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덕, 개미지옥, 출구 봉쇄… 아이돌 팬덤의 움직임을 보다보면 흔히 발견되는 단어들이다. 입덕이란 ‘덕후에 입문한다’는 말의 줄임말로, 흔히 팬이 되고 있다는 말을 뜻한다. 개미지옥은 개미귀신이 개미를 잡아먹기 위해 파놓은 깔때기 모양의 구멍으로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아이돌의 매력을 표현하는 데 쓰인다. 출구는 입덕에 반대말로 팬 활동을 끝내겠다는 의미다. 입덕에서 출구까지, 혹은 입덕에서 개미지옥까지 덕후가 양성되는 과정은 어떻게 이뤄질까. 덕후 양성의 비밀을 기승전결로 파헤쳐본다.

# 기 : 입덕 멤버의 활약으로 관심을 끌자.

소녀시대 윤아는 데뷔 직전 MBC 드라마 ’9회말 2아웃’에 출연했다.

스타가 팬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대중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관심을 끌기 위한 방법은?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대부분 아이돌 팬덤의 입구를 열어주는 입덕 멤버의 면모를 살펴보면 데뷔 초기부터 외모나 화려한 경력으로 눈길을 끄는 멤버들이 대부분이다. JYJ의 박유천, 비스트의 윤두준과 이기광, 인피니트 엘, 소녀시대 윤아 등 일반 대중에게도 ‘잘생긴 연예인’으로 알려진 인지도가 높은 멤버들이 입덕 멤버로 꼽힌다. 이들은 드라마 주인공으로도 손색이 없는 아이돌들로 그룹 자체의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활동 초기부터 예능, 드라마 등 개인 활동으로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예로 비스트 이기광이 있다. 이기광은 데뷔 전 솔로 가수 활동 경험과 함께 비스트 초창기 귀여운 얼굴과 근육질 몸매로 자랑하며 ‘벗기광’이라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이어 MBC ‘뜨거운 형제들’에서 미국춤을 유행시키며 인지도를 쌓기도 했다. 또 다른 입덕 멤버들의 공통점은 센터에 위치한다는 것. 아이돌 그룹들의 초기 활동 모습을 본다면 군무 퍼포먼스 때에 입덕 멤버들이 센터에 서서 안무를 수행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즉, 입덕 멤버들은 한 마디로 그룹의 비주얼이자 마스코트인 것이다. 이들은 대중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그룹을 알리는 선봉장 역할을 한다.

# 승 : 본격적인 ‘팬질’을 시작할 차례

이 단계부터는 아이돌 그룹과 팬덤의 상호작용이 이뤄진다. 센터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팬이 드디어 입덕을 하게 되면, 팬은 그룹의 모든 것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에 돌입한다. 공식 팬카페 가입은 물론, 그동안의 활동 모습을 찾아보며 스타의 매력을 하나둘씩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잘 만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관심의 단계를 덕후 양성의 과정으로 이끌 수 있는 사다리를 제공한다. 무대 위를 휘저으며 카리스마 넘치는 ‘연예인’ 같은 아이돌의 모습과 리얼리티 프로그램 속 ‘친구’ 같은 아이돌의 모습이 반전 매력을 선사하며 조금씩 판타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조금 더 깊은 덕후의 경우, 직접 오프라인에서 공개방송에 참석하거나 팬사인회에 찾아가는 등 적극적인 활동으로 아이돌 그룹과 대면한다. 이때 스타는 적절한 팬 서비스로 팬의 마음을 더욱 잡아야 한다.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이 있다는 속담의 진리를 느낄 수 있다. 이때부터 팬은 스타에 대한 전문가로 거듭나기 시작하고, 스타는 팬이 만들어 준 자신의 위치에 감사함을 전하기 시작한다. 대부분 1위 수상 소감이 “팬 여러분 감사해요”가 아닌가.

# 전 : 출구 봉쇄 멤버가 만드는 개미지옥

아이돌 그룹별 대표 개미지옥 멤버들

절정은 출구 봉쇄 멤버가 만드는 개미지옥이다. 덕후 양성이 더욱 공고하게 이뤄지려면 덕후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줄 매력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비슷비슷한 아이돌 그룹이 쏟아지는 가요계에서 팬의 마음이 철새로 변하지 않게 만들려면 끊임없는 매력의 재생산은 필수다. 그 매력 포인트는 팀내 덕후 지분율이 가장 높은 멤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JYJ 준수, 비스트 요섭, 인피니트 성규, 샤이니 온유, 에이핑크 보미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은 모두 그룹 내 개인 팬덤이 상당히 두터운 멤버들이자 그룹이 전성기에 들어서면서 대중적인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 비스트 요섭은 데뷔 4년차에 첫 솔로 앨범을 발표했고, 인피니트 성규도 데뷔 4년차에 케이블채널 예능프로그램에 발탁돼 두각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이들의 공통점은 팬서비스를 뜻하는 ‘팬 조련’의 달인들이자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멤버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출구를 단단히 붙잡고 있는 한 덕후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그만큼 팬의 신뢰를 져버리는 일이 생겼을 때 가장 큰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 결 : 덕후 양성의 진짜 비결

개미지옥 멤버들의 출구 봉쇄에는 어떤 비결이 있는 것일까. 단순히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친근감만으로 덕후는 양성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실력이 큰 역할을 한다. 한 가요 관계자는 “전문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팬 활동을 하게 되면 멤버들의 능력치가 객관적으로 보인다. 어떤 팬의 경우는 자신이 직접 소속사에 마케팅 전략 기획안을 제출하거나 반대로 소속사에 어떤 플랜을 갖고 있는지 요구하기도 한다”며 단순히 팬이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스타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한다. 이어 “해당 멤버들은 좀 더 편한 이미지와 더불어 메인보컬이나 프로듀서거나 팀내 자기 전공이 확실한 멤버들이다”며 “실력과 인성이 모두 뒷받침되는 멤버들에게로 팬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즉, 실력과 인성이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이유가 인기 비결인 것이다. 빅뱅이나 2NE1 등 입덕 멤버 자체가 출구를 봉쇄하게 만든다는 평을 듣는 아이돌 그룹의 경우에도 이 같은 설명이 적용된다. 물론, 여기서 언급되지 않은 다른 멤버들의 실력이나 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입덕 멤버와 출구 봉쇄 멤버들의 적절한 시너지가 덕후 양성의 선순환을 만들고, 팬덤은 공고해진다. 이 모든 바탕에는 스타와 팬 사이에 신뢰 형성이 있다. 내 스타가 부끄럽지 않다고 느끼는 것, 그것이 덕후 양성의 비결이자 진짜 비밀 아닐까.

아이돌 팬덤의 열쇠② 그룹별 덕후 지분율 최고 멤버 모음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MBC, 씨제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울림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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