호

또 ‘뿜엔터테인먼트’ 이후 1개월 만에 ‘개콘’에 복귀한 김준호의 출연으로 관심을 끌었던 ‘닭치고’도 ‘30초마다 기억을 잃는다’는 설정으로 중간중간 날 선 멘트를 섞어놓아 시청자들의 박수를 이끌어낸다. 지난 6일 방송분에서 김준호는 “창문 밖으로 담배꽁초를 던진 학생을 위해 창문을 해체하겠다”는 멘트로 현실 정치와 개그의 기막힌 앙상블을 만들어 냈다.

이와 같은 ‘개콘’의 풍자 바람은 최근 다시금 정치 풍자의 불씨가 살아난 것과 세월호 침몰 참사, 청와대 인선 등 실망스러운 사건·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현실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 패러디와 유행어 만들기에 골몰하던 과거를 벗어나 풍자에 발 벗고 나선 ‘개콘’이 예전만큼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KBS2 ‘개그콘서트’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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