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땅에 홀로 남겨져 냉혈한 킬러로 살아온 곤(장동건)은 조직의 명령으로 타겟을 제거하던 중 어린 소녀를 죽이는 실수를 저지른다.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는 그에게 조직은 또 다른 명령을 내리고, 곤은 마지막 임무가 될 타겟을 찾아 자신을 버린 엄마의 나라 한국을 찾는다. 하지만, 곤의 마지막 타겟은 실수로 죽인 어린 소녀의 엄마 모경(김민희)이다. 죄의식과 임무 사이에서 방황하던 곤은 조직 대신 모경을 선택한다. 텐아시아 영화 기자 두 명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우는 남자’를 지켜봤다. 청소년 관람불가, 4일 개봉.

정시우 : ‘열혈남아’와 ‘아저씨’ 사이에서 우는 남자 ∥ 관람지수 6
황성운 : ‘아저씨’ 이상을 바라는 기대의 덫에 빠진 ‘우는 남자’의 운명 ∥ 관람지수 5

조직을 배신하면서까지 모경을 돕는 곤. 그런 곤을 향해 동료 차오즈가 묻는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 영화의 핵심은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성공한 영화가 되려면 차오즈의 의문을 곤이 해결해주기 전에 관객이 먼저 알아채야 한다. 주인공의 입을 통해 설명되어야만 이해가 되는 상황이라면, 이는 반쯤 죽은 영화나 다름없다. 아쉽게도 ‘우는 남자’는 이에 대한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한다. 차오즈의 물음에 ‘진짜, 곤은 왜 저러는 거야?’라고 느낄 관객이 적지 않아 보인다.

‘우는 남자’를 ‘아저씨’와 비교하지 않기란 ‘아저씨’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기엔 ‘아저씨’는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킨 작품이었고, 그 열풍에 이의를 달지 못할 만한 재미와 쾌감을 선사했었다. 게다가 이정범 감독이 새로 맞이한 러닝메이트는 국가대표 미모를 두고 원빈과 자웅을 겨뤄 온 장동건이다. 비현실적인 외모를 지닌 배우를 빌어 액션/폭력을 미학적 감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려보겠다는 의도가 이번에도 다분하다. ‘이정범 감독의 차기작은, 우는 아저씨(아저씨+우는 남자)’라는 우스갯소리는 관객들이 두 영화를 닮은 형제로 바라보고 있음을 증명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우는 남자’는 이정범이라는 연출가가 한국 장르영화에서 여전히 주목할 만한 감독임은 드러내 보이지만, 그의 이야기가 진화했음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이정범 감독은 주인공에게 ‘모성애 결핍’을 부여함으로써 ‘아저씨’의 구멍 뚫린 시나리오를 넘어서려 한다.(복수 대상의 어머니에게 감정적으로 동요된다는 면에서 감독의 초기작 ‘열혈남아’로의 회귀로도 읽힌다.) 그러한 개보수 작업이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다. 곤의 폭주를 설명할 동기들은 충분히 세팅해 놓았지만, 차려놓은 동기에서 감정적 교류를 끌어내지는 못한다. 곤의 아픔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하는 잦은 플래시백은 일견 변명 같아 보이기도 한다. 플래시백으로 인해 앞으로 쭉쭉 달려야 할 이야기가 다소 처치기도 한다.

미약한 정서적 교감만큼이나 아쉬운 것은 카타르시스 넘치는 액션의 부재다. ‘우는 남자’의 액션은 양적으로는 풍부하나, 독창적이지는 못하다. 이 영화가 선택한 주종목은 총기액션이다. 이를 위해 토카레프, 샷건, M4, 글록19, MP5K, 38구경, 소음기 P250 등 다양한 총기들이 총 동원됐다. 함정이라면 이러한 총기를 모두 구분해 낼만한 식견을 지닌 관객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너무 많은 총기들을 한데 모아놓으니 오히려 심드렁하게 느껴지는 역설도 드러낸다. 액션영화의 쾌감은 인간의 살과 살이 부딪히는 순간 최고조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려준 영화가 ‘아저씨’였다. 아이디어 넘치는 액션 시퀀스를 통해 시종일관 긴장감을 잃지 않게 했던 ‘아저씨’를 생각하면 ‘우는 남자’의 아쉬움엔 복리이자가 붙는다.

‘우는 남자’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부분은 우는 남자 장동건보다 (아이를 잃고) 우는 여자 김민희의 매력이 훨씬 돋보인다는 점이다. 김민희에게서 항상 묻어 있는 미묘하고도 신비한 느낌이 모경이라는 인물을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아저씨’가 원빈으로 시작해 원빈을 거쳐 원빈으로 끝나는, 게다가 감독이 원빈의 장점을 너무나 절묘하게 뽑아낸 명백한 ‘원빈표’ 영화였다면, ‘우는 남자’는 장동건에서 시작돼 김민희로 끝나는 영화다.

2eyes, ‘우는 남자’ 높은 기대의 덫, 보러가기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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