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부스 리드보컬 홍광선 2009년 라이블홀 상상마당
폰부스 리드보컬 홍광선 2009년 라이블홀 상상마당
밴드 폰부스 결성에 구심점 역할을 했던 레이저(본명 홍광선)는 경기도 광명에서 1985년 12월 5일 독자로 태어났다. 사업을 한 아버지와 서울대에 근무했던 어머니의 맞벌이로 늘 혼자 집에서 외롭게 시간을 보냈다. 8살 꼬마는 감기몸살에 걸렸을 때도 집근처 병원에 혼자 치료를 받으러 갔을 정도. “당시 의사선생님이나 간호사 누나들이 혼자 병원에 온 어린 저를 보고 신기하고 대견하게 쳐다봤던 기억이 납니다.”(홍광선)

9살 초등학교 2학년 때 여러 가지 사업을 했던 아버지가 수표법 위반으로 구속돼 어머니와 동네의 작은 아파트 단칸방으로 이사했다. 밤에 전화기를 붙잡고 이모에게 전화해 “광선이랑 죽어 버릴 거야”하며 통곡하던 어머니의 모습은 그의 기억 속에 선명하다. 10살 때 아버지가 출소해 다시 세 식구가 살게 되었다. 별다른 꿈이 없었던 당시, 아버지가 간간히 서태지와 아이들 카세트테이프를 아들에게 사다주었지만 별 감흥을 느끼진 못했다. 11살 때 재현 프로그램 ‘경찰청 사람들’을 보고 경찰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태권도 학원을 다녔다. 처음 경험한 엄한 분위기와 체벌에 충격을 받고 1년 만에 그만두었다.

호기심 넘쳤던 유아시절
호기심 넘쳤던 유아시절
호기심 넘쳤던 유아시절

당시 태권도 학원의 사범에 대한 복수심을 만화로 그리기 시작했다. “제가 주인공인데 악당으로 나오는 태권도 사범을 때려 부수는 그런 유치한 내용이었죠. 하지만 만화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며 이번에는 만화가가 되려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공책에 만화를 그렸는데 반 친구들이 재미있다며 돌려보기도 했습니다.”(홍광선) 소심하고 뒤에서 숨어만 지냈던 홍광선은 5학년 때 짝꿍이 된 활발하고 끼가 많은 전수민과 친해졌다. 클론의 ‘쿵따리 샤바라’ 춤을 따라 추면서 수학여행 장기자랑에서 상을 받고 학급 회장을 맡았을 정도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만화를 그리고 친구들과 HOT나 젝스키스의 춤을 따라 추며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즐겼다.

광명중에 진학하면서 다시 소심한 성격으로 변했다. 스포츠머리도 어색했고 아무 이유 없이 남을 때리는 아이들과 마치 군대문화 같은 학교분위기 때문이었다. 학교운동장을 지나가다가 싸움 잘하는 아이가 찬 공에 맞아도 먼저 미안하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는 지질하게 변해갔다. “너무 무서워 저는 광명시 만화동아리 ‘청개구리’에서 조용히 만화만 그리며 숨죽이며 살았습니다.”(홍광선) DJ정권에서 애니메이션 육성사업을 위해 애니메이션고등학교를 만든다는 기사를 본 어머니가 진학을 권유했다. “당장 찾아보았죠. 두발자유화에 더구나 남녀공학이더군요. 완전 천국 같았습니다.(웃음)”(홍광선) 미술입시학원에서 입시준비를 했다. 2001년 상대적으로 가장 경쟁률이 낮았던 한국 에니메이션 고등학교 영상연출과에 응시해 합격을 했다. 같은 과 박한과 게임 제작과 이상민, 김태우는 동기생이다.

고3 때 학교 구름다리에서 공연 앞두고 연습 중인 홍광선
고3 때 학교 구름다리에서 공연 앞두고 연습 중인 홍광선
고3 때 학교 구름다리에서 공연 앞두고 연습 중인 홍광선

고등학교에 입학한 홍광선은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했다. 그때까지 대중가수는 임창정 정도만 알았던 그는 존 레넌의 ‘스탠바이미’를 듣고 감명을 받았다. 이후 학교 친구들을 통해 뮤즈, 라디오헤드 같은 음악을 접하고 록 음악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고1때 김태우, 이상민과 함께 스쿨밴드 <내려가>를 결성해 리드보컬을 맡아 크라잉넛, 패닉, 윤도현밴드의 노래를 주로 불렀다. 공부는 뒷전이 된 그는 기타치고 노래하면서 연애에만 관심을 가지는 뜨거운 사춘기를 맞이했다. 고3때는 교내 구름다리에서 언플러그드 공연을 기획해 영상까지 만들었다. 학 외에서는 취미로 밴드를 하는 형들과 일본밴드 라르크 앙 시엘(Larc~en~ciel)의 음악을 카피하는 5인조 밴드 소행성연합에서도 활동했다. 현재 폰부스 멤버들이 엄청 놀려대는 그의 흑역사 중 하나다. “그때까지 제가 음치인줄은 잘 몰랐습니다. 나중에 박한이가 너 그때 진짜 엉망진창이었다고 말했는데 납득이 안 되더군요. 첫 EP 녹음 때 처음 깨닫게 되었습니다.(웃음). 그래서 노래를 잘 부르고 싶어 엄청 연습을 했습니다.”(홍광선)
폰부스 피쳐사진 2014년 1
폰부스 피쳐사진 2014년 1
고등학교를 졸업한 2004년 1월 음악 커뮤니티사이트 ‘뮬’을 통해 4인조 밴드 프렌지의 리드보컬로 들어갔다. 그러다 사귀던 여자 친구에게 차인 그는 자살을 시도하는 객기를 부렸다. 그는 밤새 구토 증세에 시달리며 사경을 헤맸지만, 아버지가 끓여주신 라면으로 해장하고 속을 풀었다. 자연스럽게 밴드에서 탈퇴한 홍광선은 친구들과 밴드를 다시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뿔뿔이 흩어졌던 이상민과 미국에 간 김태우에게 오아시스와 비틀즈의 음악을 들려주며 “이런 음악을 제대로 해보자”고 설득했다. 커뮤니티에서 만난 베이스 누나가 음악적으로 맞지 않아 2005년 취미로 베이스 연주를 했던 박한을 합류시켰다.

서초구 방배동에 소재한 물도 가스도 나오지 않는 아구 샤브샤브 건물 지하실에 김태우가 준 보증금 100만 원으로 연습실을 마련했다. “그곳을 계약한 것은 연습실과 함께 드러머도 알선해 주겠다는 집 주인의 말에 속은 거죠. 거제도에서 상경한 여대생 드러머는 불성실하고 제가 혐오하는 힙합을 즐겨듣는지라 잘라버리고 스쿨밴드 후배 이상민(지금 멤버와 동명이인)을 영입해 연습실에서 둘이 살았습니다.”(홍광선)
폰부스녹음6
폰부스녹음6
레이저는 당시 안티메탈쏭, 톰슨가젤, 스쿠터블루스라는 곡을 쓰고 있었다. “당시 50cc 야마하 ‘타겟’ 스쿠터가 있어 상민이와 함께 타고 다니면서 술 마시고 눈길에 미끄러지고 심심해서 신촌에서 강화도까지 국도를 타고 달리는 등 별의별 미친 짓을 다했습니다. 스쿠터를 타고 싸돌아다니다 연습실로 돌아와 소주를 마시다 로큰롤신이 주신 멜로디가 바로 1집에 수록된 스쿠터 블루스 입니다.”(홍광선) 홍광선은 밤에는 곡을 썼고 낮에는 청담동에 소재한 영어유치원에서 보조교사 아르바이트를 했다. 가을에 미국 보스톤 버클리음대에 다녔던 김태우는 학업을 중단하고 돌아왔다.(part3로 계속)
폰부스 피쳐사진 2014년 5
폰부스 피쳐사진 2014년 5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사진제공. 홍광선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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